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135)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135화(135/354)
#135화.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곳(4)
엘런은 방아쇠에 손가락을 건 카르디아를 제자리에서 지켜봤다.
뒷모습에서부터 그녀가 꽤나 긴장했다는 게 느껴졌다.
딴 사람이 볼 때야 거침없어 보이겠지만 아까부터 손가락도 가만두지 못하고, 이따금 숨소리도 흐트러진다.
생긴 것과 달리(?) 카르디아는 귀여운 동물에 약하다.
저 왈가닥 하는 성격도 고양이 앞에선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가산점에 목메는 성격이 아닌 카르디아가 저 앞까지 나가서 총을 잡은 이유도 알만했다.
‘따른 놈이 총을 잡았다간 정말 고양이가 죽을 수도 있을 테니까.’
차라리 자신이 총대를 메서 귀여운 목숨을 살려주려는 것이다.
‘쓸데없기는.’
엘런은 하품만 작게 내뱉으며 책상에 눕듯이 기댔다.
그러면서도 눈은 카르디아의 손에 가 있다.
“시간은 한 케이지당 10초로 제한한다. 그사이에 쏠지 안 쏠지를 정해라.”
덩컨의 말이 지나고, 카르디아의 망설임은 이제 선택해야 할 순간에 직면했다.
1초에서 10초까지.
숨 쉬는 것 말고는 뭘 해도 빠듯한 시간 속에서 카르디아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타아앙-!!
고막 따가운 총성이 한 차례 울려 퍼졌다.
한 발의 총알은 고양이의 머리를 정확히 터뜨렸고 일련의 비명도 없이 그것은 숨통이 끊어졌다.
뚝- 뚝- 뚝-
피범벅이 된 케이지 밖으로 검붉은 핏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고양이의 시체는 곧 어떤 변화를 맞이했다.
카르디아의 표정이 순간 밝아진다.
결과를 지켜보던 덩컨은 말했다.
“체인저군. 잘 골랐다.”
“감사합니다!”
“모두들 잘 봐두도록. 체인저는 죽고 나서도 몇 초 동안이나 변신을 유지한다. 체인저를 앞에 두고 가짜와 진짜를 가려야 한다면 끝까지 지켜봐라.”
““네!””
학생들의 힘찬 대답이 이어진다.
카르디아는 한 걸음 옆으로 가 다음 케이지 앞에 섰다.
“다시 10초 주도록 하겠다.”
“알겠습니다.”
카르디아는 공이를 당겨 총알을 장전시켰다.
그래도 이제는 감이 살짝 잡혔다.
체인저 또한 인육을 탐하는 괴물.
겉모습은 완벽히 바꿨다지만 그 내용물은 천박하고 잔인한 괴물의 본성 그대로다.
저 가면 뒤에 있는 살의를 읽어야 한다.
‘마력만 한껏 세워서는 절대 느낄 수 없어. 육감으로 해야 해.’
케이지 속 고양이와 총구 끝이 맞닿을 것처럼 가까워졌다.
아누비샨은 극지인 열풍 사막에서 살아남으며 범인과는 확연히 다른 초자연적 감각을 손에 넣었다.
그 천혜의 육감은 불현듯 찾아와 불현듯 꺼지지만, 생사의 선택을 강요당하는 지금 순간에도 찾아왔다.
‘이 새끼도 아니야!’
카르디아는 오직 육감에 근거해서 방아쇠를 당겼다.
육감은 배신했던 적이 없는 평생의 동료로서 지금 이 순간도 정답을 알려주었다.
“이번에도 맞혔다.”
“나이스!”
“이제 세 마리 남았군.”
“바로 하겠습니다!”
육감으로 자신감이 붙은 카르디아는 일체의 망설임 없이 다시 한번 리볼버를 들어 올렸다.
엘런은 그 뒤에서 남은 고양이들과 카르디아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의 표정은 평소와 똑같았지만, 그 동공 속에는 약간의 이채가 서려 있었다.
타아앙-!!
그 순간 또 한 번의 총성이 교실을 울렸다.
총성이 한 번 울리면 하나의 생명이 스러져 갔고 눅진한 피가 교실 바닥을 적셨다.
“맞혔어요!”
“그래. 카르디아 학생의 말대로 이것 또한 체인저였다. 두 마리만 남은 지금부터는 20초를 줄 테니 두 고양이를 동시에 살펴서 하나를 골라라.”
“네!”
“그럼 시작하지.”
이번에는 두 마리의 고양이를 살피는 만큼 시간은 두 배인 20초로 불어났다.
카르디아는 마지막인 만큼 더욱 주의를 살펴서 고양이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이미 몇 번이나 연속해서 정답을 맞힌 카르디아의 육감은 이번에도 시간을 지체하지 않았다.
20초나 필요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카르디아는 5초도 안 돼서 케이지 하나를 가리켰다.
“이게 마지막 체인저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쏩니다!”
타아앙-!!
카르디아가 지목한 마지막 체인저는 목이 깔끔하게 날아간 사체가 되어 쓰러졌다.
덩컨은 다섯 개의 케이지 속에서 모든 오답을 걸러낸 카르디아에게 심심한 박수를 보냈다.
짝짝짝-
짝짝짝짝짝-!
그러니 앞에 있는 학생들도 덩컨을 따라 카르디아에게 박수를 보내주었다.
“케이지를 열어주도록. 카르디아 학생이 구한 생명이다.”
“네!”
“리볼버는 여기 반납하게.”
다시금 리볼버를 덩컨에게 돌려준 카르디아는 들뜬 발걸음과 함께 케이지로 호다닥 달려갔다.
잠긴 철망을 열고 문을 여니 고양이가 겁에 살짝 질린 듯 뒤로 물러선다.
카르디아는 조심스레 그것을 품속으로 안아 들었다.
“어떤가. 카르디아 학생.”
“너무 귀여워요!”
“그런가.”
“네!”
“학생들에게도 그 귀여움을 자랑해봐라.”
카르디아는 덩컨의 말대로 자신이 안은 고양이를 학생들에게 보여주었다.
흑탄같이 새까만 고양이는 경계심 섞인 얼굴로 눈만 동그랗게 뜬 채 학생들과 마주 보았다.
“너, 너무 귀엽다아…….”
“고양이가 살아서 다행이야.”
“그보다 벌칙은 뭐였으려나. 궁금하네.”
학생들은 고양이를 보며 귀여움에 감탄사를 터뜨리기도 하고 흥미로워하기도 했다.
그러나 엘런의 표정만은 달라지지 않았다.
‘털만 날리고 귀찮은 일만 늘려놓는 것들이 뭐가 좋다는 건지.’
엘런에게 동물은 귀찮음 그 자체다.
존재 자체만으로 씻기고 산책하고 털 치우고 할 게 무더기로 쌓인단 말이다.
게다가 지금 카르디아가 안고 있는 건 그다지 귀여워할 만한 동물도 아니었다.
덩컨은 학생 중 유일하게 시큰둥한 표정의 엘런을 돌아보았다.
“엘런 학생.”
“예.”
“표정이 썩 좋지 않군. 무슨 문제라도 있나?”
“없진 않군요.”
덩컨은 아직 한 발이 남은 리볼버를 손안에서 만지작거렸다.
아직 리볼버를 홀스터에 넣지 않은 그의 얼굴에 새끼손톱만 한 미소가 올라왔다.
“뭐가 문제라는 말인가?”
“학생이 괴물을 안고 있는데 시간을 너무 오래 끄시는 것 같아서.”
“크흐흣. 역시 엘런 학생은 알고 있었군.”
괴물? 괴물을 안고 있다고?
카르디아의 눈이 제 품에 있는 고양이에게로 향했다.
방금 전까지 동그란 눈에 샛노란 눈동자를 가지고 있던 고양이는 동공으로 실핏줄이 잔뜩 솟아 있었다.
크와아아아-!!
보아뱀이라 해도 믿을 만큼 고양이, 아니 체인저의 입이 쩌어억 찢어졌다.
카르디아의 안면을 사과처럼 베어먹으려 했던 아가리는 그 이상 가지 못했다.
타아앙-!!
리볼버의 총구에서 마지막 총알이 뻗어 나간다.
카르디아의 양팔 안에 들려 있었던 그것은 한 줌의 핏물이 되어 바닥으로 떨어졌다.
얼굴과 함께 전신이 피범벅이 된 카르디아는 침묵하며 손을 탈탈 털었다.
“카르디아 학생.”
“……네.”
“자네의 실패 요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성급한 판단과 육감을 너무 믿은 것입니다.”
“제일 중요한 하나를 빼먹었군.”
카르디아는 피로 묽어진 머리로 생각하다가 이내 말을 이었다.
“틀 안에 갇혀 생각한 것입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해봐라.”
“덩컨 교수님은 늘 실전의 변수에 대해 말씀하셨고 항상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강조하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규칙 안에서만 생각하고 행동했습니다.”
2차 확인도 없이 체인저 한 마리를 육감으로 찾았다고, 곧장 다른 체인저를 고양이로 확신한 것.
섣부른 판단과 함께 틀에 갇힌 생각이 불러온 패착이었다.
“대답 못 했으면 예고했던 대로 아주 강력한 벌칙을 내려줄 생각이었는데. 자신의 실수 정돈 파악했으니 이 정도로 끝마치지.”
“감사합니다.”
애초에 교복, 얼굴 할 거 없이 핏물을 뒤집어쓴 것 또한 상당한 벌칙이다.
이미 카르디아의 전신에선 괴물의 구린내와 누린내, 피비린내가 풀풀 풍겨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르디아야 오랜 용병 생활로 익숙한 냄새였지만, 다른 학생들은 연신 헛구역질 중이었다.
“자리로 돌아가시게.”
카르디아는 다시금 엘런의 옆자리로 와 앉았다.
그녀 또한 현재 자신의 심각한 체취를 알고 있었기에 자연스레 엘런의 눈치가 보였다.
이 정도 거리는 코를 움켜잡아도 토가 쏠리기 때문이다.
“내, 냄새나지……?”
“괴물 피로 범벅이 됐는데 당연하지.”
“미안……. 설마 내가 이런 거에서 실패할 줄은 몰랐어.”
“됐어. 지금은 미숙해도 괜찮으니까.”
오히려 지금 실수를 한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
실전에서 이런 실수를 했으면 카르디아의 몸을 뒤덮은 피는 체인저가 아니라 그녀의 것이 됐을 테니까.
엘런은 말했다.
“중앙성에 올 때는 샤워하고 와라.”
“다, 당연하지. 내가 씻지도 않고 그냥 갈까 봐?”
그 약간의 억울함이 담긴 중얼거림이 지나가고 수업은 속행되었다.
***
엘런은 중앙성 거실 속 남는 소파에 대자로 드러누워 있었다.
저 건너편에는 세 명이 책이란 책은 전부 펴놓고 공부에 전념하는 중이다.
벌써 저 짓거리도 나흘째 보고 있다.
이제 중간고사까진 삼 일도 안 남은 상황에서 교수들은 대부분 자습을 시켰다.
저 셋은 그때 동안 뼈 빠지게 자습해놓고 여기서 또 책을 편 것이다.
“너희들은 대체 언제 쉬냐?”
“중간고사가 끝나면 쉴 수 있겠죠.”
“라제나의 말이 맞느니라. 학생이 시험 기간에 공부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지 않느냐.”
“너희는 너무 많이 하잖아.”
“그렇게 따지면 엘런 너는 너무 안 하잖아! 너 그러다 진짜 나한테 밟힌다?”
그까짓 서열 아무런 의미 없다.
엘런은 대답 없이 소설책 페이지만 팔랑팔랑 넘겼다.
일전에 도서관에서 폐기 처분당할 뻔한 책인 ‘완벽한 대마법사’ 심심할 때마다 펼쳤던 이 책은 벌써 절반 가까이 읽었다.
엘런은 책을 잘 뜯어보다가 거기서 뭔가 익숙한 표현을 발견했다.
“허공에서 뻗어 나온 얼음의 칼날이 적군들의 배를 갈라놨다…….”
마법진이 아니라 허공에서 발현되는 얼음 칼날은 자신이 아는 한에선 하나밖에 없었다.
이제는 다치지 않고 펼칠 수 있는 자신의 필살기.
그 이름은 빙살이다.
“아니겠지.”
이 책이 뭐라고 크레센티아의 비기가 담겨있단 말인가.
엘런은 애꿎은 허벅지를 긁으며 책을 읽어나갔다.
사그락- 사그락-
스윽- 스윽-
소설책 넘기는 소리, 자습서 넘기는 소리가 중앙성 거실을 채우는 와중에 중앙성의 정문이 똑똑 두드려졌다.
“누구지?”
“더 올 사람 있어?”
“그런 게 어딨겠느냐. 내가 나가보마.”
시에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문으로 나가려 했다.
“야. 네가 나가면 어떡해.”
여긴 일차적으로 평민 남자가 혼자 사는 집이다.
또한 이곳의 문을 두드렸다는 건 자신에게 용건이 있다는 얘기.
그런데 시에나가 이 안에서 불쑥 얼굴을 드러내면 괜한 오해만 더 쌓이게 될 것이 뻔했다.
엘런은 읽던 책을 덮어두고 정문까지 한달음에 걸어갔다.
“나와 있어.”
“알겠느니라.”
끼익-
엘런은 문을 열었다.
그러니 익숙한 얼굴들이 보인다.
물론 많이 봐서 익숙해진 얼굴들은 아니다.
그저 엘런의 기억력이 특출난 탓에 익숙해진 얼굴일 뿐.
여기 이놈들은 저번에 노블에서 보았던 빌레드의 친구……로 보이는 수하다.
“너희들이 무슨 일이냐.”
“자, 장학생. 빌레드가 이걸 전해달라고 했어.”
“이게 뭔데.”
그들은 편지를 내밀었다.
그러나 이들도 안에 든 내용은 모르는지 묵묵부답이다.
“이것만 받으면 너희들이 꺼지는 거냐?”
“그, 그렇지.”
“그럼 받아주지.”
“답장할 필요는 없다고 빌레드가 그랬어.”
“답장은 무슨.”
엘런은 뇌까리듯 말하며 중앙성의 문을 쾅 닫았다.
둘은 약속대로 편지가 엘런에게 전달되자 중앙성에서 멀어졌다.
일전에 감시자들을 붙인 것도 모자라 이젠 정체 모를 편지를 보낸다.
카사블랑카라 그런지 속내를 영 알 수 없는 놈이다.
그러나 속내까진 알 수 없어도 속셈 정돈 어떻게든 눈치챌 수 있는 법.
엘런은 원래 누워 있던 소파로 털썩 앉았다.
“그게 무엇이냐?”
“나도 몰라. 빌레드가 보낸 거라는데.”
“빌레드? 그 미친 새끼?”
“평민에게 악명이 자자한 카사블랑카의 인물이군요.”
카르디아와 라제나는 빌레드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시에나 또한 카사블랑카란 이름을 썩 좋아하지 않기에 썩 달가운 표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엘런은 마침 심심하던 차였기에 편지지를 곧바로 뜯어보았다.
“결투 신청이라면 흔쾌히 받아주지, 뭐.”
엘런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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