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16)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16화(16/354)
#016화. 첫 수업(2)
일전의 습지를 떠올리게 하는 덩컨의 회색 눈동자는 보았다.
세 개의 타점을 정확하게 격파한 학생의 발을.
날아가는 총알에 새겨진 일련번호도 읽을 수 있는 그의 동체시력은 포착했다.
가볍게 뛰어 공중에 부유하는 그 짧은 순간에 연속해서 뻗어낸 세 번의 킥을.
‘육체 능력도 과연 놀랍지만, 타점을 정확 파악하는 눈썰미, 감각, 타고난 센스. 무엇 하나 못난 게 없다.’
……턱의 힘이 빠진다.
툭- 투두둑-
덩컨의 입에 물려 있던 담배가 땅으로 떨어졌다.
그는 이왕 입이 벌어진 김에 물었다.
“어떻게 한 것이냐.”
“알려주신 대로 했을 뿐이에요.”
“그건 모든 학생에게 알려주었다. 하지만 저들은 아직까지 흠집 하나 못 냈고 너는 이렇게…….”
덩컨의 발끝에 처참히 부서진 허수아비의 잔해가 굴러 왔다.
“산산이 부숴버렸지.”
덩컨은 추궁하듯 말했다.
“연습 한 번 없이 어떻게 정확한 타점을 파악했느냔 말이다.”
엘런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단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을 보는 덩컨도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이 학생은 어찌 단번에 허수아비를 부순 걸까.
엘런은 당연한 상식을 설명하는 현자처럼 살짝 답답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처음 저에게 타점을 알려주셨죠.”
“그랬지.”
“저는 그걸 기억하고 그대로 쳤을 뿐이에요. 제가 대단한 게 아니라 타점을 정확히 찍은 교수님이 정답을 주셨다고요.”
“그게 무슨…….”
남들이 말하는 기억과 엘런이 말하는 기억은 다르다.
다르고, 다르고, 너무나 달라서 아예 다른 단어로 정의할 수 없다는 게 문제일 만큼 달랐다.
기억은 이전에 보았던 걸 뇌의 한구석에 저장했다가 다시 꺼내는 걸 말한다.
이때 인간의 기억은 보통 완전하지 않다.
어딘가 빠지고 결여되어 부분부분 퇴색되어 있다.
그러나 엘런은 다르다.
마치 사진처럼 육안으로 본 모든 걸 뇌에 집어넣고 뇌는 그걸 수용한다.
꺼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마치 거대한 서고처럼 정리된 ‘기억의 도서관’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기억을 꺼내기만 하면 그만이다.
엘런은 방금 이 기억의 도서관에 덩컨이 가리킨 세 개의 타점을 보관했다.
그의 손끝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타점들을 정확히 가리켰고 엘런은 그걸 기억한 것뿐이었다.
남은 일은 그 기억을 바탕으로 공격하는 게 전부다.
그러니 엘런의 입장에선 그저 덩컨이 하라는 대로 한 게 되는 거다.
하지만 엘런에게 이런 입씨름은 전혀 중요치 않았다.
그의 관심은 오직 이것.
“이제 집 가도 되나요?”
덩컨은 대답 없이 이 장학생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남들보다 한 시간은 더 늦게 왔으면서 남들보다 한 시간은 더 일찍 가는 장학생.
정말 장학생이란 말이 딱 맞다.
덩컨은 피식 웃으며 새로운 담배를 꺼내 물었다.
“보내주마.”
“감사합니다.”
“엘런 이안느. 이름을 기억하겠다.”
덩컨 교수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말과 함께 손가락을 튕겼다.
후우우욱-!!
엘런은 수업하러 출발한 지 10분도 안 돼서 다시 중앙성으로 귀환했다.
집으로 돌아온 그의 입가는 여전히 볼에 걸려 있었다.
“이런 거면 아카데미도 할 만한데?”
다른 사람들이 지옥 같다고 거긴 사람 살 곳이 아니라고 떠들던 건 다 엄살이었다.
수업이 좀 귀찮다는 걸 빼면 여긴 잔소리도 없고 집에도 일찍 보내준다.
제국 아카데미는 1일 1수업이고 수업 하나당 세 시간이기 때문에 오늘 일정은 방금 그걸로 종료된 것이다.
“너무 달다.”
엘런은 싱글벙글 웃으며 조여뒀던 넥타이를 덜렁거리게 풀었다.
톡- 토토톡-
갑작스런 창문 두드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밖에서 까마귀가 유리창을 부리로 쪼고 있었다.
엘런은 창문을 열고 까마귀가 물어온 쪽지를 받았다.
이젠 저 까마귀와도 정이 들 것 같다.
스륵- 스륵-
엘런은 쪽지라기엔 커다란 종이를 펼쳤다.
“시간표네.”
까마귀가 물어다 준 종이의 정체는 시간표였다.
하긴, 내일 뭘 배우는지는 알아야 준비를 하지.
엘런은 오늘의 요일 다음에 있는 수업을 확인했다.
“포션 제조법.”
뭔가 했더니 마녀 돌로레스의 수업이다.
저번에 보니까 마력 분필이 부서져라, 칠판이 뭉개져라 글을 써나가던데.
그냥 보는 대로 외우긴 했지만 다른 학생들은 퍽 피곤해 보였다.
심지어 옆자리에 있던 시에나도 진땀을 흘리며 손을 움직였다.
또한 수업 막바지에선 자신에게 준비물 하나라도 빠뜨린다면 벌점이라고 했다.
“아아아, 눕고 싶은데.”
엘런은 갈등했다.
벌점 맞을 각오를 하고 누워버리느냐 아니면 준비물을 구하러 가느냐.
엘런은 한숨을 푸욱 내쉬며 중앙성 1층으로 내려갔다.
“이왕 일찍 끝났는데 후딱 끝내고 자러 가자.”
만약 수업이 정시에 끝났다면 뒤도 안 돌아보고 누웠을 거다.
하지만 당장 내일이 포션 제조법 수업이고 준비물을 빼먹었다간 벌점을 얼마나 먹을지 감도 안 잡힌다.
당장 내일 돌로레스 교수가 벌점 30점이라고 하면 자신은 그대로 퇴학이다.
“그런 어이없는 결말을 맞을 순 없지.”
엘런은 중앙성에서 나왔다.
여전히 회색 빛깔로 구린 하늘이 그를 맞이해준다.
엘런은 돌로레스가 자신은 모를 거라고 확신하는 준비물들을 읊어나갔다.
“흡혈초랑 손아귀 나무, 뿔 버섯이었지.”
셋 모두 흔하다면 흔한 녀석들이다.
엘런은 과거 심심풀이로 읽었던 ‘대륙 약초 백과사전’을 떠올렸다.
소수의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환경에서 살아가는 세 식물은 뿔 버섯을 제외한다면 모두 인간을 적대한다.
심지어 손아귀 나무는 식인 식물이었다.
그럼에도 약초로 분류되는 손아귀 나무지만 괜히 식인이란 이름이 붙는 게 아니다.
“그 교수 정말 끝에 가선 우릴 솥에 넣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엘런은 쯧 하고 혀를 차며 중앙성 주변을 돌아다녔다.
그러나 아무리 걷고 또 걷고 둘러봐도 약초 가게는 보이지 않았다.
“외곽에 있나.”
엘런은 귀찮음을 무릅쓰고 외곽까지 나가보았다.
잡다한 가게들이 더 많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약초 가게는 보이지 않았다.
이 많은 가게 중에 누가 약초 가게만 쏙 빼놓은 것 같다.
여기까지 오니 엘런은 학교가 학생들에게…… 아니, 돌로레스가 학생들에게 뭘 바라는지 알 것 같았다.
“나가서 캐오라고?”
엘런은 어느새 회색 도시의 정문 앞까지 도착했다.
마치 밖으로 나가도 아무런 상관없다는 듯 뻥 뚫린 정문.
엘런은 아까 전 그냥 침대로 눕지 않았던 자신을 후회하고 책망했다.
“하아아…….”
깊은 단전에서부터 목구멍까지 깊은 한숨과 욕지거리가 올라온다.
엘런은 도저히 발을 못 떼는 자신을 발견했다.
극도의 나태함이 극도의 귀찮음을 낳아 그를 붙잡는다.
엘런은 입술을 깨물며 자신에게 말했다.
“그래. 나도 존나 가기 싫은데 가야 해. 지금 안 가면 아버지의 기사단으로 가야 한다고.”
이 빌어먹을 몸은 그제서야 말을 듣고 조금씩 움직였다.
“그래. 기사단보단 이게 백 배 낫지.”
엘런은 치미는 화를 눌러담고 정문에서 나왔다.
그 세 약초는 이런 습지에서 자라지 않는다.
백과사전에서 나와 있길, 그것들은 산이나 숲에서 많이 피어난다고 한다.
그러나 손아귀 나무는 산에서도 꽤나 깊이 들어가야 그 얼굴을 드러낸다.
엘런은 뜨거워지는 뒷목을 붙잡으며 습지 너머에 있는 산 하나를 발견했다.
저번에 건넌 곳과는 또 다른 습지다.
“질질 끌지 말고 빨리 가자.”
약초인가 뭔가 전부 뜯어버리고 자러 가련다.
엘런은 수면 걷기 부츠로 습지를 건넜다.
***
시에나는 계속해서 팔과 옷에 닿는 축축한 식물 줄기를 손으로 걷어냈다.
“풀이 참 많기도 하구나.”
풀잎들이 어찌나 날카로운지 교복이 아니라 일반적인 옷이었다면 다 베이고 말았을 거다.
손도 마력을 두르지 않는다면 억센 풀들은 금방 올라왔다.
그럼에도 이런 산길을 나아가는 이유는 하나뿐이다.
“흡혈초, 손아귀 나무, 뿔 버섯……이었지.”
시에나는 그때 필기한 것들을 다시금 살펴보았다.
본래라면 기품과 고급스러움이 넘쳤을 필기체가 너무 급하게 쓴 탓에 그저 지렁이로 보인다.
시에나는 제 글씨를 자신이 해석해야 하는 신기한 경험과 함께 땅을 훑어보았다.
마침 저기 하나 보인다.
“악마의 뿔처럼 뾰족하고 얇은 줄기를 가진 버섯. 분명 저것이로다.”
시에나는 반색하며 나무에 붙은 뿔 버섯에게 다가갔다.
뿔 버섯은 여행자들이 그냥 생으로도 먹고 원기 회복에 도움을 준다.
시에나는 뿌듯한 표정으로 뿔 버섯을 채취했다.
“벌써 하나는 모았으니 나머지도 금방 찾겠구나.”
시에나는 이 근방을 더 돌아다니다 피처럼 붉고 톱처럼 날카로운 잎에 흡혈초와 마주했다.
“너도 이리 오거라.”
흡혈초는 이렇게 날카로운 잎으로 가만히 있다가 야생동물이나 사람을 베어 피를 흡수한다.
그렇게 몸집을 키우고 양분을 얻어내는 것이 흡혈초란 식물이었다.
이것 또한 약초로 분류 돼 있는 만큼 체력 포션의 재료이기도 하다.
시에나는 뿌리가 상하지 않도록 조심스레 흡혈초를 뽑아냈다.
이제 남은 것은 매년 사망자를 만들어내는 식인 식물, 손아귀 나무다.
손아귀 나무는 나무라곤 하지만 사람처럼 커다랗진 않다.
그 높이는 끽해야 30cm가 넘지 않고 굵기 또한 마찬가지다.
마치, 사람의 팔과 손처럼 말이다.
손아귀 나무의 가지는 총 다섯 개로 하나같이 사람의 손가락 다섯 개와 매우 흡사하다.
작은 몸집을 이점으로 들풀이나 나뭇잎 사이에 숨어있다가 지나가는 행인의 발목을…….
덥석-!!
붙잡는 것이다.
“…….”
시에나는 밑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의 발목을 꽈악 움켜잡은 손아귀 모양의 나뭇가지가 보인다.
“찾긴 찾았군.”
시에나는 좋은 게 좋은 거라 생각하며 다리에 힘을 주었다.
그리곤 단숨에 위로 걷어 올렸다.
쑤우우욱-!!
손아귀 나무가 시에나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뿌리째로 딸려 나왔다.
그러나 여전히 그녀의 발목은 손아귀 나무에 붙잡혀 있었다.
“……이럴 땐 어떻게 하는 거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다.
뿌리째 뽑으면 자연스레 힘도 줄어들 거라 생각했는데 줄긴커녕 그 악력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슬슬 발목에 피가 안 통하는 느낌이다.
“쯧.”
시에나는 혀를 차며 손아귀 나무의 손가락, 가지를 부여잡고 당기기 시작했다.
뿌리도 한 번에 뽑은 완력이지만 왜인지 손아귀 나무의 악력은 이길 수 없었다.
저항하면 저항할수록 더욱 강해지는 악력.
시에나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크으윽!”
시에나는 바닥에 주저앉고 본격적으로 팔에 힘을 주었다.
덥석-
“…….”
그러나 또다시 몸에서 드는 결박감에 눈을 내리니, 또 다른 손아귀 나무가 그녀의 손목을 부여잡고 있었다.
순간 시에나의 입에서 속칭 ‘상스러운 말’이 올라올 뻔하다가 쑤욱 내려갔다.
근처에서 인기척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 인기척의 주인은 수풀을 헤치고 나타나며 시에나와 마주쳤다.
“여기서 또 보네. 채집은 잘 돼 가고 있나 봐?”
“……지금 놀리는 것이냐.”
“맞아.”
시에나의 이마로 굵은 혈관이 올라왔다.
“장난이야, 장난. 가만히 있어 봐. 도와줄 테니까.”
“이 나무를 떼어낼 방법을 아는 것이냐?”
엘런은 고개를 끄덕였다.
백과사전은 손아귀 나무에서 풀려나는 법도 알려줬다.
나아가 그 방법은 여전히 엘런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이 손아귀 나무는 말이야. 힘으로 떼려 하면 뿌리가 뽑혀도 더 저항하거든. 그래서 보통은 태우지만 나는 얼려야겠어.”
“얼린다고?”
“응.”
엘런은 시에나의 손목과 발목을 잡은 손아귀 나무를 각각 쥐었다.
쩌저저저저적-!!
그가 마력을 손바닥에 집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손아귀 나무엔 서리가 끼기 시작했다.
“벌써 속성을 다루는구나.”
“너도 그렇지 않아?”
“……어떻게 알았느냐?”
“황녀님이니까 그럴 거라 생각했어.”
엘런의 말이 이어지는 사이, 손아귀 나무의 악력은 조금씩 빠져나갔다.
시에나는 점점 사라져가는 압박감에 저릿거리는 팔과 다리를 이만 털어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쑤욱 하고 빠지는 팔다리.
“하나는 내가 가져도 되지?”
“그래.”
“좋았어.”
그는 씨익 웃으며 손아귀 나무 하나를 아공간에 챙겼다.
엘런은 시에나에게 손을 뻗었다.
땅에 앉아있던 그녀는 손과 엘런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이내 그것을 단단히 잡았다.
후욱-!
시에나는 땅에서 단숨에 일어나 두 다리로 섰다.
그녀는 자신의 손아귀 나무를 챙기며 그를 힐끔 쳐다보았다.
엘런은 따로 말도 없이 계속 산의 어딘가를 쳐다볼 뿐이었다.
시에나는 조금씩 머뭇거리며 그에게 한 발자국 다가갔다.
“아까는 고마웠…….”
텁-
시에나의 오밀조밀한 입술을 엘런의 하얗고 가느다란 손이 막았다.
그녀는 당황한 것도 잠시 그 손을 뿌리쳤다.
“지금 이게 뭐 하는…….”
“쉿.”
엘런은 입술 위로 검지를 가져가며 눈짓으로 전방을 가리켰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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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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