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159)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159화(159/354)
#159화. 깃발 잡기 레이스(2)
엘런과 카르디아는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장난하지 마. 진짜 아니지?”
“저, 정말인 것 같은데.”
“미쳐버리겠네.”
엘런은 하늘에서 눈이 솔솔 내리는데도 땀이 흥건해진 이마를 털어냈다.
“하나만 물어보자. 혹시…….”
“네, 네가 상상하는 그런 건 아니야. 다행히도.”
“그래. 그건 다행이다.”
“휴, 휴지는 나한테 있어!”
“근데 화장실이 없잖아.”
이런 설산에 누가 화장실을 만들어뒀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설령 화장실이 있다고 해도 카르디아와 자신은 밧줄 때문에 끽해봐야 1M 조금 넘게 떨어질 수 있었다.
결국 이 방법밖에 없다.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어 봐. 간이 화장실을 만들어줄 테니까.”
“저, 정말? 그런 게 가능해?”
“마법이 괜히 마법이겠냐.”
“그, 그럼 빨리 만들어 줘! 나 이러다간 교복에다가……!!”
“설명하지 마.”
엘런은 손가락을 튕겼다.
쩌저저저적-
쩌저저저저적-
곧이어 카르디아의 주위로 두꺼운 얼음벽이 솟아올랐다.
근처의 눈과 엘런의 냉기를 골고루 섞어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밧줄이 들어갈 틈을 만들기도 쉬웠다.
“얼른 일 보라고.”
“귀, 귀 막아!”
“왜. 용병 생활하다 보면 이런 일도 많았을 거 아니야.”
“우리가 야만인이냐? 우린 진짜 간이 화장실을 전부 챙기고 돌아다닌다고!”
“아, 그래? 그건 몰랐네.”
“그러니까 귀 막아! 빨리!”
엘런은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양손을 귀에 가져갔다.
“막았다.”
“지, 진짜지?”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들리지 않는다면 그게 정상이었기에, 카르디아는 그제서야 편하게 일을 처리했다.
얼음벽 위로 새하얀 증기 같은 게 스멀스멀 올라간다.
흔적(?)까지 완벽히 지워낸 카르디아는 얼음벽을 쿵쿵 두드렸다.
“야! 끝났어!”
“왜 이렇게 오래 걸려? 이 정도면 작은 게 아닌데?”
“아 뭐래!”
“빨리 가자. 예티가 쫓아올라.”
엘런과 카르디아는 작은 해프닝을 뒤로하고 다시 설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
주머니에 손을 꽂아놓고 하릴없이 걷다 보니, 이제 나무들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젠 정말 새하얀 눈만 이 앞에 가득해지려는데.
“에, 엘런……! 잠시만……!”
카르디아가 엘런의 어깨를 잡고 바닥에 끌어 내렸다.
갑자기 무릎 꿇려진 엘런은 그녀를 확 하고 노려보았지만, 카르디아의 손가락은 이 앞을 향해 있었다.
“저기 봐봐.”
“별거 아니면 내가 다 소문낼 거야. 설산에서 실례한 놈 있다고.”
“이, 이 비겁한 놈! 그런 거 아니니까 저기 아래를 봐봐.”
“뭔데 그래.”
엘런은 카르디아의 손끝이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내렸다.
“……뭐야 저거.”
“내가 보기엔 예티들의 군집 같아.”
털이 어찌나 하얀지 눈과 별로 구분이 가지 않는 커다란 덩치들이 아래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대충 세어봐도 스물은 되어 보인다.
그 커다란 발은 조금만 걸어 다녀도 울퉁불퉁 쌓인 눈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고, 우묵한 이빨은 고기를 짓이기며 삼켜댔다.
방금 막 사냥을 갔다 온 것인지, 예티가 기르는 늑대들이 썰매에 몸이 묶인 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걸 유심히 바라보던 카르디아가 손뼉을 짝 하고 쳤다.
“우리 저 개썰매 타 보는 거 어때?”
“저걸?”
“응! 어차피 이 너머는 산맥의 경사가 지기 전까진 평평해! 거길 개썰매로 빠르게 돌파하는 거지!”
“근데 넌 여기 지리를 왜 그렇게 잘 아냐?”
“에이, 엘런! 우린 지금 어디에 와 있지?”
“케이베른 산맥이지.”
카르디아는 후후훗 하고 웃으며 아공간에서 담배를 꺼냈다.
정확히는 담배를 넣어두는 전용 상자.
엔틱함과 정교함마저 느껴지는 이 상자 속엔 어떤 각인이 새겨져 있었다.
“메이드 인 케이베른! 나는 여기 지역에서 만든 담배를 제일 좋아하거든. 그래서 자연스레 지리도 알게 되었지.”
“그래서 교수님이 피우던 시가를 보고 반가워했구나.”
“응! 흡연인들 만 알 수 있는 공감이랄까?”
“그건 됐고. 개썰매를 탈취할 계획은?”
카르디아는 그것마저 준비해두었는지 표정이 아주 자신만만했다.
“이번 계획의 작전명은 ‘엘런 이안느’야.”
“……뭐라고?”
“세부 작전은 이거야. 엘런 이안느가 예티 무리 사이로 뛰어든다. 엘런 이안느가 잘 피하고 잘 싸우며 모든 예티를 처리한다. 그럼 이때 카르디아 아누비샨이 나와서 늑대들을 진정시키고 썰매를 조종한다.”
“다른 한 명의 비중이 너무 크다고 생각되진 않냐?”
“왜? 이 정도면 딱 적당한 거 같은데. 엘런 너 개썰매 운전할 줄 알아? 개를 진정시키는 방법은?”
엘런은 어느 것 하나 대답할 수 없었다.
사막에 살던 놈이 개썰매는 왜 조종할 수 있는지 모르겠으나, 확실히 카르디아는 동물과의 교감을 잘했다.
이래서 전문직이 대우받는 건가.
엘런은 한숨을 내쉬며 웅크렸던 몸을 일으켰다.
“잘 붙어 있어. 스텝에 방해되지 않게 조심하…….”
“읏차.”
카르디아는 당당히 엘런의 등 위로 붙었다.
그 모습이 꼭 집을 얹은 달팽이 갔다.
엘런의 고개가 뒤로 확 돌아간다.
“야. 누가 업히래?”
“이러면 스텝에도 방해되지 않고 마법에도 방해되지 않잖아!”
“대신 무겁잖아.”
“야, 야! 내가 왜 무거워! 자자! 얼른 출발! 작전 엘런 이안느 시작이야!”
엘런은 한숨을 내쉬며 발밑에 쉴드를 만들었다.
스아아아아아악-!
그것은 마치 보드처럼 눈으로 쌓인 언덕을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내려갔다.
예티들은 갑작스레 대놓고 정면으로 찔러 들어오는 적에게 화들짝 놀라다가 약간 혼란스러워했다.
“적이 한 명? 두 명?”
“모르겠다. 일단 죽이자.”
“인간 고기. 마침 먹고 싶었다.”
“모두 무기를 들어라. 형제들이여.”
눈이 두껍게 쌓인 저 케이베른 설산처럼 묵직한 목소리들이다.
엘런은 쉴드 보드를 타면서 받은 스피드를 다리에 모아 일점으로 폭발시켰다.
쿠우웅-!
허공으로 떠오른 그의 발밑으로 연청색 마법진이 피어난다.
공중에 만개한 얼음꽃은 그 밖으로 무언가를 소환했다.
예티들을 상대할 또 한 명의 덩치.
[프로스트 골렘 – 멀린 수식]이로써 그들의 적은 확실하게 두 명이 되었다.
“좋았어! 잘 싸운다! 파이팅! 파이팅!”
“……입 안 다물면 저기 예티 사이로 던져버린다.”
“우린 줄에 묶여 있다구! 날 던지면 너도 던져야 해!”
“…….”
이럴 때만 저놈의 머리는 팽팽하게 돌아간다.
엘런은 프로스트 골렘의 어깨 위에서 공격을 조종했다.
“가까이 다가오는 놈들을 맡아.”
쿠구구구궁-
콰아아앙-!! 콰아앙-!!
프로스트 골렘은 거대한 주먹을 철퇴처럼 휘두르며 가까이 붙은 예티들을 떼어냈다.
자신보다 두 배는 커다란 적이 코앞에 있음에도 물러서는 법이 없다.
그건 북부 괴물들의 특징이었기에 엘런은 쯧 하고 혀를 차야 했다.
“이놈들은 꽤 끈질기네.”
“북부 애들이 원래 좀 그래! 여기 도시 사람들 만나 봤어? 불곰국이라고 곰이 엄청 많은 나라가 여기 근처에 있거든? 근데 거기 사람들은 방망이를 식료품점 갈 때도 들고 다닌대!”
“상식 알려줘서 고맙긴 한데 지금은 좀 입을 다물어 줄래?”
“즈읍!”
카르디아는 입에 지퍼를 잠그는 시늉을 마지막으로 다시금 조용해졌다.
이제서야 전황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는 듯하다.
엘런은 손 위로 매직 애로우를 만들어냈다.
‘확실히 주변이 냉기로 가득해서 그런지 마법의 위력이 모두 눈에 띄게 증가했어.’
매직 애로우뿐만이 아니었다.
방금 마법진에서 소환한 프로스트 골렘 또한 예티들의 공격을 실시간으로 받고 있음에도 흠집 하나 나지 않고 있다.
부서지고 또 부서져도 주변의 냉기와 눈으로 인한 수복력이 더욱 빠른 것이다.
‘확실히 화산 지형보단 싸우기 편하네.’
슈슈슈슈슈슈슉-!!
하늘에서 얼음 화살이 비처럼 쏟아져 내린다.
엘런은 목적한 개썰매는 교묘하게 피해 가며 화살을 쏟아냈다.
보통의 매직 애로우라면 뚫기 힘들었을 두꺼운 털가죽은 냉기와 만나 그 관통력을 드높였다.
엘런은 다시 손가락을 튕겼다.
스아아아아아아아-
프로스트 골렘이 냉기로 사라지고 둘은 땅에 발을 디뎠다.
예티들의 새하얀 털가죽은 이미 피로 물들여진 지 오래다.
하지만 이 걸쭉한 피도 금방 얼어붙는 살인적 추위에서 빨리 벗어나려면, 저기 개썰매가 아주 유용했다.
“카르디아. 네 차례야.”
“오케이! 맡겨만 주라고!”
카르디아는 손에 육포를 쥔 채 늑대들에게로 천천히 다가갔다.
으르르르-
으르르르릉-
썰매에 연결되어 있던 두 마리의 늑대는 낯선 이의 접근에 목을 거칠게 긁어댔다.
하지만 그 손에 들린 육포는 낯선 것이 아니다.
되려 친숙하고 너무나 맛있는 것.
“옳지, 옳지. 우리 늑돌이들 착하지?”
“벌써 애칭도 생긴 거야?”
“쉿. 조용히 해봐. 얘들이 육포 냄새를 맡게 둬야 하니까.”
늑대들은 경계심이 강했다.
육포 냄새에 취해 금방이라도 혀를 날름거렸지만, 그러면서도 샛노란 안광은 시퍼렇게 살아 있었다.
하지만 카르디아의 손길이 늑대들의 머리 위로 사뿐히 닿은 순간, 경계는 조금씩 허물어져 갔다.
늑대들이 육포를 하나씩 하나씩 입으로 삼킨다.
동시에 카르디아의 표정은 환하게 밝아졌다.
“됐다! 이제 가면 돼!”
“좋아. 운전해.”
“맡겨만 주시라! 열풍 사막 베스트 드라이버가 바로 여기 있으니까!”
“진짜야? 뭐 운전해봤는데?”
“낙타랑 말! 사람은 박은 적 없으니까 안심하라고!”
“?”
엘런은 마지막 말에서 순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이미 썰매의 고삐는 카르디아의 손에 들어간 뒤다.
“잠깐만. 그냥 내가 운전하는 게…….”
“히랴!! 출발, 출발!”
컹컹컹-!
컹컹-!
투돠돠돠돠돠돠-
늑대들은 카르디아의 신호에 맞춰 눈 덮인 평원으로 튀어 나아갔다.
***
지휘자가 교수.
악단이 학생들이라 하면, 그 뒤에서 무대를 만드는 것은 조교들이다.
조교들은 오늘도 상관의 명령에 맞춰서 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야! 정상에 대기 인원들 지금 몇 명 있어!”
“세 명입니다!”
“그 세 명한테 얘기해서 예티 유도용 고기 좀 그만 뿌리라고 해! 예티가 몇 마리나 몰린 거야!”
“지, 지금 당장 전달하겠습니다!”
조교들은 한 몸이 된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처리해야 할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지형 답사 중에 감지한 대형 크레바스들은?”
“교수님께서 직접 보셨는데 그 깊이가 엄청나고 넓기도 넓어서 약간의 충격만으로도 무너질 수 있답니다. 그래서 접근 금지시키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
“어차피 벌써 그 지역까지 간 놈들은 없을 테니까 그쪽은 천천히 봐도 되겠지.”
완장을 찬 조교는 크레바스에 대한 걱정을 잠시 던져둔 채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정보들을 펼쳐보았다.
까마귀들은 수시로 움직이며 멀리 떨어진 다른 조교들과 상황을 공유했고, 그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정보는 이것이었다.
카르디아 아누비샨과 엘런 이안느 같은 초상위권이 어디까지 움직였는지 알려주는 까마귀의 정보.
그걸 펼쳐본 완장 조교는 눈을 커다랗게 떴다.
“버, 벌써 북쪽 평원 초입에 들어섰다고……?!”
“!!”
“……!!”
“조, 조교님! 아직 그쪽은 크레바스에 대한 접근 금지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나도 알아!!”
조교는 다급하게 옵저버를 움직였다.
옵저버 한 대가 바쁘게 평원으로 날아가고, 곧이어 그쪽의 상황을 이곳에 영상으로 송출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조교들은 늑대 두 마리와 그것이 끄는 썰매 하나.
나아가 그 위에서 엎치락뒤치락 다투는 남녀를 보게 되었다.
[고삐 내놔. 내가 운전할 거니까.] [괜찮다니까 그러네! 어차피 평원이라 그냥 운전하면 돼!] [방금도 돌부리 못 보고 속도 안 줄이다가 썰매 뒤집어질 뻔했잖아.] [그, 그건 실수지! 이제 그런 일 없어!]조교는 둘이 타고 있는 개썰매를 눈여겨보았다.
“과연! 예티들의 썰매로 평원을 통과하고 있는 것인가. 그래서 저런 속도가 나왔군.”
“조, 조교님! 지금 감탄할 때가 아닙니다! 곧 있으면 크레바스 지형에 저 학생들이 진입해요!”
“마, 맞다!”
완장을 찬 조교는 퍼뜩 놀라 어깨를 부르르 떨곤 재빠르게 명령을 하달했다.
“너는 당장 팀을 꾸려서 크레바스 지형으로 출동하고, 접근 금지를 위한 결계를 펼칠 준비도 같이 해라.”
“네, 네!”
“하, 하지만 지금 출발한다고 저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교수님에게 상황을 전달하는 게 먼저일 수도 있어요. 조교는 당연하고 심지어 교수들조차 학생들의 일에 먼저 개입하면 징계가 내려올 수 있잖아요.”
“젠장! 그렇게 이것저것 다 재면 크레바스로 빠지는 학생들은 어떻게 구해!”
그때 옵저버가 송출하는 화면에서 지진과 같은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구구궁-!!
쿠구구구궁-!!
평원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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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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