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160)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160화(160/354)
#160화. 깃발 잡기 레이스(3)
스와아아아아악-
썰매가 평원을 미끄러지듯 달려나간다.
그 속도는 칼바람이 연신 얼굴을 때릴 정도였지만 속도감 하나는 가슴 속을 뻥 뚫리게 만들었다.
“훠우우우! 엘런! 너도 입을 벌려봐! 바람이 폐까지 들어와!”
“……저기 개도 안 하는 짓을 왜 네가 하고 있어.”
“시원하잖아!”
“이 정도면 추운 거 아니야? 바람이 엄청 센데. 게다가 넌 추운 것도 싫어하잖아.”
사막에서 온 사람에게 이런 추위는 익숙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카르디아는 눈을 가늘게 뜨며 엘런을 노려보았다.
“너랑 부대끼며 살다 보니까 이 정돈 이제 춥지도 않다!”
“뭘 부대껴. 누가 보면 같이 사는 줄 알겠네.”
그냥 아무렇게나 던진 말이 카르디아의 심장 한가운데에 꽂혀 든다.
그녀는 고개를 엘런 쪽으로 홱 돌리며 왁 하고 소리 질렀다.
“내, 내가 미쳤냐! 너랑 같이 살게!”
“야, 야. 앞이나 봐. 또 돌부리 걸려서 뒤집힐라.”
“흥! 아주 열풍 사막에 오기만 해봐! 우리 아누비샨 짐에서 하루 종일 나랑 운동할 거니까!”
“……야. 나는 열풍 사막으로 놀러 가는 거지, 전지 훈련하러 가는 게 아니야.”
“그건 걱정하지 마! 사막에서도 놀 거리는 넘치니까!”
카르디아는 엘런이 보기에 어딘가 불안한 미소를 지으며 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가자, 가자! 더 빨리 달려!”
컹컹-!
컹컹컹-!
괴물이라 불러도 될 만큼 덩치가 커다란 두 마리의 늑대들은 그 명령에 맞춰 더욱 빠르게 눈길을 내달렸다.
이제 슬슬 나무들은 보이지도 않고 온전히 눈만으로 이루어진 평원에 들어왔다.
주변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게 썰매를 탄 자신들이 압도적 선두에 있는 듯하다.
엘런은 주변을 살펴보다가 목적지인 정상으로 턱을 들어 올렸다.
“저게 제일 낮은 산이라고?”
“응! 케이베른 산맥에서 저 정도면 산이 아니라 언덕 수준이거든!”
“산 중턱에 구름 처져 있는 거 안 보이냐? 저게 어떻게 언덕이야.”
“저건 구름이 아니야! 케이베른 산맥에 쌓여있던 눈들이 바람을 맞고 떨어지는 잔해지!”
카르디아는 손바닥을 펼치더니, 지면에서부터 산 정상까지의 높이를 어림잡아보았다.
“딱 마음 잡고 두 시간만 타면 되겠는데?”
“산길을?”
“아니! 절벽을!”
“…….”
“괜찮아, 엘런! 내가 절벽 타는 법 알려줄게!”
이 학교에 오고 마법사보단 생존 전문가가 되어버린 듯한 기분은 그저 기분 탓일까.
엘런은 한숨을 내쉬며 썰매에 벌러덩 누웠다.
곧 절벽을 올라야 한다면 최대한 에너지를 비축해야 옳다.
……등을 썰매 바닥과 가까이 대니 지면의 진동이 전신으로 옮는다.
“잠도 못 자겠네.”
엘런은 신경질적으로 몸을 일으키려다 뭔가 이질감을 느꼈다.
방금 등으로 균일하게 전해지던 진동 사이에 어떤 균열이 생겼다.
“뭐야, 이거.”
웨인은 썰매 바깥으로 눈을 돌렸다.
얇은 유리창에 발을 딛고 올라선 듯이, 바닥에는 눈이 이곳저곳 깨져서 생긴 잔균열이 가득했다.
“카르디아. 이거 설마…….”
“마, 맞는 거 같은데?”
쩌저저저저적-!!
지면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대지 위로 쌓여있던 눈은 그 틈새로 빠지기 시작했고 주변에 모든 걸 모래 지옥처럼 삼켜내었다.
카르디아는 이를 악물며 고삐를 움켜쥐었다.
“젠장!! 더 빨리 달려!!”
엘런은 그녀 대신 뒤를 보았다.
크레바스의 균열이 시간을 거듭할수록 더욱 벌어진다.
그것은 악마의 손아귀처럼 금방이라도 썰매의 끝을 붙잡을 듯 가까워져 왔다.
푸욱-!
썰매의 뒷부분이 이젠 크레바스의 구멍으로 완전히 빠졌다.
“크윽!! 젠장!!”
카르디아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이 앞에 바닥을 재빨리 훑어보았다.
땅에서도 균열이 일어난 땅과 비교적 단단한 땅이 나뉜다.
활로는 바로 그곳에 있었다.
“이쪽으로!!”
카르디아는 고삐와 속도를 자유자재로 컨트롤하며, 과연 열풍 사막 베스트 드라이버의 면모를 여실히 뽐냈다.
“하하하하!! 어떠냐!”
그 자화자찬에 대답할 시간 따위는 없다.
아무리 단단한 땅을 골라 달리고 있어도 이 바닥은 실시간으로 무너져 내리는 중이었다.
엘런은 사방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 근처는 완전히 크레바스로 생긴 틈이 널려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해도 빠져버리는 운명을 피할 수 없다면, 가장 안전한 크레바스에 빠져야 옳았다.
“카르디아. 당장 저곳으로 썰매를 몰아.”
“저, 저기? 너 지금 크레바스를 가리킨 거야?”
“저긴 틈이 좁아서 설령 빠진다 해도 어떻게든 낄 수 있어. 하지만 지금 이대로 달리다 보면 언제 또 대형 크레바스가 앞에 있을지 몰라.”
“일단 저기서 상황을 보자는 거지?”
“그래. 더 이상 썰매로 이동하는 건 무리 같다.”
“알겠어!”
카르디아는 엘런이 가리킨 방향으로 썰매를 몰았다.
가까운 크레바스로 도착한 둘은 잠시 썰매를 멈춰 세웠다.
그 틈으로 고개를 내미니까 이 끝도 없는 심연이 어디까지 있는지 제대로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
“너흰 이제 가라. 수고했어.”
카르디아는 썰매와 연결된 늑대들의 목줄을 끊어주었다.
그들은 다시금 주어진 자유에 크레바스의 틈새 사이를 뛰어다니며 사라졌다.
“좋아, 엘런. 이제 다음 계획은 뭐야?”
“아직 없어.”
“응? 내가 잘못 들었나? 뭐라고?”
“잘 들은 거 맞아.”
엘런은 바닥에 앉아 지금 자신들의 위치와 앞으로 남은 거리를 쟀다.
모습을 감추고 있던 크레바스는 정말 이 뒤만 봐도 수십 개가 넘었다.
지금까지 저런 게 숨겨진 땅을 썰매로 달렸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많았다.
“그러니 이 앞에도 저런 크레바스가 수두룩할 텐데.”
“아직 산까지 남은 거리는 직선거리로 대략 2km 정도야. 거기까지 크레바스에 안 빠지고 갈 방법을 찾아야 하는 거잖아?”
“맞아. 오늘은 머리가 평소보다 잘 돌아가네?”
카르디아는 도끼눈으로 엘런을 쳐다보았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앞에 있었다.
길을 걸으면 지금 코앞에 있는 크레바스처럼 작은 게 나올 수도 있지만, 싱크홀 마냥 뻥 뚫린 크레바스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을 깜짝 선물처럼 포장을 하나하나 뜯어볼 필요는 없었다.
“그냥 지금 한 번에 눈 바닥을 무너뜨려서 크레바스를 드러나게 하면 어떨까?”
“좋은 방법이야. 근데 가능하겠어?”
“할 수 있을 것 같아. 엘런 너는 잠깐 내 뒤로 오고.”
“그러지.”
엘런은 순순히 카르디아의 뒤로 왔다.
알아서 힘을 써주겠다는데 굳이 말릴 이유는 없었다.
점점 카르디아와 팀이 된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카르디아는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 안에 가공할 만한 마력이 담기기 시작하고 마법이 갑옷처럼 덧씌워진다.
[아이언 너클] [아이언 스케일]금속성에게 마력은 곧 질량.
얼마나 마력을 퍼붓냐에 따라 공격의 무게감이 달라진다.
여기서 카르디아의 폭발적이고 폭력적인 마력이 더해지니, 그 파괴력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과 같아졌다.
“흐읍!!”
꾸우우우우우우웅-!!
눈 덮인 바닥 위로 카르디아의 주먹이 꽂혀 들었다.
그 진동은 앞으로 부채꼴 방향으로 펼쳐지며 크레바스 위를 골고루 흔들어나갔다.
후두두두두두둑-
쩌저저저저저저적-
눈이 틈새 사이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크레바스는 그 가면을 벗어던졌다.
“……그냥 가면 뭐 됐겠는데?”
“동감이야.”
이 앞은 전보다 훨씬 많은 크레바스로 즐비했다.
이 정도면 학교가 출입 금지를 시켜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많다.
그것도 하나하나가 심연과 같은 깊이를 자랑하는 것이 보기만 해도 등골이 저려 왔다.
“이제 건너가자!”
“당장 점프할 수 없는 거리의 크레바스는 어떻게 할 거야?”
“그건 엘런의 체인을 이용해야지! 외줄 타기를 하면 돼!”
“……최대한 체인을 두껍게 뽑아야겠군.”
엘런은 썩 편안한 산책이 되진 않겠다는 생각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
***
수업 장소에 텐트를 쳐서 베이스캠프처럼 만든 조교들의 상황 통제실.
그 속에서 완장을 찬 교수는 헛웃음을 지으며 옵저버의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 조교님. 교수님께 연락 돌릴까요?”
“굳이 돌릴 필요 없을 것 같은데요. 누가 죽은 것도 아니고 되려 잘 통과하고 있잖아요.”
“그래도 보고는 올려라. 판단은 우리가 하는 게 아니야.”
“네, 네!”
완장을 찬 조교는 한시름 놓았다는 듯 팔짱을 꼈다.
예상과 걱정대로 크레바스가 무너지긴 했으나 다행히 썰매를 모는 학생의 실력이 뛰어났다.
그래서 상황 판단할 시간을 벌었고 그사이에 엘런 이안느가 위기의 호흡을 잘 조절했다.
어느 하나도 1학년 수업 시간에 볼 만한 침착함과 기술이 아니었다.
결국에는 천운으로 누구 하나 다치지 않았고. 완장을 찬 조교는 이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곧이어 그에게 다른 조교가 까마귀의 쪽지를 전달해왔다.
“조교님! 여기 덩컨 교수님께 온 쪽지입니다!”
“수고했어.”
“네!”
완장을 찬 조교는 쪽지를 훑어보았다.
역시 학생들의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중시하는 그답게 쪽지의 답변 또한 다르지 않았다.
[학생들의 목숨이 위협받지 않는 선에서 개입하지 말아라.]쪽지를 읽은 조교는 또다시 한숨만 푹푹 쉬었다.
목숨이 위협받는 순간이라면 정말 시간이 초 단위로 급박해지는데 언제 움직이고 언제 계획을 짠단 말인가.
머리가 실시간으로 복잡해지는 사이, 다른 조교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옵저버는 이제 치울까요?
“아니야. 저 둘은 이제부터 집중 감시한다. 옵저버 화면을 더 키워봐.”
“넵!”
화면 속 장학생과 전체 5등은 크레바스를 건너고 있었다.
그 처음과 끝을 체인으로 단단히 연결한 둘은 또 하나의 체인으로 밟을 체인과 몸에 묶은 체인을 하나로 걸었다.
이러니까 등반가를 보는 건지 마법사 지망생을 보는 건지 모르겠다.
그래도 체인을 두 개나 동시에 연결했으니 크레바스의 빠질 위험은 없을 거다.
설령 넘어지더라도 몸에 연결한 체인이 있으니까.
조교는 한숨 돌리며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이 수업에 참여한 학생은 비단 저기 두 명뿐만이 아니다.
물론 저 둘의 존재감이 너무 커서 다른 학생들이 묻히긴 하지만, 조교들의 입장에선 똑같이 대해야 할 학생들이었다.
“다른 학생들은 지금 어디까지 도달했지?”
“이제 80%가 각자의 방향에 있는 눈 덮인 평원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의 크레바스는 어때.”
“모두 학생들 수준에서 대비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초상위권 학생들이 간 곳처럼 저희가 손을 쓸 곳은 없습니다.”
“좋아. 모두 조금만 더 수고하자고.”
““네!””
***
엘런과 카르디아는 평원 지대, 아니 크레바스 지대를 통과했다.
드디어 절벽과 마주한 둘은 고개를 한계치까지 꺾어 올렸다.
산이 어찌나 높은지 그 정상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우리 초보자분! 암벽 등반 좀 해보셨나?”
“침실로 가는 계단은 많이 밟아봤는데.”
“지랄하지 말고.”
“진짜야.”
“산을 타본 경험은?”
“전무해.”
카르디아의 표정이 와락 찌푸려졌다.
“평민 맞냐? 아주 귀족 도련님처럼 살았구만?”
“말했잖아. 난 도시에서 살았다고.”
“안 물어봤거든!”
카르디아는 새하얀 입김을 브레스처럼 뿜어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일단 옆에 있는 놈은 절벽에 손 한 번 올려본 적 없는 생초짜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이놈이 절벽 등반은 생초짜여도 마법에 한해선 미친놈이라는 것.
“엘런, 엘런! 지금 빨리 멀린 수식 적용한 체인을 줘봐!”
“체인.”
촤르르르르르-
마법진에서 뻗어 나온 체인의 끝이 카르디아의 손에 잡힌다.
그녀는 곧이어 아공간에서 일전에 사용한 50개의 고강도 비수를 꺼내 들었다.
“우리는 이것들로 절벽을 오른다!”
“으음, 내가 초보자여서 네가 뭘 하려는 건지 감이 안 잡히는 건가?”
“아니? 전문가가 봐도 이건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걸?”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야?”
“몰라! 일단 해보고 생각해!”
[아이언 컨트롤]카르디아는 일정한 거리마다 비수를 박아두었다.
“자자! 엘런이 할 일은 체인을 항시 준비해서 혹시 우리가 떨어질 걸 대비하는 거야.”
“너는?”
“난 비수를 움직여서 우리가 손을 뻗고 발을 디딜 손잡이를 만든다! 이해했어?”
“메커니즘은 알겠어.”
“그럼 바로 가자!”
카르디아는 절벽에 박아둔 비수에 손을 뻗어 성큼성큼 올라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전에 밧줄로 묶여 있기에 엘런이 맞춰주지 않으면 더 이상 갈 수 없었다.
“빨리 와! 깃발은 우리 거라고!”
“……젠장.”
엘런은 그녀처럼 비수를 잡고 절벽을 올랐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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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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