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18)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18화(18/354)
#018화. 첫 수업(4)
돌로레스는 아공간에서 사람 머리만 한 모래시계를 꺼냈다.
탁-!
그들의 앞에 제시된 모래시계는 조금씩, 느리지만 꾸준히 모래를 떨어뜨렸다.
학생들은 직감했다.
저 모래시계가 다 떨어지면 한 시간도 끝나겠구나.
그때까지 이걸 다 못 외우면 학교 생활도 끝나겠구나.
다양한 것들의 종말을 알려줄 모래시계는 학생들의 마음이 어떻건 계속 흘러갔다.
사사삭-! 사삭-!
사사사삭-!
주변 곳곳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가 들려온다.
돌로레스는 그 앞에 서서 목석처럼 우두커니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마치 관객석처럼 뒤로 갈수록 한 계단씩 높아지는 형태의 교실.
모두가 돌로레스를 볼 수 있었고 돌로레스도 모두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학생들은 맘 편하게 그녀를 볼 여유 따윈 없었다.
귀족 학생들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아아, 이건 배웠던 거다.”
“집에서 조금이라도 배워오길 잘했네.”
“이건 할 수 있겠어.”
귀족 학생들 태반은 여기 오기 전부터 학교 커리큘럼에 맞춘 다양한 선행학습과 사교육을 받았다.
개중에는 포션 제조법도 있었고, 그것의 기초와 바탕이 되는 식물 또한 대략적으로 암기해왔다.
그러나 순전히 자기 힘만으로 공부해야 했던 평민 합격자들은 식물 암기까지 손댈 여유가 없다.
이렇듯 신분과 재력의 격차는 어느 환경에서나, 어느 상황에서나, 어떻게든 드러나기 마련이었다.
옆에 있는 1황녀, 시에나만 보아도 그러하다.
그녀는 아까 처음 5분 만에 이미 머릿속에 있는 식물들이란 걸 확인하곤 필기 노트를 꺼내 복습 중이었다.
남들은 진도에 허덕일 때 본인은 더욱 그 격차를 벌리는 것이다.
아주 영리하면서 잔인하고 똑똑하다.
왜 저런 우수한 학생이 장학생이 아닐까.
윗선에서 어떤 문제가 있던 게 아닐까?
그러지 않고서야 말이 되지 않는다.
돌로레스는 어떤 짙은 의심과 함께 모자챙 사이로 정중앙에 앉은 학생을 바라봤다.
“대체 뭐 하는 건가요.”
그녀는 저도 모르게 자신의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그만큼 엘런의 행동은 어이가 없었다.
드르르르르릉-
드르르르릉-
그는 자신이 준 종이 뭉치를 베개 삼아 잠을 자고 있다.
그것도 아주 편안히 말이다.
처음 한 시간이 시작되고 종이를 촤라락 넘겨보더니, 그 뒤부턴 쭉 저 꼴이다.
보는 사람이 다 졸려올 만큼 그는 제집 안방처럼 잘만 잤다.
“……!!”
옆자리에 앉은 시에나도 깜짝 놀라 힐긋힐긋 그를 쳐다본다.
그러면서 돌로레스의 눈치를 본 그녀는 손을 움직여 엘런을 톡톡 건드렸다.
“으으으응……. 하지 마라…….”
엘런은 잠꼬대로 대답하며 더욱 책상 위에 퍼졌다.
시에나는 몸을 엘런 쪽으로 가까이하며 속삭였다.
“미친 거냐? 얼른 일어나거라……!”
“요즘 너무 일찍 일어나서 졸리다고…….”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교수님이 보는 앞에서 그러느냐……!”
“가서 네 할 거 해……. 나 신경 쓰지 말고…….”
엘런은 여전히 눈을 감고 종이 뭉치에 얼굴을 올린 채 손만 휙휙 저었다.
시에나는 돌로레스가 끝까지 말이 없자 자신도 이만 포기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내일 세상이 멸망한다 해도 ‘10분만…….’ 이러면서 퍼 잘 놈이다.
시에나는 모래시계를 쳐다보았다.
위층에 있던 모래가 절반 가까이 사라졌고 손목시계도 이제 30분이 흘렀음을 알려줬다.
아까부터 동상처럼 가만히 있던 돌로레스 또한 지금에서야 조금씩 몸을 움직였다.
그녀는 아까 종이 뭉치를 나눠주며 손에 넣었던 두 사람의 준비물을 확인했다.
“흡혈초, 손아귀 나무, 뿔 버섯.”
약초 하나당 두 개씩 모인 이것들은 하나같이 상태도 좋고 크기도 괜찮았다.
또 손아귀 나무는 냉동 처리를 한 것인지, 뿌리가 뽑혔음에도 지금까지 싱싱함을 유지 중이다.
게다가 손아귀 나무의 가지 모양은 움켜쥐어져 있었다.
“분명 뭔가를 잡았단 뜻인데…….”
신입생이 떨쳐내기에 손아귀 나무는 보통이 아니다.
애초에 하지 말라고 낸 숙제이자 준비물이니 당연하다.
그 모양이 둘 다 같은 걸 보니, 상황은 쉽게 그려졌다.
“허울 좋은 장학생이 손아귀 나무에 붙잡힌 걸 시에나 학생이 구해줬나 보군요.”
이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 폐급 학생이 손아귀 나무를 채취했겠는가.
돌로레스는 그렇게 생각하고 또 믿으며 다시금 학생들의 앞에 섰다.
“한 시간이 다 지났군요. 모두 암기는 끝나셨으리라 믿습니다.”
돌로레스가 손가락을 튕겼다.
곧이어 종이 뭉치는 싸그리 잿불로 변해 사라졌다.
쿵-!
종이 뭉치를 베고 있던 엘런의 머리가 책상에 부딪힌다.
곳곳에서 푸흡 하고 웃음 참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엘런도 때아닌 충격에 부스스한 머리를 털며 허리를 폈다.
돌로레스는 그쪽으로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수업을 진행해나갔다.
“흡혈초와 손아귀 나무. 그리고 뿔 버섯은 나무만 있다면 대륙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식물이에요.”
그녀는 칠판 위에 마력 분필로 그 세 약초를 그려나갔다.
손짓 몇 번으로 단숨에 약초들의 형태가 잡힌다.
“이 약초들은 희소성이 적고 많이 보이는 만큼 인류가 다양한 쓸모를 발견했죠.”
돌로레스는 학생들을 쭈욱 훑어보며 말을 이었다.
“이 다양한 쓸모들을 약초마다 하나씩 말해줄 학생분이 계실까요.”
번쩍-!
거의 모든 학생이 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이 약초들은 이번 수업의 준비물이다.
그렇기에 꼭 질문이 나올 거라 예상한 학생들은 다른 건 몰라도 이것들만은 눈에 힘을 주어 암기했다.
이번에 발표하고 그녀의 눈길에서 벗어나는 게 상책이다.
돌로레스는 손든 학생들을 찬찬히 살펴보며 고개를 주억이다가, 얇은 검지로 누군가를 가리켰다.
“엘런 이안느 학생. 발표해보세요.”
그녀에게 이름이 불린 엘런은 조금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저는 손을 안 들었습니다만.”
“그래서 더 눈에 띄었습니다. 엘런 학생이 손을 들었다면 전 다른 학생을 시켰을 거예요.”
“…….”
엘런은 이게 위장 수업이냐며 따지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학생 신분이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고 까라면 깔 수밖에 없었다.
“이리 나와서 분필로 써 보시죠.”
“……알겠습니다.”
엘런은 의자를 뒤로 드르륵 밀고 돌로레스에게 걸어나갔다.
가면서도 학생들의 따가운 눈빛이 꽂힌다.
엘런은 사방에서 몰려드는 눈들을 뚫어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렇게 띠꺼우면 니들이 하라고.’
이런 수많은 열정적인 지원자들 사이에서 굳이 자신을 뽑은 걸 보면 과연 마녀(魔女)가 틀림없다.
“여깄습니다.”
“예.”
엘런은 돌로레스가 내민 마력 분필을 받아들고 칠판 앞에 섰다.
칠판에는 그녀가 아까 그려놓은 세 가지 약초가 떡하니 있었다.
이제 이것들을 어디에 쓰는지만 적으면 되는데.
‘못하겠죠.’
돌로레스는 그렇게 확신했다.
교실의 학생들도 그리 생각했다.
그저 앞에서 머뭇거리다가 포기할 거라고 예상했다.
사실 이런 건 당연했다.
아까 한 시간 동안 퍼질러 자기만 했는데 무엇을 외웠겠는가.
저 앞에 나간 자가 의문의 장학생이란 건 알겠지만 이건 다른 문제다.
돌로레스는 마력 분필을 들기만 하고 쓰지 못하는 엘런에게 살며시 다가갔다.
“아는 게 없으신가요?”
“고민 중이었습니다.”
“그렇게 고민해도 기억 나는 게 없다면 그냥 모르는 것 같습니다만.”
“그런 고민이 아니었습니다.”
돌로레스는 한마디도 지지 않는 장학생을 보며 피식 웃음 지었다.
꼴에 자존심은 있다는 건가.
그녀는 챙을 살짝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럼 어떤 고민인가요?”
엘런은 칠판에 그려진 세 약초를 바라보다가, 돌로레스를 힐긋 쳐다봤다.
그리곤 말했다.
“당장 기억나는 게 너무 많은데 개중에서 가장 쓸만한 게 뭔지 고민 중이었습니다.”
분필을 든 손이 움직였다.
그는 가장 왼쪽에 흡혈초부터 사용법을 적어나갔다.
심지어 단순히 방법만 적는 게 아니었다.
이 방법의 원리, 탄생 경위, 어떻게 전해졌는지까지 아주 자세히 쓰였다.
“흡혈초는 단순히 동물이나 사람의 피를 빨지 않습니다. 뿌리에 저장해두고 다음 피가 들어올 때까지 버티죠. 사람들은 그 성질을 이용합니다.”
엘런의 손은 느릿느릿 움직였지만,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미사여구를 빼고 오직 핵심만 적어넣었기 때문이다.
굳이 다른 문장을 써야 한다면 그저 말로 대체했다.
손을 계속 움직이는 건 귀찮기 그지없으니까.
“뿌리에 모인 피를 짜서 주변에 뿌려두면 동물을 유인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사냥꾼들이 주로 쓰는 방법인데 모험가들도 요긴하게 쓴다는군요.”
엘런은 이렇게 손아귀 나무를 넘어 뿔 버섯까지 설명을 끝냈다.
하나의 약초마다 미리 준비해왔다 해도 믿길 만큼의 전문적이었고, 학생들은 저도 모르게 손을 움직여 엘런의 말을 필기했다.
그 수업 아닌 수업에 빠져드는 건 학생들뿐만이 아니었다.
‘어찌 이럴 수가…….’
돌로레스는 모자챙 아래에서 작게 입을 벌렸다.
신입생이 아니라 전공자라 해도 믿을 만큼의 전문성이다.
뭐가 핵심이고 불필요한지 정확히 알고 있으면서도, 실전성에 가장 취합하는 예시만 적절히 들고 있다.
심지어 엘런이 하는 몇몇 설명은 자신이 내준 종이에도 안 나온 것들이다.
‘그럼 미리 예습해온 건가요?’
그렇다고밖에는 지금 상황이 설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철저한 예습이라 확신하는 것도 문제가 있었다.
‘아까 손도 들지 않았고 표정 또한 무척 싫어하는 듯 보였어요.’
이렇게 열심히 준비했다면 하고 싶어서 난리여야 보통인데.
‘대체 어찌 된 영문인가요.’
답이 안 나오는 질문들로 돌로레스의 머리가 뒤죽박죽될 때쯤.
엘런은 마지막 온점을 찍으며 그녀에게 몸을 돌렸다.
“이 정도면 만족하시나요?”
만족하냐고.
이 정도 했으면 나 좀 놔주라고.
이제 보내주라고.
거센 항의가 담긴 눈길이 돌로레스에게 쏟아졌다.
그녀는 분필을 받으며 나지막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만족합니다. 이만 들어가셔도 좋아요.”
“그럼.”
“그 전에 잠깐만.”
“……또 뭡니까.”
엘런은 저도 모르게 경어와 예의 따위 집어치우며 인상을 팍 구겼다.
아직도 더 시킬 게 남았냐는 말과 함께 욕지거리가 표정으로 나불거린다.
“질문이 있습니다. 이 세 약초에 대해 미리 공부하셨나요?”
“공부라고 하긴 그렇고 오래전에 몇 번 들춰본 것뿐입니다. 그리고 교수님께서 주신 종이로도 다 봤습니다.”
“그게 본 거라고요?”
돌로레스는 아까의 그를 떠올렸다.
그냥 종이를 넘기고 펼치고를 반복하던 그는 끝장까지 도달하자 그냥 잠들었다.
그게 끝이었다.
어떤 공부나 필기 같은 게 들어갈 틈이 없었단 말이다.
돌로레스는 어떻게든 이해하려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순간 지끈거리는 머리에 그녀는 엘런에게로 손짓했다.
“알겠습니다. 이만 들어가 보세요.”
“감사합니다.”
엘런은 자리로 돌아갔다.
의자에 털썩 주저앉은 그는 등받이에 누워버리듯 기댔다.
급격한 피곤이 몰려온다.
엘런은 눈까지 감으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툭툭-
누군가 팔을 건든다.
엘런은 그쪽 눈만 반쯤 떴다.
“뭐야.”
“어떻게 한 것이냐. 분명 공부 같은 건 안 했지 않느냐.”
“그래. 안 했어.”
“근데 어찌 저 정보들을 다 안 거냔 말이다. 저번 손아귀 나무 때도 마찬가지다. 밤샘 공부라도 했느냐?”
엘런은 대답하기 귀찮았다.
그러나 상처도 내버려두면 곪고 썩듯이 오늘의 작은 의심이 내일 어떤 화를 불러올지 몰랐다.
해서 엘런은 그 의심을 풀만 한 정보를 그녀에게 던져줬다.
“어머니가 약초상이셨어.”
“약초상? 과연……. 그렇다면 네가 약초에 박식한 것도 설명 되는구나.”
“그래. 그러니까 질문 좀 그만해. 피곤해 죽겠으니까.”
“그건 알겠다만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피곤할 일은 많을 것 같구나.”
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몸으로 거센 부양감이 떠올랐다.
몸을 기대던 의자가 사라졌다.
엘런은 고양이처럼 재빨리 중심을 잡았다.
그가 다시 눈을 뜬 곳은 어둡지만, 주홍색 등불이 가득하고 솥으로 가득 찬 곳이었다.
학생들마다 하나의 솥이 주어졌으며 코에는 약초 냄새가 짙게 들어왔다.
아까처럼 학생들의 앞에선 돌로레스는 모자의 챙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이번엔 포션 제조 실습을 시작하겠어요.”
돌로레스는 학생들 사이에서 정확히 한 명을 바라봤다.
그 눈은 실타래 공을 발견한 고양이처럼 흥미가 넘쳤다.
“어디 이것도 잘하는지 볼까요? 엘런 이안느 학생.”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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