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134)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134화(134/354)
#134화. 다섯 발의 총알과 다섯 번의 선택(1)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중간고사.
여태껏 땀나게 달려온 결과물이 종결되는 단계이자 첫 번째 골문이다.
지금 어떻게 시험 점수가 나뉘느냐에 따라, 누군가는 이전과 차원이 다른 위상을 거머쥘 수도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중간고사는 학생들 사이에 암암리에 퍼진 힘의 서열을 뒤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중앙성 거실에 앉은 셋은 평소보다 더욱 뜨거웠다.
“우오오! 무조건 엘런 놈보다 점수 잘 받는다!”
“전 솔직히 전부는 힘들 것 같고, 제가 잘하는 몇 가지만 이겨도 충분합니다.”
“나는 전승을 목표로 잡고 있느니라. 엘런이여, 각오는 됐겠지?”
“……각오까지 필요한 일이야?”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1등의 자리에만 있었던 엘런에게 서열 뒤바꾸기란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오히려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1등에게 서열이 바뀐다는 건 추락밖에 의미하지 않으니까.
라제나는 말했다.
“도서관에 가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일주일 전부터 도서관은 포화상태입니다. 다들 참고서를 빌리고 자습지를 빌리기 위해 입구부터 미어터지고 있죠.”
“내가 마지막으로 갔을 때도 썩 많았는데.”
“아마 그때보다 사람이 네 배는 많을 겁니다.”
“정말 그렇느니라. 나도 한번 도서관에서 자리를 잡아보려던 적이 있었는데 결국 포기했지.”
보통 상위권, 그것도 초상위권이 가까이 오면 그 기세에 눌려 자리를 피하기 마련이었다.
헌데 시험 기간은 그것마저 무시할 용기를 주는 듯했다.
“그럼 집에서 하면 되잖아.”
엘런의 대답에 시에나가 기다렸다는 듯 말의 포문을 열었다.
“그렇지. 그래서 최근에는 집에서 하고 있느니라. 다만 기숙사 방이 조금은 좁아서 살짝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맞아! 안 그래도 책 펴고 수식 외우는 것도 짜증 나 죽겠는데! 아주 숨 막혀!”
“여러분도 그러셨군요. 이게 저만 느끼는 감정이 아니었나 봅니다.”
“그래서 뭐.”
엘런은 단답으로 대답하며 소파에 등을 기댔다.
앞에 앉은 시에나와 카르디아, 옆에 앉은 라제나의 시선이 순간 사방을 훑기 시작했다.
그 끝에는 중앙성의 널찍한 내부가 있었다.
눈에 담겨서 아주 번들거리기 그지없는 탐욕.
엘런은 불안함에 잠겨 선수 치듯 말했다.
“……여기서 공부하는 건 안 돼.”
“정말 안 되는 것이냐?”
“정말로 안 돼.”
“잠까지 자진 않을게! 그냥 수업 끝나고 오후 동안 공부만 할 테니까!”
“안 돼. 돌아가.”
엘런은 할 수 있는 최대의 단호함으로 대응했다.
철옹성 같은 방비였으나 시에나는 이 철벽에 특효약인 공성 병기를 알고 있었다.
그 이름 하야.
“올 때마다 우리 모두가 양손 가득 디저트를 사 오겠느니라.”
“……양손 가득?”
“그, 그래! 아주 설탕 천국을 털어온 수준으로 사 올게!”
시에나와 카르디아는 그를 가까이서 봐온 만큼, 엘런이 좋아하는 것 또한 당연히 잘 알고 있었다.
사실 같이 한 시간만 다녀봐도 그의 취향은 다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 한 시간조차 같이 다녀본 학생들이 전무하다시피 없을 뿐.
그런 엘런의 마음이 디저트 앞에서 갈대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솔직히 이건 이득이다.’
그냥 거실만 내어주고 신경 끄면 그만이지 않은가.
그럼 디저트는 디저트대로 받고 돈은 돈대로 아낄 수 있다.
사실 디저트 자체가 평민 음식은 아닌 만큼, 이건 가격이 꽤나 나가는 음식이었다.
그런 디저트를 숨 쉬듯 먹는 엘런은 지출 액수를 조심할 필요가 있었는데, 지금처럼 아낄 수 있을 때 확 아껴야 했다.
엘런은 미소를 지우며 못 이기겠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너희들 맘대로 해.”
“예쓰! 고마워, 엘런!”
“다만 너희 셋이 사용하는 건 거실이 끝이야.”
번쩍-
라제나가 교수에게 질문하는 학생처럼 손을 들어 올린다.
엘런은 그런 학생에게 기회를 주는 교수처럼 대충 손짓했다.
“3층에 있는 작업실도 허락해주시면 안 됩니까?”
“작업실?”
“예. 적어도 포션 제조법 수업만큼은 제조대가 있으면 무척이나 유용해서 말입니다.”
“……그냥 공용 제조대 쓰면 안 되냐?”
생활 구역 안에는 학생들이 쓰고 연습하라고 놔둔 공용 제조대가 있었다.
시설도 좋고 꽤나 넓지만, 거기도 상황은 도서관과 비슷하다.
“그곳도 인파가 잔뜩 몰렸느니라. 사람 때문에 제조대가 보이긴 할는지 모르겠구나.”
“헌데 이런 상황 속에서 개인 제조대가 있다는 건 축복이지 않겠습니까.”
“좋아. 대신 제조대는 오후 세 시 전까지만 쓸 수 있어. 그 이후는 금지다.”
“좋습니다.”
“거기다 오후 7시가 되면 그냥 나가. 뭘 가져와도 잠은 못 재워주니까.”
내 보금자리를 침범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 하나로 넷을 들어 옮겨 각자의 기숙사로 보낸 엘런이다.
잠까지 자는 건 당연히 절대 허락할 수 없었다.
셋은 아쉽다는 듯 쩝 하고 입맛을 다시며 여태까지의 수확에 만족하기로 했다.
──슬슬 음식과 음료들이 비어간다.
그만큼 배는 불러왔고 해는 저물어갔다.
그들은 쓰레기를 봉지에 밀어 넣으며 식탁을 치웠다.
“그럼 내일부터 온다?”
“맘대로 해.”
“나이스! 이제야 공부할 맛 좀 나겠네!”
“슬슬 가자꾸나. 어차피 내일 또 올 곳이니 만남은 짧게 하는 것이 좋다.”
“명답이군요.”
어차피 내일 또 올 곳이라는 말이 왜 이렇게 가슴 아플까.
엘런은 속으로나마 깊은 한숨을 욱여넣으며 셋을 배웅했다.
“다신 오지 말라는 말은 이제 못하겠구나.”
“그러게 말이야. 아쉽게 됐네.”
잘 가라는 말 대신 배웅 인사로 박아넣었던 말들은 그녀의 말마따나 못하게 돼버렸다.
그래서 엘런은 인정하긴 싫지만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내일 보자.”
“흐흐흣! 엘런이 내일 보자고 한 건 거의 처음 같은데?”
“적어도 이런 상황 속에선 처음이구나.”
“내일 뵙겠습니다.”
셋은 각자의 감상과 짧은 인사를 나눈 채 서로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
중간고사 일주일 전인 만큼 교실의 분위기는 폭풍전야다.
덩컨 교수의 화요일 수업인 대괴물전 전투법을 들으러 온 학생들은 연신 뭔가를 중얼거리며 열심히 펜을 움직였다.
공부 따윈 사막에 묻고 살 것 같았던 카르디아 또한 놀랍게도 그러했다.
그녀는 펜을 잡은 채 턱을 괴고 괴물들의 프로필을 머리에 담고 있었다.
그러면서 힐끔힐끔 자신을 쳐다본다.
“뭘 자꾸 봐. 공부나 하지.”
“너는 안 하냐?”
“여태까지 공부했잖아.”
“아니, 따로 공부 안 하냐고.”
엘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교실 밖에서 책을 펼 성실함은 엘런에게 때려죽여도 존재치 않았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졸음이 쏟아지는 데 뭔 놈의 공부란 말인가.
“어차피 시험만 잘 보면 되잖아.”
“그, 그건 그렇지만 그 시험이란 걸 잘 보려면 공부가 필수적이지 않나?”
“두고 보면 알겠지.”
엘런은 하품으로 입을 쩌억 찢으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덜컥-
앞문에서 덩컨이 들어온다.
……무언가 어색한 느낌이 가득 든다.
이런 교실에서 덩컨의 수업을 듣는 건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는 따로 인사도 없이 수업을 시작했다.
“오늘 학생들을 여기로 부른 건 당연히 중간고사 때문이다. 공부는 열심히 하고 있나?”
““네!””
나름대로 자신감 넘치는 대답이 들려온다.
제국 아카데미의 필기시험을 통과한 자들인 만큼, 다른 건 몰라도 이런 공부만큼은 빠삭하게 잘했기 때문이다.
덩컨은 학생들 사이에서 언뜻언뜻 보이는 자신감의 미소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말을 이었다.
“매일을 실전으로 진행해온 수업이니, 당연하게도 중간고사 또한 같잖은 종이 위에 그릴 생각은 없다.”
학생들은 고개를 주억였다.
이 정도야 예상했던 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왜 자신들을 이런 교실로 불렀을까.
그 이유 또한 덩컨의 입에 실렸다.
“하지만 학교의 규정상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같은 굵직한 시험은 중요도가 무척이나 높은 만큼 최대한 통제된 상황에서 치러져야 한다. 요컨대 변수가 넘치는 야생은 학교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뜻이지.”
그렇다면 결국 시험은 교실에서 본다는 건가?
그는 옅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공간이 교실이라는 것으로 한정되었을 뿐. 시험은 실전과 똑같이 이루어진다.”
이 교실은 학생들끼리 양팔을 벌리면 그 손끝 정도만 닿을 만큼 드넓다.
대충 크기로만 따져도 중앙성 거실의 두 배는 될 것이다.
40명의 학생을 담은 교실치곤 커다랗다.
뛰어다니고 굴러다녀도 아무렇지 않을 만큼 말이다.
덩컨은 말했다.
“오늘은 교실 속 실전이라는 말이 아직 어색할 학생들을 위해 맛보기를 가져왔다. 조교들은 준비한 걸 안으로 들일 수 있도록.”
밖에 대기하고 있던 조교들이 새까만 천으로 덧씌워진 상자를 수레에 담아 끌고 왔다.
수레는 총 다섯 개고 그 위에 담긴 상자도 다섯 개.
“걷어라.”
“넵!”
조교들이 일사불란하게 흑색 천을 상자 위에서 걷어버렸다.
그 안에 담겨 있던 건 모두 똑같이 생긴 고양이들이었다.
조그마한 몸을 뒤덮은 수북한 털은 상자를 덮었던 천처럼 새까맣다.
케이지 너머로 보이는 고양이들은 지금 여기가 교실이란 걸 잊게 할 만큼 치명적이게 귀여웠다.
덩컨은 허리춤에 손을 가져갔다.
미리 준비해온 리볼버 한 자루가 학생들 앞에서 꺼내들어진다.
덩컨은 말을 이었다.
“괴물 중에는 우리가 익숙한 무언가로 모습을 뒤바꾸는 것들이 있지. 개중에서 특히 대표적인 걸로 뭐가 있는지 말해볼 학생이 있는가?”
번쩍-!
덩컨은 앞줄에 앉은 학생에게 손짓했다.
“마고 렐입니다! 대표적인 변신 괴물로는 ‘체인저’가 가장 일반적입니다!”
“정답이다. 체인저는 기본적으로 고블린 정도의 크기지만, 자신의 체구에 세 배에서 다섯 배가 넘어가는 놈들로까지 자연스레 몸을 바꿀 수 있지. 이건 환상이 아니라 정말 몸이 그렇게 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덩컨은 학생들의 앞에 있는 다섯 개의 케이지를 가리켰다.
“여기 케이지에 있는 고양이 다섯 마리 중 네 마리는 체인저고 한 마리는 진짜 고양이다. 체인저는 보통 기감이 아니면 정체를 눈치챌 수 없는 만큼 상당한 집중이 필요하다.”
타아앙-!!
덩컨의 말을 집중해서 듣던 학생들이 난데없는 총성에 어깨를 파르르 떨었다.
허공에 쐈기에 피가 튄다거나 하는 유혈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그는 화약 연기가 총구에서 풀풀 나는 리볼버의 공이를 다시금 당기며 말했다.
“보다시피 진짜 총이다. 체인저와 고양이 정돈 한 방에 죽일 정도의 살상력을 갖췄지.”
체인저와 고양이 정돈 한 방에 죽일 정도의 살상력?
학생들은 아직 그 말 속에 담긴 진의를 눈치채지 못했다.
덩컨은 이제 다섯 발만이 남은 리볼버를 만지작거렸다.
“여러분이 할 일은, 정확히는 여러분 중 하나가 나와서 할 일은 이 리볼버를 잡고 고양이인지 체인저인지 모를 것들을 하나씩 쏘는 것이다.”
“네, 네?”
“물론 진짜 고양이라는 생각이 들면 넘겨도 된다. 다만 나머지 고양이는 체인저라는 말이니까 전부 쏴 죽여야 하지. 학생 본인의 손으로 말이야.”
학생들은 영 께름칙한 방식의 수업에 선뜻 나서기가 힘들었다.
고양이를 죽일 확률은 5분의 1이지만, 고양이만 살릴 확률 또한 5분의 1이다.
“지원해서 성공한 학생에겐 높은 가산점을 주도록 하지. 다만 실패한 학생에겐 각오가 필요할 만한 벌칙을 준비해 두었다.”
달콤한 꿀 앞에는 벌이 있다.
꿀을 얻기 위해선 벌을 헤치고 가야 한다.
학생들은 갈등했지만, 과거의 격언이 이 사이에서 떠올랐다.
멍청하면 용감하다.
번쩍-!
“자네가 해볼 텐가.”
“네! 제가 하겠습니다.”
“좋다. 나와보게. 카르디아 학생.”
카르디아 아누비샨은 가산점이라는 말에만 싱글벙글 웃으며 덩컨의 리볼버를 받아들었다.
그 총구의 끝이 첫 번째 케이지 속 고양이에게 겨눠진다.
이게 괴물일지 아니면 정말 고양이일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이렇게 계속 뚫어져라 보고 있으면 실전 수업의 의미가 없는 법.
“시간은 한 케이지당 10초로 제한한다. 그사이에 쏠지 안 쏠지를 정해라.”
생사의 결정을 내리기엔 빠듯한 시간이다.
카르디아는 고민 끝에 리볼버를 들어 올린 지 9초가 지난 시점에서.
방아쇠를 당겼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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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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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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