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150)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150화(150/354)
#150화. 동아리 신청(1)
제국 아카데미 총장실.
그곳에서 알렉산드라는 자리에 늘어지듯 앉아 서류를 들춰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호크 교수의 말은 마경 쪽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일전에 엘런 학생을 통해서 확인받은바. 현재 마경의 사제들이 활동을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그들의 마지막 활동은 약 1000년 전. 나도 태어나기 전이야. 정말 확실한 거냐?”
호크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망성에 그려진 용 머리뼈. 저희 에치먼 가문의 전설에서 가장 커다란 공포로 치부되던 것입니다. 이 표식은 마경의 왕이 다시 일어설지도 모른다는 전조입니다.”
“……마경의 왕이라. 에치먼 가문이 설명해 줄 수 있겠나? 이 존재가 정확히 무엇인지.”
솔직히 가문에서도 아이들을 겁주기 위한 존재 정도로 치부될 만큼, 먼 과거에 살아 숨 쉬었던 이것은 그 이름이 다양했다.
“마경의 왕, 가장 거대한 공포, 죽은 용들의 왕, 거짓된 진실의 혀 등등. 이걸 목격한 소수 민족과 마수 사냥꾼 가문은 각각 그것을 다르게 표현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마경의 왕으로 통칭하죠.”
“내가 알기로 마경은 각각 타고난 성격이 달라서 통합될 수가 없다 들었는데.”
“맞습니다. 하지만 마경의 왕은 자신의 영향력을 마경에 뿌리내려 하나로 합치는 힘을 가졌습니다. 또한 기본적으로 10년에 하나씩 자연 생성되는 마경을 그놈은 제 마음껏 뽑아낼 수 있죠.”
“그럼 온 세상이 마경화 되는 것도 시간문제겠군.”
“그렇습니다.”
호크는 일전에 엘런과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그의 말에 의거하면 벌써 마경의 사제들이 대륙을 버젓이 활보하고 있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가축들을 피의 제물로 바치고 있었다.
아주 영리하면서 소름 돋는 일이었다.
이렇게 몇 년이나 제물 활동을 이어왔을진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당장 1년, 어쩌면 5년이나 10년이 지났을 수도 있다.
“벌써 촌각을 다투는 문제가 되어버렸습니다. 당장 내일 마경의 왕이 깨어나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궁금한 점이 하나 있군.”
알렉산드라는 잠시 손을 들어 호크의 말을 멈추곤 다시금 입을 열었다.
“아까부터 마경의 왕이 깨어난다는 표현을 쓰는데 천 년 전에는 어떻게 그런 존재를 봉인한 거지?”
“아무도 봉인하지 못했습니다. 봉인할 만한 인간도 없었고요.”
“그럼?”
“저들끼리의 다툼이 문제였습니다.”
사실 마경의 왕에 관한 문제는 에치먼 가문 내에서도 그 정보가 무척이나 한정적이다.
아무리 태고 때부터 마수 사냥꾼으로 활동했던 가문이라고 하지만, 천 년 전은 확실히 아득한 과거였다.
그러나 마경의 왕의 몰락에 관한 건 어떻게든 기록해야 했기에, 에치먼의 선조들은 죽을 힘을 다해 정보를 지켜내었다.
그 정보는 후손들에게 전해졌고 호크 또한 그 정보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마경의 왕에겐 마경의 사제들이란 수하들이 있습니다. 다만 그 사제들의 포지션은 조금 특이한데, 사제는 왕의 힘을 쓸 수 있는 것과 동시에 왕이 될 수 있는 자격도 갖춘 자들을 뜻합니다.”
“호오, 그럼 저들끼리의 다툼이란 건 사제가 마경의 왕이 되고자 반란을 일으켰다는 것이군.”
“그렇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가 마경화 되면 왕이 가진 힘이 손 쓸 수 없이 커지기 때문에 사제는 그 전에 반란을 일으킨 걸로 보입니다.”
“사제는 왕이 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라…….”
알렉산드라가 이 대목에 집중할 때, 호크도 이 사실에 가장 상념이 짙었다.
엘런과의 대화에서 그가 말하길, 사제들과 조우하고 그들이 엘런에게 사제의 자격이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사제의 자격.
마경의 왕을 모시고 그 힘을 쓸 수 있는 자격.
동시에 마경의 왕이 될 수 있는 자격.
호크는 아직 이 부분만큼은 알렉산드라에게 알리지 않았다.
지금은 아무도 믿을 수 없었다.
모든 것이 확실해지기 전까진 말이다.
“잠시 허락해주신다면 제가 에치먼 가문에 다녀와서 정확한 마경의 상황을 파악해보겠습니다.”
“괜찮겠나? 지금 호크 교수와 에치먼 가문의 관계는 상당히 껄끄러운 걸로 알고 있는데.”
호크는 마수 사냥꾼이란 가업을 내팽개치고 집에서 나왔다.
하지만 그는 걱정할 것 없다는 듯 되려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마수 사냥꾼은 눈앞에 마수를 두고 눈을 돌리지 않는 법입니다. 당장 마경의 사제들이 일어서려는 조짐이 보이는데 사적인 원한을 품을 마수 사냥꾼은 한 명도 없습니다.”
“그래. 교수가 그렇다면야.”
“한 달 정도 시간을 벌어주십시오.”
“그동안은 다른 교수를 보조 마법 임시 교수로 붙이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다만 그 교수의 수업 방식에 대해선 자네가 왈가왈부할 게 아니란 걸 알 거야.”
호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좋아. 그럼 나가 봐.”
“감사합니다.”
호크 교수가 사라지고, 알렉산드라는 그가 넘긴 서류에서 그 속에 새겨진 문장을 바라보았다.
원 안에 오망성, 그 위에 있는 용의 머리뼈.
사실 드래곤은 마경에서 파생된 존재라 일컫는 학자들도 많았다.
다만 그럼에도 타고난 자연 에너지가 너무 많아서 마경 밖에서도 살아 숨 쉴 수 있다 보는 것이다.
알렉산드라는 복잡해진 머리에 두통을 느끼며 의자를 돌렸다.
커다란 창문 아래로 학교의 건물들이 즐비한 게 보인다.
“난 이것들만 지키면 돼.”
그게 약속이었으니까.
그놈의 마지막 소원이었으니까.
“근데 세상을 구하는 건 원래 너의 몫이었잖아.”
헌데도 왜 하필 네가 떠나버린 후에 세상은 다시 위험에 들끓는 것일까.
참 얄궂은 운명이다.
물론 그 후손들이 꽤나 잘나긴 했으나 아직 그놈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나마 1학년에 싹수 노란 녀석이 흥미로운 행보를 보여도 아직 멀었다.
“그 녀석은 강해지려는 욕망이 없으니까. 정작 오리하르콘 완드도 안 뺏고 돌려줬는데 말이야. 쯧쯧.”
그녀는 혀를 차며 의자에 푸욱 누웠다.
사실 옆에 쌓인 서류는 이미 산더미다.
중간고사가 끝난 시점에서 전 학년에게 꽤나 커다란 이벤트가 다가왔기 때문이다.
“무슨 동아리 신청 서류가 이렇게 쌓였어.”
알렉산드라는 한숨을 내쉬며 펜을 들었다.
***
“엘런이여! 나와 보거라!”
“그래! 아침 8시긴 하지만 나와봐! 이건 진짜 두 눈으로 봐야 해!”
“…….”
엘런은 오늘도 피 같은 주말에서 자명종도 없이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냥 무시한 다음 자고 싶었지만, 저놈들은 지금 안 일어나면 벽을 타고 창문으로 넘어올 기세다.
별거 아니면 죽여버린다.
-라는 마음가짐으로 대충 옷을 주워입은 엘런은 밖으로 나왔다.
“뭔데 주말 아침에 나를 깨우는 거야.”
“엘런, 엘런! 저기 게시판을 봐봐!”
“게시판? 뭐가 저렇게 많이 붙었어?”
“전부 동아리 입단 홍보지이니라. 선배들이 만든 동아리에 우리가 들어갈 수 있는 것이지.”
딱히 선배에 좋은 추억이 있진 않은데.
물론 세상 모든 선배가 그렇진 않겠지만, 엘런은 선배란 존재들과 부딪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동아리 들어갈 생각 없어.”
“왜? 엄청 재밌어 보이지 않아? 사냥 동아리도 있고! 승마 동아리랑! 근접 무투 동아리도 있어!”
……흥미 가는 게 이토록 없는 라인 업도 참 재주다.
“그래서 너흰 정했어?”
“나는 근접 무투 동아리에 들어가려고!”
“시에나는?”
“난 목속성 협회란 이름의 동아리에 들어갈 생각이니라.”
“그건 또 뭐야.”
“교내에 있는 목속성 주속성을 가진 학생들이 모여 자신의 의견을 나누고 더 강해질 방법을 고안하는 곳이지.”
그럼 빙속성 협회나 화속성 협회도 있나?
엘런의 생각이 맞는 듯 게시판에는 7속성이 전부 동아리로 존재했다.
“딱히 들어갈 곳이 없다면 엘런은 빙속성 협회로 가거라.”
“아니 왜 꼭 동아리를 해야 하는데.”
“당연히 이유가 있느니라. 바로 가산점과 인맥 때문이지.”
“동아리에 들어가기만 해도 교내에서 주는 가산점이 있거든!”
“또한 동아리는 선배들과 자연스럽게 마주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다. 여기서 안면을 터 두면 훗날 도움이 될 것이다.”
인맥은 관심 없다.
다만 그 가산점이라는 것이 엘런의 구미를 당기게 만들었다.
이번 중간고사로 자신은 느낀 게 있었다.
점수는 최대한 많이 당겨놓는 게 안전했다.
물론 이전에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고 당연한 말이었지만 뼛속 깊이 느낀 건 이게 처음이었다.
마마상계 중간고사도 그랬고, 챙길 수 있는 가산점을 다 챙겼으면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도 방지할 수 있었다.
심지어 이 동아리 가산점은 신청만 해도 굴러떨어지는 꽁돈이다.
이건 거의 1학년 전부가 하려 들 게 뻔한데 그럼 자신은 처음부터 지고 시작하는 싸움이 돼버린다.
“어쩔 수 없이 하나는 해야겠네.”
“그래! 동아리를 몇 개 하든지 상관은 없는데 그럼 학업에도 무리가 가니까! 어차피 두 개를 한다고 가산점이 늘어나는 건 아니거든!”
“어떤 동아리를 할지는 정했느냐?”
“글쎄. 그건 천천히 생각해 봐야지.”
“그럼 생활 구역 내에 있는 게시판들을 둘러봐봐! 여기에 동아리 홍보지가 다 붙어 있으니까!”
둘은 할 말이 끝나자 다시 어딘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너흰 어디 가냐?”
“신청하러 가야지! 정원 꽉 차면 놓치잖아!”
“나도 마찬가지이니라. 그럼 엘런이여. 이따 저녁때 보자꾸나.”
동아리 홍보지 밑에는 신청을 위한 텔레포트 주소가 있었다.
신청자들은 그 주소를 타고 가서 주말 동안 입단 신청을 볼 수 있는 듯했다.
어차피 1학년의 수는 무척 많고 정원은 한정되어 있기에, 신청 기간도 주말인 이틀로 짧았다.
“홍보지가 이렇게 많은데 이 중에 하나는 끌리는 게 있겠지.”
엘런은 중앙 광장에 있는 가장 커다란 게시판 앞에 서서 홍보지를 둘러보았다.
이미 아침부터 거센 경쟁이 오갔던 것인지, 홍보지 밑단에 문어발처럼 늘어져 있던 입단 신청서는 누군가 다 떼어버렸다.
시에나가 가져간 목속성 협회처럼 메이저한 동아리는 벌써 자리가 다 차버린 것 같다.
하지만 크게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저런 동아리는 관심도 없었으니까.
──약 10분 정도가 지났다.
“어쩜 이렇게 다 재미없어 보이냐.”
여기 중앙 게시판에는 흥미가 동하는 게 손톱만큼도 안 보인다.
“다른 게시판으로 가봐야 하나.”
엘런은 귀찮음에 뒷머리를 벅벅 긁었지만, 발걸음을 옮겼다.
눈앞에 꽁 가산점은 무조건 먹으리라.
엘런은 아공간에서 꺼낸 디저트를 까먹으며 생활 구역 게시판들을 전전했다.
게시판은 총 다섯 개.
중앙에 하나가 있고 동서남북에 하나씩 있다.
그렇게 먼 거리에 있진 않았기에 엘런은 나태함을 무릅쓰고 하나하나 찾아가 보았다.
하지만 오히려 거리가 가까운 탓에 실망감은 빠르게 번져만 갔다.
“벌써 마지막 게시판이네.”
엘런은 북쪽 게시판을 앞에 두고 얼굴을 문질렀다.
여기마저 희망이 없다면 자신은 이제 정말 카르디아가 말한 대로 승마 동아리 같은 데나 들어가야 할지 모른다.
“신이시여. 이제 좀 도와주세요. 평소에는 안 도와줬으니까 이럴 때라도 한 손 거들어주면 좋잖아요.”
엘런은 하늘에게 푸념 아닌 푸념을 늘어놓고 눈을 가린 손을 딱 하고 뗐다.
그리고 어떤 홍보지 하나가 본능처럼 눈에 띄었다.
아이스크림과 머핀을 비롯한 디저트가 마구 진창 되어 있는 홍보지.
엘런은 홀린 것처럼 그것에 손을 뻗었다.
[천상의 맛 디저트 연구회]“이런 보물 같은 게 왜 중앙 게시판에 없었지?”
그래도 오히려 다행이었다.
홍보지 밑에 달린 입단 신청서가 아직 가득하다.
이것은 아직 정원이 널널하다는 뜻.
엘런은 다른 누군가 채가기 전에 얼른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날 천상의 맛 디저트 연구회 동아리에는 딱 두 명의 신청자가 생겼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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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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