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142)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142화(142/354)
#142화. 중간고사(7)
키아의 전투마법 중간고사가 시작되었다.
어딘가 놀이동산처럼 꾸민 세트장에 도착한 학생들은 되려 더 긴장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제껏 본 적 없는 시험장이다.
수업이 겹치는 시에나와 카르디아는 엘런의 옆에 서서 이곳저곳을 살폈다.
“여긴 대체 뭐 하는 곳이야?”
“겉보기는 놀이동산처럼 보인다만.”
“그러니까 놀이동산이 뭐 하는 데냐고.”
“……카르디아는 놀이동산에 가본 적 없는 것이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평생을 사막에서 살아왔을 테니 무리도 아니다.
시에나는 손가락으로 세트장에 장식된 놀이기구들을 가리켰다.
“저런 기구에 사람들이 타고 재밌게 놀 수 있는 장소를 놀이동산이라 칭하느니라.”
“으엑. 쓸데없이 시간만 버리는 것 같은데.”
“막상 타 보면 또 생각이 달라지게 되느니라. 엘런이여, 너도 놀이동산은 처음인 것이냐?”
엘런은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솔직히 말하면 크레센티아의 막내아들이었던 시절에도 놀이동산에는 가본 적 없었다.
자신은 그냥 집에 있는 게 더 좋았기 때문이다.
데려다준다 해도 기어코 버티며 이불 안에서 아이스크림을 물었다.
그래서 엘런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와본 적 없어.”
“방학이 오면 한 번쯤 가보자꾸나.”
“됐네요.”
“그러고 보니 다들 방학 계획이 어떻게 되느냐? 나는 황궁으로 귀환할 순 없을 것 같아서 처치 곤란이니라.”
“오오! 그럼 다들 우리 집에 놀러 오지 않을래? 라제나도 불러서 다 같이 가자!”
카르디아가 제자리에서 방방 뛰며 시에나와 엘런의 목에 팔을 감았다.
“정말 그래도 되겠느냐?”
“그럼, 그럼! 놀러 오라구!”
“엘런이여.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당연히 거절이야.”
엘런은 방학마저 이 재난 같은 놈들과 뒹굴고 싶지 않았다.
그냥 방학 내내 수도에 있는 여관 중 하나를 빌려서 틀어박혀 있을…….
“그럼 엘런의 본가로 가는 건 어때? 나 엘런 부모님을 엄청 뵙고 싶어! 대체 어떻게 이런 괴물을 키워내신 건지!”
“호오, 생각해보니 엘런의 집에 가는 것도 재밌을 것 같구나.”
“……카르디아의 본가로 가자.”
“응? 방금까진 가기 싫다고 하지 않았느냐?”
“생각이 바뀌었어.”
“좋아! 그럼 방학 때는 다들 날 따라오라고!”
엘런은 이마를 탁 하고 쳤다.
지끈거리는 이마와 함께 화려했던 방학 계획이 실시간으로 망가져 가는 게 느껴진다.
설마 여기서 자신의 본가에 온다는 얘기가 들이밀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엘런의 본가는 크레센티아.
하지만 엘런 이안느의 본가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깡촌 중에 깡촌이다.
어렸을 때 지명 외우기가 취미였던 그조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외지였다.
‘있지도 않은 본가에 데려가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
그럼 결국 거짓말인 게 들통나는 건 시간문제일 테고 자신은 기사단 입단이 결정된다.
그것보단 카르디아의 본가인 열풍 사막에 다녀오는 것이 백배 천배 더 낫다.
“으으! 기대된다! 아버지에게 너희를 인사시킬 생각에 막 흥분돼!”
“그 정도인 것이냐?”
“그럼! 아버지가 강한 친구 많이 사귀고 입단 신청받아오라 했거든!”
“…….”
“재밌으신 아버지구나.”
“그렇지? 으헤헤헷!”
기사단 입단을 피했더니 용병단 입단이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이 무슨 기구한 인생이란 말인가.
엘런의 한숨이 땅이 꺼지게 나오는 사이, 놀이기구 뒤편에서 누군가 뿅 하고 튀어나왔다.
“안녕하세요오!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전투 마법 중간고사 감독을 맡게 된 여러분들의 교수, 키아 데 푸글리시라고 합니다앗!”
짝짝짝짝짝짝짝-!!
그녀는 갑자기 박수 세례를 받고 싶었는지 환호와 함께 시험장으로 등장했다.
동시에 조교들이 어떤 기구 하나를 질질 끌고 온다.
“……펀치 머신?”
그 정체를 알아챈 엘런의 입에서 어떤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맞아요! 엘런 학생! 이건 보다시피 펀치 머신이랍니다? 다만 특별한 점이 있다면 주먹의 힘이 아니라 마법의 힘을 측정해준다는 것이죠!”
“이, 이게 중간고사인가요? 펀치 머신을 치는 게?”
“네네네! 엄청 신박하고 재밌을 것 같지 않나요? 에헤헤헷! 전부 제 머리에서 나온 거랍니다?”
키아는 양 갈래로 예쁘게 땋아 내린 제 머리를 주먹으로 콩콩 두드렸다.
“자! 그럼 거두절미하고 바로 시작해볼까요? 이 펀치 머신에 여러분이 가장 자신 있는 마법을 때려 박아주시면 돼요! 펀치 머신은 파괴력과 살상력! 다양한 부분에서 점수를 측정하니까 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확실히 마법사용이라서 그런지 일반적인 펀치 머신보다 그 크기가 훨씬 거대하다.
주먹을 치는 부분이 사람 몸통만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럼 영광의 첫 번째는 누가 맡아주시려나요~?”
“저요! 제가 할래요!”
모두가 꺼리는 첫 번째 자리를 망설임 없이 낚아챈 한 명.
“좋아요! 카르디아 학생! 평소에 힘이 넘치는 학생이었으니까 점수도 기대하겠습니다?”
“물론이죠!”
“좋습니닥! 그럼 준비되면 마음껏 질러주세욧!”
조금 전까지 놀이 기구는 시간 낭비에 불과할 것 같다던 말은 어디 가고, 카르디아는 설렘이 가득한 표정으로 펀치 머신 앞에 섰다.
학생들은 혹시라도 여파가 이곳까지 닿을까 한두 걸음 물러났다.
저 고릴라 같은 여자라면 그럴지도 모른다.
시에나는 옆에 선 엘런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몇 점이나 나올 것 같으냐?”
“글쎄. 아직 펀치 머신의 기준을 모르니까.”
“그것도 그렇구나. 그럼 엘런은 몇 번째에 나갈 생각이더냐?”
“글쎄.”
“……무슨 다 글쎄글쎄로 대답하면 어떡하느냐. 좀 제대로 말해보거라.”
“글쎄.”
시에나는 말을 말자는 기분으로 이만 시에나에게 눈을 돌렸다.
“마력 예열 시간은 10초! 마법 준비 시간은 1분! 그 안에 장전된 마법을 펀치 머신에 갈겨야 점수 인정이 됩니다! 모두 참고하세요오!”
카르디아는 그 시간 안에 어떤 마법을 하나 준비했다.
제일 먼저 아이언 스케일을 주먹에 너클처럼 감는다.
그 위에 마력을 하나 더 감고 하나 더 감아서 삼중으로 휘감았다.
잦은 위커의 사용으로 마력을 덧씌우는 건 도가 텄기에 할 수 있는 기예였다.
쿠오오오오오오-
절벽에서 폭포수가 쏟아지는 듯한 출력으로 카르디아의 마력이 날뛰기 시작했다.
댐을 개방하여 물이 시야 가득 밀려오는 것처럼.
결승선을 눈앞에 둔 경주마처럼.
머리카락 한 올부터 발가락 끝까지 폭발적으로 전달된 마력은 카르디아를 가장 완벽한 상태로 만들어주었다.
“받아라아아!!”
카르디아는 맹수의 포효 같은 함성을 내지르며 주먹을 뻗었다.
사막에서 평생을 투쟁과 함께 산 폭력의 천재는, 단 1초의 완벽한 타이밍으로 완벽한 스트레이트를 내질렀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앙-!!!
폭탄이 터진 듯한 굉음과 폭음이 울려 퍼진다.
벼락이 거꾸로 떨어진 듯이 새파란 마력의 청광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고, 놀이동산은 그 충격에 못 이겨 쿠르릉 떨었다.
띠리리리리리링-
철컥-
펀치 머신은 용케 깨지지 않고 그 충격을 감수한 채 점수를 표시했다.
펀치 머신 머리 위에 뜬 얼굴만 한 수정구에 숫자가 떠오른다.
[8731점]키아는 그 점수를 목도하자마자 환호와 함께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와우! 와우! 1학년에게서 이런 점수는 처음 봤어요!! 단순 파괴력은 2학년을 넘보는 것 같은데요?”
“아자!!”
“굉장히 수고하셨어용~ 자! 그럼 다음! 얼른 나와주세요!”
첫 번째 차례가 끝나니, 학생들은 물밀듯 몰려와 손을 들기 시작했다.
어차피 저 고릴라가 높은 점수를 받으리란 건 다들 예상했다.
이제 대충 최댓값이 정해졌으니까 지금은 달려들 때다.
“자자! 순서를 지키세요! 어차피 모두 하게 될 테니까요!”
““네!””
학생들은 조교와 교수의 지시에 맞춰 줄을 맞춰나갔다.
시에나는 그 모습에 살짝 초조해져 엘런의 손을 잡아끌었다.
“엘런이여. 우리도 어서 가서 줄을 서자꾸나.”
“교수 말 못 들었어? 어차피 다 한다잖아. 조금 늦게 해도 별 상관없어.”
“이런 건 기세를 압도하는 것도 중요하느니라. 압도적인 점수를 펼쳐야 적의 기가 죽지 않겠느냐.”
“그렇지! 그렇지! 딱 내가 주먹 치자마자 저 쩌리 놈들 얼굴 하얗게 질린 거 봤냐? 캬하하하! 이번에는 완전 나를 위한 시험이었어!”
시에나는 카르디아를 일순간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녀의 금속성 마법과 달리 목속성 마법은 이런 물리적인 면에서 내세울 수 있는 게 많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에나도 자신 나름의 방법이 존재했다.
“엘런! 이번에는 내가 널 이길 것 같다! 인정하지?”
“그러든지 말든지.”
“뭐야, 그 싱거운 반응은! 이러면 널 이긴 맛이 안 살잖아!”
엘런은 방학 때도 이 경쟁에 미친 여자를 봐야 한단 생각에 이미 질려버린 상태였다.
“어어! 저기 또 누가 친다! 구경해보자!”
“그렇구나.”
이번에 펀치 머신에 도전하는 학생은 엘런도 잘 아는 얼굴이었다.
“어? 이번에 엘런 조에 있던 그 늑대인간이네!”
“이름은 레우스였던 것 같구나. 같이 회식을 즐겼을 때 외워두었다.”
“레우스면 6천 점 정도 나오겠는데.”
“엥? 그걸 어떻게 알아?”
뻐어어어어억-!!
순식간에 늑대 폼으로 변신한 레우스가 전신의 완력을 주먹으로 담아 몰아쳤다.
펀치 머신의 점수는 미친 듯이 오르기 시작하다가, 어느 순간 딱 멈춰 섰다.
[6398점]“레우스 학생! 아주 좋아요! 들어가 계세요!”
“감사합니다.”
레우스는 이제 늑대인간의 힘을 완전히 잘 조절하는 듯했다.
이성을 잃는 일도 없고 늑대와 인간 사이를 오가는 변신 능력도 훨씬 빨라졌다.
“아, 엘런. 오랜만에 보는구려.”
“많이 성장했네.”
“다 엘런이 조장으로 있었기 때문이 아니겠소. 이 일은 평생 감사하고 있소이다.”
“평생까진 됐고.”
레우스는 여전히 변하지 않은 그의 모습에 피식하고 웃었다.
“그럼 다른 분들도 또 뵙겠소.”
“으, 응!”
“잘 가거라.”
시험을 마친 레우스는 이만 뒤로 움직였다.
“와아, 역시 늑대인간인가? 뭔데 나랑 점수가 비슷하지?”
“애초에 늑대인간보다 점수가 높은 너를 해부해봐야 하는 거 아니야?”
“뭘 해부까지 가냐? 어차피 이번 방학 때 열풍 사막으로 오면 다 알게 될 거야!”
“열풍 사막에서 아누비샨이란 이름은 왕족과 같은 취급을 받는다고 들었느니라.”
왕족 카르디아?
이렇게 안 어울리는 단어 두 개가 한 자리에 붙어 있기도 쉽지 않다.
거의 따뜻한 아이스크림 급으로 거북한 단어의 출현에 카르디아도 귀가 살짝 붉어졌다.
“와, 왕족은 무슨! 우린 긍지 높은 용병단이야! 사막의 태양 아래에서 힘없는 모래들을 보호하는 게 우리의 임무지!”
“힘없는 모래?”
“남부의 표현이니라. 민생들을 사막의 모래알에 비유하는 것이지.”
“뭐, 뭐야! 그걸 어떻게 알았어?”
“황족은 대륙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하느니라. 이런 대중적 표현은 당연히 알고 있지.”
뒤에서 잡담이 오가고 있을 때, 펀치 머신은 계속해서 점수들을 토해냈다.
[4311점] [3983점] [5215점]…….
대체로 4천 점과 5천 점을 오가는 점수들이었다.
간혹 상위권의 학생들이 6천 점을 넘겼고 그중에는 세디와 카터도 끼어 있었다.
모두 드레이크 파티 레이드에서 발견했던 자신의 장점을 본보기 삼아 앞으로 잘 나아가고 있었다.
조장으로선 기특할 따름이다.
“다음! 시에나 학생! 어서어서 나오세요!”
“다녀오겠느니라.”
“파이팅! 나보다 1점만 낮게 쳐!”
“……그게 응원이냐?”
“경쟁은 경쟁이잖아! 으흠!”
시에나는 요상한 응원을 뒤로하고 펀치 머신 앞에 섰다.
“준비되셨으면 시작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마력 예열 시간 10초.
마법 준비 시간 1분.
시에나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낭비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고, 매일매일을 알차게 살아왔다.
또한 이번에도 그럴 생각이다.
쿠와아아아아아아-
자연의 싱그러움이 물씬 느껴지는 녹색 마법진이 그녀의 발밑에서 떠올랐다.
키아의 눈에 이채가 서린다.
“우와아아아!! 이건!!”
땅에 심어졌던 작은 씨앗이 발아하듯, 시에나의 마법은 작은 일점에서 제 몸집을 불려 나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작은 잎사귀에 불과하던 것에 나뭇가지가 생기고 나뭇가지에 기둥이 생겼다.
[세부 특성 – 급속 성장] [우드 골렘]환상 속에서 보았던 마법이 현실로 끄집어내 졌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59-4
이 책의 모든 내용에 대한 편집권은 저자와의 계약에 의해 ㈜알에스미디어에 있으므로 무단 복제, 수정, 배포 행위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