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119)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119화(119/354)
#119화. 파티 레이드(3)
열 개 조의 파티 레이드가 모두 끝이 났다.
각 조들은 10분 정도 남은 수업 시간 동안 서로를 독려하고 격려했다.
이미 점수가 결정 난 판국에서 누가 잘했냐, 못했냐를 따질 이유는 없었다.
그저 오늘 자신이 저질렀던 실수를 참회하고 다음에는 그러지 않도록 정진해야 한다.
그러나 교실 분위기가 초상집인 건 어쩔 수 없었다.
열 개 조 중에서 웃음꽃이 피어난 건 딱 세 팀.
대다수가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침묵을 지키고 있으니 소수의 웃음소리는 더욱 잘 들려왔다.
“다들 너무 잘했어!”
“나는 레이드를 성공했다는 것보다 우리가 1등이라는 게 더 믿기지 않소.”
“동감.”
“에이! 뭘 어때! 지금은 이 순간을 즐기자고!”
세디는 양쪽에 레우스와 카터를 끼고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감사하오. 조장. 덕분에 나를 비롯한 우리는 앞으로 걸어 나갈 수 있게 되었소.”
“내가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한 너희들 덕이지. 그리고 이제 조장이란 호칭은 빼. 레이드도 끝났으니까.”
레우스는 송곳니가 드러나게 미소 지은 후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엘런.”
“그래.”
“혹시 언제 기회가 된다면 우리 마을로 놀러 오지 않겠소.”
“우리 마을?”
레우스는 교복 셔츠 속에 넣어두었던 목걸이를 꺼냈다.
짐승의 이빨이 장식처럼 박힌 목걸이다.
“늑대인간의 마을이오. 그대에게 큰 복을 입은바, 우리 마을에 초대하고 싶소.”
“나, 나도 가도 돼?”
“하하하핫. 세디도 카터도 당연히 괜찮소. 역경을 같이 헤쳐나간 형제이니.”
세디는 뛸 듯이 기뻐하며 해맑게 웃었다.
“형제라는 말은 뭔가 기분이 좋네. 정말 사이가 가까워진 느낌이야. 카터도 그렇지?”
“으응.”
카터는 아직은 그런 말들이 어색한 듯 고개를 살짝 내리고 작게 긍정했다.
“그럼 오늘 다 같이 회식 한번 하는 게 어때? 승리를 축하하고 1등 한 것도 축하할 겸!”
“회식이라. 나는 찬성이오.”
“나도 좋아.”
“엘런은?”
“나는…….”
솔직히 말하면 빼고 싶었다.
평소 이런 회식에 어울리는 성격도 아닐뿐더러 막상 간다 해도 잘 즐기는 타입도 아니니까.
하지만 지금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들이 너무 초롱초롱거렸다.
저 별 같이 반짝이는 눈들을 밟고 갈 만큼 엘런은 잔인하지 못했다.
“그래. 나도 갈게.”
“좋았어! 그럼 오늘 수업 끝나고 6시에 서쪽 외곽에 있는 식당으로 모여! 거기서 먹자!”
“알겠소이다.”
“응.”
“그때 보자.”
자투리 시간처럼 남았던 10분이 끝나고, 학생들은 자동적으로 기숙사에 돌려보내 졌다.
엘런도 중앙성에 도착했다.
팔랑- 팔랑- 팔랑-
그때 허공에서 좌우를 교차하며 민들레 홀씨처럼 사뿐히 떨어지는 무언가.
엘런은 그것을 들어 올렸다.
“바로 도착했네.”
그 정체는 바로 주말 외박권.
이번 주말까지가 기한인지라 토요일이 되자마자 사용할 생각이다.
“그보다 나가면 뭘 해야 하나.”
딱히 할 건 없어 보인다.
목표했던 젤라또가 자신에게 있고 여기서 더 필요한 것 또한 없으니까.
하지만 그걸 예상이라도 했는지, 주말 외박권에 끼어있는 약속이 하나 있었다.
“오랜만에 가는 집이야.”
의도치 않게 근 한 달 만에 본가를 들르게 생겼다.
이건 정말로 의도치 않은 일이었고 생각할수록 나쁘지 않았다.
“가족들도 보고 좋지 뭐.”
평소보다 더 기다려지는 주말.
엘런은 침대에 드러누워 여섯 시까지 눈을 붙였다.
당장 생각나는 몇몇 사람들을 위한 선물들을 생각하면서 잠을 청했다.
***
“여기 수육 4인분이랑! 소고기랑 돼지고기, 양고기, 닭고기 모두 4인분씩 주세요!”
“넵! 알겠습니다!”
세디의 주문을 빠르게 받아 적은 종업원은 곧장 주방으로 사라졌다.
엘런은 잠시 침묵하며 그녀의 주문을 되새겼다.
가게에서 파는 고기들을 전부 4인분씩 시켜버린 그 충격적인 주문.
정말 마법 주문에 비견할 만큼 그 충격량은 대단했다.
본인이 주문하고도 양심에 찔렸는지 세디는 조심스레 엘런을 바라보았다.
“그으……. 미안, 눈치 없었지……? 메뉴판을 보니까 신이 나서 그만…….”
오늘 회식은 10조 회식인 만큼 엘런이 사기로 했다.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물을 따랐다.
“돈은 괜찮아. 그건 그렇고 다 먹을 수 있겠어?”
“그럼! 다 먹을 수 있어!”
“그렇다면 다행이네.”
“응! 최근 드워프의 힘을 많이 쓰다 보니까 식사량이 엄청나게 늘었거든!”
“그렇소, 엘런. 여기 세디 뿐만이 아니더라도 나 또한 많이 먹는 편이니 음식이 남을 걱정은 안 해도 좋소이다.”
아, 맞다.
이곳에는 드워프의 혼혈과 진성 늑대인간이 한 자리에 있었다.
둘 모두 몸을 거칠게 사용하는 종족인 만큼 하루에 태우는 칼로리가 어마무시했고, 동시에 식사량 또한 어마무시했다.
오늘 돈 좀 깨지겠다는 각오를 미리 다진 엘런은 차례차례 나오는 음식들을 바라보았다.
“크으! 윤기가 좔좔 흐르지?”
“그렇네.”
“내가 자주 오는 곳이야! 서쪽 구역 사는 애들은 여기 단골 아닌 사람이 없다니까?”
서쪽 구역 사는 사람 중에 여기 단골 아닌 사람이 없다라.
서쪽에 사는 사람?
엘런은 불현듯 자신이 아는 어떤 이가 서쪽 외곽에 살고 있음을 떠올렸다.
벌컥-!
식당의 문이 열린다.
“여기 사람 네 명!”
“네네! 이쪽으로 오세요!”
호쾌한 목소리와 당당하고 거리낌 없는 걸음걸이.
골목에서 절대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인상이지만 불행하게도 자신이 너무 잘 아는 사람이다.
“엇? 엘런? 너네 조도 여기 왔냐?”
“……세디가 추천해준 곳이야.”
“크으! 이 드워프 친구가 뭘 좀 아네! 서쪽은 여기 하나만 먹으면 끝났지!”
“안녕, 카르디아!”
카르디아는 살짝 달라진 눈빛으로 세디가 내민 손을 마주 잡았다.
“오늘 아주 인상 깊었어! 드레이크의 브레스를 맨몸으로 버티다니. 아주 터프하던데?”
“하핫, 고마워!”
사막은 강자를 존중한다.
일전에 세디는 카르디아의 눈에 어디서 굴러먹다 온 말 뼈다귀였지만, 지금은 드레이크의 공격을 정면에서 버텨낸 전사 중의 전사다.
같은 전사로서 존중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반갑소. 나는 레우스라고 하오.”
“카터.”
“그래, 그래! 나는 카르디아다!”
그녀는 낄낄 웃으며 엘런의 어깨를 탕탕 쳤다.
“그보다 언제 이런 걸출한 조원들을 길러 낸 거야? 너한테 이런 리더십이 있는 줄은 몰랐다고.”
“기른 적 없어. 그냥 이렇게 될 만한 애들을 뽑아둔 거지.”
“아하. 결국엔 내 안목이 다 했다?”
“그런 셈이지.”
카르디아는 입을 가리고 낮게 웃음을 흘리더니 검지로 엘런을 쿡쿡 가리켰다.
“이런 사람이 너희들의 조장이다! 이게 진짜 모습이라고!”
“알겠으니까 너희 조 회식이나 잘해.”
“당연히 그래야지! 근데 조금 있다가 팀 하나가 더 올 것 같아!”
“……설마.”
“맞아! 내가 시에나한테도 여기를 적극 권장했거든! 설마 너까지 여기 있을 줄은 몰랐지만!”
오크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벌컥-
끼이익-
“여기 사람 네 명 자리 부탁드립니다.”
“여기로 앉으세요!”
“카르디아. 먼저 와 있었구나. 어어? 엘런도 있었느냐.”
“…….”
이건 그냥 단체 회식이잖아.”
“이왕 이렇게 된 거 테이블도 붙여버릴까? 다 같이 먹자!”
“오오. 그러는 게 좋겠구나.”
“잠깐. 난 아직 찬성 안 했…….”
“붙여! 붙여!”
카르디아는 엘런의 입에서 딴소리가 나오기 전에 근처 테이블을 일자로 연결했다.
좀 많이 길어진 테이블 속 카르디아 조와 시에나 조가 차례로 앉았다.
주문도 미리 해둔 것인지 아니면 늘 시키던 메뉴가 있는 것인지, 각종 양념 고기들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왔다.
“고기가 끊이지 않게 계속 갖다주쇼!”
“물론입니다!”
“좋아, 좋아! 이게 회식이지!”
카르디아는 짝짜꿍 잘 맞는 종업원을 뒤로하고 다시 한번 메뉴판을 들춰봤다.
“또 시킬 게 있냐.”
“당연하지! 이렇게 고기만 먹을 셈이야? 사이드도 시켜야 하고 무엇보다 주류가 빠졌잖아!”
“학교에서 술을 어떻게 시켜.”
“어허이! 주류가 꼭 술만 있는 건 아냐! 게다가 여긴 논알코올 술을 팔고 있다고!”
종업원은 그녀의 말을 센스 있게 받아 아예 사람만 한 오크통을 데굴데굴 굴려서 가져왔다.
“술은 여기서 따라 드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시에나는 카르디아와는 정반대로 정중히 고개를 숙인 뒤, 1L는 거뜬히 받을 만한 맥주잔을 들었다.
쏴아아아아아-
손잡이를 돌리자 오크통 안에 있던 술이 잔 안으로 콸콸콸 쏟아져 들어왔다.
시에나는 그걸 들고 곧장 엘런에게 가져갔다.
“들거라.”
“내가 왜.”
“어서어서.”
그녀는 엘런의 손을 잡고 억지로 펴서 잔을 쥐여주었다.
짝- 짝- 짝-
그리곤 손뼉을 강하게 끊어쳐서 이곳까지 주목을 유도한다.
족히 8M가 넘어 보이는 길이로 연결된 테이블 속, 학생들의 눈이 전부 시에나에게 향했다.
“모두 주목해 주십시오. 이제부터 오늘 저녁 회식의 주인공이자, 파티 레이드 전교생 중 1등. 장학생, 엘런 이안느 학우의 건배사가 있겠습니다.”
“……너 돌았냐?”
“그런 험한 말은 회식이 끝난 뒤에 하거라. 지금 잔을 쥔 것은 그대이지 않느냐.”
“이런 건배사는 해본 적 없단 말이야.”
“그냥 아무 말이나 지껄이면 돼!”
카르디아와 시에나는 엘런의 양팔을 붙잡고 자리에서 일으켰다.
의도치 않게 테이블 중에서도 중앙에 앉아있던지라 상석이 되어버린 엘런의 자리.
주목받기는 더욱 쉬웠고 현재 신입생들에게 엘런 이안느는 닿을 수 없는 하늘이었기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부담스러운 시선이 퍽퍽 꽂혀 들었다.
그러나 엘런도 사람이었다.
부담스러운 시선을 받으면 그 또한 부담스러웠고 이런 자리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때 엘런의 기억 속으로 10년도 더 전의 일이 기억났다.
그건 아버지 게르슐의 손을 잡고 따라갔던 황궁 제1번대 기사단 회식 자리.
게르슐은 그 모두를 이끄는 기사단장으로서, 지금의 엘런처럼 커다란 잔을 부여잡고 건배사를 위해 입을 열었다.
그 회식 자리에서 아버지가 했던 말.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말들이 갑자기 불쑥 기억났다.
……잠시 그대로 침묵하던 엘런은 끝내 입술을 뗐다.
“살다 보면 가끔 내 주변에는 희망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당시 아버지가 했던 말.
10살도 되지 못했던 자신은 무슨 뜻인지 이해 못 했던 말.
사실 지금도 완벽히는 모르겠는 말.
엘런은 그때의 아버지를 최대한 흉내 내며 말했다.
“사실 희망은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마치 땅 위에 난 길과 같다고 얘기합니다. 지상에는 원래 길이 없었죠. 그저 땅 위를 걷는 사람이 있었고 가장 좋은 땅은 가장 많은 사람이 걸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그 땅은 길이란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엘런은 얼음장처럼 차가운 술잔을 매만지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러니 지금 가고 있는 길에 희망이 없다고 좌절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당신이 가는 길은 곧 희망이 될 것이고, 당신이 지나온 길은 이미 다른 누군가의 희망이 되고 있으니까요.”
12명이 앉은 기다란 테이블은 조용했다.
엘런은 그 침묵 속에서 나지막이 말했다.
“감사합니다.”
털썩-
그가 다시 자리에 앉고도 테이블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없었다.
그저 시에나가 옅은 미소를 지은 채 작은 박수를 보낼 뿐.
짝짝짝-
짝짝짝짝짝짝짝짝-!!
짝짝짝짝짝-!!
그것을 시작으로 테이블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가득 들어찼다.
식탁에 올라온 음식보다 박수 소리가 더 많아질 때쯤 카르디아가 벌떡 일어나 술잔을 높이 들어 올렸다.
“먹고 죽자!!”
“술 따라, 따라!”
“튀김 여기로 줘!”
“고기는 아직이야? 배고파 죽겠다고!”
식당은 이내 시끄러워졌다.
오늘이 소리를 낼 마지막 날인 것처럼.
인생 살면서 하루쯤은 이런 소란과 난동에 몸을 맡기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엘런은 그 중앙에 앉은 채 가만히 미소 지었다.
“……좋네.”
술맛도 좋고 고기 맛도 좋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좋은 밤이었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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