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14)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14화(14/354)
#014화. 입학 첫날(5)
“…….”
시에나는 굳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렸다.
무언가를 고르지도 않고 담지도 않고 만지지도 않는다.
그저 디저트들을 보기만 할 뿐이었다.
엘런은 옅게 웃으며 가게의 집게, 바구니를 양손에 들었다.
“황궁에서 주던 디저트에 비하면 이런 가게는 쓰레기에 가까울 텐데. 왜 온 거야?”
“네게 알려줄 의무는 없다.”
“아니면 디저트를 엄청 좋아하나?”
엘런은 계속 떠보는 듯한 어조로 말하며 손으론 달달한 빵들과 과자를 담고 있었다.
그의 바구니가 반쯤 채워질 때까지도 시에나는 여전히 빈손이었다.
엘런은 그녀를 힐긋 바라보다가 그녀의 시선이 떨어지는 디저트들을 바라봤다.
시에나는 다만 마카롱 진열대 앞을 서성거릴 뿐이었다.
제빵사의 손에서 올망졸망하게 만들어진 마카롱.
그것들은 하나같이 다양한 과자, 설탕 소스로 화려하게 꾸며졌다.
단연 이 가게 안에 있는 것 중 가장 자신의 취향이었다.
왜냐면 여기엔 아이스크림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어떻게 디저트 가게에 아이스크림이 없단 말인가!
엘런은 순간 열이 올라 안에 있는 점원을 돌아봤다.
“여기 아이스크림은 없어요?”
“다음 주에나 들어와요. 오늘 입점해서 물건 몇 개가 누락된 상태입니다.”
“젠장.”
그는 짧은 욕지거리와 함께 쯧하고 혀를 찼다.
그때 옆에서 느껴지는 작은 시선.
엘런은 고개를 돌렸다.
그러니 급하게 턱을 꺾은 시에나의 얼굴이 보인다.
엘런은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한 걸음씩 다가갔다.
시에나는 점점 초를 거듭할수록 가까워지는 거리에 아주 살짝 당황한 것도 잠시 바짝 경계했다.
홀스터에 걸린 리볼버와 마력을 감지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운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를 보이면 바로 마력을 날린…….
“다행히 마카롱은 제대로 들어왔네.”
엘런은 중얼거림과 함께 집게로 마카롱들을 집었다.
매장의 마카롱 대부분을 바구니에 집어넣으니까 이젠 거의 사재기 수준으로 변했다.
사람 머리 두 개는 충분히 들어갈 듯했던 바구니가 역류할 지경이다.
시에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쿨럭거리는 바구니와 엘런을 번갈아 쳐다봤다.
“욕심이 많기도 하구나. 아니, 식탐이 많은 건가.”
“맞아. 워낙 못 먹고 자라서 그런지 이런 귀족님들 음식이 엄청 탐나더라.”
“…….”
엘런은 능청스럽게 대답하며 바구니를 계산대에 올렸다.
워낙 담은 게 많아 몇 분 동안 계산만 이어나가던 점원은 이윽고 말했다.
“이렇게 많이 사주셨으니 딱 10골드만 받겠습니다. 뒷자리는 서비스로 떼드리죠.”
“장사할 줄 아시네.”
어디 수도에서 아이스크림 마차를 끄는 악덕 상인과는 역시 다르다.
엘런은 가볍게 10골드를 지불하고 디저트가 가득 담긴 봉지를 양손에 들었다.
그때까지도 시에나는 마카롱 코너 앞에서 자리를 뜨지 않았다.
엘런은 가게에서 나가려다가 그녀를 슬쩍 바라보곤 조금 고민하다가, 아니 무척 고민하다가 이내 봉지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는 공처럼 뭔가를 잡곤 그대로 시에나에게 던졌다.
휘익-!
턱-
시에나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엘런이 던진 걸 받아냈다.
플라스틱 봉지의 까슬거리고 바삭거리는 촉감이 그녀의 손에서 느껴졌다.
그녀는 눈만 돌리며 면도날같이 예리한 눈빛으로 물었다.
이게 뭐냐고.
엘런은 태연히 대답했다.
“뭐긴 뭐야, 마카롱이지. 심지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맛이야. 뭔가 기분이 엄청 안 좋아 보이는데 그거 하나 먹으면 조금은 괜찮아질 거야.”
기분이 엄청 안 좋은 결정적인 이유가 본인이란 걸 엘런은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끝까지 미소로 손을 흔들었다.
“그럼 다음에 보자.”
“…….”
엘런이 양손 무겁게 가게에서 나가고.
시에나는 창문 너머로 싱글벙글 웃으며 성으로 돌아가는 엘런을 바라보았다.
평소 느릿느릿한 걸음은 어디 가고 가벼운 몸과 함께 그 발걸음도 곧 날아갈 것 같다.
엘런은 그렇게 시야에서 금방 사라졌다.
……시에나는 형형 색깔 포장지에 둘러싸인 마카롱을 조금씩 뜯어보았다.
입구가 살짝 열리자마자 코를 후벼 파는 달콤한 향기.
시에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설탕과 조미료의 냄새였다.
그럼에도 여기 와 있던 건 이런 설탕 밭을 천국처럼 누비던 친우와의 기억 때문이다.
피식-
시에나는 어릴 적 추억과도 같은 그 시절을 떠올리며 포장지를 마저 뜯었다.
“이건…….”
마카롱이었다.
그것도 초콜릿 마카롱.
크림 자체도 초코맛으로 되어 있으면서 그 위에 초콜릿 소스를 무참하게 끼얹고 진짜 초콜릿까지 장식했다.
“너도 이런 걸 좋아했는데.”
시에나는 포장지 안에 든 마카롱을 꺼내 한 입 베어 물었다.
입안 가득 달콤함이란 맛이 혀의 미뢰 하나하나를 포근하게 껴안는다.
겉보기보다 제빵사의 실력이 좋은지 황궁에서 자란 시에나의 입맛에도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단순한 취향의 문제로 이런 강력한 단맛을 싫어한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말이다.
시에나는 몇 입씩 나눠 먹으며 초코 마카롱을 해치웠다.
“금방 졸업하고 찾아갈게.”
게르슐 경은 계속해서 말을 피하시지만 그렇다면 자신이 직접 갈 것이다.
크레센티아의 저택으로 커다란 마차에 디저트들을 가득 담고 너에게 가리라.
그렇게 만난다면 꼭 말할 것이다.
네 덕분에 더는 겁쟁이가 아니게 됐다고.
이젠 세상 그 어떤 것도 무섭지 않다고.
황녀라는 신분이 사라져도 전혀 두렵지 않았다고.
아주 자랑스럽게 말하리라.
시에나는 목에 걸린 용기의 반지를 손에 쥐며 그날을 기약했다.
하지만 그 다짐을 부숴버리려는 듯.
우우우우우우웅-!!
뭔가 충격의 파장 같은 진동음이 유리창을 다 떨리게 했다.
시에나는 그 파장의 진원지를 눈으로 쫓았다.
“이 방향은…….”
아까 그놈이 가던 길.
시에나는 포장지를 쓰레기통에 처넣으며 가게에서 달려나갔다.
***
“흐흥.”
엘런은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오랜만에 정말 마음껏 과자를 탐닉할 수 있게 됐다.
물론 가문에서 먹던 것만큼의 상등품은 아니지만, 엘런은 대만족했다.
“아이스크림은 다음 주에 들어온다고 했지.”
엘런은 그때가 기대되었다.
바깥에는 쳐다도 보기 싫은 습지가 가득하고, 나무는 앙상하며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데 물건들은 또 퀄리티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다른 건 몰라도 디저트만 6년 가까이 탐욕스럽게 먹어온 엘런이기에 알 수 있었다.
저 가게에서 파는 것들은 아무 데나 굴러다니던 무지렁이들이 아니라고.
그러니 다음 주에 입고된다는 아이스크림이 기다려지지 않을 수 없다.
“그냥 개막장 학교인 줄 알았는데 복지가 있긴 있네.”
엘런은 고개를 적당히 주억이며 중앙성까지의 걸음을 빨리했다.
……분명 그러려고 했는데.
그는 얼마 안 가 멈춰 서고 말았다.
광장에서 혼자 덩그러니 서 있는 길쭉한 몸의 여자 때문이었다.
“카르디아 아누비샨.”
남부 열풍 사막의 지배자인 아누비샨 용병단에서도 용병왕, 칸 아누비샨의 딸이다.
엘런도 그 이름을 듣고 카르디아가 용병왕의 딸이란 걸 눈치챘다.
역시 평범한 용병단원은 아니었나보다.
그때 인기척을 느낀 카르디아가 엘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 장학생? 잠깐 나 좀 보지?”
“볼 일 없는데.”
“너는 없을지 몰라도 내가 있거든.”
카르디아는 어쩐지 웃는 낯으로 엘런에게 다가왔다.
“우리 꽤 오랜만이지? 그때 여관이 마지막이었잖아.”
“그래.”
“방에서 붙었을 땐 꽤 하는 놈 같긴 했어도…….”
카르디아는 송곳니를 드러내며 미소 지었다.
“나보다 위 같진 않았는데 말이야.”
엘런은 그녀의 뒤에 있는 중앙성을 눈짓하며 디저트 봉지를 고쳐잡았다.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붙자.”
후우우우욱-!!!
일말의 전조나 준비 자세도 없이 즉발로 뻗어나오는 스트레이트 펀치.
애매한 거리를 한 번의 스텝으로 좁힌 카르디아는 인간의 급소 부위인 목을 단숨에 노려왔다.
그 모습은 마치 한 마리의 독사가 자신의 송곳니를 박아넣듯이 치명적이었다.
그러나 엘런은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과거 여관에서 겪었던 공격이다.
그 속도와 위력은 머릿속에 남겨져 있었고 그걸 토대로 한다면 회피는 일도 아니었다.
스윽-
엘런은 상체를 옆으로 슬쩍 젖히는 것만으로 카르디아의 주먹을 피했다.
나아가 다리에 마력을 담고 그대로 들어 올려 그녀의 복부에 니킥을 꽂아넣었다.
터어어어엉-!!
무슨 통짜 강철을 내려찍는 듯한 소리가 광장으로 울려 퍼졌다.
“…….”
이건 단순한 마력이 아니다.
그보다 더 상위 차원의 힘.
카르디아는 낄낄 웃으며 다시 한번 주먹을 내질렀다.
스아아아앗-!!
엘런은 이번에도 피해내곤 그녀와 거리를 두었다.
“크흐흐흣! 놀랐냐?”
“너도 속성을 다루는군.”
아직 수업도 제대로 안 한 1학년이 속성을 다루는 건 놀랄 만한 일이지만 상대는 열풍 사막의 아누비샨이다.
엘런은 갑작스럽게 펼쳐진 교전 상황에 쯧 하고 혀를 찼다.
보통이라면 구태여 이 싸움을 피하지 않았겠지만, 손에 있는 디저트가 뭉개질 위험이 있다.
자칫하다간 싸움의 후폭풍에 휘말려 공중분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것만은 막아야 해.’
엘런은 종이봉투를 쥔 손에 살짝 힘을 주며 입을 열었다.
“이러는 이유가 뭐냐.”
“이유? 글쎄? 그런 건 없어. 이건 이유 따위가 아니라 당연한 본능이니까.”
“본능?”
카르디아는 활짝 웃으며 마력을 양 주먹에 담았다.
“그래! 나보다 강하다는 상대가 있으면 싸워보고 싶은 게 당연하잖아! 누가 더 위인지! 누가 더 강한 포식자인지! 확인해보고 싶다고!”
“…….”
고작 저런 짐승 같은 이유에 자신의 디저트들이 희생될 이유는 없다.
엘런은 똥 씹은 표정으로 디저트 봉지를 뒤에 숨겼다.
마치 공주를 보호하는 기사처럼 봉지 자체를 가려버린 엘런은, 눈앞에서 흉폭하게 기세를 키우는 카르디아를 가만히 탐색했다.
눈 한 번 깜짝이지 않았다.
그저 눈동자란 거울에 비친 모든 걸 기억한다.
다시 말해 상대의 모든 걸 기억한다.
상대가 자주 쓰는 움직임, 호흡, 습관, 힘의 강도까지 전부 기억한다.
무언가를 오래 보면 볼수록 그 기억의 정확도는 현미경처럼 세밀해졌다.
“……완전 괴물이군.”
카르디아는 몸의 무리가 가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끌어올 수 있는 모든 마력을 한꺼번에 회로에서 돌렸다.
근데 저 미친 육체는 그걸 또 견딘다.
마치 교과서에나 실린 고위 등급의 괴물들을 직접 목격하는 것 같다.
크레센티아도 세대를 거듭하며 그 육신이 진화했지만 저렇게 전투 특화적이진 않았다.
카르디아와 같이 마력을 체내에서 회전시키던 엘런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아아아아-
그 한숨의 맞춰 마력과 결합된 크레센티아의 음기는 묵직한 입김으로 변해 뿜어져 나왔다.
마치 한겨울 한복판에 있는 듯한 한기가 안개처럼 퍼져나간다.
“역시 네놈도 속성을 쓰는구나! 재밌어지겠어!”
“…….”
카르디아는 한기로 살얼음이 낀 바닥을 단단히 즈려밟았다.
엘런 또한 다리로 힘을 집중시켰다.
잘못 팔을 쓰면 힘의 반동을 못 이겨 봉지가 다 찢어질 수 있다.
그러니 지금은 다리의 각력을 쓰는 게 더 적합하다.
쩌저저저저저저저적-
엘런이 발을 디딘 곳을 중점적으로 광장의 바닥이 얼음으로 뒤덮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 뒤에서 조금씩 거칠어진 숨과 함께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린다.
소리조차 그의 기억력을 벗어날 순 없었기에 엘런은 발소리의 주인을 금방 눈치챘다.
“시에나?”
그 예상은 틀리지 않았고 저 너머에서 걸음에 따라 흔들리는 기다란 녹발이 보였다.
갑자기 1위, 2위, 3위의 삼자대면이 펼쳐진다.
잠깐만…… 삼자대면?
엘런의 두뇌와 그랜드 소드마스터도 애를 먹었던 잔머리가 팽팽하게 돌아갔다.
“어이, 3위.”
“씨발, 내 이름은 카르디아야!!”
“근데 3위잖아.”
“이 새끼가!!”
카르디아는 당장에라도 달려들 듯 발을 앞으로 뻗었다.
그러나 엘런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너는 3위고 나는 1위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2위가 빠졌잖아.”
카르디아는 살짝 멍한 표정으로 그의 말을 곱씹었다.
“그 말은 그럼…….”
“그래. 나와 싸우기 전에 2위를 이기고 와라. 그게 순서 아니겠어?”
카르디아는 아주 분한 듯한 표정으로 이빨을 까드드득하고 깨물었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열풍 사막에서도 이 서열제의 진리는 통했기 때문이다.
“……인정한다.”
“좋아. 그럼 마침 저 뒤에 2위가 오니까 둘이 잘 해보라고.”
엘런은 씨익 웃으며 카르디아를 지나쳤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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