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168)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168화(168/354)
#168화. 미켈레(2)
경매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본래 진흙탕 싸움이 이어지는 이유는 다들 실력이 고만고만해서다.
압도적인 강자의 출현은 진흙탕이고 뭐고 앞에 있는 게 무엇이든 평등하게 만든다.
“만 골드.”
“마, 만 골드! 중앙에 앉아계신 손님이 또다시 낙찰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엘리스는 앞에 무슨 물건이 나오든 호가보다 열 배 이상 부르며 적의 전투 의지를 짓밟았다.
그렇다고 엘리스가 모든 물건을 주저 없이 사들이는 건 아니었다.
“재밌어 보이는 물건이네.”
곁에 있는 누군가 이렇게 이따금 혼잣말을 흘릴 때면, 그녀의 눈은 차갑게 번뜩이며 재력을 과시했다.
그러니 안 그래도 이쪽에 기웃거렸던 시선은 더욱 집중되었다.
하지만 그건 단순히 시선에서 그쳤다.
말을 걸거나 위압을 주거나 하는 그런 행동은 언감생심 하지조차 못했다.
저 상석에 앉아있던 여자의 손에 들린 카드가 그 이유였다.
“은빛 초승달……. 설마 크레센티아가 이번 경매에 관심을 가지고 올 줄이야.”
“저 여자의 이름은 저도 알고 있어요. 엘리스 폰 크레센티아잖아요. 제국 아카데미의 학생회장.”
“헌데 교복을 입고 온 거 보면 가문의 일로 여기 온 것 같진 않은데. 같이 앉은 이들도 전부 교복 차림 아닌가.”
“근데 저 흑발의 남자……. 이번에 제국 아카데미 최초의 장학생이라고 신문에 실렸던 자 아닌가요?”
이쪽 테이블로 주변의 눈들이 화살촉처럼 날카롭게 파고든다.
뭐 하나라도 정보를 캐기 위해 부단히 움직이는 시선들.
칼리와 세이렌, 헤더도 제국 아카데미의 2학년으로서 잔뼈가 굵은 준프로다.
이런 시선에는 나름대로 익숙해서 견딜만했지만 유일하게 이해 안 되는 게 있었다.
“학생회장님이 이런 물건들은 왜 구매하시는 거지?”
“난들 아냐.”
“아니 방금 전만 해도 호두까기 인형을 사셨잖아. 평소에 호두를 좋아하시나?”
“피에트로 미켈레의 애장품 경매야. 무슨 물건이 나오든 장인의 손때가 묻은 것이니 소장 가치가 높지.”
세이렌의 말에 헤더는 슬쩍 엘리스의 표정을 살폈다.
얼어붙은 호수의 수면을 연상케 하는 표정은, 차라리 아까 호두까기 인형의 기분을 알아맞히는 게 더 쉬울 듯했다.
칼리는 옆에서 시큰둥하게 앉아 있는 엘런을 톡톡 건드렸다.
“이봐, 엘런 후배.”
“네. 선배님.”
“학생회장님이 물건을 막 사시고 있잖아. 왜 그러시는 걸까?”
엘런이야 짐작 가는 이유가 몇 있었다.
아마 자신 때문이겠지.
엘리스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이유는 대부분 가족이 그 이유였다.
그래서 엘런은 아까 리온이 가져다준 음료를 입으로 가져가며 말을 이었다.
“아마 가족 선물이 아닐까 싶군요.”
“아아! 가족 선물!”
“맞다. 학생회장님은 형제가 많지.”
“1남 2녀 중에 막내 아니셔?”
세이렌의 말에 헤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으응? 학생회장님이 막내시라고? 아닌 것 같은데?”
“그래? 밑에 동생이 있었어?”
“…….”
엘런은 조용히 고개를 돌리며 딴청을 피웠다.
이게 크레센티아 백작 가문의 막내아들, 엘런 폰 크레센티아가 밖에서 보이는 입지였다.
뭔가 뛰어난 공적이나 전적은커녕 그 존재조차 의심받거나 기억되지 못하는 신세.
6년 동안 방에 틀어박혀 있기만 했으니 그럴 만도 하지만, 이렇게 경험해보는 건 또 색다른 감상을 일으켰다.
“있다.”
그때 테이블로 서릿발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내리깔렸다.
“네, 네……?”
“나한테는 동생이 있다. 그러니 너희들의 가벼운 입으로 막내를 논하지 마라.”
“무, 물론이죠……! 저희는 단순히 헷갈려서요. 헤헤헷…….”
“여, 여기 칼리랑 세이렌만 그랬어요. 전 아니에요.”
“헤더……! 너만 빠져나가기야?”
헤더는 칼리의 도끼눈을 피하며 애꿎은 유리잔만 살살 매만졌다.
만약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능히 대학살자 선상에 오를 법한 엘리스의 시선이 셋에게서 거둬졌다.
체감상 온도가 저세상까지 떨어진 듯 심장이 철렁했다.
‘이렇게까지 화낼 필요는 없었는데.’
자신은 딱히 기분 나쁘지 않았다.
아까도 말했듯 이건 6년이라는 공백에 대한 대가이기 때문이다.
엘런은 옆에 셋은 알지 못하도록 테이블 밑으로 손을 움직였다.
그렇게 던져진 쪽지 하나.
엘리스는 그것을 단숨에 펼쳐보았다.
[선배들이 알고 그랬겠어. 사람들이 밖에서 내 이름도 모르는 건 사실이잖아. 그러니까 화 풀어.]동생의 글씨체로 적힌 이것은 잠시간 시리게 얼어붙었던 마음을 녹여주었다.
‘역시 엘런은 마음도 착해.’
쪽지라는 형태의 따뜻한 햇살이, 아니 편애라는 이름의 따뜻한 햇살이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사이.
경매장에는 어느새 마지막 물품이 올라오게 되었다.
등장부터 천으로 가려진 그것은 비밀스러운 냄새를 한껏 풍기며 회원들의 긴장과 기대를 고조시켰다.
경매의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는 만큼 뭔가 대단하게 올라왔는지 사회자의 목소리에선 자신감이 느껴졌다.
“드디어 이번 경매의 마지막이 차례가 다가왔습니다. 아마 여기 계신 많은 회원님들 대부분이 ‘이것’의 등장 소문을 듣고 여기까지 발걸음 해주셨다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무슨 물건인데 이리 뜸을 들여?
엘런은 테이블에 턱을 괴며 관심 있게 쳐다보았다.
그 눈빛은 학생회장에게 감지되었고, 그녀의 눈을 구매욕으로 불타오르게 했다.
무조건 산다.
어떻게든 산다.
엘리스는 손바닥에 있는 카드가 부서질 것처럼 꽈악 쥐었다.
“경매품 먼저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화악-!
검은 천이 유리 박스에서 거둬졌다.
사회자는 물건을 가리키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이 경매품은 피에트로 미켈레 님이 아직 디저트의 길로 빠지기 전, 세계를 여행할 당시 수집하셨던 물건입니다.”
엘런은 유리 박스 속 물건을 눈여겨보았다.
‘메달?’
아니면 동전처럼 보이는 동그란 무언가다.
기하학적 문양으로 예리하게 세공된 문양은 뭔지 알 수 없었지만, 예술적 감각을 찬미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래서 그런지 저 메달이 등장하자마자 사람들은 조용히 탄성을 흘렸다.
사회자는 그 반응에 자신감을 얻으며 설명에 탄력을 붙였다.
“이 메달은 금색을 띠고 있지만, 전문가들이 감정해보길 금으로 이루어진 건 아닙니다. 보다 특별한 것으로 만들어졌죠.”
보다 특별한 것?
그게 뭔데?
사람들이 눈으로 그렇게 물었다.
“네. 맞습니다. 이게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궁금하시겠죠. 그 질문에 대하여 저희의 대답은 바로…….”
사회자의 말꼬리가 늘어진다.
그럴수록 사람들의 호기심과 기대감은 풍선처럼 크기를 부풀려 나갔지만, 결과는 짧았다.
“전혀 모르겠다입니다.”
“……?”
기대감의 풍선을 바늘로 홀랑 터뜨려버린 사회자는 미소와 함께 다시금 메달로 눈을 돌렸다.
“이 메달은 각지의 전문가와 역사학자, 드워프 장인까지 모셔도 그 유래와 원산지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어떤 종족의 세공 방식인지조차 알아내지 못한 미지의 물건이지요.”
사람들의 기대감은 이제 다른 방식으로 몸집을 키웠다.
인간이 이제껏 멸종당하지 않고 살아남았던 이유인 호기심이 스멀스멀 발동했기 때문이다.
“호오……. 미지의 물건이라.”
“확실히 가치가 높아 보이긴 하는군.”
“그래도 뭔지 조차 모르는 물건에 큰돈을 쓰실 거예요? 피에트로 미켈레가 애지중지하는 물건이라길래 왔는데, 고작 저런 메달이면 실망인데요.”
“확실히 무리가 있긴 하지만 나는 저 메달이 끌리는군.”
사람들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관심이 가서 사고자 하는 사람과 아직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
그리고 얼른 입찰하기 위해 손이 근질거리는 학생 한 명.
그러나 경매장의 입장에선 여기 있는 모두가 이 물건에 달려들어야 했다.
이제 낚싯대를 던졌으니, 그것을 살살 흔들어 물고기들을 모을 차례다.
“피에트로 미켈레 님은 이 메달에 대해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이제껏 디저트 장인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슬럼프와 수많은 아이디어 고갈에 이르렀지만, 그럴 때마다 나를 구제하는 건 이 메달이었다.”
그 수수께끼 같은 말에 아래에 있던 사람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자, 잠깐! 그렇다면 이 메달이 마도구란 소리요?”
“마도구라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아까 말했다시피 각종 분야의 전문가들도 이게 뭐 하는 물건인지 몰랐으니까요. 다만 한 마디 덧붙이자면.”
사람들의 침이 꼴깍하고 넘어간다.
“피에트로 미켈레님은 어떤 커다란 문제에 직면하실 때면 항상 이 메달이 있는 방에 혼자 들어가 고민하셨습니다. 그러고 나면 항상 탁월한 해결책을 내놓으셨죠. 그걸 본 주변인들은 이 메달에 신이한 힘이 있는 것 같다고 하나같이 입 모아 말했습니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나는 미끼가 던져졌다.
낚싯대도 충분히 흔들었으니, 여기 무대 밑이라는 물속에는 벌써 물고기들이 잔뜩 모여들어 있었다.
물 위로 입을 뻐끔뻐끔 내밀 정도로 말이다.
사회자는 만족하며 이만 낚싯대를 들어 올렸다.
“이제 경매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만 골드부터 시작해서 천 골드씩 호가하겠습니다!”
엘리스가 손을 반쯤 들어 올렸다.
“십만 골…….”
덜컹-!!
경매장의 불빛이 갑작스레 모두 꺼졌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뿐이었다.
눈을 감았다 뜨는 것보다 살짝 더 긴 시간이었고,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사이 경매장은 다시 밝기를 되찾았다.
드르륵-!
──그러나 엘런은 의자를 거칠게 밀고 일어섰다.
그 감각이다.
피부의 솜털을 잔뜩 세우는 느낌은 그 감각밖에 없었다.
“꺄아아아아아!!”
“저, 저게 뭐야……!!”
“사, 사, 사람이……!”
경매장이 순식간이 비명으로 물들었다.
뚝- 뚝- 뚝-
조금 전까지 메달이 들어 있던 유리 박스에, 이제는 절단면이 깨끗하게 잘린 사람 머리가 꽉 차 있다.
박스의 밑면으로 피가 뚝뚝 떨어진다.
목이 잘린 사회자의 몸은 볼품없이 무대 위에 버려져 있었다.
“모, 모두 여기서 나가주십시오!”
“테러리스트입니다! 서로 밀지 마시고 관리자의 말에 따라주세요!!”
“다, 당장 관리인들 더 불러와! 경비대는 뭘 하고 있던 거야!!”
“젠장!! 비, 비키라고!! 내 앞에서 비켜!!”
관리자들은 갑작스러운 테러에 혼비백산하는 사람들을 돌아다니며, 이게 뭔 상황인지 파악해보려 애썼다.
하지만 여기서 이 테러의 진상을 알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엘런뿐이다.
그의 눈은 아직 메달 대신 사회자의 목이 진상된 유리 박스를 바라보았다.
[보고 싶었어요. 형제님.]박스의 겉면에 피를 잉크 삼아 쓴 편지.
분명 자신을 겨냥한 쪽지였고 제 딴에는 반가움의 표시였다.
베시미아가 이곳에 있다.
그리고 메달을 갈취해 어딘가로 달아났다.
또한 아직도 이유를 모르겠으나, 그 사제의 자격이라는 걸로 자신은 훨씬 마경의 기운에 민감했다.
즉, 베시미아가 어디로 도망쳤는지 알 것 같았다.
“엘런. 내 뒤에 서. 위험해.”
“학생회장님. 테러리스트가 어디로 도망쳤는지 알 것 같습니다.”
엘리스의 고개가 엘런에게로 돌아갔다.
얼마나 메달이 갖고 싶었으면 자신의 동생이 테러리스트 위치까지 파악하고 계산했을까.
막내가 이렇게까지 수고해줬는데 누나가 그 노력에 보답하지 않을 수 없다.
반드시 그 메달을 손에 들려서 보낸다.
“에, 엘리스 님! 무사하십니까!!”
그래도 테러 현장인데 리온은 겁도 없이 사람들을 해치고 뚫어가며 여기까지 달려왔다.
그 노력이 가상하긴 했지만, 그가 할 일은 더 남아 있었다.
“여기 셋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켜.”
“그, 그럼 두 분은……?”
“우린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내 말대로 해라.”
“하, 학생회장님!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희도 도울게요!”
“발목은 잡지 않을 자신 있습니다.”
엘리스는 고개를 흔들었다.
테러리스트 추적이라곤 해도 오랜만에 동생과 둘이 보내는 시간.
방해하게 둘 순 없다.
“학생회장의 권한으로 명령하겠다. 리온의 안내에 따라 안전한 위치까지 가면 당장 텔레포트로 학교에 귀환해라.”
“네, 네. 알겠습니다.”
“에, 엘런 후배. 꼭 무사해야 해?”
“물론입니다. 저도 금방 갈 테니 먼저 귀가해주세요.”
“그, 그래! 다음 주에 보자! 무사히!”
셋은 리온의 뒤를 따르며 후다닥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제야 온전히 둘만 남게 된 순간.
엘리스는 감격에 젖고 싶었지만,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었다.
“엘런. 테러리스트들은 어딨어?”
“일단 무대 뒤로 가야 해. 그렇게 뒷문으로 빠져나가면…….”
쩌저저저저저적-!!
우지끈-!! 콰드드득-!!
빠가가가각-!!
얼음 얼어붙는 소리도 잠시, 엘런이 발 딛고 서 있는 곳부터 무대 뒤편까지 광활한 구멍이 생겼다.
“지름길을 만들었어.”
“……그래. 어떻게든 빨리 가기만 하면 되겠지.”
“엘런을 따라갈게.”
엘런은 고개를 끄덕이며 엘리스가 뚫은 구멍 너머를 바라보았다.
이전보다 자신은 훨씬 강해졌다.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승부를 본다.
엘런과 엘리스, 두 명의 크레센티아는 초승달 아래에서 섬광처럼 질주했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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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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