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122)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122화(122/354)
#122화. 외박(3)
엘런은 방에서 나가기 전에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너 가져라.”
“이게 뭔데?”
“딱 봐도 손수건이잖아.”
“그, 그러니까 이걸 나한테 왜 주는 거냐고!”
멜리는 당황하면서 곧이곧대로 엘런이 주는 걸 받아들었다.
진한 네이비 색깔의 손수건은 그 재질부터가 고급스러웠고 윤기가 흘렀으며 금색 자수가 놓아져 있었다.
아무리 봐도 하녀의 월급으로는 사기 힘들어 보이는 외견이다.
“비, 비싼 거 아니야? ”
“비쌌지.”
“네가 돈이 어딨다고 이런 걸 샀어! 처음에도 5실버만 들고 갔으면서!”
“그냥 하나 샀어. 너 주고 싶어서.”
“이, 이런다고 내가 좋아할까 봐? 네가 흘린 아이스크림 닦느라 아직도 손에 물기가 흐른다!”
엘런은 방금 자신이 준 손수건으로 손에 묻은 물기들을 모두 닦아냈다.
손수건이 좋아서 그런지 멜리의 손은 금세 건조해졌다.
“이제 쌤쌤이다?”
“야, 야!”
“잡지 마. 이제 곧 있으면 그 두 놈이 날 찾을 거야. 그전에 부모님을 봬야겠다.”
엘런은 방 안에 멜리를 남겨두고 사라졌다.
방의 주인이 사라진 지 한 달째가 되어가는 시점에서 그의 체취는 많이 사라졌다.
사실 체취라고 해봐야 설탕 냄새하고 과자 가루 밖에 없었지만서도, 그런 향은 완전히 사라져서 아예 남의 방처럼 보였다.
멜리는 그 속에서 유일하게 방 주인의 향기를 가진 물건을 얼굴로 가져갔다.
얼마나 품에 꼭 넣어뒀던 것인지 아직도 그 온기가 생생하다.
“으휴. 이제 일해야지.”
멜리는 그것을 팔뚝에 단단히 감으며 다시 한번 힘차게 대걸레를 들어 올렸다.
그리곤 금방 엘런이 사라진 자리에 혼잣말을 남겼다.
“푹 쉬다 가세요. 도련님.”
***
엘런은 본가의 최상층으로 성큼성큼 올라갔다.
이곳에는 가족들의 개인 방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었다.
당장 어머니와 아버지의 방이 이곳에 있었고, 형제들의 방도 여기 있었다.
벌컥-
마침 방문 중 하나가 부드럽게 열린다.
“엘런?”
“형.”
“오랜만이구나.”
“형하고는 특히 더 그렇지. 임무는 끝난 거야?”
카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엘런의 어깨를 턱턱 두드렸다.
“최근 네가 드디어 남자가 돼가고 있단 소식을 들었다.”
“……원래 남자였는데?”
“투쟁을 모르고 투쟁 없이 살아가는 건 남자라 할 수 없다.”
카일의 말이 그렇다면 자신의 일행 중에 가장 남자다운 놈은 따로 있었다.
어디 사막에서 올라온 여자인데 투쟁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게 실천하는 여자.
그 투쟁심 때문에 학기 초반에는 특히 고생했던 기억이 즐비했다.
엘런은 저도 모르게 살짝 미간을 좁혔다.
“그래서 여기 위층에는 왜 올라온 것이냐. 지금의 네 신분으로는 쳐다도 보기 힘든 곳인데.”
“같이 온 두 명 몰래 온 거거든.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인사를 드리고 싶었어.”
“그래. 두 분도 사실 기대하는 눈치더구나.”
“아버지가?”
“내색은 안 하셨지만,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셨다. 또 너에 관해 좋은 소식이 들려올 때면 미소를 지으시기도 했지.”
엘런은 피식하고 웃었다.
솔직히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런 강단을 내리셨으면서 걱정은 또 하고 계셨다니.
“어머니를 먼저 만나 뵙거라. 너가 떠나고 일주일 동안은 제대로 식사조차 못 하셨다.”
“당장 대문 앞에서는 영영 안 돌아와도 나쁘지 않을 거라 했던 게 어머니인데?”
“너의 6년 한량 생활을 말없이 봐주신 것만 해도, 어머니는 살아있는 성인(聖人)이라 칭해도 좋다. 그 체증이 싹 내려가는 순간이었는데 어찌 기쁘지 않으랴.”
“그래, 그래. 나도 알아들었다고.”
“그렇다면 얼른 가보거라. 그 두 명 앞에서 자리를 너무 오래 비우는 것도 좋지 않은 모습일 터.”
카일의 말이 구구절절 옳았다.
하여간 장남에다가 큰형에 맏형이라고 잔걱정, 잔소리가 덕지덕지 붙어있다.
어찌 보면 어머니인 마리아보다 더 입이 빨랐다.
잔소리를 내뱉을 때를 보면 그의 칼끝도 이것보다 빠르진 못할 듯싶다.
“그럼 가볼게.”
“그래. 일행들에겐 이사벨을 보내두마. 그것만으로도 너가 없어진 위화감이 줄어들겠지.”
“고마워.”
엘런은 카일을 뒤로하고 깊숙한 복도를 걸었다.
크레센티아의 최상층은 가족 구성원이 가득하지만 그래서 사람도 적었다.
귀족으로 살면서 너무 수행인들에게 의지하며 살지 말라는 뜻으로, 게르슐이 위층에서 사람들을 전부 물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엘런은 잠입이 아니라 그냥 대놓고 복도를 걸어서 마리아의 방까지 도착했다.
똑똑-
“들어오렴.”
문밖에 두드리지 않았음에도 이 뒤에서 자애가 흐르는 육성이 들려왔다.
문고리를 돌려서 앞을 가로막은 대문을 치워내니.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빛 아래에서 찻잔 두 개를 준비한 마리아가 보였다.
“어서 앉겠니? 차를 준비해뒀단다.”
“제가 올 줄 알고 계셨군요.”
“그럼. 우리 엘런은 겉으로 아닌 척하면서 챙길 예의는 다 챙기지 않니.”
“……칭찬인가요?”
마리아는 대답 없이 생글생글 웃으며 주전자에 담긴 차를 쪼르르 부었다.
옅은 수증기 너머로 드문드문 보이는 그녀의 미소는 이사벨과 무척이나 닮았다.
아니, 이사벨이 마리아와 닮은 것이겠지.
엘런은 마리아가 가리킨 자리로 앉았다.
곧이어 그의 앞으로 달콤한 다과와 뜨뜻한 차 한 잔이 내려왔다.
“좋아하지? 이 조합.”
“예. 하지만 최근에는 차가운 차가 더 끌리더라고요.”
“그럼 잠시만 기다려보렴. 여기 얼음이…….”
쩌저저적-
냉녹차의 찰랑이는 수면 위로 살얼음이 낀다.
단순히 찻잔을 손에 쥐는 것으로 냉차를 만든 엘런은 다과를 집어 먹었다.
“엘런 네가 정말 마법사가 되긴 됐구나.”
“차 한 잔 식힌 거 가지고 마법사라 자랑하긴 그렇죠.”
“하하핫. 우리 엘런이 학교에 가더니 겸손도 배워왔네. 너보다 뛰어난 자들을 많이 만나서 그런 거니?”
“그건 아니고요.”
엘런은 다과로 건조해진 입을 차로 적셨다.
“시간이 많지 않아서 자세한 얘기는 나누지 못하겠구나.”
“전 이렇게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요.”
“나도 그렇단다. 학교에서 별다른 일은 없었니?”
사실 매일매일이 별다른 일이다.
생각지도 못한 괴물을 잡아야 할 때도 있었고, 소 위에 올라타야 했던 때도 있었고, 팀을 짜서 괴물을 이겨야 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별다른 일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별다른 일은 평소에 그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아야 별다른 일이듯, 그냥 평상시가 이런데 이게 어찌 별다른 일일까.
그래서 엘런은 고개를 내저으며 대답했다.
“특별한 일은 없어요. 그냥 조금 피곤한 정도죠.”
“그렇다면 다행이네. 엘런 너는 피곤할 필요가 있으니.”
“그런가요.”
“그리고 못 본 사이에 몸이 많이 커졌어. 운동이라도 했니?”
“시간 때우는 용으로 조금요.”
마리아는 엘런의 몸 곳곳을 뜯어보며 감탄했다.
“시장통에서 마주하면 못 알아보고 지나칠 것 같아.”
“그 정도예요?”
“그 정도란다.”
마리아는 한 달간 몰라보게 다부져진 엘런의 몸을 두드렸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동시에 즐거운 시간이었다.
차 한 잔이 비워지고 다과 한 접시가 비워질 동안, 모자(母子)는 할 수 있는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서로가 이사벨 같은 이야기꾼은 아닌지라 대화는 차 한 잔을 끝으로 마무리되었다.
“이제 아버지께 가봐야겠어요.”
“그래. 아버지가 달라진 널 보면 어련히 좋아하시겠다.”
“그건 또 모르겠네요.”
엘런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마리아에게 고개를 꾸벅하고 숙였다.
이제 아버지를 만나 뵐 차례다.
어머니를 만날 때와는 또 다른 긴장감이 피부를 감싸고 돌았다.
엘런은 건너편 방 앞으로 가 방문을 두드렸다.
똑똑-
“아버지. 엘런입니다.”
“들어오거라.”
이렇게 아버지의 방으로 직접 찾아온 적이 얼마 만인가.
대충 10년이 다 되어가는 것 같다.
엘런은 방문을 열고 안에서 게르슐과 마주했다.
아버지는 여느 때처럼 병기를 손질 중이셨다.
게르슐이 전투에 나갈 때면 늘 전투에 들고가는 검인 ‘크레센트’.
가문을 상징하는 물건으로 수정처럼 반투명한 날과 함께 시리도록 차갑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한 달은 내가 임무를 떠나면 종종 떠나 있던 시간 아니더냐. 오랜만일 것까진 없다.”
“그것도 그렇군요.”
“인사를 올리러 왔느냐.”
엘런은 고개를 주억이며 말을 이었다.
“그 이유가 크지만, 따로 아버지께 물어볼 것들이 있습니다.”
“그보다 내가 먼저 물어야 할 것이 있어 보이는구나.”
게르슐은 크레센트를 이만 검집에 돌려보내고 엘런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랜드 소드마스터의 눈은 그 시선만으로도 상대를 베어낼 듯이 날카로웠다.
하지만 엘런에게는 무엇보다 익숙한 것.
아주 잠시간의 시간이 흐르니 게르슐은 눈에 이채를 띄며 엘런을 바라보았다.
“2차 각성의 성공을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너만의 방식으로 이뤄낸 것도 축하한다.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아주 괄목할 만한 성장이구나.”
“……감사합니다.”
게르슐은 의자에 앉은 채로 엘런의 얼굴을 흘깃 보더니 옅게 웃었다.
“예상과 다르더냐.”
“조금은요.”
“용혈 정도 먹었다고 화를 낼 정신이었다면 너의 6년을 내가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느냐. 그 정도야 아무렇지 않다.”
엘런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만나자마자 한바탕 호통을 들을 줄 알았다.
그래서 각오도 다 해놨는데, 아버지는 생각보다 너무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셨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가져가는 건데.
엘런은 살짝의 후회 속에서 자신의 질문들을 꺼냈다.
“수업 도중에 완드를 만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1학기 초반인데 벌써 그런 수업이 있단 말이냐?”
“그런 건 아니고 우연이 겹쳐서 그렇게 되었습니다.”
“계속 말해보거라.”
엘런은 아공간에서 과거에 만들고 아직까지 써본 적 없는 완드를 꺼내 들었다.
완드는 전부 수작업으로 만들었던지라 모양새는 투박했다.
하지만 그 중앙에는 완드의 외견보다 더 투박하게 생긴 조약돌이 떡하니 박혀 있다.
“그, 그건…….”
게르슐도 순간 말을 더듬을 정도의 보석.
신이 존재한다는 증거로 써도 무방할 가치의 녀석.
그 이름도 찬란한 오리하르콘이다.
게르슐은 눈을 커다랗게 뜬 채 한동안 말이 없다가, 커다란 손으로 그 표면을 쓸어보았다.
두 번 보고 세 번 보아도 오리하르콘이 맞았다.
“네가 이걸 대체 어디서 났느냐.”
“총장님을 만나 뵙던 적이 있었습니다.”
“총장이라면…….”
게르슐은 그 얼굴을 알고 있는지 고개를 주억였다.
설명은 이걸로 된 듯했다.
총장이라는 인물 하나로 모든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한다.
“그녀가 따로 덧붙인 말은 없었느냐.”
“난 돌려줬으니까 약속은 지킨 거라고.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역시 그렇구나.”
“뭔가 짚이는 구석이 있으십니까.”
게르슐은 엘런이 책상 위에 내려두었던 완드를 다시금 그에게 밀었다.
“가지거라. 싫으나 좋으나 네가 만들었으니 간수는 너의 몫이다.”
“알겠습니다.”
엘런은 일단 그의 말대로 완드를 챙겨 넣었다.
그 모습을 잠시간 바라보던 게르슐은 말을 이었다.
“지금 네가 가지고 있는 오리하르콘은 본래 크레센티아의 것이었다.”
“아마 그럴 거라고 어림짐작은 했습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오리하르콘을 선뜻 내놓을 위인은 없을 테니까요.”
“그렇겠지. 사실 총장 정도 되는 인물이니까 오리하르콘도 턱턱 내놓은 것이다.”
“그럼 저희의 것이었던 게 왜 총장님의 손에 있던 것이죠?”
게르슐은 고개를 저었다.
엘런은 순간 그 안에 담긴 뜻을 알 수 없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숨겨진 뜻이란 건 없었다.
“나도 모른다. 단서처럼 알고 있는 건 그저 초대 가주님과 관련이 있다는 것뿐. 그리고 이것이 원래 우리의 소유였다는 초대 가주님의 편지가 있으셨다.”
“초대 가주님…….”
“정확한 내막은 초대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총장만이 알고 있겠지.”
“나중에 기회가 되면 총장님께 꼭 물어보겠습니다.”
“그러거라.”
아직 두 다리가 땅에 단단히 붙어있는 자신의 막내아들.
게르슐은 등을 의자에 뉘인 채 말했다.
“아직 할 말이 더 남아있구나.”
“그렇습니다.”
“해보거라.”
엘런은 아공간에서 완드 대신 또 다른 의문거리를 꺼내 보였다.
그것은 엘리스가 일전에 만들어준 빙장미.
“제게 가문의 비기를 배울 수 있는 권리를 돌려주세요.”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59-4
이 책의 모든 내용에 대한 편집권은 저자와의 계약에 의해 ㈜알에스미디어에 있으므로 무단 복제, 수정, 배포 행위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