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152)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152화(152/354)
#152화. 동아리 신청(3)
“이곳은 뭐 하는 동아리야?”
엘리스의 질문은 모든 것을 관통했다.
동아리 방의 분위기도, 기존 부원들의 긴장감도, 지금의 어색함도.
칼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네, 네! 저희 천상의 맛 디저트 연구회 동아리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디저트를 찾는 게 목적이고, 또 만들어봄으로써 자신의 가장 적합한 취향의 디저트도 알아가 보는 게 목표인 동아리입니다!”
그녀는 세상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설명을 일목요연하게 끝마쳤다.
그 모습은 꼭 투자자들 앞에서 사업 발표를 하는 신생 상단과 닮아 보인다.
엘리스는 제자리에서 고개를 가만히 끄덕이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그럼 오늘이 동아리의 첫 모임인데 계획되어 있던 것이 뭐지?”
“어어……. 그, 그게…….”
“설마 준비된 게 없는 건가?”
이 말이 정답이었다.
솔직히 신입 부원들이 올 줄 몰랐던 칼리는 정해놓은 게 없었고, 정확히 같은 생각이었던 세이렌과 헤더도 마찬가지였다.
엘리스는 ‘하’ 하고 숨을 작게 터뜨렸다.
이 정도로 낮은 퀄리티의 동아리인 줄 알았으면 자신이 직접 만들 걸 그랬다.
그녀는 앞에서 우물쭈물거리며 고개를 숙인 셋을 째릿 하고 노려보았다.
‘엘런이 실망했으면 어떡하지. 설마 이걸 시작으로 디저트가 싫어졌다고 하면?’
엘리스의 머릿속에서 온갖 망상과 상상이 날치 떼처럼 튀어 오른다.
만약 이 망상 중에서 하나라도 현실에 이뤄진다면, 엘리스는 능히 이 세 명의 학교생활을 지옥으로 만들어줄 자신이 있었다.
자퇴는 어림없다.
이 학교 내에서 아주 철저하게 괴로움과 고통으로 가득한 매일을 선물해줄…….
“오히려 좋네요.”
“으, 응?”
“저는 뭘 정해두고 하면 잘 못 하거든요. 이렇게 정해진 게 없이 움직여야 부원들끼리 의견 교환도 되지 않을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학생회장님?”
“장학생의 말이 옳아.”
딱지 뒤집듯 휙휙 바뀌는 기분.
똑같은 무표정이었지만 살기가 가라앉은 무표정은 다행히 그녀의 기분이 좋다는 걸 뜻했다.
칼리는 이마 위에 흥건한 비지땀을 닦으며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하, 하하핫. 역시 그렇지? 그럼 이제부터 의견을 모아볼까? 오늘 하루 부원들끼리 어떻게 보낼지.”
세이렌과 헤더는 자동적으로 엘리스의 입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솔직히 모든 의견은 그녀의 앞에선 하등 쓸모없는 것으로 변모한다.
아무리 가치 있는 것이라도 학생회장에게 조금이라도 불편한 기색이 보인다면, 당장 쓰레기통으로 처박아야 할 아이디어인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 권력의 학생회장은 정신이 모두 옆에 있는 1학년에게 쏠려 있었다.
2학년 부원들은 3학년 학생회장의 눈치를 본다.
그 3학년 학생회장은 1학년의 안색을 살핀다.
기묘하게 쏠리고 쏠린 힘의 우위 관계에서 그 정상은 엘런의 것이었다.
엘런은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서로의 베스트 디저트를 공유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러면 서로의 취향도 알 수 있고 새로운 맛이나, 형태의 디저트도 알 수 있을 테니까요.”
“좋아.”
출발 휘슬이 떨어진 경주마처럼 무섭도록 빨리 튀어나온 엘리스의 긍정.
“회, 회의 끝났네요!”
“그럼 첫 모임은 디저트 공유로 시작하겠습니다아!”
“너무 좋다! 우리 후배님이 뛰어난 의견을 내주셨네? 오구 고마워라!”
솔직히 2학년들에게 지금 엘런은 날개 없는 천사이자 하늘에서 내려온 구원자였다.
가뜩이나 준비한 게 없어 엘리스에게 시선으로 난도질당하던 와중에, 엘런의 말 몇 마디로 학창 시절 다시 없을 대위기에서 벗어난 것이다.
또한 학생회장의 입맛에도 맞는 아이디어를 냄으로써 이 얼음장 같은 분위기를 부숴냈다.
“역시 장학생은 뭔가 다르긴 다르네!”
칼리는 이 귀엽고 똘똘한 신입 부원이 너무나 고마워서 그를 살짝 포옹하듯이 안았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물론 딱 인사 정도로 볼 수 있는 포옹이었기에 엘런도 가볍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걸 가볍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물이 하나 있었다.
“칼리.”
“네, 네!”
“1학년에게서 떨어지는 게 어때. 2학년이 그러면 후배가 부담스러워 하잖아.”
“죄, 죄송합니다악! 미, 미안해. 엘런.”
“아니에요. 또 너무 기죽지 마시고요. 학생회장님은 선배님을 싫어하는 마음에서 한 말은 아니었을 거예요.”
싫어해서 한 말 맞는데.
어딜 눈에도 안 차는 여자가 귀엽기 그지없는 막내의 몸을 함부로 만진단 말인가.
자신도 아직 떨려서 터치조차 잘 안 하는데 저 건방진 2학년은 스스럼없이 그 몸을 끌어안았다.
중죄다.
동시에 대역죄다.
마음 같아선 극형에 처하고 싶으나 옆으로 조용히 따라붙은 엘런의 목소리가 더 빨랐다.
“다른 사람에게 너무 차갑게 굴지 마. 내가 아는 누나는 따뜻한 사람이잖아. 그렇지?”
“마, 맞아…….”
“게다가 여긴 디저트 동아리야. 나는 여기 사람들과 적당히 가까워지고 싶어. 누나가 도와줄 수 있을까?”
“물론이야. 너가 원하는 거라면 무엇이든.”
엘런은 고개를 끄덕였다.
참으로 힘이 되는 사람이었다.
이래서 인맥이 중요한 거구나 싶다.
학교 안에서 학생회장 빽이 있으니까 어찌나 든든한지.
2학년이 앞에 몇 명이나 있어도 전혀 두렵지 않다.
오히려 어깨가 살아서 하고 싶은 말도 바로바로 뱉을 수 있었다.
엘리스의 존재 자체로 말이다.
“누나가 당장 여기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내겐 큰 힘이니까. 크게 손을 써줄 필요는 없어.”
“정말로……?”
“그럼. 당연하지.”
학생회장의 관심이 이 손안에 있는데 무엇이 두려울까.
“자자! 모두 여기로 앉아주세요!”
도넛처럼 생긴 원탁을 가져온 칼리는 그 앞에 앉아 먼저 자신의 최애 디저트를 꺼내 보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는 바로 케이크야! 커다란 케이크도 분명 좋아하지만, 더 좋아하는 건 딱 한 조각에 힘을 준 이 조각 케이크! 이게 대박이지!”
“저도 좋아하는 거예요. 조각 케이크는 말 그대로 한 조각뿐이지만, 그 적은 양 안에서 담을 수 있는 온갖 풍미를 축약한 멋진 디저트죠.”
“마, 맞아! 우리 1학년이 뭘 좀 아는구나!”
“조각 케이크는 맛있는데 저기 동장님은 케이크 껍질을 땅바닥에 버려두는 게 취미야.”
“야, 야!”
세이렌의 고발에 칼리는 귀가 새빨개졌지만, 엘런은 웃고 넘길 수 있었다.
그 취미는 자신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세이렌의 차례였다.
“나는 머핀을 가장 좋아해. 하지만 아무 머핀을 좋아하는 건 아니야. 난 머핀의 빵 위에 과도할 정도로 많은 토핑이 올라가 있는 게 취향이거든.”
세이렌이 꺼낸 머핀은 그녀의 말마따나 폭력적이었다.
배보다 배꼽이 크단 말이 어울릴 정도로, 머핀의 빵 위에 생크림이 동글동글 말려 있고 그 위에 막대 초콜릿을 꽂아 넣었다.
하지만 엘런의 눈에는 박수를 쳐주고 싶을 만큼 균형 있는 디저트였다.
“생크림으로 살짝 느끼할 수 있는 걸 머핀의 빵으로 잡아주고, 마무리로 위에 얹어진 초콜릿을 즐기는 형태군요.”
“……!!”
“어, 어디 감시 카메라 달려 있나? 어떻게 우리가 디저트 먹는 방법을 그렇게 잘 알아?”
“그냥 제가 그렇게 먹어서 어림짐작해봤을 뿐입니다.”
“다음은 내 차례네. 내 것도 맞출 수 있을까?”
어느새 각자의 디저트를 알아맞히는 경연이 되어버린 원탁 위에 헤더의 것이 올라왔다.
“내 건 이거다!”
헤더가 꺼낸 건 노릇노릇한 와플이었다.
와플 안에선 구름처럼 보드라운 생크림이 가득 차 있고, 체크무늬로 뿌려진 초코 시럽 위에 바나나와 딸기가 한가득 들어 있다.
날씨에 따라 이 위에 아이스크림을 올려 먹어도 진국인 디저트.
엘런도 상당히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굉장히 먹음직스러워 보이네요.”
“그렇지? 이건 2학년 생활 구역에 있는 와플 가게에서도 밖에 내걸리자마자 매진되어버려.”
“2학년 생활 구역에는 디저트 가게들이 많이 있나요?”
“응응! 2학년부터는 학생들의 편의 시설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단계거든! 우린 운동장도 있고 수영장도 구비되어 있어! 이런 디저트 가게야 종류별로 하나씩 있지!”
칼리의 설명에 엘런은 자신의 주먹을 불끈 쥐었다.
2학년으로 올라가야 할 이유가 방금 하나 더 생겨버렸다.
“그래서 1학년? 내 최애 디저트에 대한 감상은 어때?”
“정말 맛있어 보입니다. 와플은 특히 바삭한 겉면 아래에 내재된 생크림의 부드러움과 상큼할 딸기, 달달한 바나나의 조합이 인상적이죠.”
“골든 정답이야. 이제 슬슬 우리 1학년의 디저트가 궁금해지는데?”
“저는 별거 없습니다.”
엘런은 혹시 몰라서 냉동고에서 꺼내고 프리징으로 얼려둔 그것을 꺼내 보였다.
초코 콘 아이스크림.
엘런의 최애였다.
“오호라! 클래식하지만 싫어하는 사람 없는 디저트지! 여름이면 나도 저걸 매일 먹었던 기억이 나!”
“난 아이스크림은 좋은데 초코는 별로. 바닐라가 더 깔끔하잖아.”
“난 녹차 맛이 좋던데.”
셋의 취향은 각자 달랐지만, 이것 또한 아이스크림의 장점이었다.
그 맛이 무척 다양하기에 개인의 입맛대로 골라 먹을 수 있다.
엘런의 차례가 끝나고, 대망의 학생회장 차례가 다가왔다.
칼리와 세이렌, 헤더는 먼저 리액션을 목구멍에 일발 장전해두었다.
저기 아공간에서 모래 한 줌이 나오더라도 셋은 ‘어머, 어머, 어머’를 연발하며 미친 리액션을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긴장의 끈이 한껏 팽팽하게 당겨진 가운데, 엘런만은 느긋이 턱을 괴었다.
어차피 엘리스가 꺼낼 디저트가 뭔지는 다 예상이 갔기 때문이다.
“난 이거.”
턱-
그녀가 책상 위에 올린 건 생블루베리와 더불어 신선한 블루베리를 갈아 만든 스무디였다.
“어머, 어머, 어머!! 저도 이거 너무 좋아하잖아요! 선배님!”
“그래?”
“네에! 이거랑 똑같을진 모르겠지만 2학년 생활 구역에도 스무디 가게가 있거든요! 거기서 진짜 매일 시켜먹어요!”
“네, 네! 맞아요! 수업 들어가기 전에 꼭 한 잔씩 사서 간다니까요?”
“2학년 스무디 가게도 맛은 나쁘지 않지만 3학년 생활 구역에서 시킨 건 차원이 달라. 3학년은 보급이 거의 매일 이뤄져서 그날 가져온 신선한 재료로 만들거든.”
“그럼요! 2학년하고 3학년이 어떻게 같겠어요!”
셋은 부장님을 앞에 둔 부하 직원들처럼 손을 비비고, 블루베리 스무디가 신이라도 된 것처럼 떠받들었다.
그 모습은 열정적이고 뜨거웠지만, 한편으로는 살짝 측은하기도 해서 엘런은 마냥 웃을 수 없었다.
만약 학생회장이 자신의 친누나가 아니었다면, 저 대열에 자신도 껴야 했을지 모른다.
블루베리 스무디가 칭찬받자 엘리스는 기분이 살짝 좋아졌는지, 입꼬리가 아주아주 살짝 씰룩거렸다.
‘기분 좋은가 보네.’
물론 거의 일평생을 같이 보낸 가족만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미세한 움직임이다.
“그럼 이제 서로의 디저트를 조금씩 잘라서 서로 나눠 먹어볼까?”
“그러자!”
“좋아, 좋아.”
“좋습니다.”
“응.”
다섯은 그래도 처음보단 풀린 분위기 속에서 첫 번째 모임을 진행해나갔다.
***
엘런은 중앙성으로 돌아왔다.
첫 모임이지만 나름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
자신의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집단을 만나는 건 역시 좋은 일이다.
전투광과 모범생들 사이에서 치이다 보니, 이런 일상적인 순간들을 놓치고 살아버렸다.
부스럭- 부스럭-
하지만 이 밑에 거실에서 또 인기척이 들려온다.
“……마음대로 들어오지 말라니까.”
이젠 아주 이곳을 자기 집 안방으로 안다.
거실까지 성큼성큼 내려가니, 아니나 다를까 그 삼인방이 있었다.
“야. 왜 또 너희들이 여기 있는 거야.”
“엘런. 긴급 공지가 떴다.”
“긴급 공지?”
“그래! 원래 보조 마법 교수였던 호크 교수님이 개인 임무 때문에 한 달간 떠나고, 그 사이 임시 교수가 오는 모양이야!”
호크 교수의 출장.
설마 그때 얘기했던 사제들 때문인가?
엘런의 머릿속으로 한 가지 가설이 떠올랐지만, 지금 이걸 추론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근데 우리 지금 조졌어! 완전 조졌다고!”
“교수가 새로 온 게 뭐 어때서. 그냥 똑같이 수업하겠지.”
“저희도 그럴 거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아닌가 봅니다. 교수가 바뀌었다는 통지와 함께 곧바로 새로운 보조 마법 교수님에게 쪽지가 날아왔거든요.”
“주말에 바로?”
“그렇습니다.”
웨인은 라제나가 들고 있던 쪽지를 건네받았다.
[내일 수업은 위에 적힌 장소에서 합니다. 텔레포트 마법진을 쓰지 말고 오세요.]“……이건 또 무슨 소리야.”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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