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129)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129화(129/354)
#129화. 외박(10)
엘런은 제국의 숲을 빠져나왔다.
라제나와 카르디아, 시에나는 아직도 꿈나라를 여행 중이기에 엘런은 프로스트 골렘을 꺼내서 그들을 옮겼다.
골렘이 자연스레 내뿜는 냉기 탓에 몸을 으슬으슬 떨긴 하지만 뭐 어떤가.
크레센티아 저택까지 가는 데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 골렘으로는 제국의 수도 성문을 통과할 수 없었다.
“오랜만에 개구멍으로 가야겠네.”
엘런은 골렘을 움직여서 크레센티아의 개구멍으로 향했다.
이곳은 정말 개구멍이 아니다.
오히려 멀쩡한 문이 달려 있고 크레센티아의 인장마저 떡하니 새겨져 있다.
다만 이 뒷문은 수풀에 가려져 있을 뿐더러, 이 문의 위치를 아는 사람은 가문 사람밖에 없었다.
본래 이 개구멍은 저택에서 비상 탈출할 때를 대비해 만들어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문을 통과하면 지하를 통해 수도를 가로질러 크레센티아 저택까지 갈 수 있었다.
“아으, 축축해.”
지하에 만들어둔 통로 탓에 여긴 습기가 가득했고 바닥은 질척거렸다.
엘런은 프로스트 골렘의 몸을 최대한 줄여서 안으로 들여보냈다.
“음냐음냐…….”
중간중간 카르디아의 잠꼬대를 들으며 엘런은 10분간 꾸준히 지하 통로를 걸었다.
그러다 보니 통로는 점차 좁아졌고 문에 다다랐을 때쯤 골렘은 천장과 벽면에 꽉 끼일 것 같았다.
이제부턴 혼자만의 힘으로 해내야 한다.
“이제 골렘은 못 쓰겠네.”
엘런은 술을 거하게 마신 친구들을 챙기는 것처럼 셋을 업어 들었다.
물론 일반적으로 사람 셋을 동시에 업는 건 불가능하기에 체인을 이용해야 했다.
촤르르르르르-
엘런은 체인으로 셋을 묶고 단단히 자신에게 결박시킨 후 뒷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지나다니는 사람은 없었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여긴 가문의 지하실로 이곳은 일등 집사가 아니고서야 드나들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엘런은 지하실에 마련된 사병들의 무구들을 지나쳐서 저택으로 올라왔다.
“더럽게 무겁네.”
일련의 욕지거리와 함께 엘런은 그들의 방으로 움직였다.
어차피 곧 있으면 생활 구역으로 돌아가야 하기에 셋을 한 침대에 뉘인 엘런은 뻐근해진 어깨를 천천히 돌렸다.
“다행히 잘들 자는구만.”
만약에 이놈들이 옮기는 와중에 깨어났다면 둘러댈 변명이 없었다.
게다가 지금의 눈에 띄는 머리색도 마찬가지다.
이사벨은 아마도 염색약이 어딨는지 알고 있거나 갖고 있을 거다.
엘런은 자신의 은발을 손으로 가볍게 쓸어넘겼다.
“후우…….”
생활 구역까지 돌아가기까지 남은 시간은 대략 한 시간 정도.
엘런은 이사벨의 방으로 올라갔다.
여긴 그녀의 방에서도 두 번째 방으로 보통 이사벨이 개인 업무를 볼 때 사용하는 방이다.
적어도 새벽 두 시까진 일하는 이사벨이기에 아직 여기에 있을 거다.
똑똑똑-
“누나, 나야.”
“들어와, 들어와!”
엘런은 문을 열었다.
이런 밤인데도 여전히 높은 텐션이다.
얼굴은 서류 더미를 처리하느라 살짝 피곤해 보였지만서도 눈은 계속해서 생글거렸다.
“도둑은 잡았어?”
“잡을 뻔했는데 놓쳤어.”
“……너희 네 명이서도?”
“얘기를 들어봐.”
엘런은 30분 동안 숲에서 있었던 얘기를 그녀에게 했다.
사제 같은 복장으로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해대며, 더욱 이해할 수 없는 힘을 써대던 여자는 통성명 후 홀연히 사라졌다.
그 이해할 수 없는 힘은 셋을 단숨에 재워버렸고 공간을 뒤틀어 총탄을 없앴으며 상처마저 기겁할 속도로 회복했다.
그야말로 어디서도 들은 적 없던 힘이었다.
이사벨은 엘런의 이야기를 깊게 경청하면서 고개를 주억였다.
“확실히 머리가 어질거리는 얘기들이네. 공간을 뒤틀고 사람들을 억지로 잠에 빠지게 했다라……. 그럼 나도 잠들어버리려나?”
“글쎄. 하지만 누나마저 잠든다면 좀 놀랄 것 같은데.”
이사벨은 마탑의 학파장이다.
다만 평범한 학파장은 아니었다.
마탑 최연소 학파장인데다가 마탑에서도 가장 영향력 있는 열 개의 학파 중 하나다.
그런 이사벨도 베시미아의 힘에 잠든다면, 이 세상에 그 힘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천정부지로 줄어들 게 된다.
잠시 턱을 괴고 있던 이사벨이 말을 이었다.
“베시미아란 여자가 어떤 신을 모시고 있다 했단 말이지?”
“응. 자신이 들고 있던 수정구를 신처럼 생각하는 듯했어.”
“수정구라……. 혹시 다른 흔적은 없었니? 문양이나 인장 같은 거.”
엘런은 기억을 더듬어 보다가 찰나와 같은 순간에 자색 빛을 남발했던 그것을 떠올렸다.
“하나 있긴 해.”
“여기 그려볼래?”
이사벨은 곧장 근처에 있던 종이와 펜을 들이밀었다.
이 세상에서 그의 기억만큼 믿을 만한 건 없었다.
엘런은 고민도 하지 않고 곧장 베시미아의 손등에 새겨져 있던 문양을 종이로 옮겨 적었다.
라제나가 문양의 모습을 떠올리려 하면 두통을 호소했던 것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엘런이 그린 문양은 퍽 기괴했다.
원 안에 그려진 오망성과 그 위에 새겨진 용의 머리뼈.
“이 문양에서 자색 빛이 나오자마자 세 명이 잠들어 버렸어.”
“엘런은 왜 잠들지 않았는데?”
그건 엘런 또한 의문이었다.
아마 지금껏 생긴 의문 속에서 가장 커다란 것일 게 분명했다.
왜 자신은 잠들지 않았을까.
“베시미아란 여자의 말로는 내가 신을 모실 수 있는 사제의 자격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대.”
“흐응……. 아주 의문투성이네.”
“다만 알 수 있었던 건 웬만한 공격으로는 그 여자의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없다는 거야.”
라제나의 칼날도 그랬고 자신의 총알도 그랬다.
둘 모두 눈앞에 적을 간단히 우그러뜨릴 수 있었는데 그 사제는 손등의 문양으로 결과를 뒤바꾸었다.
“빙살이 아니었으면 거기서 죽었을지도 몰라.”
“빙살? 빙살을 성공한 거야?”
“그럼. 다치지 않고 성공했지.”
한참을 문양에 집중하던 이사벨의 눈이 엘런의 팔로 향했다.
아직 욱신거리는 팔이지만 확실히 처음 썼을 때처럼 피투성이는 아니었다.
엘런의 안에 있는 음기까지 확인한 이사벨은 그제서야 안심했다.
그와 동시에 혀를 내둘렀다.
“빙살을 두 번 만에 거의 완벽하게 성공시키다니! 이건 카일 오빠도 그렇고 나도 엘리스도 일주일 내내 끙끙 앓았던 기술인데!”
정말 그러했다.
가문의 비기를 배워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을 때, 과거의 셋은 그 헤아리기 힘든 난이도에 이를 악물었다.
이론도 이론대로 어려웠지만 2차 각성을 끝낸 새것 같은 몸에 적응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우리보다 타고난 음기도 훨씬 많아서 엄청 컨트롤하기 어려웠을 텐데! 그 비법이 뭐야? 응? 누나도 알려주라~!”
“그냥 음기가 지나다니는 회로의 길을 전부 외우면 돼.”
“헙…….”
이사벨의 입이 순간 저절로 다물어졌다.
“그, 그게 돼?”
“이제 와서 뭘 그래. 이상한 데서 놀라지 말고 이 문양이나 잘 조사해줘.”
“그래! 이 문양은 내가 한번 조사해볼게.”
“고마워. 그리고 부탁할 게 또 있어.”
“응? 뭔데?”
엘런은 자신의 머리칼을 쿡쿡 가리켰다.
“이거 다시 바꿔놔야지.”
“아, 맞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몰라봤네!”
평생 그를 봐왔던 이사벨이니까 자연스러운 거지, 만약 학교 학생들이 봤다면 기겁할 만한 머리색이다.
그만큼 대륙에서 크레센티아의 은발은 황권만큼이나 그 영향력이 거셌다.
이사벨은 아공간에서 염색 스프레이를 꺼냈다.
쏴아아아아아-
그렇게 몇 초간 스프레이를 머리로 휙휙 뿌리니 머리색은 다시금…… 돌아오지 않았다.
“뭐야. 이거 왜 이래?”
“그, 그러게? 이게 왜 이러지? 갑자기 맛이 갔나?”
“잠깐만 이리 줘봐.”
엘런은 이사벨의 손에서 스프레이를 뺏고는 그곳에 적힌 설명문을 읽어내려갔다.
[반년에 한 번 정도씩 뿌려주셔야 스프레이의 착색이 더욱 빠르게 이루어집니다. 짧은 주기로 스프레이를 사용하시면 착색 시간이 길어집니다.]“……젠장.”
“그, 그럼 어떡하지? 이제 곧 생활 구역으로 돌아가야 하잖아!”
“어차피 밤이라 밖에는 사람이 없을 거야. 구석으로 잘 돌아가면 돼. 내일 아침까진 어떻게 착색이 되겠지.”
“그럼 얼른 가봐! 이제 12시까진 20분밖에 안 남았다구!”
엘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다.
엘런은 이사벨의 방을 떠나기 전에 잠시 뒤를 돌아 말을 이었다.
“라제나의 퀘스트는 클리어로 해줘.”
“그럼! 당연하지!”
“그리고 추가 보수도 좀 얹어주고.”
“오올~ 엘런이 이렇게 챙기는 친구면 엄청 좋은 학생인가 보네? 알았어! 이 누나가 보수금은 섭섭지 않게 챙겨주지!”
챙기기는 무슨.
어차피 라제나의 보수금이 곧 자신의 돈이다.
엘런은 가볍게 웃으며 이사벨에게 손짓했다.
“다음에 보자.”
“응! 잘 가! 우리 동생! 가서 몸조심하고, 친구랑 싸우지 말고, 교수님 말 잘 듣고, 또…….”
잔소리 폭탄이 이어지기 전에 엘런은 하루빨리 방문을 닫고 나왔다.
이제 남은 시간은 15분 정도다.
품에서 텔레포트 스크롤을 꺼낸 엘런은 다시금 방으로 돌아왔다.
나머지 셋의 텔레포트 스크롤과의 마력을 자신의 것과 연결한다.
그러면 하나만 찢어도 동시에 텔레포트가 가능했다.
엘런은 스크롤을 좌우로 찢어버리기 전에 잠시 우뚝 멈춰 섰다.
“막상 떠나려니까 또 아쉽네.”
처음에는 별 감상 없이 돌아온 집이었다.
하지만 평생을 산 집은 역시 중앙성과 달랐고 또 편안했으며 달콤했다.
어쩌면 디저트보다 더욱더 달았을지도 모른다.
“얼른 졸업하고 돌아오는 거야.”
엘런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금 스크롤을 잡았다.
이젠 정말로 떠날 시간이다.
찌익-!
슈화아아아아아-
***
생활 구역으로 돌아왔다.
처음 출발했던 곳이 광장이니만큼 도착지도 중앙 광장이었으나 다행히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내일은 월요일인 만큼 일찍 일어나야 했기에 다들 잠이 든 것이다.
엘런은 코앞에 있는 중앙성과 옆에 널브러진 셋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냥 성에서 재워야 하나.”
엘런은 갈등했지만 곧이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그럴 순 없지.”
온전히 휴식만이 존재하는 자신의 공간에 타인을 들일 순 없다.
잠깐 손님으로 있다 가는 건 괜찮지만 여기서 아예 잠을 잔다고?
절대 그렇게 둘 순 없다.
엘런은 다시금 체인으로 셋을 들어 올리며 길을 걸었다.
다행히 셋의 기숙사 위치는 모두 알고 있었다.
엘런은 제일 먼저 카르디아를 기숙사에 던져넣었다.
그녀의 기숙사에 제일 먼저 온 이유는 단연 하나였다.
얘가 가장 무거웠으니까.
“몸도 호리호리한 게 대체 어디가 무거운 거야.”
“에윽…….”
카르디아는 침대 위에 엎어지자마자 입을 쩝쩝 다시며 입가에 들러붙은 머리카락을 떼어냈다.
“이럴 거면 그냥 나도 잠들어버릴 걸 그랬네.”
엘런은 ‘후우’ 하고 숨을 내쉬며 나머지 두 명의 기숙사로 향했다.
두 번째로 무거운 라제나를 처리한 엘런은 잠시 그의 방을 둘러보았다.
자신의 방과 아주 비교될 만큼 깨끗하고 청결했으며 식탁 위에는 먼지 한 톨 없었다.
“쓸데없이 깨끗하네.”
엘런은 쯧 하고 혀를 차며 마지막으로 시에나의 기숙사에 들렀다.
이놈만 눕히면 드디어 자신도 침대에 누울 수 있다.
침대를 찾은 엘런은 그 위에 시에나를 잘 눕혀주었다.
“드디어 끝났다.”
시에나까지 눕히고 나니 쌓여있던 피로가 한 번에 몰려온다.
엘런은 중앙성으로 돌아가기 위해 뒤로 돌아섰다.
이제 문을 열고 떠나려는데.
“으으응…….”
시에나의 콧소리가 뒤에서 옅게 흘러나온다.
엘런은 살짝 고개를 돌렸다.
살며시 떠진 눈 안으로 녹색의 동공이 반쯤 뜨여있다.
하지만 그 색은 흐릿하고 탁했으며 보기에 어지러웠다.
아직 수정구가 내뿜던 자색 빛이 머리에서 가시지 않은 모양이다.
‘이 틈에 얼른 나가자.’
그의 손이 문고리를 부여잡았다.
하지만 뒤통수로 실타래같이 보드라운 목소리가 맞닿는다.
“엘런……?”
“…….”
X됐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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