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173)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173화(173/354)
#173화. 자유
엘런의 몸을 세 시간 동안 차지하게 된 레드는 당장 중앙성 창문으로 뛰어내렸다.
후우욱-!
짧은 체공 시간이지만 그 와중에 온몸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은 레드의 가슴을 뻥 뚫리게 만들었다.
얼마만의 자유인가.
아니 사실 나에게 자유가 있긴 했나?
이렇게 내 상상대로 마음껏 움직여 본 건 정말 난생처음이다.
“어디로 가볼까. 아니, 난 어디든 갈 수 있어.”
레드는 중앙성 앞에 있는 광장으로 나왔다.
모두가 잠든 새벽인 만큼 광장에 따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이 드넓은 공간이 모두 나의 것이야.”
이 광장이 성 앞에 있긴 했어도 소유의 개념은 아니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레드의 손안에 있었다.
레드는 마치 춤을 추듯이 광장의 돌바닥을 밟아나가기 시작했다.
그는 땅속에 있으면서 딱히 춤을 배워본 적도 춰본 적도 없지만, 엘런의 몸은 그 기억력으로 엉거주춤 왈츠를 추었다.
초승달 아래에서 광장을 무대로 한 채, 파트너도 없이 혼자 이어나가는 왈츠.
“너무나 아름다워.”
레드는 그렇게 한껏 자유를 몸에 받아들인 다음, 다시 한번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의 지리는 몸의 기억을 바탕으로 전부 알고 있다.
“이 음기를 실험해보려면 그래도 넓은 장소가 필요하겠지.”
겉보기엔 얼음 수정처럼 아름답지만 제대로 수련하고 다루려면 마을 몇 개는 날려 먹을 파괴력이 동반된다.
“놈에게 문제가 생기면 내 자유도 침해되니, 이 정도 배려는 해주지.”
레드는 잠들어있는 엘런의 의식에 중얼거리며 서쪽 성문으로 달려나갔다.
마력을 각력으로 치환해 한 번 뛰어오르니 이 몸은 새의 깃털처럼 허공을 자유롭게 비상했다.
차가운 새벽바람이 뺨을 스치고 지나간다.
그럴 때마다 안 그래도 가벼웠던 몸은 둥실둥실 떠올라 날아갈 것처럼 가벼워졌다.
“이게 세상이구나. 진정 아름답다.”
창공을 부유하듯 날아다니는 독수리처럼 레드는 바람에 몸을 맡기며 금세 성벽의 외곽까지 왔다.
서쪽은 질퍽질퍽한 늪보단 싱그러운 풀 내음이 넘치는 숲이다.
“지금도 그 감시자란 것들이 나를 보고 있을는지 모르겠군.”
레드는 완전히 힘을 펼치기 전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엘런의 기억에 의하면 감시자란 존재들이 어딘가에서 학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고 한다.
다른 평범한 마력이라면 모르겠지만, 크레센티아의 음기는 절대 들키면 안 된다.
“물론 나는 이 몸이 기사단에 들어가서 어떻게 굴려지든 알 바가 아니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데카마드와 동급의 천재를 적으로 돌리게 되니……. 그건 주의할 필요가 있어.”
그래서 레드는 별 이득도 없이 엘런을 자극하고 싶지 않았다.
“데카마드 때보다 시간이 600년은 흘렀고, 당연히 인간의 문명은 굉장한 발전을 이룩한 걸로 보이는군.”
그래 봤자 아직은 오리하르콘의 힘을 베낀 수준에 불과하다.
레드는 자신의 본체라 할 수 있는 오리하르콘 완드를 손에 쥐었다.
솔직히 이 완드는 신성 모욕 그 자체라 할 수 있었다.
“감히 나를 세계수의 가지도 아니고 이딴 잡풀과 엮어놓다니. 아주 괘씸해.”
감시자의 시선 정도야 지금도 가릴 수 있지만, 완드의 몸체가 이래서야 전력을 꺼내는 건 무리다.
레드는 혀를 쯧 하고 차며 완드로 허공을 살살 저었다.
“내 존재는 가려질 것이다.”
세상에 명령한다.
나의 존재를 가려라.
오리하르콘은 드래곤보다 세상의 본질에 몇 수는 더 가까운 존재.
그런 존재가 세상에 명령했다.
스아아아아아아아-
사방으로 짙은 안개가 밀어닥친다.
본래 이곳은 이런 두터운 안개가 낄 지형이 아니지만, 자연은 레드의 명령에 응답하여 안개를 보내주었다.
자연을 아군으로 들이는 힘.
그것이 오리하르콘이었다.
“생각보단 약하지만, 이 정도로 됐나.”
레드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짙어진 안개를 느껴보았다.
마법이나 마력은 여기서 이 안개에 단 한 톨도 끼어있지 않았다.
그저 순수한 자연의 힘이다.
하지만 안개는 피아 구분 없이 시야를 가렸고 그 덕에 레드의 시야도 무척 좁아져 있었다.
그런데도 레드는 앞이 다 보이는 것처럼 바닥의 돌부리나 나무의 잔가지를 피해 다녔다.
“몸의 기억력은 나도 쓸 수 있나 보군.”
한 번 보기만 했는데 뭐가 어디에 있는 건지 전부 기억난다.
이건 특이한 경험이었다.
동시에 피곤한 현상이었다.
“이 몸은 평생 이렇게 살았던 건가.”
인생의 대부분을 집에 박혀 있던 것도 어찌 보면 무리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몸의 주인은 음기를 제멋대로 쓰고 있었다.
“데카마드는 음기를 그렇게 사용하지 않았다.”
레드는 기억 속 데카마드처럼 손을 뻗고 음기를 움직였다.
여기서 완드는 필요치 않다.
오직 크레센티아의 혈통과 타고난 음기, 그리고 이 모든 걸 아우를 통제력과 정신력만 있으면 된다.
“보아하니 지금의 너희들은 음기를 도구 취급하고 여러 개의 무기 중 하나로 보는 듯하지만, 데카마드에게 음기는 곧 자기 자신이었다.”
600년 전에는 마법이 그렇게 번성하지 않았다.
사실 오히려 그렇기에 데카마드가 음기를 더욱 소중히 했을지 모른다.
자신에겐 이것밖에 없으니까.
정말 이것뿐이니까 그 하나뿐인 무기의 칼날을 한없이 날카롭게 만든 것 아니었을까.
“그렇게 만들어진 총 열 개의 비기. 지금 이 몸이 사용할 줄 아는 건 첫 번째 빙살뿐이로군.”
다른 가족들은 비기를 몇 개씩 다룰 줄 아는 모양이지만 몸의 주인은 제1비기가 전부였다.
레드는 한숨을 살짝 내쉬며 고개를 살살 저었다.
“이렇게 약해서야 어디서 객사할지도 모르니, 내가 몸에 비기들을 새겨주마.”
기억을 더듬어보니까 이 육체는 자신이 한 번 성공한 것이라면, 그 감각을 완전히 기억해 다음에도 똑같이 펼칠 수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지금 자신이 비기를 펼쳐둔다면 설령 의식은 자고 있더라도, 무의식이 기억하여 훗날 놈에게 도움이 될 터.
레드는 몸을 풀듯이 음기로 충분히 회로를 적셨다.
“똑바로 기억해둬라. 이게 진짜 크레센티아의 비기다.”
먼저 제1비기 빙살.
레드는 데카마드의 것을 떠올리게 하는 엘런의 음기로 정말 먼 과거의 그가 된 것처럼 손을 움직였다.
엘런의 기억력을 따라서 덩달아 자신의 기억력도 좋아진 걸까.
레드는 순간 자신도 깜짝 놀랄 만큼 데카마드와 똑같이 움직였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따라 하려면 한없이 원조와 똑같아야 한다.
“놈의 호흡, 습관, 노하우. 내가 곁에서 보았던 모든 것을 이 몸에 새길 것이다.”
그렇게 손바닥에 모인 빙살은 가장 태초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아니, 태초의 모습 그 자체였다.
변형과 와전이 이뤄지지 않은 순수한 본연의 자태가 이 안에서 자신을 피워내고 있었다.
“빙살(氷殺).”
레드는 기억 속 그놈처럼 조용히 읊조리며 손을 사선으로 내리그었다.
다만 손가락은 평소 비수처럼 사용했던 검지 하나만이 아니라, 한 마리의 야수처럼 다섯 손가락을 모두 낫처럼 만들었다.
쩌저저저저저저저적-!!!
콰지지지직-!!
우지끈-!! 쩌저저적-!!
뭔가 얼어붙고 터지고 쪼개지는 소리가 안개 너머에서 울려 퍼진다.
하지만 어떤 참사가 일어난 건지는 보이지 않는다.
말 그대로 안갯속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이 빙살이란 기술은 데카마드가 제일 먼저 고안한 기술이다. 그만큼 가장 원초적이지. 손가락 하나로 일점에 집중했단 건 알겠지만, 그건 빙살의 탄생 목적과 완전히 반대되는 사용법이야.”
빙살은 본래 다대일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래서 드넓은 범위와 높은 살상력을 갖췄고, 단 한 번에 수십의 적을 쓰러뜨릴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겨우 손가락 하나로 깨작깨작 쓰는 기술이 아니다.
데카마드처럼 엄청난 음기를 몸 안에 품고 태어난 엘런 같은 놈은 더더욱 그래선 안 됐다.
“두 번째는 진눈깨비.”
엘리스가 베시미아에게 펼쳤던 기술로, 하늘에서 엄청난 양의 폭설을 내리게 하여 상대의 움직임을 봉하는 기술이다.
레드는 기억을 더듬어 엘런이 보았던 엘리스의 기술 시전을 되새겨보았다.
“나쁘지 않다만 이것도 후손들은 잘못 이해하고 있군.”
하여간 데카마드 그놈은 기술들을 책으로 정리해뒀으면 좀 좋나.
그는 이 기술들을 자신의 입으로 언급하지 않았고, 누군가 물어볼 때면 그나마 조금씩 말해주었다.
그러니 후손들은 어깨너머로 본 기술들의 모습과, 데카마드가 가끔 던졌던 힌트에 기반해 비기를 완성한 것이다.
그럼 당연히 처음 모습과는 어떻게든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나쁜 습관이 들기 전에 원조가 뭔지 얼른 가르쳐줘야겠어.”
레드는 아까와 달리 손바닥을 넓게 펼쳐 전방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진눈깨비.”
하늘에서 눈이 내려온다.
안개 너머로 새하얀 눈 결정이 민들레 홀씨처럼 살살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이건 전조에 불과하다.
“진눈깨비는 군중제어기다. 열 개의 비기 중 전쟁에서 가장 많은 전과를 올린 기술로 그 쓸모를 톡톡히 보였어.”
데카마드가 이 기술을 한 번 시전하면 그 어떤 군마를 탄 기사단이라도 그 자리에 정지했다.
그리곤 늪처럼 머리 위를 덮어가는 눈더미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엘리스는 제작자의 의도에 맞게 기술을 사용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쏟아지는 눈더미로 상대를 속박했지 않은가.
하지만 그럼에도 레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본래 명품은 하나의 디테일로 만들어지는 법.
“데카마드는 이걸 상대를 묶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갔지.”
레드는 허공에 양손을 뻗고,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힘 있게 움직였다.
그럴 때마다 하늘에서 내리던 눈은 방향을 달리하며 지상을 폭격하듯 그 조준점을 바꿔나갔다.
“거기다 숙련되면 공중에서 눈을 뭉쳐 밀도를 늘릴 수도 있지.”
레드는 거기까지 나아가려다 손이 저릿거리는 걸 느꼈다.
“……아직 변화기까지는 몸이 못 받쳐주는 건가.”
사실 여기까지도 많이 왔다.
데카마드와 거의 똑같은 체질을 따라 그의 습관대로 기술을 펼치다 보니 몸의 부담은 많이 줄어들었고, 그 덕에 제2비기까지 도착했다.
본래 기억대로라면 빙살을 처음 펼치고 팔이 피떡이 됐던 엘런이 말이다.
“몸에 맞지 않은 방식대로 기술을 펼치니까 그리됐지. 이 육신에겐 지금의 방법이 옳다.”
그럼 다음은 제3비기 습설(濕雪).
눈의 수분을 이용해서 상대를 급속도로 얼려버리는 기술.
엘리스가 선보였던 크레센티아의 비기 중에서 유일하게 볼 만했던 것이다.
그러나 습설은 비기 중 하나에 끼어있긴 하지만, 데카마드도 알게 모르게 인정했듯이 단일기로 큰 힘이 없었다.
주변에 충분한 눈이 쌓이고 충분한 준비가 되었을 때 사용해야 더욱 큰 시너지를 발휘하는 게 습설이다.
즉 이건 보조기였다.
“그래도 이걸 습득해두면 일반 마법보다야 훨씬 빠르게 상대를 숨 쉬듯 얼릴 수 있지. 설령 그게 맹염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데카마드는 조건만 충분하다면 화산도 그 자리에서 얼려버리던 남자였다.
그게 가능했던 비결은 바로 이 습설의 존재 때문이다.
“오늘은 적당히 여기까지만 해볼까.”
잦은 비기의 사용으로 몸이 슬슬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그리고 딱 이 정도에서 멈춰야 몸도 무리 없이 비기들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세 시간도 벌써 끝나가는군. 역시 긴 시간은 아니야.”
레드는 아쉬움과 함께 안갯속으로 몸을 숨겨 빠져나왔다.
그가 완전히 사라지니, 자연이 만들어준 깊숙한 안개로 흩어져 숲은 제 모습을 드러냈다.
고오오오오오오오-
본래 겨울하곤 거리가 멀던 숲에 폭설이 찾아왔다.
잎사귀 위로 두터운 눈이 쌓이고 나무 기둥 겉으로는 살얼음이 매섭게 끼었다.
하지만 이렇게 나무 위로 겨울이 덧씌워진 부분이 있는가 하면, 괴물이 밟고 지나간 듯한 폐허도 있었다.
겨울의 아름다움과 혹한의 잔혹함이 공존하는 숲은 금방 감시자들의 눈에 띄었고, 그 관리자들은 발칵 뒤집혔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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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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