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187)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187화(187/354)
#187화. 얼음의 기사(4)
윈터 골렘을 감싸 안고 있던 갑옷이 조금씩 벗겨지기 시작했다.
다만 녹아내린 것은 아니었다.
정말 갑옷을 벗는 것처럼, 무장을 해제하는 것처럼 완갑부터 흉갑까지 하나둘 떨어져 내렸다.
퉁- 퉁퉁- 터엉-
얼음 갑옷이 바닥과 부딪치는 소리가 가슴을 둥둥 울린다.
곧이어 윈터 골렘은 처음 소환했을 때처럼 수정같이 반짝이는 몸체를 드러냈다.
“에이! 그렇게 하면 방어력이 떨어지잖아요!”
“제 프로스트 골렘에게도 갑옷 따윈 없었습니다. 근데도 벨라 선배님의 말을 빌리자면 기압 특성을 멋지게 파훼했죠.”
“호오, 그렇단 말이죠? 그럼 언니의 공격을 맞고 골렘이 버티던가요?”
“버티지 못했습니다. 단 한 번도.”
“이번에도 같을 텐데?”
키아는 검지를 세우고 총을 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그 순간 검지의 끝은 총구가 되었고 총구에선 바람을 돌돌 말아놓은 풍탄이 날아간다.
터어엉-!!
귀가 살짝 멍멍해지는 격발음.
그 바람의 총알은 윈터 골렘의 상체를 정확히 맞췄다.
콰지지지직-!!
우르르르르르르-
윈터 골렘이 총에 맞은 흉부부터 차례로 무너지기 시작한다.
무너진 골렘은 뭣도 아닌 얼음덩이가 되었고, 그 크기 또한 머리만 한 것부터 큼지막한 것까지 제각각이었다.
“언니의 기술인데 어때요? 저는 기압을 다루지 못해서 관통력은 떨어지지만 그래도 엄청 빨랐죠?”
“그렇군요. 익숙한 기술입니다.”
“결과도 익숙하신지 모르겠네요? 언니 성격이라면 이것보다 훨씬 심하게 부쉈을 텐데!”
키아의 말마따나 윈터 골렘은 프로스트 골렘과 똑같은 결말을 맞이했다.
하지만 그 결말에는 한 가지 단어가 추가되어야 한다.
고된 승리.
이번에도 결말은 같을 것이다.
키아는 이전보다 훨씬 더 진심이 된 엘런의 눈을 즐기며 밝게 말했다.
“생각보다 조금 심하게 부수긴 했으니까 마법을 다시 사용할 기회를 드릴게요!”
“괜찮습니다. 마법은 아까 사용했으니까요.”
“아까요? 언제요?”
“키아 교수님에게 한 방 먹여주기로 결심했을 때요.”
엘런은 미소와 함께 마법진을 발현하면서 장전해두었던 새로운 마법을 꺼냈다.
이 마법을 위해 윈터 골렘이 부서지도록 내버려 뒀으며 더욱 확실한 파괴를 위해 갑옷까지 해제시켰다.
프로스트 골렘은 부서진다 해도 엘런의 컨트롤 아래에서 움직여 상대를 옭아맸다.
하지만 윈터 골렘은 그보다 한 단계 더 진화시킬 것이다.
덜덜덜덜덜덜덜-
바닥에 엎어지고 굴러다니던 윈터 골렘의 잔해들이 진동하기 시작한다.
키아는 그 광경을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곧이어 잔해들은 커다란 잔해를 기준으로 작은 파편들이 뭉쳤다.
“부서져도 윈터 골렘의 마법진에서 나온 이것들은 그 본체의 특징을 가져가기 마련이죠.”
“으헤헤헤헷!! 아까 엘런 학생이 보여준 마법진! 잠깐 봤지만 아주 제멋대로 뜯어고치셨던데요!”
“아까 말했지 않습니까. 저도 막 나가겠다고.”
“으하하하하핫!!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마법진을 뜯어고친 것도 모자라 그 마법진이 작동까지 한다니!”
엘런은 마치 슬라임처럼 분열된 윈터 골렘을 조종했다.
3M 달하던 신체에서 파생된 네 마리의 윈터 골렘은 이제 1M로 키가 줄었지만, 이것 하나하나가 윈터 골렘이었다.
엘런은 프로스트 골렘을 분열해서 재연성하던 룬어와 수식을 가져와 윈터 골렘 마법진에 차용했다.
‘솔직히 말도 안 되는 일이지.’
하지만 이게 가능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크레센티아의 음기 덕분이었다.
‘음기가 윈터 골렘의 마법진에 들어가면서 평소라면 튕겨져나가야 할 룬어와 수식들이 단단하게 결속되었어.’
상극인 자석을 그냥 붙이려고 하면 매우 힘이 들지만, 극저온을 사용하면 어떻게든 맞붙게 할 수 있다.
또한 붙인 그대로 고정까지 시킬 수 있다.
지금 윈터 골렘의 리메이크 마법진은 그렇게 돌아가고 있었다.
음기의 존재를 모르는 키아의 입장에서야 어이가 터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엘런은 말했다.
“그 공격을 뒤트는 바람. 보아하니 전부 수동인 것 같던데요.”
네 채의 윈터 골렘들에게서 맑은 청광이 터져 나온다.
[윈터 골렘 – 프로스트 나이트]쩌저저저저저저적-
아까 벗겨졌던 갑옷과 함께 새로운 갑옷들이 골렘들의 몸에서 새로 연성 되었다.
그만큼 음기와 마력은 쭉쭉 빠져나갔지만, 결과는 볼만했다.
네 명의 얼음 기사들은 장검을 움켜쥐며 앞으로 발을 내디뎠다.
“이제는 조금 힘들어지실 겁니다.”
“네! 말 그대로 조금이지만요! 그럼 어디 해볼까요?”
“좋습니다.”
콧잔등을 아리게 하고 귀를 붉히게 하는 시린 냉기와 봄날 들판에 누워 있으면 뺨을 간지럽힐 듯한 산들바람.
두 상극의 기운은 조금의 양보도 없이 정면에서 부딪쳤다.
***
윈터 골렘은 엘런의 의지에 따라 움직였다.
얼음 장검이 푸른 궤적과 함께 아름다운 검로를 그린다.
하지만 그 사이에 교묘하게 끼어든 미풍.
칼날의 끝은 또다시 애먼 곳으로 틀어져 허공을 갈랐다.
네 명의 얼음 기사는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며 사각을 지웠지만, 상대는 뒤통수에도 눈이 있는 것처럼 고개 한 번 까딱하지 않았다.
“어이쿠! 빈틈 발견!”
키아가 또다시 검지를 들이댄다.
하지만 이번에는 엘런도 가만히 맞아주진 않았다.
[쉴드 – 멀린 수식]콰지지지직-!!
키아의 풍탄에 맞은 쉴드가 종잇장처럼 꾸겨지며 바닥을 굴렀다.
“호오! 총구로 탄도를 예상한 건가요?”
“누가 하던 방법을 따라 한 겁니다.”
“그게 과연 누굴까용? 엘런 학생에게 실전 지식을 얹어준 사람이?”
그 사람은 라제나 히로였지만, 엘런은 말없이 공격을 이어 나갔다.
최대한 키아의 눈을 피해서 공격을 꽂아 넣어야 한다.
벨라 때처럼 그림 리퍼를 사용하면 일이 훨씬 쉽겠지만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다.
왜냐면 지금은 윈터 골렘의 데뷔전이니까.
그러니까 윈터 골렘의 칼날을 저 열받는 교수에게 들이대고 싶었다.
‘변수를 늘려야 해.’
엘런은 손을 움직였다.
[매직 스피어 – 멀린 수식]허공에서 떨어지는 기다란 장창.
한 명의 윈터 골렘은 검을 집어넣고 창을 움켜쥐었다.
창은 본래 만병지왕이라 불리는 냉병기다.
그 타고난 공격 거리와 일점을 타격하는 찌르기는 의표를 노리기 좋다.
키아는 장검이 날아들고 장창이 심장을 찌르려는 위기 속에서 씨익 미소 지었다.
“좋은데요? 공격의 가짓수를 늘리면 제가 적응하기 힘들어지니까요!”
“그럼 좀 맞아주시면 어디 덧납니까.”
“에이! 제가 맞아주는 건 엘런 학생도 원치 않잖아요! 기껏 노력했는데 그런 허무한 결과가 기다리면 재미없지 않겠어요?”
이건 키아의 말이 옳다.
엘런은 입술을 삐죽이며 다시 한번 창극을 들이밀었다.
나머지 세 개의 검은 키아의 상단, 중단, 하단을 노리며 퇴로를 지웠다.
하지만 식용유를 뿌린 바닥에 올라선 것처럼 네 개의 공격은 모두 허공에서 미끄러졌다.
키아는 그 중심에 선 채로 제 손목시계를 바라보았다.
“이런! 곧 수업이 끝날 시간이에요!”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군요.”
“이젠 저도 공격에 들어가도 될까요? 슬슬 방어는 질리거든요!”
“바라던 바입니다.”
“히힛! 좋아요!”
키아의 손이 움직인다.
아까부터 엘런의 공격을 뒤틀었던 풍류가 조금씩 거세진다.
산들바람에서 돌풍으로.
돌풍에서 질풍으로.
질풍에서 강풍으로.
엘런의 머리카락은 사방에서 불어닥치는 바람 때문에 이곳저곳으로 나부꼈다.
“저는 바람이 흘러가는 것 자체를 다룰 수 있어요! 그걸 국수 면발 한 가닥처럼 얇게 나눌 수도 있거든요? 그럼 어떻게 될까~요?”
“……잘 모르겠습니다만.”
“바로 이렇게 된답니다!”
키아가 ‘짜잔‘ 하는 등장음과 함께 윈터 골렘 하나를 양손으로 처억 가리켰다.
골렘을 조종하고 있던 엘런은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윈터 골렘의 몸에 수많은 실이 감기고 있다는걸.
콰지지지지직-!!
우드드드득-!!
윈터 골렘의 몸이 사방으로 꺾이며 부서져 내린다.
그 느낌은 조금씩이지만 골렘을 조종하고 있던 엘런에게까지 느껴졌다.
……몸이 욱신거린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저 마법의 비밀을 알 수 있었다.
“수많은 바람을 몸에 감고 돌려버리는 마법이군요.”
“네네! 정답이에요! 수많은 바람이 몸에 감기면 밧줄에 묶인 것처럼 옴짝달싹할 수 없는데, 여기서 풍향까지 뒤틀어버리면?”
조금 전 윈터 골렘처럼 되는 것이다.
엘런은 자신의 손목시계를 바라보았다.
수업 종료까지 5분 전.
엘런도 수업 시간 넘어서까지 교수님이랑 대면하고 싶진 않았다.
마침 떠오르는 방법도 있고 이게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가야 한다.
“엘런 학생은 아직 희망을 잃지 않은 얼굴이네요?”
“희망이 있으니까요.”
“흐응! 그럼 이제부터 그 희망을 하나씩 부숴볼까요? 방패에 대한 얘기는 그 나중에 하도록 하죠!”
마치 인형을 다루는 인형사처럼 키아의 열 손가락이 꾸물거린다.
그 손가락 하나하나는 수십 개의 바람을 조종하고 있었고, 그때마다 방 안에 불어닥치는 바람은 방향을 휙휙 바꿔나갔다.
마치 그녀의 성격처럼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는 바람들은 머리를 혼란하게 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엘런은 언제나처럼 움직였다.
그저 무시하고 나아간다.
엘런에게 남은 윈터 골렘 세 채가 앞으로 달려 나갔다.
기회가 적다는 걸 안 이상 더 이상 상황만 잴 수 없다.
“이런 표면적인 공격은 안된다니까요!”
골렘들의 몸에 다시 한번 수만 개의 바람이 감겼다.
이제까지 공격만 뒤틀었던 바람은 이제 갑옷과 더불어 몸 자체를 당겨버렸다.
어디로 당겼는지는 모른다.
수만 개의 바람 모두 다른 방향을 가졌으니까.
우드드드드득-!!
콰지지지지지지직-!!
빠드드드득-!!
얼음덩이가 허공에 비산한다.
키아는 그 속에서 얼음 나라의 얼음 공주처럼 아리따운 모습으로 서 있었다.
그녀는 승리자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누가 봐도 그럴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엘런에겐 우박이 내리는 듯한 천장과 저 미소까지 모두 익숙했다.
자신의 기억 속에 있었다.
또한 이 상황의 결말까지 그는 기억했다.
[윈터 골렘 – 부분 수복]“자아! 이제 저희도 돌아갈까요?”
키아는 웃으면서 발을 뻗었다.
그 사이 하늘 위에서 뭉쳐진 그림자가 그녀의 그림자를 집어삼킨다.
“……!!”
스악-
키아의 뺨이 붉어졌다.
홍조가 돌았거나 부끄러움에 붉어졌거나 하는 이유는 전혀 아니다.
왼쪽 뺨으로 길게 이어진 자상.
윈터 골렘의 칼날이 스치고 생긴 상처에선 기다란 핏물이 조금씩 흘러나왔다.
엘런은 말했다.
“제가 한 방 먹였군요.”
쿠웅-
윈터 골렘이 땅으로 떨어졌다.
정확히는 윈터 골렘의 상반신이 땅으로 떨어졌다.
골렘은 갑옷은커녕 본래의 몸체도 깔끔하지 못했지만, 그 장검만큼은 손에 단단히 쥐고 있었다.
장검 끝이 살짝 붉다.
키아의 뺨을 베면서 빨갛게 물든 얼음은 승리의 증거였다.
그녀는 옅게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뺨을 매만졌다.
손가락에 핏방울이 묻어난다.
“이, 이게 뭔가요……?”
“보다시피 피입니다.”
“제, 제 뺨에서 나는 건가요?”
“저한테서 나는 건 확실히 아닙니다.”
키아는 믿을 수 없는지 몇 번이고 뺨에 손을 가져갔다.
그럴 때마다 그녀의 조막만 한 손은 붉은색으로 번졌다.
“……정말 오랜만에 다쳐봐요.”
“그런 방어 기술을 갖췄으면 그럴 만도 합니다.”
“그걸 엘런 학생이 깼네요.”
“운이 좋았습니다.”
마침 키아가 세 채의 윈터 골렘을 한 번에 부쉈고, 그 결과 충분한 잔해가 생겨났다.
엘런은 프로스트 골렘도 가졌던 수복 능력을 사용해 윈터 골렘의 상반신을 몰래 만들어냈다.
엘런의 공격이 완전히 끝난 줄 알았던 키아는 그대로 칼에 베여 피를 보았다.
키아는 자신의 검붉은 피와 엘런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이내 뺨에서 흐른 피로 붉어진 입가와 함께 활짝 웃었다.
“엘런 학생이라면 정말 그럴 가치가 있겠어요.”
“무슨 가치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제가 방패를 자처할 만한 가치요.”
“그 말씀은…….”
키아는 피에 점철된 손으로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제부턴 제가 엘런 학생을 지키겠습니다!! 그것도 전력으로요!!”
그 엄지 사이로 배시시 지은 미소는 썩 믿음직스러웠다.
엘런은 발에 채는 얼음덩이 사이를 지나가며 손을 뻗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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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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