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165)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165화(165/354)
#165화. 호수 밑바닥까지(2)
“커흐윽……!”
“이런. 괜찮으신가요?”
“네, 네. 괜찮습니다.”
“여기 이걸로 조금 닦으세요.”
엘런은 돌로레스가 준 손수건으로 입가를 닦아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머리는 팽팽히 돌아갔다.
방금 전까지 얼음물에 온몸이 담가졌다 나온 사람치곤 굉장히 빠른 두뇌 회전이었다.
이 교수는 대체 무엇을 의도하고 물어보는 거지?
설마 그 자스민이란 교수가 어떤 언질을 줬나?
아니면 덩컨 교수의 직속 제자 제안?
엘런의 눈동자가 손수건 틈새로 휙휙 굴러갔다.
돌로레스는 그 모습을 눈여겨보다가 일순간 피식 웃고 말았다.
“긴장 푸세요. 추궁하려는 게 아닙니다. 정말 일련의 호기심 때문에 묻는 것이죠.”
“……뭘 물으시려는 건지.”
“엘런 학생도 이미 알고 있을 텐데요.”
“저 혼자서는 판단이 잘 안 가는군요.”
“호오, 그럼 제가 생각하는 것 말고도 엘런 학생은 숨기는 게 더 있단 소리인가요?”
“…….”
이 마녀야.
원하는 게 뭐냐.
원하는 게 내 심장이라면 그냥 빨리 가져가라.
“푸흐흣. 장난이에요. 장난.”
돌로레스는 모자챙 아래에서 어깨가 살짝 떨릴 만큼 웃었다.
아직 웃음기를 머금은 입가는 곧이어 부드럽게 움직였다.
“엘런 학생은 바로 어제 덩컨 교수님께 직속 제자 제안을 받으셨죠? 듣기로는 카르디아 학생도 그 제안을 받았다 하던데.”
“네. 맞습니다.”
다행이다.
질문은 이쪽이었구나.
자스민 교수가 자신이 의심스러워하는 점을 모두에게 말하진 않았나 보다.
아니면 말해도 믿지 않았거나.
돌로레스는 이런 엘런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말을 이었다.
“엘런 학생은 그 제안을 받아들이셨나요?”
“아니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받아들인 건 카르디아뿐이에요.”
“역시 그랬군요. 하긴, 카르디아 학생과 덩컨 교수님은 잘 어울리는 성질이네요.”
“그렇습니다. 차이점이 있긴 하지만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 정도의 차이죠.”
돌로레스는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고개를 주억이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엘런 학생은 왜 그 제안을 거절하셨나요? 솔직히 예상가는 이유는 있지만, 엘런 학생의 입에서 듣고 싶네요.”
“그냥 예상하시는 그대로입니다.”
“귀찮고 몸이 힘들 것 같아서?”
“그게 맞습니다.”
“덩컨 교수님이 들으셨으면 가슴 아파할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하시네요.”
엘런은 돌로레스가 준 커피를 반쯤 비워냈다.
쓴맛보다는 신맛이 더 강해서 못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는 커피를 싫어했다.
하지만 이 대화에서 마실 거라도 없으면 입이 텁텁해져서 못살 것이다.
“이런 학생을 직속 제자로 두지 않으시는 게 덩컨 교수님을 위한 길이죠.”
“글쎄요. 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네?”
“그냥 그렇다고요.”
돌로레스의 눈이 모자챙 아래에서 번들거리며 빛났다.
누가 봐도 먹잇감을 노리는 포식자의 눈이다.
눈앞의 살코기를 어떻게 조리해서 먹을지, 어떻게 양념해서 먹을지 고민하는 탐욕이 넘실거리고 있다.
엘런은 그 눈빛을 정면에서 마주하며 말했다.
“저는 그 누구의 직속 제자로도 들어갈 생각이 없습니다.”
“호오, 왜죠? 직속 제자는 교수의 입장으로 말하긴 부끄럽지만 그래도 상당히 많은 혜택이 주어지는데요.”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직속 제자는 교수의 개인 교습도 받을 수 있고 그로 인해 엄청난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것도요. 하지만.”
“하지만?”
엘런은 숨을 한 번 띄고 다시 입을 열었다.
“전부 제가 원하지 않는 혜택들입니다. 저는 개인 교습보다는 침대에 누워서 자는 게 더 좋고, 교수님들과의 시간보다는 혼자서 먹는 간식이 더 좋습니다.”
“흐응…….”
“아마 그 어떠한 것도 이 두 가지를 넘을 순 없을 겁니다.”
“그렇군요. 잘 알겠어요.”
“대신 시에나는 교수님을 무척 좋아합니다.”
돌로레스의 눈이 또 한 번 빛났다.
“그런가요.”
말은 관심 없는 척하지만, 귀가 쫑긋거리는 게 다 보인다.
엘런은 저기 호수 안쪽 어딘가에서 괴물과 싸우고 있을 시에나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포션 제조에 큰 흥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그 활용력도 뛰어나고 교수님도 아시다시피 최근에는 그 틀에서 벗어난 생각도 점차 하고 있죠.”
“네.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돌로레스 교수님이 먼저 시에나에게 손을 뻗어주신다면 그녀는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일 겁니다.”
“……시에나 학생이 너무 부담스럽다고 느끼진 않을까요?”
엘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시에나는 강단 있고 맺고 끊음이 확실한 성격입니다. 부담을 느끼기보단 되려 앞으로 열린 길에 돌진하려 들 겁니다. 어제 카르디아의 직속 제자 소식도 들었으니, 그녀도 슬슬 조급해질 테니까요.”
“호오, 그렇군요. 고마워요. 엘런 학생.”
“아닙니다.”
의도치 않게 연애 상담 같은 걸 해준 엘런은 빈 커피잔을 다시 그녀에게 내밀었다.
“잘 마셨습니다.”
“그럼 이제 슬슬 간이 제조대를 펴고 포션을 만들어보세요. 다른 학생들도 슬슬 올라오려는 기미가 보이니까요.”
“알겠습니다.”
엘런은 방수 비닐에서 간이 제조대를 꺼내고 재료를 늘여놓았다.
그 뒷모습에 돌로레스의 목소리가 꽂혀 든다.
“아, 그리고 자스민 교수 말이에요.”
“……네.”
“저희 교수들에게 엘런 학생이 평소 보이던 모습을 캐묻고 다니더군요. 학생 정보도 열람하려 하고요.”
“그렇……군요.”
“네. 물론 임시 교수라는 직책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학교에 저장된 학생 정보를 열어보는 건 불가능하고, 저희 교수들도 별다른 말을 하진 않았어요.”
엘런은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제조대 설치를 끝냈다.
돌로레스는 커피잔을 정리하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 교수는 평범하지 않아요. 무려 전직 황궁 감사관이니까요.”
“……황궁 감사관이요?”
“마음만 먹으면 황제의 머리카락 개수도 알 수 있다고 할 만큼 집요한 집단에서 온 자니까 꺼림칙한 건 어쩔 수 없죠.”
엘런은 침음을 삼켰다.
설마 황궁 감사관이 전직이었을 줄이야.
그 관찰 능력과 심문은 직업에서 나온 것이었나.
“어찌 됐든 자스민 교수가 엘런 학생에게서 뭔가 냄새를 맡았나 봐요.”
“대체 어디서 뭘 맡은 걸까요.”
“글쎄요. 단순한 직업병 같은 걸 수도 있고 잘못된 촉감일 수도 있죠. 하지만 뭘 어떻게 맡았든 단순한 임시 교수가 엘런 학생을 어찌할 순 없어요.”
“그러면 좋겠군요.”
하지만 자신은 이곳에 신분을 위조하고 입학했다.
이건 제대로 된 증거만 갖춰진다면 임시 교수가 아니라 학교 청소부가 와도 엘런은 퇴학당할 수 있었다.
알렉산드라가 막아주는 것도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심각한 얘기는 아니니 엘런 학생은 얼른 포션 제조를 시작하세요.”
“……알겠습니다.”
엘런은 물갈퀴 포션을 만들기 위해 물을 끓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
자스민 교수의 교수실.
학교에 온 지 얼마 안 되기도 했고 풀 짐도 딱히 없다.
잠깐 보면 텅 빈 것 같이 느껴지는 방에서, 자스민은 거대한 화이트보드 앞에 서 있었다.
팔짱을 낀 그녀는 짝다리를 짚고 서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빠졌거나 내가 놓친 퍼즐 조각이 분명 어딘가 있어.”
화이트보드에는 온통 한 인물에 대한 정보로 잔뜩 점철되어 있었다.
그 한 명의 이름은 엘런 이안느.
보드에는 대외적으로 신문에 실린 정보부터 시답잖은 풍문도 있었고, 교수들이 그에 대해 언급한 것과 더불어 자스민 자신이 느끼는 엘런도 적혀 있었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정보는 전부 입학 후밖에 없군.”
평범하게 자란 평민이라면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을 제외한다면 수상한 점은 잔뜩 있었다.
“서부 사람이면서 서부 억양을 쓰지 않고 행동거지나 말투도 전혀 달라. 게다가 평민이라곤 절대 생각되지 않는 나태함. 피부도 원래 하얗게 태어나고 아주 뽀송했다.”
평민이라면 그럴 수 없었다.
물건을 팔든 농사를 짓든 태양 아래에서 일하며 피부가 조금씩은 타야 정상이다.
거기다 서부는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는 지역.
그런데도 저런 하얀 피부는 솔직히 상식 바깥이었다.
얼마 안 있어 교수실의 문을 누군가 두드린다.
똑똑-
“교수님. 말씀하신 학생을 데려왔습니다.”
“올 것이 왔군.”
자스민은 화이트보드를 천으로 덮으며 말했다.
“들여보내.”
끼이익-
교수실의 문이 열렸다.
거기서 모습을 드러낸 학생은 그 눈에 짐짓 경계심과 약간의 긴장이 묻어 있었다.
자스민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 학생에게 손짓했다.
“앉아. 빌레드 학생. 잘 왔어.”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교수님이 직접 불러주시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렇다기엔 나를 너무 경계하는 것 같다만.”
“그럴 리가요.”
빌레드는 눈썹 하나 깜짝하지 않고 뱀의 가면 뒤에 자신을 숨겼다.
그 가면은 너무나 두터워서 거둬내기 쉽지 않았으나, 황궁 감사관은 저런 가면 들춰내는 게 일이고 직업이다.
자스민은 옅게 웃으며 빌레드를 위한 차를 만들었다.
뱀의 마음은 뱀이 안다.
다만 눈앞의 뱀은 아직 어리다.
더욱 많은 허물을 벗으며 성장하고 더욱 많은 가면을 덮어쓰며 가려져야 할 것이다.
탁-
“마셔.”
“감사합니다.”
빌레드는 부드러운 손님 접대용 미소와 함께 교양있는 손짓으로 찻잔을 들어 올렸다.
자스민은 그 행동 하나하나를 관찰했다.
역시 부드럽다.
이 학생의 뒷배경과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맞아떨어진다.
카사블랑카라는 뱀의 가문이 가진 독기와 눈에서 엿보이는 경계심.
모든 게 납득이 간다.
하지만 저 화이트보드에 적힌 인물은 아니었다.
“듣기로 빌레드 학생은 엘런 학생과 앙숙이라던데.”
“그런 소문이 돌긴 하죠.”
“그럼 소문이 틀렸다는 건가?”
“관점에 따라 다르지 않겠습니까.”
“관점. 관점이라…….”
자스민의 손에서 찻잔이 빙글빙글 돌려졌다.
그 안에 담긴 차도 나선을 그리며 회전했다.
하지만 그건 오래가지 못했다.
“카사블랑카의 혀는 믿을 게 못 된다고 하지만 반대로 눈은 어떠할까. 눈은 거짓말을 못 하지. 물론 자네의 아버지쯤 되면 눈도 거짓말을 할 수 있겠지만 학생은 아직 아니야.”
“…….”
“학생의 눈은 내게 아까부터 진실만을 말하고 있거든. 그 눈이 내게 뭘 말해줬는지 알려줄까?”
자스민은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말을 이었다.
“엘런 이안느는 당장 앞에서 치워야 할 장애물이다. 엘런 이안느가 눈에서 거슬린다. 엘런 이안느의 모든 것을 알고 싶다. 틀린가?”
“……제가 왜 이런 말들에 대답해야 되는지 모르겠군요.”
“처음으로 진심을 말했군. 맞아. 아직은 모르겠지.”
“앞으로도 모를 것 같습니다만. 왜 교수님이 저에게서 엘런 이안느를 찾으시는지 통 알 수가 없습니다.”
“이제 알게 될 거야.”
자스민은 화이트보드 위로 덮어두었던 천을 화악 걷어냈다.
그러면서 안에 이제껏 그녀가 엘런 이안느에 대해 모아둔 정보가 집약되며 나타났다.
“이, 이건…….”
“놀랍지?”
빌레드는 처음으로 가면을 벗고 눈을 커다랗게 떴다.
하지만 단순히 자스민 교수가 엘런 이안느의 뒷조사를 하고 있다는 게 놀라워서가 아니었다.
자스민은 그 이유조차 포착했다.
“학교로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이 나와 비슷한 정보량을 갖췄을 줄이야. 이렇게 생각하고 있나?”
“그렇게 계속 속마음을 들여다보시면 카사블랑카의 독니가 다른 곳을 향할지도 모릅니다.”
“굳이 내 뒷조사를 할 필요는 없어. 나는 황궁 감사관 출신이다. 남들 뒷조사는 취미지. 그러던 와중에 엘런 이안느가 내 눈에 띄더군.”
“갑자기 말입니까?”
“엘런 학생에겐 감출 수 없는 이질감이 보였어. 하지만 그걸 아주 잘 위장시킨 느낌이랄까. 뭔가 거대한 세력 같은 게 말이야.”
빌레드는 피식하고 웃었다.
“솔직히 지금 하시는 말들은 전부 음모론에 지나지 않습니다.”
자스민은 찻잔을 비워내며 그 맛과 향만큼이나 깔끔하게 인정했다.
“맞아. 단순 음모론이지. 하지만 증거가 덧붙여진다면 달라져.”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죠?”
“카사블랑카와 황궁 감사관. 우리 둘의 정보를 합치면 엘런 이안느의 가면을 들춰낼 수 있다. 그 속은 분명 밖으로 드러내선 안 되는 것으로 가득 차 있을 거야.”
“…….”
“네가 그걸 밖으로 까발리면 엘런 이안느는 커다란 타격을 입겠지. 운이 좋으면 퇴학도 가능할 수준으로 예상돼.”
자스민은 자신의 자색 안광을 빌레드에게 들이밀었다.
“어때. 내 손을 잡을 건가?”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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