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115)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115화(115/354)
#115화. 마탑 견학(11)
마탑 도시 마지아.
그 구석에 있는 식당인 ‘돼지의 코’.
엘런을 비롯한 여섯 명은 꽤나 불어난 인원수에 맞춰 식탁까지 붙여가며 자리에 앉았다.
“여기 돼지 요리가 굉장히 먹을 만해요.”
“아아, 여기구나! 나도 와본 적 있어!”
“그보다 벨라 선배님은 수석 입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누가 모범생 아니랄까 봐 수석이란 단어에 꽂힌 시에나는 벨라의 옆으로 슬쩍 다가갔다.
“네. 방금 1학년생에게 패배한 주제에 이런 말 하면 꼴사납지만, 수석 입사는 맞아요.”
“에이, 아니에요! 저기 엘런이 얼마나 미친놈인데요! 괜히 최초의 장학생이겠어요?”
“하하핫. 그것도 그렇네요.”
“제국 아카데미에서 퇴학은 어쩌다 당하게 되신 겁니까?”
시에나의 물음에 카르디아는 퍼뜩 놀라 그녀의 옆구리를 쿡 하고 찔렀다.
“시, 실례잖아……!”
“아. 괜찮아요. 오래전 일이고 딱히 부끄러운 일도 아니니까요.”
벨라는 벌써 몇 년 전 일을 되짚기 위해 기억을 더듬었다.
하지만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았다.
아마도 이 퇴학에 대한 기억은 앞으로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눈만 감아도 그때가 선하다.
“그때는 제가 3학년 재학 당시 학생회장이었고, 여느 학생회장이 그렇듯 상부와 많이 부딪쳤어요.”
“하, 학생회장!”
“음음! 확실히 그 정도 커리어가 없다면 수석 입사는 힘들지!”
“하지만 저와 역대 학생회장들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저는 상부를 공격했다는 것이에요.”
식기로 가 있던 엘런의 눈이 반쯤 올라갔다.
“상부를 공격했다고요? 그게 뭐 어때서요?”
“하핫, 카르디아 학생은 아직 상부의 크기가 얼마만 한지 감이 잘 안 오시나 보네요.”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상부라는 조직은 말만 들어봤지 직접 겪어본 적은 없으니까요.”
“난 조금 알 것 같아.”
테이블 속 모두의 이목이 엘런에게 쏠렸다.
엘런의 말은 진심이었다.
그는 아카데미에 다니면서 벌써 상부의 꼬리를 몇 번이나 보았다.
물론 꼬리만 보았을 뿐 그 몸집을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그 꼬리만으로도 1학년쯤이야 능히 가릴 만큼 거대했다.
“일전에 덩컨 교수님이 괴물 호랑이를 레이드하라고 했을 때, 제가 숲에서 다른 괴물을 데려와 싸우게 한 적이 있습니다.”
“하하핫, 장학생은 과연 발상도 남다르군요.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두 마리의 괴물은 서로를 죽였고 부상자 없이 수업은 마무리됐지만, 수업이 끝나고 상부가 저를 찾더군요.”
이사벨는 상부의 얘기에 짜증이 샘솟는지 나이프를 꽈악 움켜쥐었다.
“장학생이라면 입학부터 지대한 관심을 쏟았을걸? 흥! 그 샌님 새끼들! 앉아서 돈 놀음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어!”
“이사벨 학파장님의 말에 동의해요. 상부라면 장학생 같은 변수의 화신을 가만둘 리 없겠죠.”
“그, 근데 왜 상부가 너를 찾았는데?”
“나도 궁금하구나.”
그것에 관한 얘기는 짧게 할 수 있었다.
“내가 데려온 괴물이 숲속에 묻혀 있던 키메라였거든.”
“……그럼 일이 복잡해질 만했네요.”
“상부는 불법 생물체인 키메라와 저의 연관성을 들먹이며 재판에 놓았습니다.”
“그래도 여기 있는 걸 보니까 잘 마무리되었나 보구나.”
“맞아. 무죄로 끝났지.”
벨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엘런 학생의 얘기처럼 상부는 자신들의 이득에 조금이라도 해가 된다 생각하면 거침없이 수작을 부려요. 시답잖은 방해 공작도 서슴지 않죠.”
“그래서 상부를 공격했다~?”
“맞아요.”
“하지만 어떻게? 학생회장이라도 그 권력의 한계는 명확하잖아!”
엘런은 어떻게 그리 잘 아냐는 눈빛으로 이사벨을 쳐다봤다.
“응? 내가 말 안 했나? 나도 학생회장이었어! 그것도 꽤나 유능한? 헤헤헷!”
이사벨은 손으로 브이를 그리며 자랑스레 말했지만, 엘런은 사뿐히 무시한 채 벨라에게로 눈을 돌렸다.
“계속 말해주세요.”
“네. 제가 상부를 공격했던 방법은 말 그대로 가장 아픈 곳을 찌르는 수밖에 없었어요.”
“……가장 아픈 곳?”
“맞아요. 이를테면 그들의 자금줄이나 상부 라인을 탄 마법사들이죠.”
“자금줄이라면 어떤게 있는 겁니까?”
루퍼트의 질문에 벨라는 손가락 세 개를 들어 보였다.
“첫 번째로 상단이에요.”
가만히 앉아서 돈을 굴리겠다면 빠져선 안 될 요소다.
돈은 누군가 굴려줘야 움직이고 그걸 자신이 굴리기 싫다면 밑에 부하를 두어야 옳았다.
“그들은 하나하나가 다른 왕국에서 요직을 차지한 신하이거나 왕족도 더러 섞여 있는 고위층이에요. 그래서 국가 공인 상단과 개인 상단 두 개를 움직이는데 서로 시세까지 조절해가며 이득을 최대로 빨아먹죠.”
“시세까지 손에 넣었다면 돈이 얼마나 나올지 대체 가늠이 안 가는데.”
“카르디아 학생의 말대로예요. 하지만 이건 약과죠. 진짜는 두 번째와 세 번째에 있거든요.”
벨라는 쓴웃음과 함께 그 두 가지의 이유를 동시에 올렸다.
“마력석 광산과 상부 직속 마법사단.”
“흐응~ 전자는 돈 냄새가 여기까지 나고 후자는 구린내가 바다까지 닿겠는데?”
“맞아요. 마력석 광산을 비롯한 여러 철광은 그들의 가장 커다란 자금줄이고 거기서 나오는 돈은 대부분 자신들의 사병에게 집어넣죠.”
“맞아. 부자들은 겁이 많아서 사병 없이는 못 살지.”
카르디아는 익숙한 부자들의 행태에 별다른 놀라움조차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여태까지 그녀가 보아왔던 부자들과 상부는 명백히 달랐다.
하는 짓은 똑같더라도 우물을 파는 자와 호수를 만든 자는 비교가 불가능한 것처럼 말이다.
“저는 이 상부란 집단을 학교에서 치워버리고 싶었어요. 그들의 자금력은 학교에 도움이 되지만 학생들에겐 도움이 되지 않았으니까요.”
벨라는 이빨을 까드득 하고 갈았다.
“그래서 몰래 상부 소속원들이 쓰는 건물에 잠입했고 그들의 비리가 적힌 장부를 손에 넣었지만 결국 붙잡히고 말았습니다. 사실 제가 침입해올 줄 알고 미리 함정을 깔아두었더군요.”
“끝은 상부와의 거래겠네?”
“맞습니다. 상부가 저의 잘못을 학생회 전체와 엮으려는 걸 두고 볼 수 없었고, 저 혼자만의 퇴학으로 일을 조용히 덮었죠.”
“하하하핫! 이거 아주 파란만장한 학창 시절을 보냈는데?”
이사벨은 벨라의 어깨를 탁탁 두드렸다.
“그래도 마탑 입사까지 했으니 그때의 행동에 후회나 미련은 없습니다.”
“그, 근데 동생분은 그 아카데미의 교수시잖아요. 신경 쓰이지 않으세요?”
“동생은 제 앞가림 정도야 충분히 할 수 있는 훌륭한 마법사입니다. 저 같은 것보다 몇 배는 강하니까요.”
“키아 교수님의 수업은 재미도 있고 알찹니다. 방금까지 엘런과 공격을 섞어보셨으니 더 잘 알 수 있으시겠죠.”
“하하핫, 그렇네요.”
벨라는 가족 칭찬에 기분 좋은 미소를 흘리며 따끈따끈하게 나온 돼지 수육을 접시로 옮겼다.
“엘런 학생은 아직 상부의 눈에 띄어서 좋을 게 없어요. 물론 이미 띄었겠지만 있는 척 없는 척 바짝 엎드리세요.”
“응응! 나도 동감이야!”
“상부의 손에 어리고 재능 있는 마법사가 꺾이는 건 그때 봤던 걸로 충분하니까요.”
“……알겠습니다.”
언뜻 무겁게 고개를 주억이며 고기를 받아가려던 엘런은 고기를 떠먹었다.
밥상의 분위기는 상부의 얘기로 어두워졌지만, 고기는 그 어둠을 물러나게 할 만큼 맛있었다.
과연 마탑에서부터 구석까지 걸어올 만한 가치가 있는 맛이다.
육즙의 따뜻함이 감돌자 잠시간의 불편함은 씻은 듯 사라졌다.
***
마탑 견학 두 번째 시간.
마도구 남용으로 마탑주에게 호되게 혼날 뻔한 이사벨은 이제서야 제대로 된 견학을 시작했다.
마탑의 주요 기관을 소개해주면서 하는 일도 멀리서나마 구경한다.
하나같이 흥미롭고 재밌어 보였으며 자기 일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 척 봐도 느껴졌다.
한 가지 신기한 일은 이사벨이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머리를 숙이고 인사한다는 것이다.
그게 설령 다른 학파의 마법사라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본인에게 물어보면 또 콧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갈 터.
엘런은 루퍼트에게 살짝 속삭이듯 물었다.
“이사벨 학파장님의 위세가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럼요. 겉보기엔 괴짜 같아도 학파장님의 커리어 하나만 보면 존경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커리어요?”
“네. 제국 아카데미의 학생회장으로 수석 졸업하고, 남들은 몇 번이나 낙방하는 마탑 시험에서 대번에 합격. 그렇게 수석 입사로 시작해서 견습 생활도 몇 달 만에 끝마치셨습니다. 그리곤 단숨에 새로운 학파를 창조하셨죠.”
학파를 창조한다라…….
엘런은 또다시 의문이 생겼다.
“학파란 건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마법사도 만들 수 있는 건가요?”
“예. 견습만 아니라면 마탑에 신고 후 저들만의 사상을 담은 학파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마탑에는 수백 개의 학파가 존재하죠.”
“많기도 하네요.”
“하지만 그 학파 중에서 실제로 마탑에 거대한 영향력을 뿌리는 건 10대 학파가 전부입니다. 이사벨 학파장님은 개인 학파로 시작해서 10대 학파까지 올라선 인간 승리의 표본이죠.”
자신의 누나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었단 말인가?
그냥 허당에다가 허파가 찢어진 것처럼 웃는 거밖에 못 하는 누나 같았는데.
루퍼트의 말만 들으면 정말 밑바닥에서부터 정상까지 올라선 인간 군상 그 자체였다.
어쩐지 저 앞에서 걸어가는 누나의 등이 커다랗게 느껴진다.
늘상 헤실거리기만 하는 줄 알았던 누나는 집 밖에선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구나.
엘런의 시선을 느낀 건지 이사벨이 살짝 뒤를 돌아본다.
“히힛.”
이사벨은 엘런 쪽으로 장난스레 웃으며 조그맣게 손가락 하트를 날렸다.
물론 엘런만 볼 수 있는 각도로 조심스럽게.
저쪽에서 손가락 하트를 날린다고 이쪽까지 날려줄 의무는 없다.
엘런이 짐짓 딴청을 피우는 사이, 견학에서도 마지막 장소에 도착했다.
“여긴 마도구 공작소야! 마탑이 출품하는 모든 마도구를 전부 여기서 만들어!”
“그 말이 맞소이다! 이사벨 학파장! 흐하하핫!”
어디서 거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키가 이사벨의 허리까지 올 법한 크기의 남자가 수염을 쓸어내리며 이쪽으로 걸어왔다.
비록 키는 작았으나 그 걸음걸이는 거칠 것 없이 성큼거렸다.
“내 이름은 모르딕이오! 이 공작소의 총책임자지!”
“엘런 이안느입니다.”
“카르디아예요!”
“시에나입니다.”
셋은 허리를 살짝 숙여가며 모르딕과 악수했다.
그의 가죽 장갑 너머로 오랜 망치질과 연마로 단련된 완력이 느껴졌다.
“셋 모두 강철처럼 강건하군!”
“네! 맞아요, 모르딕! 이번 견학생들은 진짜 엄청나다니까요!”
“그래, 그래! 정말 그런 것 같소! 흐하하하핫!”
둘은 서로만의 하이텐션으로 쿵짝쿵짝 잘 맞았다.
헌데 끝없이 이어질 것 같던 모르딕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뚝 하고 멎었다.
누군가 울대라도 친 것처럼, 그의 입은 어느 순간부터 소리를 지워냈다.
모르딕은 조금씩 떨리는 손으로 팔을 뻗었다.
그 끝에는 엘런의 허리가 있었다.
정확히는 허리춤에 매달린 무언가에 있었다.
“이, 이건……!”
엘런은 그의 눈길이 여기에 고정된 걸 보고, 금방 꺼내주었다.
“마도공학 리볼버입니다.”
“어, 어허! 이건 그따위 명사로 정의할 게 아닐세! 이것은 강철과 광석의 예술이란 말일세!”
“……저건 엘런이 항상 사용하는 리볼버잖아.”
“그렇구나. 저게 그리 대단한 것인가?”
여기서 저 총의 가치를 아는 건 여기서 엘런과 모르딕이 전부였다.
하지만 엘런도 겉핥기로만 알 뿐 모르딕을 따라잡을 순 없었다.
공작소의 총책임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아마도 이 총을 직접 만들었을 테니까.
모르딕은 그때가 새록새록 기억나는지 엘런의 총을 양손으로 고이 들었다.
“그림 리퍼……. 내가 가장 아끼는 아이…….”
그는 곧 있으면 눈물이라도 쏟을 것 같이 그렁그렁한 눈동자로 엘런을 바라보았다.
“이 아이를 어디서 구한 겐가? 이 세상에 다섯 자루밖에 없을 터인데.”
“아리네스 사장에게 받았습니다.”
“아리네스……. 그래. 분명 내가 그 꼬마에게 주었지.”
모르딕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총의 이곳저곳을 살폈다.
“네 주인이 너를 거칠게 사용한 모양이구나. 이곳저곳 흠집이 일었어.”
“그건 죄송합…….”
“걱정 말거라. 이 아비가 새것처럼 만들어줄 테니.”
모르딕은 그림 리퍼를 양팔에 껴안듯이 품고, 공작소 어딘가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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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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