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125)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125화(125/354)
#125화. 외박(6)
라제나는 그 길로 가축을 도둑맞았다는 마을에 성큼성큼 도착했다.
농업은 물론이고 생업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가축들이 하룻밤 사이에 사라지니, 사람들의 얼굴은 당연하게도 무척이나 어두웠다.
그나마 살아갈 힘을 내는 건 그들에게 크레센티아가 어느 정도의 가축들을 나눠주었기 때문이다.
본래 제국의 백작가가 할 일은 아니었으나 이런 구휼에 여타 귀족들은 관심이 없다.
되려 뺏으려면 뺏었지 제 품에 있는 걸 나눠주는 귀족은 보기 드물기 때문이다.
라제나는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이쪽으로 따끔거리는 눈빛들이 꽂히는 걸 보았다.
“외부인에 대한 경계가 심하군.”
이유야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근래 도둑이 든 마을은 그 경계가 삼엄해지기 마련이니.
보급받은 가축이라도 뺏기지 않기 위해 축사나 외양간 앞으로는 주민들이 눈에 불을 켜고 서 있었다.
라제나는 그 앞으로 다가갔다.
“외부인은 여기 근처로 오면 안 돼.”
“그러니까 물러서라. 괜히 얻어터지고 싶지 않다면.”
“그리 날카롭게 반응하실 것들 없습니다. 저는 범인을 잡기 위해 여기 왔으니까요.”
“범인을?”
라제나는 고개를 주억이며 품에서 크레센티아가 발행한 퀘스트 안내서를 꺼내 들었다.
“크레센티아 백작가에서 저에게 보낸 퀘스트 안내서입니다.”
“지, 진짜구만. 정말 크레센티아 백작가의 인장이야.”
“그, 그렇다면 혹시 성함을 여쭤봐도…….”
“라제나 히로. 제국 아카데미 1학년 생도입니다.”
“제, 제, 제국 아카데미!”
크레센티아에서 보낸 것도 모자라 제국 아카데미의 학생이라니!
축사 앞에 서 있던 두 명의 주민은 놀라운 표정과 함께 한껏 밝아진 얼굴로 길을 텄다.
“드, 들어가십시오!”
“그 도둑놈들 좀 꼭 좀 잡아주세요. 그 새끼들 때문에 이번 겨울은 단체로 굶게 생겼어요.”
“물론입니다. 그러려고 제가 여기 온 것이니 걱정은 잠시 놓으십시오.”
라제나는 축사 안으로 발길을 들였다.
여기서부터 흔적의 수색은 시작된다.
축사의 안은 꽤나 커다랬지만, 우리 몇 개가 텅 비어 있었다.
대략 10마리쯤 되는 돼지가 축사에 살고 있었으나 저건 모두 크레센티아가 보급해준 가축들이다.
‘도둑들이 다녀간 뒤에는 여기가 텅 비어 있었다는 소리인데.’
축사의 크기를 보니 서른 마리도 넉넉히 담을 만할 것 같다.
제국 수도 인근에 위치한 마을이라고 다른 마을과의 차이가 대단했다.
라제나는 뒤에 선 주민들에게 물었다.
“도둑이 가축들을 훔쳐가는데 일절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네, 네. 그놈들이 어찌나 귀신 같은지 동물 발소리 하나 들은 사람이 없어요.”
“밤중인 만큼 마을에 경비가 돌고 있었을 텐데요. 그분도 목격한 게 일절 없다고 했습니까?”
“그래서 저희도 가장 먼저 그날 경비를 선 사람에게 물어보려 했는데 별 소득이 없었습니다.”
라제나는 여전히 축사를 훑어보며 입술을 떼었다.
“소득이 없었다는 건 무슨 뜻이죠.”
“도둑들이 경비들을 전부 기절시켜서 구석에 눕혀두었습니다. 그들이 깨어날 때쯤에는 상황이 모두 종료되어 있었어요.”
“경비가 몇 명쯤이죠.”
“밤에는 열 명 정도가 마을을 순찰합니다.”
그럼 열 명 모두가 기절했다?
아무런 흔적도 없이?
대단한 실력의 암살자가 아니고서야 하기 힘든 일이다.
“기절한 경비들은 어떻게 기절한 겁니까. 뒤에서 급습을 당한 건가요?”
“그것 또한 물어보았는데……. 그것이…….”
“괜찮으니까 편하게 대답해 주시면 됩니다.”
조금 망설이던 주민은 끝내 입을 열었다.
“갑작스레 굉장히 졸린 느낌이 들었고 눈만 무겁게 끔뻑이고 있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까 어느새 아침이었다고 합니다. 깨어나고 보니 마을 뒷구석에 누워 있었고요.”
“확실히 이해하기 힘든 말이군요.”
“죄,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큰 도움이 됐습니다.
라제나는 두 사람의 답변을 머리에서 곱씹다가 말을 이었다.
“저 이전에 해결사로 왔던 용병들은 어떻게 사건을 풀어나가던가요.”
“그, 글쎄요. 매복을 하던 사람도 있었고 함정을 놓던 사람도 있었는데 모두 실패해버렸습니다.”
“맞습니다. 그들 모두 경비처럼 잠들어서 쓰러진 뒤였거든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했다.
“감사합니다. 두 분은 이제 나가주셔도 됩니다.”
“네, 넵! 수고하십쇼.”
라제나는 이제 혼자 남은 축사에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보통 도둑들은 사람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경비는 물론이고 훔치려는 집에 있는 사람도 웬만해선 가만히 내버려 둔다.
금품을 비롯해서 목적한 것만 훔치고 달아나는 게 보통인데…….
“이 도둑들은 눈앞에 거슬리는 건 모두 치우고 달아났다. 게다가 열 명의 경비를 의심스러운 구석이 생길 새도 없이 기절시켰어.”
보통 열 명이나 되면 서로서로 마주칠 법도 하기에, 모든 경비를 빠르게 기절시키지 못했다면 누군가 낌새를 눈치챘을 것이다.
“최소 다섯인가.”
라제나는 도둑들의 수를 특정지으며 축사를 돌아보았다.
“보통 도둑은 아니야. 맨몸으로 왔다면 그 많은 가축을 단숨에 소리소문없이 훔칠 수는 없다.”
아무리 모든 경비를 무력화시켰다고 해도 이렇게 사람이 많은 마을은 모두가 잠들기 힘들었다.
누군가 잠들면 누군가는 깨어난다.
그 사람들도 속여야 하는 도둑의 입장에선 최대한 조용한 루트를 찾아야 할 터.
라제나는 축사에서 벗어나 그 주위를 훑어보았다.
“축사의 악취 때문인지 근처에는 민가가 없군.”
되려 이 부근만 외양간과 마구간, 축사가 즐비했다.
그러니 도둑들의 입장에선 구태여 여러 군데 들릴 필요 없이 이곳만 털면 끝이다.
“마을의 주민들도 너무 안일했어.”
지금에서야 경비 수는 대폭 늘어났겠지만, 도둑들이 오기 전에는 열 명이 전부였다.
그야말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와 다름없다.
제국 수도 근처라고 해서 높은 치안율이 보장된 게 아니다.
주민들은 고착 열 명의 경비와 곳곳의 자물쇠, 담장으로 난공불락의 성을 만들었다 생각한 것이다.
라제나는 살짝 한숨을 내쉬며 마력을 끌어왔다.
기감을 돋구면서 모든 감각이 예민해지고, 안 보이던 것이 보이며 보였던 건 더욱 뚜렷해진다.
“흔적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
만약 사람을 옮겼다면 몰라도 둔한 동물들을 그렇게 많이 옮겼는데 흔적이 없다는 건 그게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여기서 마을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통로는 대략 100M 바깥.”
저곳까진 동물들을 끌고 가야 했을 거다.
여기서 가장 문제 되는 건 의심의 여지 없이 동물들이 내는 소음이었다.
라제나는 축사에서 마을 입구까지 가는 길을 샅샅이 뒤져보았다.
범위를 좁히고 또 좁히다 보니 무언가 발견되는 것들이 하나둘 생겨난다.
“깨진 유리 조각인가.”
조각은 날카로웠지만, 그 두께가 두터웠다.
충격에서 내용물을 보호하기 위함이겠지만 결국은 깨져버렸다.
그 겉면에 각질처럼 눌어붙은 무언가.
“이 냄새는 분명…….”
포션 용액이다.
근 몇 주간 포션을 만들기 위해 솥 앞에서 주걱을 잡고, 줄기차게 저었던 걸 생각하면 착각할 수가 없는 냄새다.
“무슨 포션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이번 범죄와 연관성이 있다.”
라제나는 일단 그것을 투명한 주머니에 담아 아공간에 넣어두었다.
단서를 확보해서 사건에 진전이 생겼으나 라제나의 얼굴은 짐짓 어두웠다.
마법 포션은 아무리 싼 것이라도 최소 골드 단위의 돈을 필요로 한다.
마시거나 던져서 깨뜨리는 단순한 행동만으로도, 고등위의 마법마저 펼칠 수 있게 해주는 게 포션이기 때문이다.
마법을 조금도 알지 못하는 무지렁이라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도둑들도 알고 있었다.
포션을 사용하면 도둑질이 몇 배는 쉬워질 거라는 걸.
하지만 도둑이 왜 도둑질을 하겠나.
다른 이유를 댈 것도 없이 가난함이 그 첫 번째 이유다.
포션을 살 만한 재력이 있다면 굳이 도둑질하지 않았을 것이고, 설령 한다 해도 이런 가축을 훔치진 않았을 것이다.
이 말인즉슨.
“진정한 목적은 가축이 아니란 소리인가.”
가축을 훔침으로써 얻어지는 다른 이득이 도둑들의 목적인 듯하다.
“그 다른 이득은 과연 뭘까.”
가축을 다른 지역에 되파는 것인가?
이게 아닌 다른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어찌 됐든 직접 잡아서 심문하면 그 답을 알 수 있었다.
지금은 놈들이 수면 아래에 몸을 숨기고 있지만, 그쯤이야 목덜미를 잡아서 끌어올리면 그만이다.
“가축이 또 생겼다는 걸 그들도 알겠지.”
가장 급한 사정이 있었던 이 마을에게 크레센티아가 우선하여 가축을 보급했기에, 다른 마을은 가축의 꼬랑지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즉, 도둑들도 이 마을이 아니면 더 이상 훔칠 게 없다는 소리다.
“점점 짧아지고 있는 주기대로라면 당장 오늘 밤에도 도둑들이 찾아올 수 있다.”
그렇다면 매복이 필수적이었다.
라제나는 최근에 돼지들이 보급된 축사 지붕 위로 단숨에 올라탔다.
여기서 눈을 붙이고 밤까지 죽은 듯이 기다리면 도둑들이 올 때 재빨리 현장 검거한다.
라제나는 인내에 인내를 더해서 어둑어둑한 밤까지 시간을 지새웠다.
***
……피부의 털이 곤두선다.
번뜩-
라제나의 눈이 화악 뜨여지며 그 홍안이 하늘 위에 뜬 달을 마주 보았다.
밤이 찾아왔다.
여인의 미소와 같이 아리따운 초승달이 하나의 작품처럼 내걸린 밤하늘은, 느긋하게 감상할 만했으나 적어도 오늘은 아니었다.
‘인기척이 들린다.’
아주 미세했지만, 분명히 그러했다.
축사 안으로 이어진 발소리는 이 안에 범인이 있음을 확실하게 알려주었다.
‘얼굴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라제나는 조용히 지붕 위에서 움직여 벽면에 난 창문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 너머로 고개를 내밀어 내부를 확인한다.
‘……도둑의 인상착의는 아닌 듯한데.’
도둑이라고 단정 짓기엔 옷이 너무 나풀거린다.
본래 도둑이라 하면 불필요한 저항이나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군더더기 없는 흑색 옷들을 애용한다.
그런데 저 도둑은 늘어진 소매와 함께 바닥과 닿을락 말락 하는 길이의 옷을 입었다.
심지어 티끌 하나 없는 순백색의 옷은 일련 성스러운 느낌마저 주었다.
비록 후드를 깊게 눌러썼으나 겉모습은 신실한 사제라 해도 믿을 듯하다.
라제나는 이후로도 숨을 죽인 채 도둑의 범행을 지켜보았다.
스으윽- 뽕-
도둑은 둥그런 병 하나를 꺼내 마개를 열더니 그 냄새를 축사 안으로 퍼뜨렸다.
돼지들은 허공에 섞인 색다른 냄새에 코를 킁킁거렸고 더욱 폐 안으로 들이마셨다.
그 순간 실없이 꿀꿀거리던 돼지들이 조용해졌다.
그리곤 도둑의 손짓에 따라 저벅저벅 걸어가는 게 아닌가.
마치 동화 속에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도둑은 돼지들을 일렬로 이끌고 축사에서 빠져나왔다.
‘듣도 보도 못한 수법이다.’
대체 저 포션의 정체가 뭐길래 가축들이 정신 못 차리고 도둑을 따라가는 걸까.
저 포션병이 낮에 주웠던 유리 조각과 같은 것일까.
라제나는 다시금 지붕 위로 올라가 도둑을 내려다보았다.
이미 축사 주변은 잠들어버린 경비들로 가득했다.
‘가져갈 가축들의 수가 적어서 혼자 온 것 같다만.’
이제 그걸 후회하게 될 것이다.
라제나는 지붕 위에서 아지랑이가 일렁일 듯이 뜨거운 마력을 뿜어내었다.
그의 손 위로 불덩이가 만들어지고, 그것은 곧 태양의 자리를 대신하듯 허공으로 떠올랐다.
라제나는 말했다.
“당신이 저희 학교의 장학생이 아닌 이상 피하기 힘들 겁니다.”
화르르르르르륵-!!
불덩이가 도둑에게 하늘을 가로지르며 날아들었다.
지붕에서 저격하듯 쏘아진 불덩이는 유성처럼 도둑을 직격했다.
찌이익-!
그 열기를 감지한 도둑은 품에서 스크롤을 꺼내고 단숨에 찢었다.
스크롤에서 푸르른 마력이 몸을 비집고 나온다.
그 마력은 입을 쩌억 하고 벌려 라제나의 불덩이를 자신의 빛으로 집어삼켰다.
이런 기습에도 당황하는 기색 없이 깔끔하다.
“역시 평범한 도둑은 아니군요.”
지붕 위에 있는 라제나의 말을 듣기라도 한 것인지.
도둑은 말없이 자신의 손등을 들어 보였다.
총구를 조준하듯 라제나에게 손등을 맞춰진 손등에서 자주색 빛이 튀어나왔다.
일순간 번쩍임이라 해도 좋을 만큼 짧은 시간이었다.
“…….”
라제나의 눈에서 동공이 희미해지고, 그 사이사이에 끼어있던 총기가 흩어졌다.
그는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처럼 눈을 뒤집더니, 이내 지붕에서 떨어져 바닥으로 엎어졌다.
그 최후를 눈에 담은 도둑은 출발할 때처럼 유유히 마을에서 사라졌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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