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15)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15화(15/354)
#015화. 첫 수업(1)
엘런이 사라진 광장.
카르디아만 덩그러니 남겨진 그곳에 시에나가 들어왔다.
시에나는 갑자기 종료된 상황에 당황할 겨를도 없이 눈앞에 한 야생동물을 마주했다.
그 야생동물은 투기를 침처럼 뚝뚝 흘렸으며 살의를 찐득하게 퍼뜨렸다.
“높디높으신 황녀님. 바깥이라면 고개라도 숙여 드릴 텐데 하필 학교 안입니다요. 이 무례는 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용서해주시길.”
“…….”
카르디아는 비아냥거리듯 읊조리며 슬슬 거리를 좁혔다.
하지만 시에나는 그녀가 뭐라 지껄이든 주변을 훑었다.
아무리 둘러봐도 엘런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벌써 자리를 피한 건가.
카르디아는 짙게 웃으며 말했다.
“장학생 놈을 찾는 거냐?”
“방금까지 너와 싸웠던 것 같은데.”
“맞아. 하지만 그놈이 1위인 자신과 싸우려면 2위인 널 쓰러뜨리라지 뭐냐.”
“…….”
카르디아의 말에서 정황을 조합해본 시에나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결국 자신을 팔았다는 건가.
또 그놈에게 농락당했다.
시에나는 끓어오르는 화로 점점 붉어지는 이마를 천천히 진정시켰다.
하지만 그 열이라도 식혀주려는 것인지, 그녀의 얼굴 정면으로 새까만 신발 밑창이 날아왔다.
시에나는 몸을 낮게 숙여 그 앞차기를 피해냈다.
카르디아는 재밌다는 듯 씨익 웃었다.
“뭐야, 황녀가 허리 숙일 줄도 아네? 평생 꼿꼿하게 살아서 어떻게 하는지도 모를 것 같았는데.”
“너는 태도가 저렴하구나.”
시에나는 숙인 몸을 스프링처럼 펴고 일어섰다.
후우우우우욱-!!
사아아악-!!
그 반동과 다리 힘을 모두 이용해 어퍼컷이 그녀의 턱으로 솟구쳤다.
카르디아 또한 지지 않고 시에나의 옆머리를 향해 하이킥을 날렸다.
둘은 아예 막으려 하지도 않고 주먹과 발을 더욱 내질렀다.
삐비비비비비빅-!!!
그때 하늘에서 귀를 따갑게 하는 경고음이 울려 퍼졌다.
둘의 주먹과 다리는 그 자리에서 우뚝 멈춰 섰다.
그 반동으로 주변에는 약한 돌개바람이 불었다가 사라졌다.
[시에나 카이저 아인티제 학생, 카르디아 아누비샨 학생. 생활 구역에서 학생끼리의 교전은 학칙 위반입니다. 둘 다 벌점 3점 부여하겠습니다.]하늘에서의 목소리는 그걸로 또 끊겼다.
카르디아는 쯧 하고 혀를 차며 거의 완벽한 각도와 유연성으로 뻗었던 다리를 회수했다.
“아까 장학생 놈과 싸울 때는 입 닥치다가 왜 지금 와서 지랄이야.”
“…….”
둘은 육탄전을 멈추고 한껏 날카로워진 마력을 잠재웠다.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들거나 불똥이 튈까 숨어있던 학생들도 하나둘 밖으로 나왔다.
또한 밖으로 빠져나온 것은 학생들뿐만이 아니었다.
카르디아는 시에나의 옷 밖에 삐져나온 목걸이 하나를 발견했다.
“그 공장 부품은 뭐냐?”
시에나는 째릿하고 카르디아를 노려보며 용기의 반지를 다시금 조심스레 옷 속으로 넣었다.
더러운 습지 물을 벌컥벌컥 마실 때도 변치 않았던 시에나의 표정이 바뀌었다.
카르디아는 약점을 포착한 뱀처럼 혀로 입술을 사악 핥았다.
“낡고 녹슨 게 그냥 고철이잖아. 뭐가 마법처리가 돼 있는 것도 아니고. 설마 아까 습지에서 찾던 게 이 쓰레기야?”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 저렴한 입을 놀리지 말아라.”
“호오, 그래? 이 목걸이가 뭐길래?”
시에나는 목걸이 위에 손을 올리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내 용기의 근원이자 상징이다.”
그 말에 카르디아는 조소를 흘렸다.
아주 눈꼴 시렵고 같잖고 귀여워서 못 봐주겠다는 듯이.
탁- 탁- 탁-
슬림한 가죽 갑옷에서 단추와 조임새가 하나둘 풀어진다.
그녀는 몸을 감싼 갑옷을 거둬내고 구릿빛 등을 보여주었다.
“보이냐?”
“…….”
온갖 이유의 상처로 만들어진 흉터.
자잘한 것부터 거대한 맹수의 발톱 자국까지 아주 다양하다.
작은 화상, 칼자국과 화살에 찔린 흉터도 빼놓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그 모든 흉터를 집어삼키는 듯한 한 마리의 독황사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
카르디아는 그 훈장들을 자랑스레 내보이며 시에나를 깔보았다.
“용기의 상징은 이런 걸 보고 말하는 거야. 넌 이런 거 있어? 당연히 없겠지. 우리 황녀님은 넘어져서 아야 하는 것도 국가적 손실이니까.”
“그래. 그런 흉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거 봐. 그러면서 무슨 용기의 상징을…….”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날 상처입힐 수 있는 건 없었기 때문이다.”
시에나는 카르디아의 말을 끊고 그녀에게 한 발자국씩 다가갔다.
“그런 미숙함의 증거들이야 내겐 존재할 수 없지. 네 말대로 난 태어나기를 무결한 황녀로 태어났는데. 안 그런가?”
“이 새끼가…….”
미숙함의 증거.
치열한 삶의 훈장.
둘은 흉터라는 걸 각자의 이름으로 정의했다.
카르디아는 당장에라도 내뻗고 싶은 주먹을 억지로 주머니에 찔러넣고 몸을 돌렸다.
“너와는 언젠가 붙게 되겠지. 그때 증명해주마. 티파티나 하던 손으로는 나한테 못 이긴다고.”
“기대하마. 네 말대로 난 아량이 넓으니.”
“미친년.”
카르디아와 시에나는 끝까지 스파크를 튀기며 사라졌다.
그 치열한 열기가 무색하게 광장 바로 앞에 자리한 중앙성은 쥐죽은 듯이 조용했다.
“드르릉……. 드릉…….”
바깥의 소란 따위 자장가 취급하고 자는 엘런의 주변엔 과자 포장지들이 한껏 널브러져 있었다.
그랜드 소드마스터도 엘런이라면 전장 한복판에서 잘 수 있으리라고 인정했다.
그런 경력자에게 저런 말다툼쯤이야 귀에도 들려오지 않는다.
엘런은 배를 긁적이며 다음 날 아침까지 스트레이트로 숙면을 취했다.
***
매일을 불규칙하게 살던 자에게 갑자기 규칙적인 삶을 살라고 하는 건 어려운 주문이다.
특히 그 불규칙 대부분이 잠과 나태로 점철되어있는 자에겐 더욱 그렇다.
잠은 짧게 몇 분부터 길게는 몇 시간, 하루까지 삭제하는 강대한 힘을 가졌다.
오늘 엘런은 그 잠의 위력을 톡톡히 맛봤다.
짹짹짹- 짹짹-
때아닌 새소리가 창문을 타고 넘는다.
아침의 서늘한 한기와 햇살도 잊지 않고 늦잠꾸러기를 찾아왔다.
“…….”
그렇게 엘런은 눈을 떴다.
동시에 등으로 흐르는 뭔가 싸한 감각.
잠결이라 멍한 와중에도 뭔가 엄청난 실수를 저지른 것 같은 느낌이 엘런의 전신을 타고 돌았다.
마치 마도구에 마력을 넣고 활성화되는데 정적이 흐르듯.
엘런은 눈을 뜬 채 자신의 방을 몇 초 동안 멍하니 바라봤다.
그리곤 지금 본인이 뭘 빼먹었는지 실토해버렸다.
“아, 나 학교 가야 되지.”
엘런은 어제 귀찮아서 빼지도 않았던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10시 24분…….”
정확히 본래 등교 시간보다 1시간 24분 늦었다.
아니, 이젠 1시간 25분이다.
엘런은 한숨을 내쉬며 어기적어기적 일어났다.
대충 벗어던져 둔 옷을 다시 주워입는다.
어차피 늦은 거 몇 분 더 늦어도 똑같다.
그런 의미에서 샤워는 해도 괜찮았으나 그냥 쿨하게 패스한다.
“귀찮으니까.”
엘런은 붕 뜬 머리를 대충 쓸어넘긴 후 텔레포트 마법진 위에 올라섰다.
물론 아침으로 때울 마카롱은 입에 집어넣고 오물오물 씹었다.
후우우우우욱-!!
‘오늘은 또 어떤 막장 수업이 기다리고 있으려나.’
엘런은 기대 아닌 기대와 함께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러니 이번엔 전과 다르게 교실이 아니라 울창한 숲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본래 엘런을 기다리고 있어야 할 교수와 학생들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텔레포트가 이쪽으로 보내준 걸 보면 여기가 수업 장소는 맞는 데 말이야.”
타아악-! 빠악-!!
퍼어어엉-!! 팡팡-!!
어딘가에서 거친 폭발음이 메아리처럼 들려온다.
엘런은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5분 정도 걸으니 엘런은 나무들이 가득한 숲을 통과해 드넓은 초록 들판으로 나왔다.
들판에는 허수아비가 가득했고 그 허수아비 앞에는 학생들이 가득했다.
대충 세어봐도 50명 정돈되어 보인다.
엘런은 슬렁슬렁 그들 사이로 걸어갔다.
“어디 빈 허수아비에 조용히 있으면 그냥 넘어갈 수…….”
“엘런 이안느 학생.”
“있을 리가 없지.”
엘런은 고개를 주억이며 그쪽으로 몸을 돌렸다.
“예. 제가 엘런 이안느입니다.”
“늦게 온 것치고 퍽 당당하군.”
저벅- 저벅- 저벅-
엘런에게 이름 모를 강의를 맡은 이름 모를 교수가 걸어왔다.
서리가 내려앉은 회색 머리와 함께 입에 문 담배에선 하얀 연기가 솔솔 흘러나왔다.
다만 눈에 띄는 점은 그가 외팔이란 것이다.
심지어 한쪽 다리도 불편한 듯 아주 조금씩 절고 있었다.
후우우우웅-
초원으로 바람이 부니 한쪽 팔이 없는 그의 외투 자락은 풍향을 따라 나부꼈다.
엘런은 작게 미소 지었다.
“저번에 마녀 돌로네스 교수님도 그렇고 이번 교수님은 북부의 수호자군요.”
북부의 수호자.
그건 어떤 이의 칭호가 아니라 한 단체의 이름이다.
북쪽은 그 험난한 날씨와 더불어 사람이 잘살지 않아 괴물들이 하루가 다르게 불어났다.
그렇게 불어난 괴물들은 저들끼리 싸우다가 뭉쳐서 남하(南下)하는데 그럼 결국 인간과 부딪치기 마련이다.
그 때문에 과거 인간들은 북쪽에 거대한 성벽을 쌓고, 뛰어난 마법사, 기사들을 보내 괴물의 수를 조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북부의 괴물들은 하나같이 괴랄하고 강력해 웬만한 실력자로는 괴물 하나 감당하기가 힘들다.
“북부의 수호자 하나는 황궁 마법사 열을 합친 것과도 같다는 말이 있었는데 오늘 교수님을 보니 정말인 것 같습니다.”
“……화를 피하기 위해 아무 말이나 던진 거라면 지금 주워담아라.”
“아무 말이라뇨. 확신을 담은 예측이었습니다.”
엘런은 그를 하나씩 훑어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불편한 다리를 억지로나마 똑바로 걷게 하고 늘 경직된 몸과 늦추지 않은 경계는 딱 군인의 것입니다. 기사와는 또 다르죠.”
“그것만으로는 내가 북부의 수호자란 걸 짐작할 수 없었을 텐데.”
“저기 허수아비들을 보고 알았습니다.”
엘런은 근처 허수아비들을 가리켰다.
솔직히 저걸 허수아비로 불러야 하나 고민되는데 그 이유는 크기 때문이었다.
“허수아비는 보통 짚단으로 만들지만 저것들은 웬 오크통들을 엮고 나무판까지 덧대 만들었더군요. 저런 크기의 괴물은 만나기가 더 힘든 데 말입니다.”
엘런은 과자 가루가 묻은 입가를 씨익 올렸다.
“북부를 제외한다면요.”
“…….”
그는 침묵했다.
그 이유는 다양했다.
오늘 처음 본 이가 눈짓 몇 번으로 자신의 정체를 깨달았다.
헌데 그자가 방금 지각한 학생이다.
심지어 그 지각생은 처음부터 말이 많았던 전무후무의 장학생.
‘대괴물전 전투법’을 맡은 덩컨 교수는 눈가를 가늘게 좁히며 입을 열었다.
“본래 지각은 벌점 5점이지만 2점으로 깎아주지.”
“감사합니다.”
엘런은 짧게 고개 숙였다.
“하지만 그 2점도 걷어낼 수 있는 기회를 주마.”
“주신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따라오거라.”
엘런은 덩컨의 뒤를 따라 한 허수아비 앞으로 도착했다.
“이 허수아비는 정확한 방법으로 정확한 타점을 치지 않는다면 쉽게 부술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다.”
바로 앞에 서니까 고개를 한참 꺾어야 그 머리가 보이는 허수아비.
엘런은 그 허수아비를 가만히 관찰했다.
밧줄로 얼기설기 묶어놓았다고 해도 그 자체가 성문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 같이 두껍다.
오크통 또한 굉장한 강도의 나무로 만들어 연마를 반복했는지 그 강도가 강철보다 더 뛰어나 보였다.
“허수아비의 타점은 총 세 개. 하단, 중단, 상단이다.”
덩컨은 남은 왼손을 움직여 허수아비의 곳곳을 가리켰다.
엘런의 눈은 그의 손끝을 정확하게 따라갔다.
타점에는 모두 단단한 오크통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단부터 시작해서 상단까지 원하는 방식대로 타격하면 된다. 할 줄 아는 마법이 없다면 주먹이나 발을 써도 좋아.”
엘런은 주변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그들은 이 오크통을 칠 생각일랑 전혀 하지 않고, 자신의 마법을 이용해 허수아비를 공격했다.
그러나 허수아비에겐 조금의 금도 가지 않았다.
“저게 일반적인 것이다. 이 미세한 타점을 깨닫지 못하면 저렇게 제자리걸음만 반복하는 거지. 그리고 저것이 비상식적인 거다.”
덩컨의 손이 뒤편의 잔해물들을 가리켰다.
그 잔해들은 얼마 전까지 허수아비였던 것들로 누군가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들 만큼 부서진 허수아비는 그 머리만 땅바닥을 굴러다녔다.
“카르디아 아누비샨. 그 학생은 단 세 번 만에 감을 잡고 허수아비를 부쉈다. 아주 대단했어.”
“카르디아 학생은 어딜 간 거죠? 보이지 않는데.”
“넌 몰랐겠지만, 오늘 수업 목적은 허수아비 격파다. 목적을 달성했는데 구태여 여기 잡아둘 이유는 없지.”
그는 순간 조용해지며 덩컨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이 허수아비를 부수면 오늘 수업이 끝난단 말인가요?”
“그렇다만.”
엘런의 눈빛이 변했다.
썩은 물고기도 엘런과 비교하면, 팔딱팔딱 살아 움직이는 활어로 보이게 하는 그의 눈동자에 무언가 들어찼다.
엘런의 인생을 통틀어도 잘 찾아볼 수 없다는 그것.
크레센티아 가문에서도 직접 목도한 이가 손에 꼽는다는 엘런의 그것.
그 찬란한 이름은 바로 의욕(意欲)이다.
“네가 이걸 세 번의 기회 안에 깬다면 벌점 2점도 깎아줄…….”
빠아악-!! 콰직-!! 콰아앙-!!
세 개의 타점.
세 번의 타격.
세 번의 타격음.
허공으로 뛰어올랐던 엘런은 가볍게 안착했다.
우르르르르르르-
그의 위와 주변으로 비처럼 잔해물이 부서져 내린다.
엘런은 화악 덩컨을 돌아보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보내주세요.”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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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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