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131)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131화(131/354)
#131화.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곳(1)
눈앞의 풍경은 혼란했다.
피처럼 붉은 하늘과 함께 그 중앙에 높이 뜬 달은 평소 보던 것보다 다섯 배는 커다랬다.
본래 있던 자리에서 달이 성큼 다가온 듯하다.
그 붉은 하늘과 함께 제 옷도 갈아입은 그것은 홍월(紅月)의 자태를 유감없이 뽐냈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하늘의 달뿐만이 아니었다.
어떤 유적이 있던 걸로 보이는 땅은 부서진 잔해로 가득했고 잘 가공된 돌바닥이 단단했다.
평소 보지 못했고 보지 못해야 할 것들로 넘쳐난 이곳은 호크의 말마따나 마경이라 칭하기 충분했다.
“근데 교실에서 갑자기 마경으로 이동한 게 말이 되나……?”
어떤 학생이 무심코 내뱉은 중얼거림이 호크의 귀로 들어간다.
그는 짓고 있던 미소 그대로 해당 학생을 돌아보았다.
“물론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 그럼 여긴 어떻게 된 거죠?”
“요컨대 세트장이라 할 수 있겠군요.”
“세트장……이요?”
호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바닥에 널브러진 잔해 하나를 집어 들었다.
고대에는 이것도 어떤 건축물의 일부였을 돌조각은 호크의 손 위에서 굴러다녔다.
“여긴 학교 소유의 무인도입니다. 그 무인도를 총장님의 마법으로 한껏 마경처럼 꽃단장을 한 것이죠.”
“그, 그럼 저 하늘도?”
“맞습니다. 환상 마법의 일부분이죠. 이 섬을 만들 때는 에치먼 가문에게 자문을 구했기 때문에 고증이나 현실감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굳이 말 안 해도 마경의 현실감은 학생들의 피부로 느껴지고 있었다.
공간이 갑작스레 바뀌게 되면 기후의 변화와 공기의 흐름이 제일 먼저 뒤바뀌게 된다.
이젠 텔레포트가 일상이 된 학생들에게서 그런 변화는 익숙했으나 이번에는 뭔가 달랐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카르디아는 자신의 팔뚝을 쓸어 만지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사방에 적이 있는 느낌이야.”
“동감이니라. 분명 기감에 잡히는 적은 없거늘.”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기분도 드는군요. 미행이 붙었을 때와 같습니다.”
“그렇게까지?”
셋의 반응에 엘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들이 말하는 느낌이나 기분이 엘런에겐 조금도 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교실보다 조금 더운 곳에 왔다는 감상밖에 들지 않았다.
엘런은 주위의 학생들을 돌아보았다.
“으으……. 뭔가 기분 나빠.”
“적진 한복판에 던져진 것 같네.”
“마력을 끌어올려도 똑같네. 이게 마경인가?”
들리는 목소리를 보아하니 여타 학생들도 여기 셋처럼 피부로 와닿는 뭔가가 있는 모양이다.
호크는 말했다.
“여러분들이 느끼고 있는 모든 것이 마경의 특징입니다. 마경은 그 영역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항상 적에게 노려지고 있다는 느낌이 가시질 않죠.”
“꿀꺽…….”
어디서 침 넘기는 소리와 들려오고, 호크는 따라오라는 손짓과 함께 길을 걸었다.
“적에게 노려진다는 느낌은 말 그대로 느낌입니다. 실제로 자신을 노리고 있는 적은 없을 수도 있죠.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마경은 언제 습격받고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게 없기에 마수 사냥꾼은 긴장을 놓지 못합니다.”
허상과 진실의 딜레마.
아까부터 계속 위험의 경종을 치고 있는 육감은 과연 진짜인가?
그냥 아까부터 계속 이어져 오던 기분 나쁜 느낌이 아닐까?
“마수 사냥꾼은 그렇게 자신을 끊임없이 의심하다가 결국은 어느 한순간 긴장을 풀고 맙니다.”
“그, 그럼 어떻게 되는 거죠……?”
호크는 빙긋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대부분 죽습니다. 아주 처참하게요.”
마수 사냥꾼 가문 에치먼으로 인생의 대부분을 살아온 호크는 그 참상을 여럿 볼 수밖에 없었다.
그때마다 다음은 자신의 차례가 될 거라는 생각 또한 지울 수 없었다.
“사지가 찢긴 시체도 있고, 목만 없어진 시체도 있었고, 뼈만 남은 것도 있었습니다. 아니면 연한 내장만 빨아먹어서 내용물이 텅 빈 시체도 있었죠. 마경의 주민들은 입맛이 다양하거든요.”
“그, 근데 교수님. 저희는 아까부터 어딜 가는 건가요?”
“좋은 질문입니다.”
호크는 아까부터 계속 움직이던 발을 멈춰 섰다.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제가 질문으로 대답해야겠군요. 제가 교실에서 말했듯, 프로들은 속성 마법보다 보조 마법에서 더욱 멀린 수식을 사용합니다. 이유를 말씀해주실 학생분 계십니까?”
번쩍-!
이런 침침한 분위기의 마경 속에서도 학생들의 손은 높이 들어 올려졌다.
호크는 개중에서 하나를 뽑았다.
“말씀해보시죠.”
“라제나 히로입니다. 프로들이 속성 마법보다 보조 마법에서 멀린 수식을 선호하는 이유는 단순히 난이도가 비교적 쉬워지기도 하고, 속성 마법보다 고점은 낮지만 적은 리스크로 부담 없이 시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확합니다. 그럼 거기 옆에 있는 엘런 학생.”
“……네.”
“라제나 학생이 말한 이유를 견식 시켜준다면서 저는 왜 뜬금없이 마경으로 왔을까요. 그 이유를 설명해줄 수 있겠습니까?”
엘런은 잠시 고민했다.
마경과 보조 마법에 밀접한 관련이 있었나?
아니면 단순히 호크가 에치먼 가문이어서?
엘런은 제자리에서 기억을 더듬었다.
과거 읽었거나 듣고 보았던 마경의 모든 정보를 취합해야 한다.
그때 기억의 대서고에서 과거 카일이 얘기했던 마경이 불쑥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엘런은 그와의 대화를 되새기며 입을 열었다.
“마경에선 마법사의 마법이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호오, 그 이유는요?”
“마경은 안에 들어온 인간의 정신을 끊임없이 괴롭히는데, 마법은 정신력과 체력을 앗아갑니다. 그런 과정에서 마경의 존재는 마법의 출력을 떨굴 수밖에 없다 생각했습니다.”
“계속해보시죠.”
“마법사는 주로 속성 마법을 사용하는데 아까 말했던 대로 평소의 출력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마법사의 위치는 상당히 애매해집니다. 하지만 보조 마법에는 높은 고점이라 할 게 없어 꾸준한 출력을 유지하죠.”
호크는 눈을 반짝였다.
저기 하늘 위에 뜬 달보다 더 빛나는 동공이 그에게 이어진다.
엘런은 그 부담스러운 눈빛 속에서 말을 이었다.
“그래서 호크 교수님이 저희들을 마경으로 인도하신 것 같습니다. 여긴 필수적으로 속성 마법보다 보조 마법의 유능함을 따져야 하니까요.”
짝- 짝- 짝-
호크 교수는 말없이 손뼉을 쳤다.
그것은 교수로서 보내는 칭찬의 박수이자 같은 마법사로서 보내는 찬사의 박수였다.
분명 마경에 관한 정보는 살면서 들은 게 많지 않을 테고, 겪어본 적은 당연히 없을 거다.
그런데도 이렇게 수준 높은 정답이라니.
정말 놀라운 수준의 통찰력이라고밖에는 표현할 수 없었다.
“엘런 학생의 말이 옳습니다. 여기 마경은 보기엔 썩 꺼림칙하지만, 보조 마법을 수련하기에는 이만한 곳이 없습니다.”
학생들은 썩 꺼림칙한 수준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그럴 순 없었다.
“계속 따라오시죠. 이제 거의 다 왔습니다.”
그들은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라가는 어린아이들처럼 마경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
학생들은 이후로 한 시간을 걸었다.
거의 다 왔다는 말 치곤 꽤나 오래 걷게 되었다.
하지만 그 시간조차 호크 교수는 낭비하지 않았다.
“보조 마법은 속성 마법보다 틈이 느슨하기 때문에 멀린 수식을 끼워 넣기 쉽습니다. 프로들은 보통 첫 부분에 넣죠. 요리를 하기 전에 소금 간을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학생들은 걸어가는 한 시간 동안 멀린 수식에 대해 배우기도 하고 다양한 보조 마법을 추가로 습득했다.
보조 마법 수업은 거의 매 수업마다 한두 개의 마법을 배우는 것 같다.
이젠 알고 있는 속성 마법보다 보조 마법의 수가 더 많을 정도였다.
학생들은 호크가 일러준 마법들을 자습서에서 훑어보았다.
“매직 애로우랑 건틀렛이 가장 실용성 있어 보이는구나.”
“나는 이 건틀렛이라는 마법이 좋아 보이는데?”
“뭐, 보조 마법에서 무엇이 좋고 안 좋고는 모르겠지만, 카르디아의 성향과는 그게 가까워 보이니라.”
“여기 버프 마법들도 쓸모 있어 보입니다.”
보조 마법 끝단에는 버프 마법도 존재했고 그것들에 작동 방법이나 효과는 무척 흥미로웠다.
한 시간 동안 학생들을 힘든 줄도 모르고 걷게 할 만큼 말이다.
“아아, 목말라.”
물론 엘런은 속성 마법이고 자시고 기숙사에서 챙겨온 아이스크림만 입에 가져갔다.
“도착했습니다.”
드디어냐.
엘런은 살짝 숨을 몰아쉬며 호크의 앞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았다.
유적의 중앙까지 온 듯한 모습은 다 무너져 가는 건물이 사방에 들어섰다.
그 사이로는 드넓기 그지없는 원형의 돌바닥이 빼곡하게 깔려 있었다.
언뜻 투기장처럼 보이기도 하는 와중에 엘런은 제 팔뚝을 매만졌다.
“뭔가 있는 느낌인데.”
“그치! 엘런도 이제 그런 느낌이 들지!”
“우린 아까부터 그랬느니라. 다만 이런 것도 호크 교수님이 말했던 것처럼 마경의 특징일 테지.”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만. 아까부터 저희 같은 기분을 느끼지 못했던 엘런이 위험한 감각을 느꼈다면, 이건 정말로 위험한 거 아닐까요?”
장내가 싸늘해졌다.
분명 아까까진 습도도 높고 하늘도 뜨거웠는데 갑작스레 이 근처가 서늘해졌다.
하지만 그건 단순히 감각에 있지 않았다.
“이거 왜 이래?”
엘런은 제 손바닥을 움켜쥐었다.
아까부터 뭘 감지한 건지 모르겠지만 음기가 제멋대로 바깥에 뛰쳐나온다.
쩌저저저저적-
쩌저저저저저저적-
바닥에 천천히 성에가 끼기 시작하고 공기의 온도마저 쭉쭉 떨어져 나간다.
음기는 엘런의 통제에서 벗어나 계속해서 들끓었다.
어떤 위협에 동화돼서 덩달아 몸이 뜨거워지는 것처럼 말이다.
“벌써 눈치챈 학생도 있는 모양이군요.”
“교, 교수님. 여긴 뭐 하는 곳이죠?”
“이 마경은 제가 과거 가문의 일로 갔던 마경을 형상화해서 만든 곳입니다. 이 공간은 개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죠. 맨 뒷열에 계신 한 분이 원형 바닥 바깥으로 한 번 나가보시겠습니까?”
“네!”
맨 뒤에 있던 학생은 뒤로 걸어가서 원형 바닥 밖으로 발을 뻗었다.
쿠웅-!
“어?”
몸이 튕겨 나왔다.
학생은 심히 당황한 표정으로 다시 한번 몸을 들이밀었다.
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몇 번을 해도 그럴 겁니다. 이 마경은 여기 원형 바닥에 한번 발을 들이면 빠져나갈 수 없는 구조거든요. 과거에 저 또한 이 바닥에 발을 붙였죠.”
“그, 그럼 교수님은 어떻게 빠져나오셨나요?”
“이 마경이 주는 시련을 깨부쉈습니다. 또한 그 시련이 이제 여러분을 찾아올 겁니다.”
쿠와아아아아아-!!
어딘가에서 목을 찢는 듯한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이런. 벌써 왔나 보군요. 시간이 별로 없는 것 같으니 빠르게 설명하겠습니다.”
“……?”
“여러분이 할 일은 오직 보조 마법으로만 시련을 클리어하는 겁니다. 힘을 합쳐도 되고 개인행동을 해도 좋습니다.”
“포션도 사용 불가인가요?”
“제가 금하는 건 속성 마법뿐입니다. 그 외에는 무얼 써도 좋습니다.”
곧이어 원형 바닥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한다.
무덤 속 뼈다귀가 지상으로 손을 뻗는 것처럼, 바닥에 깔려 있던 돌들이 하나둘 튀어나왔다.
곧이어 맹수가 제 아가리를 쩍 하고 벌리듯 돌들이 갈라졌다.
그 위로 무언가 고개를 내민다.
학생들이 처음으로 마주하는 마경의 악몽이었고, 여태껏 무엇을 배웠는지조차 잊게 만드는 공포였다.
──악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꺼흐으윽!!”
“크허억……!!”
“수, 숨이…….”
대략 절반의 학생들은 그 얼굴을 똑바로 마주하지조차 못하고 혼절했다.
털썩- 털썩-
포대 자루 엎어지는 소리가 연신 귓가를 괴롭힌다.
그것과 마주하자마자 음기는 더욱 미쳐 날뛰며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한 활화산처럼 끓어올랐다.
엘런은 그걸 억지로 억누른 채 놈과 마주 보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뭐라 형용하기도 어려운 악마의 눈이 자신을 똑바로 보고 있었으니까.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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