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17)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17화(17/354)
#017화. 첫 수업(3)
엘런은 저도 모르게 손을 움직여 시에나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녀는 이런 무례한 행동에 눈을 부릅뜨면서 그의 손을 내쳤다.
하지만 엘런은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저것의 주의를 끌고 싶지 않았다.
뿔 버섯도 얻었고 흡혈초도 얻었고 운 좋게도 손아귀 나무까지 단번에 얻어냈다.
하지만 실책은 있었다.
그건 손아귀 나무를 찾느라 산의 초입을 넘어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버렸다는 것.
이 주위는 전부 학교의 영역이긴 하지만 학생의 영역은 아니었다.
이곳의 주인은 따로 있었고 자신들은 놈들의 아가리 안에 있었다.
최대한 주의하면서 왔지만, 손아귀 나무를 뿌리치느라 격렬히 내뿜었던 시에나의 마력이 놈들을 자극한 모양이다.
사사사삭- 사사삭-
수풀을 조금씩 헤쳐오는 소리가 귓가에 슬며시 내려앉는다.
엘런은 혀를 쯧 하고 찼다.
“지금 이게 뭐 하는…….”
“쉿.”
엘런은 시에나의 말을 끊고 눈짓으로 주변을 가리켰다.
그녀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엘런을 따라 기감을 드넓혔다.
무언가…… 무언가 아주 은밀하게 이 주변을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분명 수풀이 사그락거리며 서로 부딪치고 있건만.
그 소리 또한 점점 커지고 있는데.
정체 모를 것들의 형체는 머리카락 한 올 보이지 않았다.
시에나는 저도 모르게 엘런에게로 아주 조금씩 몸을 가까이 했다.
그러면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무언가 보이느냐.”
“그럴 리가. 내게 그런 투시 능력은 없어.”
“투시 능력……?”
“그래. 왜냐면.”
엘런의 검지가 지금 시에나와 그가 딛고 있는 대지를 쿡쿡 가리켰다.
“놈은 지금 땅 아래에서 오고 있으니까.”
드드드드드드득-
대지가 울리기 시작한다.
지면에 금이 가고 수풀은 부들거리며 나무는 잎사귀를 떨궜다.
엘런은 작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하여간 방 밖으로 나오기만 하면 재수가 옴 붙네.”
그간 방에 있느라 회피했던 불운을 지금 몰아받기라도 하는 걸까.
엘런은 혹시 하늘에 있을지 모르는 신을 신랄하게 욕하며 몸을 풀었다.
“업혀.”
“뭐, 뭐라?”
“쯧, 이미 늦었나.”
콰아아아아아앙-!!!
지면이 폭발했다.
흙먼지가 흩뿌려지고 작은 돌가루가 사방으로 비산한다.
시에나는 기민하게 반응하며 뒤로 점프해 거리를 벌리려 했다.
으드득-
“크으읏……!”
시에나는 아까 손아귀 나무에게 잡혔던 발목이 심히 욱신거리는 걸 느꼈다.
마치 뼈에 금이 간 것처럼 힘이 전혀 전달되지 않았다.
“그러게 업히라니까.”
엘런은 짤막한 말과 함께 시에나의 다리를 잡고 단숨에 그녀를 업었다.
촤아아아아아악-!!
곧이어 흙먼지를 뚫고 무언가 튀어나온다.
기괴한 입과 끈적거리는 체액을 내뿜는 거대한 벌레.
그것은 빨판 같은 입을 들이밀며 지독한 냄새의 뭔가를 내뿜었다.
“꽉 잡아.”
후우우욱-!!
엘런은 가벼운 발재간 한 번으로 십여 미터를 도약했다.
전방에 부채꼴 모양으로 드넓게 펼쳐졌던 뭔가는 엘런의 옷깃 하나 닿지 못했다.
대신 그것과 맞닿은 식물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도록 걸쭉하게 녹아들었다.
엘런은 마치 죽처럼 변한 풀과 땅에서 튀어나온 벌레를 번갈아 보며 피식 웃었다.
“우리 주위에 이런 괴물이 살고 있었다고?”
이래서 잠이나 편하게 자겠나.
학교는 저런 거 안 잡고 뭐 하는 건지 모르겠다.
“내, 내려주거라! 나도 싸우겠다!”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야. 손아귀 나무에 붙잡히면 그 후유증이 몇 시간을 가는데 싸우긴 뭘 싸워.”
“어, 어찌 그렇게 잘 아느냐?”
“질문은 나중에.”
엘런은 그냥 대답하기 귀찮은 걸 상황 탓으로 무마하며 벌레를 마주 봤다.
허리춤에 있는 리볼버를 사용해서 어떻게 전투를 이끌다 보면 죽지 않고 이길 수 있을 거다.
그러나 잡아도 별 이득 없는 거 굳이 다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싸울 생각은 없다.
하지만 산으로 내려가는 길을 저 벌레가 가로막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려면 필연적으로 저 이름 모를 벌레를 넘어서야 한다.
“어떻게 할 셈이냐?”
“혹시 속박 마법 할 줄 아는 거 있어?”
“내 속성 마법 중 그런 비슷한 것이 있다.”
“당장 준비해.”
엘런은 신발의 밑창을 땅과 마찰시키며 각력을 끌어모았다.
키에에에에엑-
지렁이를 닮은 벌레는 마치 뱀처럼 꿈틀거리며 입을 벌렸다.
……하수구 밑바닥을 긁어모아 숙성시킨 듯한 악취가 코를 찌른다.
“정말 다신 마주하기 싫은 놈이네.”
“동감이다.”
시에나와 엘런의 의견이 처음으로 일치하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오른손으로 녹광의 마법진을 띄웠다.
“마법은 준비됐어?”
“장전 완료다.”
“좋아.”
엘런은 대답과 동시에 앞으로 치고 나갔다.
카아아아악-!!
촤아아아아-!!
벌레의 입에서 염산액이 대포알처럼 터져 나온다.
이번엔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 전방을 비롯한 왼쪽과 오른쪽도 막혀버렸다.
그러나 엘런은 이것 또한 예상했다.
“벌레가 머리 써봐야 벌레 새끼지.”
엘런은 염산액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나아갔다.
“……!!”
그에게 업혀있던 시에나가 되려 놀라 엘런의 어깨를 꽈악 부여잡는다.
엘런은 염산으로 세수할 것 같은 거리에서 다리에 부었던 마력을 발산시켰다.
쩌저저저저저적-!!!
겨울 빙판처럼 얼어버린 지면.
엘런은 슬라이딩하듯 미끄러졌다.
그의 머리 위를 염산액이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고, 엘런은 크게 소리쳤다.
“지금이야!”
“알겠다!”
시에나는 마법진이 담긴 손을 벌레에게 뻗었다.
[네이처 컨트롤]쑤우우우우욱-!!
화아아악-!!
주변에 있던 나뭇가지나 식물들의 줄기가 갑작스레 자신들을 늘려나갔다.
하나의 식물 줄기로는 약하지만 수십 개가 모이면 다르다.
그것들은 끈적거리는 벌레의 몸통을 부여잡고 쩍 벌렸던 아가리를 닫게 했다.
“잘했어.”
엘런은 미끄러졌던 몸을 단숨에 일으켰다.
그리곤 식물로 입마개가 걸린 벌레를 발판 삼아 그대로 뛰어올랐다.
나무 꼭대기에 손이 닿을 만큼 높이 뛰어오른 그는 둔중하게 땅으로 착지했다.
몇 번이나 무릎이 작살나도 이상하지 않았을 충격이 전신으로 퍼져온다.
그러나 측정하기 어려운 양의 마력은 이번에도 그를 무사히 지켜줬다.
“이제 다시 뛸 테니까 꽉 잡아.”
“알겠다.”
엘런과 시에나는 식물에 묶인 채 꿈틀거리는 벌레를 내버려두고 습지를 넘어 생활 구역의 정문 앞까지 도달했다.
여기까지 오니 시에나의 다리와 팔에 가해졌던 손아귀 나무의 후유증도 대부분 사라졌다.
“지금이면 걸을 수 있지?”
“그래. 고맙다.”
“감사 인사는 됐어. 나중에 황궁 디저트나 사주라고.”
시에나는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엘런은 그녀를 내려주고 내일 쓸 준비물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꽤 격하게 움직였지만 역시 1등급 아공간이라는 건지 그 보존 상태는 과연 훌륭했다.
그 아공간을 들추는 엘런을 본 시에나는 물었다.
“평민이라면서 그런 고급 아공간은 어떻게 구한 것이냐?”
“훔쳤어.”
“……훔쳤다고?”
“그래.”
가문의 인장을 훔치고 이사벨의 명의를 훔쳐서 산 물건들이다.
엘런의 말은 하등 틀린 게 없었고 그러니 진실이었지만, 시에나는 거짓말하지 말라는 듯 눈가를 가늘게 좁혔다.
“또 거짓말이구나.”
“진짠데.”
“난 믿지 않는다.”
“뭐, 그러든가.”
엘런은 그녀가 믿든 안 믿든 알 바 아니었기에 뒤돌아 중앙성으로 걸어갔다.
그러나 아직 시에나의 말은 끝나지 않았는지 그녀는 살짝 뛰어 엘런의 뒤를 따라잡았다.
“헌데 내일 수업 준비물은 어떻게 안 것이냐. 필기도 한 장 안 했지 않느냐.”
“그걸 꼭 써야 알 수 있는 건 아니잖아.”
“운 좋게 준비물이 있다는 얘기만 들은 게냐?”
“그래, 맞아.”
“그럼 다음번엔 필시 큰 코 다칠 거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필기에 힘쓰거라.”
시에나는 자신의 아공간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것의 정체는 커다랗고 두껍기 그지없는 노트였다.
“이 노트에 필기하거라.”
“필기는 해본 적 없는데.”
시에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필기 노트를 꺼냈다.
그녀의 노트는 빼곡히 채워져 있다 못해 중요한 부분과 요점까지 정리되어 있었다.
시에나는 자랑스레 노트를 보여주며 말했다.
“이렇듯 필기는 수업 내용을 까먹지 않게 해주고 혹시 까먹더라도 다시 기억하게 해준다. 이 얼마나 대단한 효능이냐.”
“그러니까 해본 적 없다는 거야.”
엘런은 시에나가 준 필기 노트를 아공간에 집어넣으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남이 준 건 공짜니까 버리지 않는다.
“‘마법과 마력의 상관관계’ 수업은 들어봤느냐.”
“아니. 난 오늘 ‘대괴물전 전투법’을 들었거든.”
“난 오늘 그 수업을 들었는데 암기할 것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너도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아, 그래? 엄청 긴장되네.”
엘런은 적당히 맞장구 쳐주며 계속 중앙성까지 걸어갔다.
이제 좀 떨어졌으면 좋겠는 황녀님은 계속 뒤에 따라붙으며 말을 이었다.
“아까 보니 너는 빙속성을 다루더구나.”
“그래. 근데 넌 집에 안 가니?”
“지금 아니면 언제 이렇게 적에 대해 파악하고 있겠느냐.”
“적?”
시에나는 고개를 주억였다.
“저번에 만났던 카르디아 아누비샨이란 여자. 그 여자는 자신의 3위란 서열을 만족하지 못하는 듯하더구나.”
“그래 보이더라.”
오죽하면 광장 한복판에서 대놓고 싸움을 걸어오겠나.
시에나는 말했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나는 내 2위라는 서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오, 그래?”
“그렇다. 언젠가 그 자리를 빼앗을 터이니 그렇게 알도록 해라.”
엘런과 시에나는 광장에 도착했다.
그녀는 반대쪽 갈림길로 몸을 돌리며 마지막으로 인사했다.
“그럼 그때까지 잘 살아있거라. 모쪼록 오늘은 고마웠다.”
“그래.”
엘런은 산새 내쫓듯 손을 휘휘 저으며 시에나를 보냈다.
이제야 좀 잘 수 있겠다.
또한 지금 많이 자둬야 한다.
내일이면 그 마녀의 수업이 시작될 테니 말이다.
***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그 법칙은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았던 나태의 천재에게도 적용되었다.
엘런의 눈이 어느 순간 번뜩하고 떠졌다.
반사적으로 손목시계를 쳐다보니 8시 50분, 등교 10분 전.
“좋았어.”
이번에는 지각하지 않겠다.
엘런은 침대에서 밍기적거리며 일어나 이불 정리는 내팽개치고 옷을 갈아입었다.
식탁에는 여전히 과자 봉지와 포장지로 마치 쓰레기 매립장을 연상케 했다.
“나중에 치우지 뭐.”
엘런은 시원하게 미래의 자신에게로 일을 미루며 등교 준비를 마쳤다.
물론 저번에 염산을 내뿜는 괴물 벌레와 싸워서 얻어낸 준비물도 잊지 않고 챙겼다.
엘런은 마법진 위에 올라섰고 청광(淸光)과 함께 텔레포트했다.
빛이 한 번 몸을 감싸고 나니 익숙한 교실이 그를 반겨주었다.
“오늘 수업도 이 교실에서 하나.”
엘런은 뒷머리를 긁적이다가 옆자리에서 이미 수업 준비를 모두 마친 우등생, 시에나를 발견했다.
“일찍 왔네.”
“네가 늦게 온 것이다. 준비물은 챙겼느냐?”
“당연하지.”
엘런은 아공간에서 약초들이 든 봉지를 꺼내 보였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곤 말을 이었다.
“하지만 다른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그게 무슨 말인가 하니, 엘런의 귀로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생활 구역 안에 약초 가게가 없던데?”
“그러니까. 나도 끝까지 못 찾았어.”
“평민 애들은 밖에 가서 캐오려 하더라.”
“어떻게 됐대?”
“쫄아서 산까진 가지도 못했단다. 애초에 산으로 가려면 회색 습지를 건너야 하는데 그것부터가 문제니까.”
엘런은 곧장 그들이 왜 빈손으로 수업에 왔는지 알 수 있었다.
“귀족 애들은 밖으로 나갈 생각을 안 했고 평민들은 습지를 못 건넜군.”
하긴, 혼자서 마경이나 다름없는 산을 오르려 생각한 시에나가 미친 경우긴 하다.
그리고 이런 위험성을 뻔히 알면서도 학생들을 내몬 교수는 더 미쳤고.
드르르륵-
오크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저번과 똑같은 복장으로 마녀 돌로레스가 교실에 들어왔다.
그녀는 오자마자 첫인사 대신 비수 같은 말로 포문을 열었다.
“준비물을 가져온 학생이 둘이라니. 보기가 다 민망하고 처참하네요.”
학생들은 고개 숙이며 침묵할 뿐이었다.
그러나 돌로레스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허나 이 약초들을 전부 가져온 학생들이 있다는 것 또한 놀라워요. 한 명 정돈 예상했지만, 설마 두 명이라니. 그것도 당신이 말이죠. 엘런 이안느.”
그 노골적인 말에 엘런은 미소 지으며 응수했다.
“기대에 부응해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교수님.”
“후후훗. 걱정 마세요. 제 기대에 부응할 기회는 앞으로 차고 넘칠 테니까요. 당장 지금만 해도 말이죠.”
돌로레스는 손가락을 튕겼다.
후우우웅-
퉁- 퉁- 퉁- 퉁-
뭔가 붕 뜬 듯한 바람 소리와 함께 학생들의 앞으로 어떤 종이 뭉치가 떨어졌다.
그 두께는 잘만하면 둔기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두꺼웠다.
“지금부터 한 시간 드리겠습니다.”
돌로레스는 그 드넓은 챙 사이로 엘런과 학생들을 바라보며 빙긋 미소 지었다.
“종이 뭉치에 있는 모든 포션 재료를 외우도록 하세요.”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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