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148)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148화(148/354)
#148화. 서바이벌(2)
엘런은 느긋하게 화산으로 올라왔다.
언제 떨어진 지 모를 푸석한 화산재를 밟고 산의 중턱까지 올라서다 보니, 그 땅이 거칠게 손상되어 있는 게 보인다.
마치 거대한 뭔가가 이 위에서 주먹을 내지른 듯한 흔적이다.
“아주 죽을 둥 살 둥 싸웠구만.”
자신에겐 나쁘지 않은 소식이었다.
승자가 누구든 힘이 빠져 있을 테니까.
엘런은 마저 산을 올랐다.
화산의 정상까지 올라오니 싸늘한 침묵이 감도는 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근데 뭔가 이상하다.
왜 둘이 안 싸우고 동상처럼 가만히 서 있는 거지?
그때 시에나와 엘런의 눈이 마주쳤다.
“엘런이여. 도착했구나.”
“뭐냐, 너희들? 이 싸한 공기는 뭐지?”
“너의 예상이 맞을 것이다.”
“내 예상?”
시에나의 등 뒤에는 우드 골렘이 우직하게 버티고 서 있는데, 카르디아의 주위에는 수십 개의 비수가 무중력에 이른 것처럼 둥실둥실 떠다녔다.
“한 10분 전쯤인가. 박 터지게 싸우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까 굳이 우리끼리 싸울 필요가 없겠더라고.”
“맞느니라. 지금은 잠시 서로에게 들이대던 칼을 돌려 공동의 적을 상대하기로 했지.”
“얼씨구?”
둘의 몸이 엘런에게 돌아갔다.
동시에 우드 골렘의 눈과 비수의 끝도 엘런에게 겨눠졌다.
“우리 둘의 승부는 엘런 너를 끌어내리고 나서 정하기로 했다.”
“……너희는 명예도 없냐? 황궁하고 대사막이 이래도 되는 거야?”
“야! 너는 동화에서 마왕이 1대1 하는 거 봤냐?”
“내가 마왕은 아니잖아.”
“왜 아니더냐. 검은 성에 살고, 모든 걸 내려다볼 정도로 강하며, 웬만한 학생들은 네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지.”
“…….”
시에나가 말한 특징만 나열하면 자신은 정말 마왕이었다.
그래서 저 두 명의 용사가 자신을 찾아온 것일까.
새삼 친구의 중요성이 잘 느껴지는 순간이다.
“그래서 계획은 이거냐? 이미 너덜너덜해진 몸으로 내게 덤비기?”
“너덜너덜해진 게 아니라 예열된 것이다.”
“예열?”
“그래, 임마! 언제나 가장 뜨거워질 수 있도록! 우리의 몸은 지금 한껏 달아올랐거든? 이제 그 화력을 전부 너한테 쏟아부어 주마!”
“아니, 나만 이긴다고 1등이 아니야. 너희끼리도 싸워야 한다며.”
카르디아는 흐흣 하고 웃으며 양손에 투지를 끌어모았다.
[아누비샨 비전 – 금화(金火)]황금빛으로 더 없이 반짝이는 불꽃이 그녀의 주먹에 감겼다.
그 불꽃은 산불처럼 여러 군데에 옮겨붙었고, 나아가 카르디아의 비수로 전해졌다.
저건 위험해 보이는데.
엘런은 본능적으로 위험함을 느끼고 저도 모르게 턱을 아래로 당겼다.
그 모습을 포착한 시에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우리를 똑바로 봐주는구나.”
“……언제는 그럼 내가 너희를 실눈 뜨고 봤냐?”
“그게 아니니라. 엘런의 턱은 자신감인지 오만인지 모를 것 때문에 언제나 살짝 위를 향해있지. 헌데 그것이 지금 아래로 당겨졌다. 엘런 네가 긴장하고 있다는 뜻 아니겠느냐.”
“아주 심리학 박사님이시네.”
엘런은 비꼬듯 웃으며 자신의 냉기를 스멀스멀 펼쳤다.
하지만 그 전달 속도가 평소 같지 못하다.
엘런은 순간 그것에 이해를 못 하다가, 자신이 발을 디딘 곳이 어딘지 눈치챘다.
“화산의 지열 때문인가.”
“어째서인지 지형마저 우릴 도와주고 있느니라. 엘런 너의 냉기는 이곳이라면 평소보다 훨씬 힘을 못 쓰겠지.”
“넌 이제 끝났어! 나도 1등 한 번 해보자!”
“대신 끝나고 밥을 사주겠느니라. 2대1이 비겁하단 건 알고 있으니까.”
“됐네요. 애초에 질 생각도 없어.”
엘런은 그림 리퍼를 뽑아 들었다.
동시에 어딘가에서 옵저버로 이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을 키아 교수를 떠올렸다.
‘이거 분명 일부러 그랬어.’
전장의 끝이 화산으로 이어지는 건 키아 교수의 흑수가 틀림없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키아 교수는 언제나 자신이 한계에 직면하길 바라는 눈치였고, 그것을 경험시켜주기 위해 부단히 애썼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단순히 본인의 흥미를 위해서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팝콘을 입안에 털어 넣으며 우적우적 씹고 있을지 모른다.
엘런은 바깥으로 퍼뜨렸던 냉기를 거두었다.
대신 피부의 겉면으로 한없이 집중시켰다.
쩌저저저저저적-
피부와 냉기의 간격은 대략 10cm.
하지만 이 간격만큼은.
적어도 이 간격만큼은.
엘런이 화산이라는 지형에 상관없이 평소의 힘을 내뿜을 수 있는 거리였다.
‘어차피 냉기의 탄환도 화산에선 힘이 절반으로 뚝 떨어질 거다. 근접전은 피할 수 없어.’
이것은 라제나와의 싸움과 같다.
마력의 특성상 엘런은 빙속성이 강제되기 때문에 열기의 영향을 받는다.
‘10센티라도 내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었어. 이젠 이걸 가지고 스노우 볼을 굴릴 차례다.’
──싸늘하다.
엘런의 음기가 이곳까지 닿는 것도, 화산의 열기가 식은 것도 아닌데 뒷목에는 소름이 돋아올랐다.
누가 손가락이라도 까딱하는 순간, 눈으로 따라잡기 힘든 속도의 공격이 서로를 덮칠 것이다.
하지만 이미 힘을 상당히 소비한 둘에게 시간 끌기는 아주 불리했다.
“카르디아여! 선공이다!”
“알고 있어!”
우드 골렘이 채찍 같은 팔을 내질렀다.
금화를 머금은 비수가 하늘에서 비처럼 떨어져 내렸다.
쐐에에에에엑-!!
슈슈슈슈슈슈슈슉-!!
하나라도 맞는다면 조끼의 에너지가 뭉텅이로 빠져나갈 것이다.
전부 피해야 한다.
근접전이 불가피하게 된 엘런은 앞으로 튕겨 나가듯이 뛰었다.
“역시 근접전을 택하는군!”
카르디아는 근접전이 익숙지 못한 시에나 대신 엘런의 앞을 가로막고 섰다.
하지만 엘런은 순수하게 주먹 대 주먹으로 싸워줄 생각이 없었다.
촤르르르르르-!!
쩌저저저적-!!
한 손에는 그림 리퍼, 다른 한 손에는 매직 스피어.
허공에선 체인이 뱀처럼 꿈틀거리며 날아오는데 이 마법에는 모두 멀린 수식이 적용되어 있었다.
“젠장……!! 이거 내가 알던 무속성 마법이 아니야!”
“멀린 수식이니라! 카르디아여! 비수를 활용해야 한다!”
“크윽!”
“어딜.”
엘런은 카르디아가 비수를 쏘는 족족 그림 리퍼로 격추시켰다.
타아앙-! 타아앙-! 타아앙-!
그런다고 비수가 깨지진 않았지만, 경로는 방해할 수 있다.
카르디아는 금화를 주먹으로 옮겨서 자신을 묶으려는 체인을 깨부쉈다.
음기 회로와 크레센티아의 음기가 배합된 빙속성 체인인데, 저 금화 앞에만 다가서면 여름날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린다.
“이건 대체 무슨 불꽃이야.”
“열풍 사막의 태양이다! 여기 화산보다 수백 배는 뜨거울걸?”
“쯧.”
엘런은 발등에 매직 스피어의 창대 끝을 걸었다.
발리스타에 대형 화살을 장전하는 것처럼, 엘런의 매직 스피어는 카르디아에게 향했다.
흐으읍-
숨을 들이켜고 각력을 한계까지 모은다.
그러면서 쌓인 냉기는 가공할 만한 힘이 되어, 한계 이상의 힘을 끌어낼 수 있다.
[매직 스피어 – 투창(投槍)]콰아아아아아앙-!!
“……!!”
[아이언 스케일]카르디아는 팔에 강철의 완갑을 둘렀으나 아누비샨의 직감으로 알아차렸다.
이건 막을 수 없다.
하지만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믿고 등을 맡길 수 있는 동료다.
쐐에에에에엑-!!
터어엉-!!
허공에서 날아든 우드 골렘의 팔이 엘런의 창을 요격했다.
“흐으으으……!! 시에나! 땡큐!”
“카르디아여. 잠시 몸을 사리며 마력을 비축하거라. 엘런에게 직접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건 너뿐이니.”
“그, 그래! 알겠어!”
“내가 그걸 순순히 봐줄 것 같냐.”
그림 리퍼의 총구가 그녀에게 향한 순간.
[리프 스로잉] [우드 스피어]우드 골렘의 몸에서 칼날처럼 예리해진 나뭇잎이 우수수 쏟아지고 나뭇가지 단창이 뽑혀 나왔다.
“이런 치졸한 전술은 원래 내 장기인데.”
“좀 따라 해봤느니라.”
“하지만 원조의 클라스가 있지. 이런 거엔 못 당해준다.”
파아아아아앙-!!
쩌저저저저저저저적-!!
엘런의 발밑에서 솟아오른 프로스트 골렘이 자신의 팔을 들어 올렸다.
그것은 우산이 되었고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칼날 비를 완전히 가로막았다.
“그래, 시에나. 너의 골렘은 네가 자주 쓰는 마법을 그 자리에서 더욱 상향시켜 뽑아먹을 수 있는 모양이군.”
“맞느니라. 우드 골렘과 나의 세부 특성을 이용하면 말 그대로 전차가 탄생하지.”
“하지만 내 프로스트 골렘에게 그런 특성은 없어. 나와의 시너지로 주변을 더욱 시리게 해서 빙속성에 유리한 환경을 이끌어내긴 하지만, 화산의 지열 때문에 그런 것도 말짱 도루묵이야.”
“그래서? 이대로 항복인 것이냐? 내가 아는 엘런 이안느는 절대 그렇지 않다만.”
엘런은 골렘 뒤에서 피식 웃었다.
“나 본 지 얼마나 됐다고 그렇게 파악을 하셨어.”
“넌 알기 쉬운 인간이다. 엘런이여. 그러니 지금도 파악 가능하지. 너에게 숨겨진 한 수가 있다는 걸.”
엘런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그의 손이 시에나에게 향했다.
“공격해.”
짧은 명령.
안 그래도 멀린 수식으로 강화되어 한껏 커진 프로스트 골렘은 쿵쿵 소리를 내며 달려갔다.
시에나도 알고 있었다.
엘런의 프로스트 골렘과 자신의 우드 골렘이 정면으로 맞붙으면 정말 나뭇가지처럼 부러질 거라는 걸.
그녀는 우드 골렘의 등 뒤로 올라탔다.
프로스트 골렘은 공격 속도가 빠르지도, 이동 속도가 빠르지도 않다.
하지만 시에나의 우드 골렘은 그 모든 면에서 앞섰다.
“상대의 사정거리보다 내 것이 훨씬 넓다.”
시에나는 골렘의 양팔을 움직여 프로스트 골렘을 끊임없이 내리쳤다.
멀린 수식으로 강도가 올라간 프로스트 골렘은 잘 버텼지만 그게 끝이었다.
빙산도 언젠가 녹을 수밖에 없는 법.
콰지지지직-!!
우르르르르르르-!!
엘런의 프로스트 골렘은 파편으로 부서져 내렸다.
“이게 끝이더냐.”
그럴 리가 있나.
엘런은 검지로 그녀의 주변을 쿡쿡 가리켰다.
파편으로 굴러떨어진 프로스트 골렘의 조각이 제자리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다.
“분열과 수복. 내 골렘이 가진 장점이야.”
얼음은 쪼개도 얼음이고 부숴도 얼음이다.
하지만 나무는 우직한 뿌리, 단단한 기둥, 새파란 잎사귀가 있어야 했다.
잔가지가 많이 필요한 나무와 달리, 얼음은 그 자체로 얼음이었다.
쩌저저저저저적-!!
쩌저저저적-!!
쩌저저저저저적-!!
수백 조각으로 나뉘었던 프로스트 골렘이 다시금 하나로 수복했다.
하지만 그 개수가 특이하다.
“……어째서 골렘이 늘어난 것이냐.”
파편으로 나뉘었던 골렘은 수복되면서 세 마리로 늘어났다.
물론 힘의 총량은 정해져 있기에 출력도 세 배로 나누어졌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골렘이 뿜어내는 냉기. 그거 하나는 안 변하지.”
프로스트 골렘은 전진을 멈추지 않았다.
그럴수록 우드 골렘과의 거리는 가까워졌고, 시린 냉기는 그것보다 더 빨리 닿았다.
“하아아……. 하아…….”
시에나의 입에서 새하얀 입김이 흘러나왔다.
우드 골렘의 푸르렀던 잎사귀에도 성에가 끼기 시작했다.
여긴 분명 화산 한복판인데 추워서 몸이 오들오들 떨린다.
우드 골렘은 계속해서 프로스트 골렘을 산산조각내었다.
콰지지직-!!
빠가가가각-!!
쿠구국-!! 쿠구국-!!
성인 남자보다 머리 두 개는 더 커다랬던 프로스트 골렘은 갈수록 키를 줄여나갔다.
이젠 고작해야 우드 골렘의 무릎에 닿는 크기다.
이젠 30기가 넘어가게 된 프로스트 골렘이 내뿜는 냉기는 과연 엄청났다.
빙하를 한 몸으로 껴안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반대로 엘런은 이제야 살겠다는 듯 편하게 숨을 내쉬었다.
“그래. 이게 날씨지.”
화산은 자신의 열을 잃었다.
이젠 극지대의 한기가 전장을 감싸 안을 뿐이다.
프로스트 골렘들은 우드 골렘의 몸체에 자신을 붙였다.
움직임을 봉하고 냉기를 체온으로 전하는 것이다.
시에나는 굳은 얼굴로 땅바닥에 발을 디뎠다.
지열로 뜨끈했던 발은 어느새 자박한 살얼음을 밟고 있었다.
“포기할 거냐?”
“…….”
엘런은 시에나의 앞에서 총구를 들이밀었다.
완전히 빙속성 친화적으로 바뀐 환경은 그림 리퍼의 힘도 다시 되돌려주었다.
그녀의 기다란 녹발이 얼굴을 대부분 감추고 있어 무슨 표정을 짓는지도 모르겠다.
“야. 설마……. 우는 건 아니지?”
시에나는 끝까지 말이 없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간혹 떠는 어깨를 제외하면 그녀의 상태를 알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쯧. 밥은 내가 사야겠네.”
엘런은 머리를 긁적이며 시에나의 머리를 치워주었다.
하지만 거기서 드러난 표정은 엘런의 예상과 완전히 딴판이었다.
그녀의 입꼬리는 활짝 올라가 있었다.
덥썩-
엘런의 손이 덫에 걸린 사슴 발처럼, 통발에 걸린 물고기처럼 시에나에게 붙잡혔다.
“누가 포기했다 그러느냐. 나는 바통을 넘겨주었을 뿐이니라.”
“뭘 넘겨?”
후우우욱-!!
등 뒤에서 이제껏 쌓아 올린 냉기를 모두 지워버릴 만큼 뜨거운 뭔가가 치솟아 올랐다.
금화로 전신이 뒤덮인 카르디아의 주먹.
반사적으로 몸을 튼 엘런은 맹염을 눈앞에 둔 순간에서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카르디아의 손이 이미 뿌리처럼 얽혀들어 있다.
여기서 양발을 띈다는 건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이제 좀 져라아아!!”
카르디아는 자신의 한과 울분을 담아, 금색의 주먹을 엘런의 턱에 꽂아 넣었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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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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