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144)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144화(144/354)
#144화. 중간고사(9)
두 귀족 학생은 생각만 해도 즐거운 상상에 건물 옥상에서 킬킬거렸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 남아 있었다.
“일단 이 스크롤을 저 4층까지 올려야 해.”
“어떻게?”
“대충 생각해오긴 했는데 이 방법이 맞을진 모르겠다.”
한 명이 아공간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건 척 보기에도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매끈한 감촉의 석궁.
“야아, 이런 것도 가지고 있었냐?”
“아버지 거야. 하나 슬쩍했지.”
“그래서? 이 석궁으로 어떻게 할 건데?”
“그 뭐냐, 소설 같은 거 보면 석궁에다가 편지를 묶어서 던지잖아.”
“아하! 우리도 스크롤을 묶어서 4층에 쏘자는 거구나!”
석궁을 든 학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근데 문제가 하나 또 있어.”
“뭔데? 네가 저기까지 맞출 실력이 없다는 거?”
“……그런 거 아니거든! 사격이야 문제없다고. 진짜 문제는 저거잖아.”
학생의 손가락 끝에는 4층에서 굳게 닫힌 창문이 있었다.
물론 석궁 정도의 위력에다가 마법까지 담아 쏠 것이기에, 유리창 정돈 장애물 취급도 안 된다.
“근데 유리 깨지는 소리가 엄청 크게 날 테고 그러면 장학생이 올라올 수 있지.”
“올라와도 뭔 상관이야? 우린 여기서 바로 도망칠 건데?”
“스크롤이 마법진에 완전히 흡수되려면 한 시간은 필요해. 그때까진 당연히 육안으로 티가 나지. 그렇게 스크롤을 떼어내면 효과 또한 사라져.”
“그동안은 장학생이 4층에 일절 관심 없게 해야 한다?”
“맞아.”
석궁을 든 학생은 스크롤을 조심스레 화살촉 끝으로 묶었다.
“너 풍속성이 주속성이지?”
“으, 응!”
“산들바람을 움직여서 창문의 잠금 걸이를 내려봐.”
“……?”
“할 수 있지?”
“그, 그러려면 여기 옥상은 살짝 먼 느낌인데.”
석궁을 든 학생은 화살을 장전시키며 턱짓으로 중앙성을 가리켰다.
“아니면 조금 더 가까이 가던가. 난 여기서 4층을 저격한다.”
“이 새끼 그냥 지가 편한 거 하려고 나 일 시키는 거 같은데?”
“아니면 네가 석궁 쏘던가. 근데 쏠 줄은 아냐?”
“씨발.”
어디를 가나 능력자가 대우받는 세상.
설마 마법사 생활 구역에서 석궁을 못 쏜다고 욕지거리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는 옥상에서 단숨에 내려와 총총걸음으로 중앙성 담벼락까지 붙었다.
마력을 너무 많이 사용해서 바람을 날리면 당연히 눈치챌 확률이 높다.
정말 자연의 산들바람처럼 느껴지도록 조용하고 살살 움직여야 한다.
후우우우우우웅-
그의 손에서 돌돌 말린 바람이 4층 창문으로 집중되게 날아갔다.
덜덜덜덜-
철컥-
끼이익-
창문 틈새로 들어가 몇 분 동안이나 집중 공략한 끝에야, 창문 걸이가 힘을 잃고 풀려났다.
“돼, 됐다……!”
“오케이.”
4층 창문이 스르륵 열린다.
그는 화살촉 끝을 창문에 조준하며 마력을 담아냈다.
스크롤이 마력에 반응해서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불안정해진다.
퉁-
끝에 걸린 시위가 방아쇠를 당김과 동시에 떨어졌다.
허공을 가르며 쏘아진 화살은 자신의 몸을 구불거리며, 4층 창문으로 쏘옥 들어갔다.
텔레포트 마법진과 스크롤이 푸르게 빛나기 시작한다.
스크롤의 마력이 마법진으로 융화되는 것이다.
“됐다. 이제 가자.”
“응!”
두 학생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만 광장에서 사라졌다.
***
엘런은 오늘도 등교 10분 전에 일어났다.
마지막 시험 날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상이 달라지진 않는다.
그래도 감상만은 특별했다.
“오늘이 마지막 시험이네.”
이것만 끝나면 중간고사도 완전히 끝이 난다.
평소와 똑같은 시간, 똑같은 일주일이었는데 평소보다 더 힘이 드는 기분이다.
엘런은 대충 교복을 주워입고 4층으로 올라갔다.
그러니 뭔가 못 보던 것이 엘런을 맞이해주었다.
“화살?”
엘런은 마법진에 박혀 있는 것을 단숨에 뽑아 들었다.
마법진에 상처가 있진 않았지만 4층에 뜬금없이 화살이 있는 건 분명 이상했다.
끼이익- 끼이익-
“창문이 열려 있네.”
자신이 연 기억은 없다.
그럼 다른 누군가가 일부러 열어젖혔단 뜻인데.
엘런은 창문을 닫으면서 아까 화살이 박혀 있던 방향을 생각해보았다.
“창문을 열고 멀리서 저격한 건가.”
그렇다면 이것도 빌레드의 방해일 게 틀림없다.
“질리지도 않나 보네.”
엘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마법진 안으로 마력을 흘려 넣었다.
여느 때처럼 밝게 빛나던 마법진은 엘런을 교실로 데려다 주……지 않았다.
“뭐야.”
다시 한번 마력을 넣어봐도 똑같다.
뭔가 마법진 중간에서 마력이 턱 막혀버려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느낌이다.
엘런은 시계로 고개를 돌렸다.
“……지각이네.”
9시 1분.
자신은 시험날에 지각하고 말았다.
하지만 지각이 완성되려면 시험 시간이 끝나기 전에 시험장으로 도착해야 한다.
이걸 해결 못 하면 자신은 지각이 아니라 무단결석이 되어버렸다.
그것도 중간고사 마지막 날에 말이다.
“그래. 이번에는 힘 좀 썼다 이거지?”
엘런은 피식하고 웃으며 마법진 위로 양손을 붙였다.
뭐가 문제인지는 알겠다.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겠어도 마법진의 마력 회전이 원활하지 않고, 강에 제방을 쌓은 것처럼 턱턱 막혀 있다.
그것도 여러 군데가 동시에 그랬다.
뭔가 시간이 지날수록 이 막힘도 조금씩, 아주 조금씩 해소가 되고 있긴 하지만 이거 기다리다간 결석이 확정된다.
엘런은 손바닥으로 음기를 집중시켰다.
“마법진의 막힌 부분을 얼려서 부서뜨리면 그만이야.”
하지만 이 방법 또한 시간이 만만치 않게 걸릴 게 불 보듯 뻔했다.
최소 한 시간은 걸릴 작업이지만, 안타깝게도 이게 제일 빠른 것이다.
슈화아아아아아아-
엘런은 입에서 입김이 나올 정도로 음기를 집중시켰다.
***
마마상계 시험장.
이론을 배우는 수업인 만큼 평소처럼 정갈한 교실에서 보게 된 마마상계 중간고사는 학생들로 들어차 있었다.
딱 한 자리만 빼고 말이다.
“……늦는군요.”
퍼렐라인은 손목시계와 벽면에 걸린 시계를 연신 확인했지만, 장학생은 명백히 지각했다.
그는 제자리에서 피식 웃어버렸다.
수업 시간에 조는 것도 모자라 시험 날에 지각을 해버리다니.
대체 얼마나 커다란 배짱을 가지고 있어야 가능한 행동이란 말인가.
퍼렐라인은 조교들에게 눈짓했다.
“엘런 학생의 시험지는 파기하는 게 좋겠습니다. 이미 시험이 시작된 지 30분이 지난바, 더 이상 기다리는 건 형평성에도 어긋나겠죠.”
“알겠습니다.”
조교들은 엘런의 자리로 올려져 있던 시험지를 회수해서 단숨에 불태웠다.
뒷자리에 있던 라제나는 그 모습을 힐끔거리며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겁니까.’
설마 자고 있는 걸까?
엘런이라면 충분히 가능성 있었지만, 자신이 아는 그는 상식 있는 남자였다.
또한 비상식적인 손해를 무척이나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낮잠으로 시험 하나를 통째로 날리는 건 비상식적인 손해다.
어떤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긴 게 틀림없다.
‘나라도 시험을 빨리 봐서 그에게 가봐야 한다.’
라제나는 펜에 불이 붙은 것처럼 빠르게 움직였다.
지각과 결석은 큰 차이였기에 설령 그가 자고 있다면 어떻게든 깨워서 교수님에게 얼굴 한 번이라도 비춰야 했다.
라제나는 문제를 풀다가 다시금 엘런의 자리와 시계를 번갈아 쳐다봤다.
엘런은 아직도 안 왔고 시험은 시작한 지 한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뭔가 차가운 기운이 교실에 맴돌았다.
팔뚝에 소름이 돋게 하고 추위를 잘 타는 학생은 어깨를 파르르 떨 정도의 냉기였다.
라제나는 미소와 함께 직감했다.
드디어 엘런 이안느가 도착했다고.
슈화아아아아-
밝지 않은 청광과 함께 엘런이 교실 자리로 도착했다.
“……늦었군요. 엘런 학생.”
“죄송합니다. 사정이 있었습니다.”
“엘런 학생은 잠시 절 따라오도록 하십시오.”
딱-
퍼렐라인 교수가 손가락을 튕기자 그와 엘런이 단숨에 자취를 감췄다.
텔레포트에서 다시 텔레포트로 이동한 장소는 퍼렐라인의 교수실이었다.
그의 성격처럼 딱 깔끔하고 정갈한 느낌의 교수실은 척 보기에도 수많은 책으로 들어차 있었다.
“사정이 있다고 했죠.”
“그렇습니다.”
“무슨 사정이었습니까.”
“어떤 자들이 제 텔레포트 마법진에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그걸 고치느라 불가피하게 지각하고 말았습니다. 죄송합니다.”
“불가피하게라.”
퍼렐라인은 그 말을 조용히 읊조리며 자리에 앉았다.
“엘런 학생의 오늘 기상 시간은 몇 시죠?”
“……8시 50분이었습니다.”
“마법진을 고친 시간은요.”
“한 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다른 학생들은 평균 몇 시에 일어나는지 아십니까? 엘런 학생?”
엘런은 그의 책상 앞에 선 채 고개를 저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다섯 시입니다.”
퍼렐라인은 호수처럼 고고히 가라앉은 눈으로 그를 응시했다.
“학생들은 다섯 시에 일어나서 어제 했던 공부를 복습하거나 예습, 또는 자습에 들어갑니다. 자신의 부족한 체력이나 실전 능력을 메꾸기도 하죠. 엘런 학생이 편하게 자고 있는 시간에 말입니다.”
“…….”
“학생들이 몇 시에 등교하는지는 아십니까.”
“모르겠습니다.”
“대략 한 시간 전입니다. 그들은 교실에 한 시간 전부터 와서 교재를 꺼내고 또다시 공부에 들어갑니다. 만약 엘런 학생도 저들처럼 한 시간 전에 오는 노력과 성실함을 보였으면 어땠을까요.”
한 시간 전에 교실로 가고자 마음먹었더라면.
한 시간 전에 텔레포트 마법진을 작동시켰더라면.
설령 마법진이 망가졌어도 엘런이 말한 한 시간 안에 고쳐서 제시간에 올 수 있었다.
지각하지 않을 수 있었다.
엘런이 ‘보통’ 학생처럼만 살았다면 말이다.
퍼렐라인은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물론 저도 알고 있습니다. 천재에게 보통과 같은 삶을 강요하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지.”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엘런 학생이 죄송할 건 별로 없어요. 다른 학생들과 달리 공부의 효율이 너무나 뛰어난 걸 어쩌겠습니까. 굳이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날 필요 없이 한 번만 보면 되고, 그러니까 일찍 일어날 필요도 없죠.”
퍼렐라인은 제자리에 앉은 채 말을 이었다.
“미안하지만 엘런 학생이 지각하고 30분이 지난 시점에 시험지는 파기되었습니다.”
“……그렇군요.
퍼렐라인은 고개를 살짝 숙인 엘런의 얼굴을 마주하며, 담담히 말을 이었다.
“엘런 학생의 중간고사는 이걸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엘런은 고개를 꾸벅 숙이며 돌아섰다.
하지만 아직 퍼렐라인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죠.”
“네?”
퍼렐라인은 자신의 서랍에서 시험지 한 장을 꺼냈다.
“이건 제가 이번 중간고사를 준비하면서 만들어두었던 초본입니다. 하지만 부총장님께 거절당한 것이죠. 이유를 물어봐 주시겠습니까?”
“왜 반려당하셨습니까?”
“너무 어려워서. 1학년이 풀기에는 너무 어려워서 돌려보내 졌습니다. 엘런 학생은 이걸 풀면 됩니다. 남은 시험 시간 동안요.”
엘런은 시계를 확인했다.
시험 시간은 총 세 시간이었으나 이젠 한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이 자신에게 내려온 마지막 동아줄.
엘런은 퍼렐라인이 자신의 앞으로 내민 시험지를 받아들었다.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시험은 딴 데 갈 필요 없이 여기서 보시면 됩니다. 그럼 이제 딱 한 시간 남았군요. 시험 시작하겠습니다.”
당장 자리에 앉은 엘런은 펜을 집어 들고 첫 번째 문제와 마주했다.
동시에 숨이 턱턱 막혀 오는 것이 느껴진다.
누군가 뒤에서 목을 조르는 것처럼 숨이 죄여오고 머리가 어질거렸다.
그냥 일개 문제일 뿐인데 이런 저주스러운 두통이 가능하단 말인가.
과연 부총장에게 까일 만한 난이도고, 이걸 1학년들에게 내려 했던 퍼렐라인은 악마와 비슷해 보였다.
그래도 풀어야만 한다.
자신은 남들보다 게을러서 여기 있는 거다.
엘런은 정수리에서 김이 날 만큼 머리를 굴렸고, 퍼렐라인은 옅은 미소와 함께 그 모습을 멀찍이서 바라봤다.
그가 성공하리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만 기대는 되었다.
퍼렐라인은 애초에 처음부터 약간의 거짓말을 섞었기 때문이다.
저건 1학년용 시험지가 아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3학년 시험지에서 1학년 부분을 떼어온 것이죠.’
하지만 1학년에서 배우는 거라 해도 3학년 시험지에 출현하는 괴물 문제다.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엘런 학생은 이것도 풀 수 있을까요.’
퍼렐라인의 조그마한 기대감 속에, 문제의 한 시간은 점차 흘러만 갔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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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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