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117)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117화(117/354)
#117화. 파티 레이드(1)
투기장 벽면에서 무언가 기어 나온다.
통나무처럼 두꺼운 허벅지와 갈라진 땅처럼 건조하고 푸석푸석한 피부.
하지만 그 위를 뒤덮은 비늘은 모든 완갑을 장착한 기사만큼이나 단단해 보였고 숲속 나무들처럼 촘촘했다.
그러나 이 모든 위용을 단 하나의 무언가가 전부 쓸모없게 만들었다.
스으으으윽- 스으으윽-
도마뱀처럼 한 걸음 한 걸음 네 발로 기어갈 때마다 바닥으로 거칠게 쓸리는 배딱지.
뭘 얼마나 처먹은 것인지 제 몸통만큼 불러온 배는 자동으로 바닥 청소를 해냈다.
“소개합니다! 이번 파티 레이드의 주인공! 그 이름하여! 드레이크으으~!!”
키아는 벙찐 학생들 앞에서 혼자 열렬한 박수를 짝짝짝 쳤다.
뒤따라온 환호는 없었다.
그저 첫 번째 조 학생들의 절망 섞인 한숨만이 들려올 뿐.
“자! 그럼 1조는 바로 나와주세요! 파티 레이드의 시작을 화려하게 끊어주시라고요!”
시작은 고사하고 목숨줄이 화려하게 끊길 것 같다.
하지만 시험은 시험이었기에 도저히 뺄 수 없었다.
1조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죽상인 얼굴로 투기장에 내려왔다.
유일한 구원줄인 보호 조끼를 꽉 동여맨 그들은 드레이크 앞에 섰다.
물론 예고한 대로 드레이크와 맞서 싸우는 건 조장을 제외한 세 명뿐이다.
“내가 말하는 대로만 잘 따라주면 이길 수 있어.”
“그, 그래!”
“믿을게!”
“하아, 아무리 봐도 우리 진형이랑 안 맞는 괴물인데.”
1조는 이리저리 삐걱거렸지만, 조장 자체가 우수한 학생들을 골라 뽑은 것이기에 적응 또한 빨랐다.
1조의 조장은 진형을 실시간으로 뒤바꾸거나 진두지휘하며 셋의 포지션을 잡았다.
“연습한 대로만 하면 돼! 합동 공격으로 공격의 최대치를 뽑는 거야!”
“그, 그러면 주의가 이쪽으로 완전히 쏠리잖아!”
“괜찮아! 드레이크는 기동성이 느리다고! 거리가 먼 지금 시도해야 해!”
1조 조장의 말은 타당했다.
그렇기에 조원들도 더 이상 군소리 않고 삼삼오오 모여 합동 마법을 준비했다.
촤아아아아아아-
일전에 엘런이 당했던 수속성 합동 마법.
서로의 급류를 합치고 또 합쳐서 거대한 파도를 상대에게 쏘아 보내는 기술이다.
키아는 그들의 선택에 턱을 괴고 집중했다.
“호오! 드레이크는 기본적으로 화속성과 토속성인 걸 고려해서 수속성 합동 마법을 준비한 건가요? 게다가 기동성까지 노려 기회를 살렸다라~ 이건 가산점을 줄 만하네요!”
키아는 제 얼굴보다 두 배는 커다란 파일철을 들고 혀를 삐죽 내밀어가며 열심히 손을 놀렸다.
지렁이 몇 마리 올려놓은 것 같은 글씨체가 종이 위에 기어간다.
키아는 만족스럽게 종이를 바라보다가, 다시금 학생들을 살폈다.
쏴아아아아아아-!!
그들의 급류는 대단한 기세로 전방을 향해 밀어닥쳤다.
드넓은 투기장이 무색할 정도로 커다래진 파도는 드레이크도 꿀꺽 집어삼켰다.
저 뚱뚱하고 게으른 아룡은 가만히 그 해일을 맞아주었다.
“크흐흐흣! 저 아룡은 왠지 엘런과 판박이 같은데?”
“너도 그 생각을 했구나. 나도 동감하느니라.”
“…….”
엘런은 머지않은 곳에서 들려온 뒷담 아닌 뒷담에 못 들은 척 다리를 꼬았다.
곁에 있던 세디가 엘런의 팔을 톡톡 건드렸다.
“통한 것 같아?”
“아니.”
답은 빠르고 짧게 돌아왔다.
질문자가 당황할 정도로 말이다.
“왜, 왜? 규모도 괜찮고 드레이크가 안 보일 만큼 거대한 수량이었잖아. 저 정도면 파괴력도 어느 정도 보장된 거 아닌가?”
수속성에서 수량은 곧 파괴력으로 직결된다.
수량이 많으면 전체적인 질량도 늘어나고 그에 따라 무게도 늘어나며 더욱 강력한 힘이 창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상대 나름이다.
“드레이크가 어디 사는지 아냐.”
“아니?”
“화산이야.”
“화, 화산?”
엘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의 압력과 열 속에서 사는 놈인데 고작 저 정도의 수압이나 수량에 주춤할 리가 없지.”
그의 말대로였다.
급류가 점차 가시고 드러난 육신에는 그 어떠한 상처나 부담도 없어 보였다.
크르르르르르-
되려 뭉툭한 이빨 너머로 목젖이 떨릴 만큼 두터운 하울링이 울렸다.
“이, 이 정도로 급류를 퍼부었는데 한 발짝도 못 움직였다니……!”
“이런 파괴력으로는 무리인가!”
“아직 무릎 꿇긴 일러! 거리는 아직 머니까 또 다른 합동 마법을 사용하면 돼!”
1조는 아무래도 합동 마법에 지대한 시간을 투자한 듯했다.
수속성 말고도 또 다른 합동 마법이 준비된 걸 보면 말이다.
하지만 엘런은 쯧쯧 하고 혀를 찼다.
“드레이크가 멀리 있다고 저리 안심하면 안 될 텐데.”
“조장은 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오?”
“굳이 대답 안 해도 이제 알 수 있겠지.”
엘런은 턱짓으로 드레이크를 가리켰다.
정확히는 점점 붉어지고 있는 드레이크의 비대한 복부를 가리켰다.
안 그래도 빵빵했던 배는 점점 거대해져서 터지기 직전의 풍선과 같아 보였다.
꾸르르르륵- 꾸르르륵-
프스스스스스스-
무언가 입 밖으로 게워내는 듯한 소리와 더불어 거센 아지랑이가 비늘 위로 올라온다.
“드레이크는 무겁고 커다란 몸 때문에 달리지 못하지만, 그만큼 뛰어난 사격 실력을 가졌어.”
무언가 등골이 오싹해질 만큼의 불안감이 조장의 피부를 쓸어 만졌다.
“어, 어서 산개해!”
“뭐, 뭐라고?”
“합동 마법 시전 중에는 마력이 얽혀 있잖아! 쉽게 끊을 수 없어!”
“젠장……!!”
드레이크의 목이 한 움큼 젖혀졌다.
동시에 그 탐욕과 폭식의 욕구가 느껴지는 입이 쩌억 열렸다.
그 아가리 너머로 지옥불을 연상시키는 불덩이가 매달려 있다.
터어엉-!! 터엉-!! 터어엉-!!
산에 박혀 있을 바윗돌만 한 불덩이들이 유려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완벽한 곡사로 날아간 그것들은 정확하게 목표를 타격.
콰아아아앙-!! 콰아앙-!!
콰아앙-!! 콰아앙-!!
“으, 으아아악!!”
“뜨, 뜨, 뜨거워!”
“어서 쉴드 마법이라도……!”
“끄에에에엑!!”
조장의 명령은 조원들의 비명에 묻혀 아예 없던 것처럼 사라졌다.
삐비빅-!
[1조의 보호 조끼. 세 개 모두 에너지 잔량 0%. 시험을 종료합니다.]투기장에 안에 있던 세 명의 조원은 금세 안전한 관객석으로 이동되었다.
키아는 그들에게 사뿐사뿐 걸어가 괜찮다는 듯 밝게 웃었다.
“괜찮아요! 저는 늘 학생의 좋은 점과 잘한 점을 보려고 노력하니까요!”
“……감사합니다.”
너희 조는 정말 못했지만 내가 어떻게든 장점을 찾아서 점수를 줘볼게.
-라고 돌려 말한 키아는 통통한 손으로 빈 관객석을 가리켰다.
“저기로 가서 다른 조들이 하는 걸 보세요! 그리고 너무 상심하진 마시고요! 어차피 상대평가니까 어느 조가 최악일 진 알 수 없어요!”
시험을 망쳐버렸다면 다른 자도 망쳐버리길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야 평균 점수라도 챙길 테니까.
“자! 그럼 다음 2조 나와 주세요!”
***
이후로 약 두 시간 동안 많은 조들 파티 레이드 시험을 거쳐 갔다.
개중에는 썩 봐줄 만한 조도 있었고 감탄이 나올 만큼 대단한 조도 있었다.
후자 쪽은 당연히 그 두 명의 조였다.
시에나 조와 카르디아 조.
숫자로 따지면 8조와 9조에 속한 그들은 다방면으로 학생들과 교수들의 시선을 빼앗았다.
카르디아 조보다 앞서서 레이드를 시도했던 시에나 조는 앞선 조보다 확실히 두드러지는 게 있었다.
“제이크. 지금 당장 우측으로 이동하여 드레이크의 시야에서 벗어나거라.”
“칸나. 제이크가 우측으로 이동하는 즉시 체인 마법을 준비해서 꼬리의 저항을 잡아두거라.”
“안젤라. 너의 역할이 중요하니라. 드레이크의 약점이라 할 수 있는 머리를 최대한 공격해야 한다.”
“우리는 뇌진탕을 이끌어내야 하느니라. 몸에 열 방의 공격을 성공시킬 수 있더라도 머리 한 방 건드리는 것만 못 할 것이니.”
“드레이크의 브레스가 동서쪽으로 하나 동쪽으로 하나 날아가고 있느니라. 쉴드로는 막지 못하니 북쪽으로 피해서 후속 공격을 준비해야 한다.”
시에나는 정말로 거의 3초에 한 번꼴로 지시를 쏟아냈다.
그녀가 뽑은 조원들은 드레이크와 싸우는 게 아닌 시에나의 지시를 이행하느라 숨이 더 차 보였다.
하지만 그 지시들은 하나같이 틀린 게 없었고, 상황을 파훼하기에 최적화된 것이었다.
키아는 눈을 반짝이며 시에나를 바라보았다.
“와아아! 시에나 조장의 진두지휘가 아주 뛰어난데요? 리더십도 그렇고 조원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도 그렇고! 그야말로 패왕이네요!”
키아의 불꽃 칭찬이 이어지는 사이, 드레이크의 거대한 육체가 움찔거렸다.
짧고 두꺼운 다리들이 순간 중심을 잃지 못하고 맨땅에서 미끄러진다.
“제이크. 풍속성 저격 마법으로 입안을 조준하거라.”
“오케이!”
제이크란 이름의 남학생은 활을 쏘는 듯한 자세를 취하더니 매직 애로우 한 발을 만들어냈다.
그 화살촉에 예리한 바람이 나선형으로 휘감긴다.
거친 풍향에 맞춰 공업용 드릴처럼 회전하기 시작한 화살은 그의 손짓을 따라 단숨에 쏘아졌다.
푸욱-!!
키아아아아아-!!
드레이크의 혀가 매직 애로우에 꿰뚫린다.
“비늘이 아무리 단단하다고 해도 혀까지 덮을 순 없는 법.”
후두두둑- 후두둑-
힘없이 늘어뜨린 입으로 혀에서 흘러나온 피가 한 움큼씩 떨어진다.
찐득한 점액질의 피가 바닥을 눅진하게 적신다.
“칸나, 안젤라. 마무리하거라.”
“응!”
“알겠어!”
시에나 조는 자신들의 장기 마법을 드레이크의 약점 부위에 퍼붓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털썩-
드레이크가 처음으로 무릎 꿇고 바닥에 완전히 엎어졌다.
혀를 쭉 빼고 집채만 한 몸집을 바닥에 뉘인다.
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결과를 판정했다.
“좋아요! 정확히 31분 35초! 8조의 기록입니다! 과연 9조는 이걸 깨뜨릴 수 있을까요?”
“당연하죠!”
9조의 조장 카르디아가 뒤이어 나온다.
그녀는 조장 전용 자리로 가서 지휘를 준비하고, 세 명의 조원들은 짐짓 긴장한 얼굴로 투기장에 섰다.
곧 있으면 맞붙게 될 거대한 덩치의 괴물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다.
“존나 쫄리네.”
“그치……?”
“당연하잖아. 뒤에 저런 조장이 버티고 서있는데.”
그들이 두려워하는 건 단 하나였다.
만약 저 드레이크를 죽이지 못하고 먼저 쓰러졌을 때.
정확히 그때 보게 될 카르디아의 표정.
조원들은 다만 그것이 두려울 뿐이었다.
“9조! 파티 레이드를 시작해주세요!”
키아의 시작 신호와 함께 시체가 치워지고 새로운 드레이크가 느릿느릿 걸어 나온다.
황갈색 비늘도 그렇고 푸석푸석한 피부도 그렇고, 아까 시에나 조가 죽인 드레이크와 똑같이 생긴 놈이다.
그 말인즉슨 똑같은 조건과 똑같은 환경이 마련되었다는 뜻.
‘무조건 이긴다!’
카르디아는 눈에 불을 켜며 과거의 모습으로 천천히 돌아갔다.
아누비샨 용병단의 행동대장.
이 직함은 단순히 열풍 사막의 왕, 칸 아누비샨의 딸이기 때문에 받은 것이 아니다.
어느 사막의 전사보다 용감하고 투쟁의 명예를 알며 적을 ‘아주’ 잘 때려잡기 때문에 내려진 자리다.
“저런 덩치는 힘만 빼놓으면 끝이야! 딱 보아하니 목과 꼬리의 가동 범위는 잘해봐야 180도! 날쌘 너희들이라면 충분히 농락 가능하다!”
카르디아는 입꼬리를 찢어지게 올리며 명령을 이어나갔다.
“세 명 모두 공격 마법은 전부 포기하고 몸을 움직여! 그것도 최대한 가깝게!”
“가, 가깝게?”
“잘못해서 한 방 맞았다간 곧바로 아웃 될 텐데……?”
“그럼 안 맞으면 되잖아!”
카르디아는 와악 하고 소리지른 뒤 말했다.
“이것만 똑똑히 기억해! 절대로 드레이크와 정면에서 마주 보지 않는다! 너희들은 저것이 어떻게 몸을 움직이든 항상 대각선 방향에 있어야 해!”
카르디아의 말에 키아는 흥미롭다는 듯 턱을 쓰다듬었다.
“아주 똑똑해요! 큰 덩치 탓에 공격의 전조를 알기 쉽다는 걸 파악한 건가요? 확실히 브레스보단 저 육중한 몸을 직접 움직이게 하는 게 더 커다란 체력 손실을 줄 수 있죠!”
하지만 저런 판단은 쉬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피와 살점이 튀는 실전을 구르고 또 굴러야 겨우 얻을 수 있는 실전 감각.
거기다 뛰어난 상황 파악 능력은 곧바로 지휘력과 직결되었다.
카르디아 조는 그렇게 30분간을 뛰어다니며 드레이크와 아슬아슬한 술래잡기를 이어나갔다.
그러다 끝내 완전히 지쳐버린 드레이크는 제 무게를 못 이겨 무릎 꿇었다.
“끝났어! 이제 남은 건 도축이야! 목을 잘라버려!”
섬뜩한 명령이 이어지고 카르디아 조는 사냥까지 상황을 끌고 나갔다.
“9조! 31분 58초! 2등으로 사냥 성공이에요!”
“아으으! 아깝다!”
“이제 남은 조는 하나뿐이죠?”
키아는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는 듯 입술을 핥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10조! 투기장으로 나와주세요!”
엘런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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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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