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185)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185화(185/354)
#185화. 얼음의 기사(2)
키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패? 그게 무슨 뜻일까용?”
그녀의 표정이 미묘하게 틀어진다.
이 소악마는 다 알면서 그를 조금씩 떠보았다.
하지만 엘런은 간 보기 따위 없이 스트레이트로 꽂아 넣었다.
“제가 졸업할 동안 상부의 흑수를 막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나요.”
“키아 교수님이라면 가능할 듯하여 이렇게 물어보는 것입니다.”
“이렇게가 어떤 정중한 부탁도 아니고 면전에서 내기를 걸어올 줄은 전혀 몰랐네요.”
“마법사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의외성이다. 마탑의 누군가가 하던 말입니다.”
키아는 입속에서 엘런의 마지막 말을 곱씹었다.
그렇게 한참을 생각하던 그녀는 이내 고개를 들어 올려 엘런의 검푸른 눈을 바라보았다.
“자신 있으신가요?”
“자신은 없습니다. 다만 반드시 해낼 겁니다.”
키아는 입 밖으로 헛바람이 새는 것처럼 픽하고 웃었다.
“엘런 학생이 반드시라고 하니까 굉장히 무섭네요.”
“기분 탓일 겁니다.”
“뭐, 좋아요.”
키아는 손뼉을 짝하고 쳤다.
그 순간 가라앉았던 키아의 텐션과 표정이 부체를 매단 것처럼 급부상하기 시작한다.
“내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악!! 그것도 학생의 발전이 걸린 내기라면 더더욱 이죠!!”
“기분이 오락가락하시니 적응하기가 힘드네요.”
“제가 힘든 건 아니니까 그 부분은 과감하게 생략하겠습니닷!! 그럼 어서 내기를 시작해보도록 하죠!”
“좋습니다.”
엘런은 그녀와 한 발자국 떨어져 주변의 공간을 확보했다.
키아는 아예 뒤로 한 움큼 점프하여 자리를 완전히 비웠다.
방금 만들었던 윈터 골렘도 소환 해제하니, 엘런만을 위한 무대가 만들어졌다.
관객은 키아 한 명뿐이지만, 그 한 명이 수백 명의 관중급 소음을 대체한다.
그 결과 이곳은 전혀 비어 보이지 않았다.
“엘런 학생!! 딱 여섯 번 만에 성공하셔야 해요! 그 전에 성공하면 화낼 거니까욧!!”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응원법인데?
엘런은 잡념을 머릿속에서 치우며 마력을 움직였다.
‘윈터 골렘. 이제껏 본 마법 중에 가장 어렵다.’
그렇다고 3학년 수준은 절대 아니고 2학년 정도에 그쳐 보이는 난이도지만 본래 아는 만큼 보이는 법.
자신이 알고 있는 천재들이야 쉽게 할지 모르지만 자신은 무리다.
하지만 엘런도 근거 없이 막 내뱉은 내기는 아니었다.
‘기억을 되새겨.’
엘런은 오직 자신의 기억력 하나에 의지해서 미지의 마법을 탐구해나갔다.
‘키아 교수님의 마법 시현을 떠올려라.’
정답지는 바로 머릿속에 생생히 남겨져 있다.
엘런은 눈을 감고 머릿속에서 그 정답지를 미친 듯이 복습하고 또 복습했다.
퍼렐라인 교수의 악독하기 그지없는 수업으로 탄생한 이론 능력은, 몇 시간 끙끙 앓으면 3학년 난이도도 풀 수 있게 진화했다.
그 이론 능력은 어떤 장애물의 오르막길도 오를 수 있도록 등을 받치고 떠밀어주었다.
“호오……. 뭔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제 딴에는 조용히 중얼거리며 키아는 자신의 짧은 팔로 팔짱을 꼈다.
순간 이 상황이 내기라는 것도 잊게 할 만큼, 경이로운 집중력이 눈앞에 있다.
“하늘에서 운석이 떨어져도 공부만 할 것 같아요. 아주 좋은 현상입니닷……!”
키아는 쌍 엄지를 치켜들며 조용히 엘런을 응원했다.
방금 성사되었던 내기는 이미 그녀의 머릿속에서 날아간 지 오래였다.
이렇듯 금붕어에 비견되는 단순 기억력과 신과 어깨를 나란히 해도 어색하지 않은 기억력이 한자리에 있다.
전자는 이 상황이 마냥 즐거웠고 후자는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엘런 이안느, 아니 엘런 폰 크레센티아는 ‘노력’ 하고 있었다.
머릿속에 잠들어있고 언제까지 잠들어 있을지 몰랐던 엘런의 노력이, 때아닌 실습실 구석에서 깨어난다.
‘검산은 끝냈다. 이제 실험으로 나아갈 차례.’
엘런의 눈이 번뜩하고 뜨인다.
손을 앞으로 뻗은 그는 눈가를 가늘게 좁히며 생각했다.
‘윈터 골렘은 필연적으로 세 개의 생각을 동시에 해야 해.’
첫 번째로 마법을 발현하기 위해 마법진을 구현한다.
두 번째로 마법진에 들어가는 마력량을 조절한다.
세 번째로 조절한 마력량이 골렘의 몸체를 만드는 게 고루 퍼지게끔 자체 컨트롤 한다.
‘이 세 가지의 생각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으면 윈터 골렘을 실전용 수준까지 만드는 건 무리야.’
하지만 엘런은 자신 있었다.
평소 세 가지 생각을 동시에 하는 거야 밥 먹듯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와플을 먹을까?
아니면 아이스크림을 먹을까?
지금은 과일 에이드 한 잔을 먹을까?
이렇듯 엘런은 평상시에도 최소 세 개씩 되는 고민과 생각을 머릿속에 지고 살았다.
‘이런 어려운 고민을 평생 해오던 게 나야. 다섯 번 안에 이런 마법 따위 성공시키는 건 일도 아니다.’
엘런은 첫 번째 기회를 사용했다.
슈화아아아아-
푸르른 하늘색 마법진이 발현된다.
마법진은 기하학적 문양으로 들어차고 룬어로 장식되어 그 하나로 뛰어난 예술품처럼 보였다.
기억력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마법진의 외형은 그야말로 완벽하다.
하지만 겉모습만 완벽하다고 기계가 굴러가진 않는 법.
지지지직- 툭-
마법진이 환영처럼 지직거리더니, 이내 엘런의 손 앞에서 사라졌다.
“한 번의 기회를 소진하셨습니다! 이제 네 번 남았어요!”
“…….”
엘런은 대답 없이 두 번째 기회를 사용했다.
방금 실패의 감각은 머리 대신 몸이 익혔다.
실패하는 방법을 알아챈 엘런의 몸은 평생 같은 이유로 실수하지 않게 된다.
즉, 조금씩 완벽해진다.
멀린 수식을 이렇게 익혔고 다양한 문제를 알게 모르게 처리했던 몸의 기억력은, 이 순간 더욱 많은 잠재력을 발휘해야 했다.
이제 기회는 네 번.
네 번 안에 윈터 골렘을 성공시켜야 한다.
‘방금은 왜 실패했을까.’
몸의 기억력이 실패를 줄인다면 머리의 기억력은 성공할 확률을 늘린다.
엘런의 머리가 품은 기억력은 방금 실패를 떠올리고 이 잡듯이 뒤져 원인을 파악했다.
‘프로스트 골렘을 사용할 때의 습관이 마법에 묻어나왔네. 그러니까 마법진이 흐릿해지지.’
윈터 골렘이 프로스트 골렘의 상위격 마법이라고 해도 둘은 엄연히 다른 존재다.
같은 지역에 있는 마을이나 나라라고 해도 서로의 문화가 다르듯이 마법도 똑같았다.
‘윈터 골렘 마법에선 이 마법만의 새로운 습관을 들여야 해.’
파아앗-!!
마법진이 다시 한번 엘런의 손바닥 앞에서 샘솟았다.
외형은 이전처럼 완벽하다.
그 선명함 또한 이전보다 훨씬 깨끗해졌다.
그럼 이제 성공인가?
와장창창-!!
엘런의 마법진은 산산조각으로 흩어져 허공에 흩어졌다.
“세 번! 세 번! 기회 세 번 남으셨어요!!”
엘런은 낙담하지 않았다.
조급해하거나 긴박감을 느끼지도 않았다.
그저 묵묵히 기억을 되새기며 실패의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키아는 그 모습에 입을 헤하고 벌렸다.
“이쪽으로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열심히 내요? 이러면 조금 상처받을지도?”
말은 상처받는다 어쩌고 하면서도 입꼬리는 하늘을 찌를 것처럼 올라가 있다.
“엘런 학생은 뭔가 특이하단 말이죠? 상황은 여유 있지 않은데도 몸에는 항상 여유가 있어요. 그러니까 긴장도 하지 않고, 실수도 더 줄일 수 있고.”
이런 모습은 평민 학생들에게선 잘 찾아볼 수 없다.
그들은 물질적으로나 마음속으로나 여유를 가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매일을 바쁘게 살던 그들의 입장에선 한 번 한 번의 기회에 커다란 책임을 가진다.
그렇기에 알게 모르게 부담을 느끼며 평소보다 덜 한 실력과 나오지도 않던 실수가 드러나는 것이다.
하지만 엘런은 부담이 뭐냐는 듯 무심한 표정으로 다음 기회를 쓸 준비를 했다.
“실전에서 굴려진 프로들이나 갖추는 마음가짐을 16살 1학년이 보이고 있다라……. 엘런 학생은 확실히 귀한 매물이에요.”
키아는 탐욕으로 번들거리는 입술을 혀로 가볍게 핥았다.
그래 봤자 위압적인 모습은커녕, 입에 묻은 걸 혀로 닦는 꼬마로밖에 안 보였지만 엘런에겐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지금 그는 자신에게 남은 세 번의 기회를 어떻게 쓸 것이냐가 가장 중요했다.
‘이번에는 이렇게 해보자.’
이젠 평범한 기억력으로 어느 정도 눈에 익을 만큼 마법진을 만들어냈다.
거기다 모든 이론 능력을 마법진 하나에 쏟아낸 엘런은 조금씩 고개를 끄덕였다.
‘이쯤 오니까 마법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대충은 감이 잡히네.’
이전까진 기억력에 의존해서 이게 왜 여기 있는지도 모른 채 키아를 따라 했다면, 지금부터는 이 룬어가 어디에 쓰이는지 알 것 같았다.
엘런은 세 번째 마법진을 허공에 피워냈다.
이젠 키아도 눈길을 줄 만큼 성공에 가까운 마법진이 나타났다.
하지만 성공에 가까울 뿐 성공은 아니다.
엘런은 깨지지도, 흐릿해지지도 않은 마법진을 제 손으로 깨부쉈다.
“어머어머? 멀쩡한 마법진을 왜 부수셨어요?”
“이 마법진의 수준으로는 윈터 골렘을 만들 수 있어도 전용기는 쓰지 못합니다.”
“오오! 알고 계셨군요! 전용기에 막혀 멍해진 엘런 학생의 표정을 보고 싶었는데! 너무 아깝네요!”
엘런은 그녀의 말을 다시 청각에서 차단하며 모든 오감을 이 마법진 하나에 몰아넣었다.
그만큼 집중했고 그만큼 노력했다.
바꿔말하면 그만큼 집중해야 했고 그만큼 노력해야만 했다.
‘쯧, 2학년 수준도 이렇게 어려워하면 3학년 때는 어떻게 할래.’
엘런은 스스로를 채찍질해가며 문제에 직면한 자신을 앞으로 떠밀었다.
‘마법진으로 만들어내는 윈터 골렘은 작동까진 문제없지만, 전용기를 쓸 정도의 내구도와 강도는 무리다.’
현실의 기사가 있는 갑옷 또한 당연히 무게가 있었고 얼음 갑옷도 무게가 있었다.
지금의 윈터 골렘은 갑옷까지 입은 채로 본래의 성능을 내기 어렵고 끝내 부서질 것이 뻔했다.
그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엘런의 머릿속을 스친다.
‘이 비밀 재료를 첨가해보는 건 어떨까.’
엘런은 괜히 키아의 눈치를 한번 슬쩍 보곤 코어 깊숙한 곳에 있는 그것을 끌어올렸다.
자신은 이것으로 2차 각성 끝에 회로도 만들었으며 비기도 손에 넣었다.
‘크레센티아의 음기를 넣어보는 거야.’
물론 음기를 왕창 털어 넣으면 키아가 마법 속에서 이질감을 눈치챌 것이다.
하지만 엘런은 회로 자체가 음기 회로가 되면서, 크레센티아의 음기도 본래의 마력도 엇비슷한 성질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본래 빙속성을 타고난 마력.
알아채기는 더더욱 어려워진다.
‘가보자.’
아이디어는 본래 불완전하다.
오직 실행으로 완벽해질 뿐이다.
우우우웅-!!
윈터 골렘의 마법진이 눈을 번뜩였다.
벽에 등을 기대고 서 있던 키아는 그 순간 화들짝 놀라 눈을 커다랗게 떴다.
“이, 이건……!!”
갑자기 마법진의 결속력과 내구도가 말도 안 되게 올라갔다.
이전에는 외줄 위에 올라탄 곡예사같이 아슬아슬했다면, 이제는 둔중한 전차처럼 든든함과 단단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윈터 골렘]마법진이 완성되고 마법이 발현된다.
쩌저저저저저적-!!
윈터 골렘은 마법진에 의해, 엘런의 마력에 의해 만들어지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 모습을 갖춰나갔다.
얼음이지만 수정처럼 정순하고 깨끗하다.
프로스트 골렘보다 훨씬 인간형에 가까운 윈터 골렘은 3M에 달하는 몸체로 길쭉한 팔다리를 움직였다.
하지만 엘런은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윈터 골렘 – 프로스트 나이트]윈터 골렘의 겉으로 한 꺼풀의 갑옷이 덧씌워진다.
소량이지만 마법 속에 섞인 음기는 그 적은 양만으로도 마법을 훨씬 통제하기 쉽고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빙속성의 장점은 결속력.’
특유의 동결 능력으로 속성 자체만으로도 서로 엉겨 붙으면서 더 단단해지는데, 여기에다 음기까지 더해졌다.
전용기는 물론이거니와 더욱 커다란 상상력을 덧붙여도 될 만큼 높은 내구도가 엿보인다.
넓은 수용력, 포용력으로 한층 진화된 윈터 골렘이 그 웅장한 자태를 유감없이 뽐냈다.
“이게 무슨…….”
키아는 엘런의 윈터 골렘 앞에서 멍한 표정으로 입만 벌렸다.
처음에 놀랐던 표정은 이제 경악으로 바뀌어 희미한 쇳소리만 입 밖에 흘러나왔다.
그녀는 한참을 침묵하다가 감상평을 하나 남겼다.
“……엄청 아름답네요.”
윈터 골렘의 갑옷은 형태가 정해져 있지 않다.
순전히 마법사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졌고, 그러다 보니 엘런은 자연스레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는 최강의 기사를 모티브로 썼다.
게르슐 폰 크레센티아.
엘런이 어렸을 적 보았던 원정을 나가는 아버지의 모습은 윈터 골렘으로 완벽히 각색되었다.
키아는 하나의 예술품을 관람하는 것처럼 한 발치 떨어져 윈터 골렘을 바라보다가 이내 엘런 쪽으로 고개를 틀었다.
그녀는 빙긋 올라간 입꼬리와 함께 말했다.
“이렇게 잘 만든 골렘을 실전 테스트도 없이 그냥 돌려보내면 너무 아깝겠죠?”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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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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