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166)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166화(166/354)
#166화. 두 마리의 뱀
빌레드는 자스민이 내민 손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솔직히 황궁 감사관의 촉이라면 믿을 만하다.
이런 뒷조사에서 그들의 악명은 카사블랑카보다 한 수 위에 있다고 자신의 아버지조차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걸 증명해주는 듯한 화이트보드 속 정보들.
슬쩍 눈길을 돌리니 정보의 양은 칠판 하나가 꽉 채워질 정도였다.
분명 임시 교수로 와서 엘런 이안느를 본 지는 2주도 채 되지 않았을 텐데 벌써 저만큼이다.
하지만 빌레드에겐 아직 질문이 남아 있었다.
“한 가지만 물어도 되겠습니까.”
“뭐지?”
“왜 엘런 이안느의 뒤를 캐시는 겁니까. 그하고는 아무런 접점도 없으실 테고 그만큼 아무런 원한도 없을 텐데요.”
“타당한 질문이네.”
자스민은 빌레드에게 뻗었던 손을 거둬서 턱을 괴었다.
그리곤 화이트보드에 붙여둔 그의 프로필 사진으로 눈길을 돌렸다.
“이 얼굴을 보고 있자면 말이야. 계속 누군가 떠오른단 말이지.”
“……누굴 말씀하시는 겁니까?”
“있어. 그런 사람이.”
개인이 아니라 나라 단위로 감시하는 황궁 감사관이 유일하게 감시하지 못하는 개인.
감시를 위해 그쪽을 들여다보는 순간, 무언가를 보기도 전에 목이 잘려버리고 만다.
수도 안팎이라면 분명 손바닥 안에 두고 모든 걸 감시하고 있거늘.
절대 눈에 담을 수 없는 것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수도 안에 있었다.
그것도 수도의 20%를 차지하는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며 여기 보라는 듯 버젓이 숨 쉬고 있다.
“생각만 해도 불편하고 거북해.”
모든 걸 손 위에 굴리며 통제하는 사람에게 통제할 수 없는 존재의 출현은 짜증 나기 짝이 없었다.
“근데 이놈을 보면 이상하게 그 얼굴이 떠올라. 아주 미묘하게 말이야.”
“결국 그 얼굴의 주인을 미워하기 때문에 엘런 이안느를 조사하시는 겁니까?”
“그렇다 볼 수 있지. 그리고 직업병이기도 해. 나는 비밀로 자신을 가린 놈들을 싫어하거든. 그 밑에 어떤 더러운 걸 숨겨뒀길래 거짓말로 자신을 감싸고 있겠어. 안 그래?”
빌레드는 옅게 웃으며 말했다.
“때로는 상냥한 거짓말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밑에서 끌어올려 주기도 하죠.”
“때로는 이란 말을 쓴 걸 보면 그게 흔한 일이 아니란 건 자각하고 있나 보네.”
자스민은 비꼬듯 입가에 호선을 그리더니 이만 화이트보드 위로 천을 덮어버렸다.
이제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이다.
“그래서 어쩔 거지? 빌레드 데 카사블랑카. 너희 가문이 가장 잘하는 걸 나와 해볼 텐가?”
“…….”
“모욕을 들었다는 표정을 짓진 말라고. 그게 너희의 역사잖아. 상대의 약점을 찾아내고 뜯고 물어서 다시는 일어날 수 없게 만드는 거.”
“알고 있습니다. 저희 가문은 그렇게 성장했으니까요.”
다른 가문의 피를 영양분 삼아 몸집을 키웠다.
할 수 있다면 멸문도 서슴지 않았고 귀족이란 신분 안에서도 쫓아내어 재기조차 불가능케 했다.
그게 카사블랑카였다.
하지만 이 거짓말과 모략의 역사를, 저 황궁 감사관은 완전히 잘못 알고 있었다.
“저희 카사블랑카는 적과 적을 이간질하여 싸움을 붙일지언정, 타인과 손을 잡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호오, 그래?”
“손을 잡았더라면 그건 동맹의 관계가 아니라 주종의 관계. 카사블랑카는 자신보다 아래에 있다면 노예로 칭하고 위에 있다면 끌어내려 밟고 올라야 할 적으로 둡니다.”
그 어떤 것도 카사블랑카와 동등할 수 없다.
상대가 위에 있든 아래에 있든 가문이 정한 법칙은 변하지 않는다.
설령 이 손이 자신의 최대 적을 노리기 위한 가장 날카로운 검이라도, 그것이 가문과 맞먹으려 든다면 절대 잡지 않는다.
“임시 교수라면 임시 교수답게 수업 일수나 채우고 가십시오. 주제넘게 내 먹잇감을 노리지 마시고.”
“하하핫, 생각보다 세게 나오는군.”
“잘 알아들었을 거라 믿겠습니다. 전 황궁 감사관.”
빌레드는 자리에서 일어서 뒤를 돌았다.
그 뒤통수에 자스민의 목소리가 꽂혀 들었다.
“그래도 크레센티아와 같이 제국 2대 백작 가문으로 묶이는 카사블랑카가, 자신의 자존심 때문에 일을 그르칠 줄이야.”
우뚝-
빌레드의 걸음이 제자리에 멈춰 섰다.
“아니, 이젠 2대 백작 가문으로 묶이는 것도 무리인가? 크레센티아에 비해 카사블랑카는 어딜 봐도 뒤떨어지지. 가주의 상태도. 그 자식들의 상태도. 안 그런가?”
“…….”
그가 다시금 뒤를 돌았다.
하지만 얼굴로 퍼진 표정은 자스민의 예상과 완전히 달랐다.
부드럽게 올라간 입꼬리.
초승달처럼 예쁘게 휘어진 눈가.
한 치의 떨림 없는 미소는 누가 봐도 선인(善人)이라는 이미지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것은 가면이었다.
인피면구보다 훨씬 더 교묘하고 훨씬 더 진짜 같은 카사블랑카의 가면이었다.
빌레드의 얼굴을 덮은 가면이 더욱 두터워졌다.
그 탓에 분노가 보이지 않는다.
감정을 읽을 수 없다.
생각이 보이지 않는다.
자스민은 빌레드와 만난 이후 처음으로 그의 의중을 알 수 없게 되었다.
빌레드는 말했다.
“당신은 결국 삼류에 불과하군요.”
“뭐?”
“당신 같이 관리되지 못한 칼은 되려 요리사의 손만 다치게 할 뿐입니다. 저는 제가 원하는 것만 벨 수 있는 칼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건 제 휘하에 전부 존재하죠.”
“흐흐흣, 너의 그 부하들? 전부 어중이떠중이밖에 없던데.”
빌레드의 미소는 아직 지워지지 않았다.
되려 더욱 깊어져 이젠 보조개마저 그려지고 있었다.
“그런 어중이떠중이보다 평가가 낮은 게 지금의 당신입니다. 그리고 제 부하들을 욕보이지 마시죠. 적어도 제 부하들은 저희 가문을 떠받들면 떠받들었지 절대 욕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너희 카사블랑카가 만년 2등인 거다. 가진 것도 없으면서 자존심만 부리니까.”
“당신이 말한 대로입니다. 저희 가문은 늘 만년 2등이죠. 하지만 이런 꿀벌의 뒤를 쫓아가야 꽃밭이 나오는 법입니다. 당신 같은 파리의 뒤를 쫓으면 변소 주위나 어슬렁거릴 뿐이에요.”
“…….”
빌레드는 피식하고 웃으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제가 그쪽처럼 할 일이 없는 건 아닌지라.”
그는 교수실에서 사라졌다.
다시 혼자 남게 된 자스민은 애꿎은 입술만 짓씹듯 깨물어야 했다.
***
시간이 날듯이 지나간다.
엘런은 벌써 금요일 저녁을 맞이했다.
그동안 엘런 자신에게 특별한 변화는 없었다.
구태여 변화를 찾아야 한다면 그의 주위에 있는 시에나에게 있었다.
“엘런이여. 나도 직속 제자가 되었느니라.”
“돌로레스 교수님에게?”
“어, 어떻게 알았느냐?”
“그냥 찍었어.”
돌로레스가 자신의 말을 듣고 발 빠르게 움직였나 보다.
그래서 그런지 시에나는 요 며칠간 싱글벙글 미소를 지으며 손에선 늘 포션 제조법 교재를 놓지 않았다.
개인 공부에 열중이라 이젠 귀찮게 하지 않겠거니 했는데, 이놈은 자신을 포션 제조 강사라 생각하나 보다.
“엘런이여. 잘 들어보거라. 여기서 이 재료와 이걸 섞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융합률을 높일 수 있겠느냐. 정해진 방식대로 하는 건 한계가 보이는구나.”
“……그걸 내가 어찌 아니. 교수님 만나면 물어봐.”
“그럼 다른 질문이 있느니라. 여길 한번 자세히 봐 보거라.”
시에나는 중앙성 안까지 들어와서 그가 침대에 누울 때까지 질문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돌로레스에게 구태여 언질을 주지 않았을 텐데.
조금이라도 분산되길 바랐던 관심은 되려 집중이라는 결과를 불러오고 말았다.
“그냥 좀 꺼져라.”
“꺼져라……? 불을 꺼뜨리란 뜻이냐? 여기서 온도를 떨구면 어떤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야?”
“내 방에서 나가라고.”
“나가라? 나가리? 결국 이 방법은 실패란 뜻이구나.”
“이 미친년이.”
엘런은 웬만하면 하지 않는 욕지거리를 입에 담으며 시에나를 발로 차서 쫓아냈다.
사람이 뭔가에 미치면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더니 저게 딱 그 꼴이다.
엘런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래도 내일은 기대되는 것이 있었다.
벌써 동아리 두 번째 모임이 토요일에 있기 때문이다.
***
천상의 맛 디저트 연구회는 오랜만에 활기로 붐볐다.
동시에 서슬 푸른 긴장으로 물들었다.
어느 집단의 신입처럼 약속 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나온 세 명의 2학년들은 부리나케 동방을 치웠다.
아마 이 동방의 역사상에서 바닥이 이렇게나 깨끗했던 적은 완공 이후를 제외하면 처음일 것이다.
동장인 칼리, 세이렌, 헤더는 한자리에 모여 상급자를 기다리듯 양다리를 바짝 모으고 허리를 곧게 폈다.
그렇게 약속 시간인 12시가 다 돼갈 무렵, 텔레포트의 청광이 동방을 밝혔다.
“엘런! 어서 와! 학생회장님도 다시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희가 학생회장님을 위해 준비한 것이에요.”
“하, 한번 드셔 보세요.”
헤더는 블루베리 주스를 내밀었다.
무려 셋이 수제로 만든 이 주스는 엘리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제작한 회심의 노림수다.
그녀가 블루베리 주스에 환장한다는 건 교내의 알만한 사람은 전부 아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고마워.”
“여기 엘런도 한 잔 먹어.”
“감사합니다.”
엘리스와 엘런은 블루베리 주스를 쪽쪽 빨며 자리에 앉았다.
이후 약간의 적막이 흐르고, 침묵을 깬 사람은 다름 아닌 엘리스였다.
스윽-
그녀의 품속에서 무언가 빠져나온다.
“다들 이거 받아.”
“이, 이게 뭐예요?”
“보이는 그대로야.”
칼리는 엘리스가 내민 것을 읽어내려갔다.
하지만 그럴 필요도 없었다.
지금 손에 들려 있는 것은 모든 학생들이 원해 마지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 주말 외박권……!”
“학생회장 권한으로 가져온 거야. 오늘 이걸로 동아리끼리 학교 밖에 나가서 놀다 오자.”
“저, 정말요? 나이스!! 너무 좋아요!”
“엘런은 어때?”
엘리스의 고개가 엘런에게 틀어진다.
사실 주말 외박권은 학생회장 권한 단독으로 진행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엘리스는 억지를 부려가며 주말 외박권을 무려 다섯 장이나 정식 발부하여 가져왔다.
이 모든 노력은 오로지 단 한 사람.
엘런만을 위해서였다.
“오랜만에 바깥에도 나가고 나쁠 건 없겠죠.”
“좋아, 좋아! 그럼 지금 당장 나갈까요?”
“칼리. 그 전에 어딜 갈 건지 정해야지.”
세이렌의 말에 칼리의 텐션이 급속도로 진정되었다.
“그, 그렇네? 다들 따로 가고 싶은 곳이 있으신가요?”
셋의 고개가 자연스레 엘리스에게로 돌아갔다.
솔직히 여기 있는 누가 그 어떤 말을 해도, 저 앵두 같은 입술이 몇 번만 뻥긋거리면 당장 그녀의 의지가 곧 정답이 된다.
엘리스는 말했다.
“미켈레로 가는 건 어때.”
“미켈레! 네, 네! 좋아요! 너무 좋아요!”
“당연히 좋습니다.”
“당장 거기로 가야죠.”
셋은 엘리스가 지옥이라 말했어도 따라갔을 것처럼 고개를 확확 끄덕였다.
엘런은 가만히 그 도시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미켈레는 대륙의 디저트 장인 피에트로 미켈레의 도시로 온갖 디저트가 집합되어 있는 디저트의 명소다.
마침 피에트로 미켈레의 역작도 손에 들어와 있는 지금 엘런에게도 미켈레는 가보고 싶은 도시였다.
“저도 좋은 것 같아요.”
엘런의 최종 허락이 떨어지자 엘리스는 고개를 주억이며, 미리 가져온 미켈레의 텔레포트 좌표를 외박권에 심었다.
외박권은 곧 텔레포트 스크롤.
다섯은 좌표가 설정된 스크롤을 들고 단숨에 찢었다.
***
“이번에는 여기인가요. 설탕 냄새가 다분한 곳이네요.”
“자매님이 그때 숲을 떠나겠다는 선언만 하지 않았다면 올 일도 없었겠죠.”
“어머. 아직도 그때의 일을 마음에 담아두시는 건가요? 어차피 황궁과 가까워서 오래 있을 만한 곳은 아니었잖아요.”
후드를 깊게 눌러쓴 자는 미성의 목소리와 가녀린 손가락으로 눈앞의 도시를 가리켰다.
“여긴 관광 도시라 저희를 수상하게 여길 사람도 없어요. 여기에는 정말 온갖 사람이 다 모여들거든요.”
“베시미아. 그보다 이전에 또 다른 형제를 보았단 얘기는 왜 숨기는 겁니까.”
“숨기다뇨. 아직 시기가 적절하지 않아 늦추는 것뿐이랍니다.”
“다들 딴소리하지 말고 여기 온 목적에 집중하시죠. 오늘 미켈레 박물관에 저희가 목적한 물건이 전시된다고 하니 그때까진 눈에 띄면 안 됩니다.”
“그럼요. 그림자처럼 조용히 움직일 테니까.”
사제복을 비슷하게 차려입은 세 명의 후드인은 미켈레로 입성했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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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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