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188)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188화(188/354)
#188화. 모략과 협력의 대화
자스민은 오늘도 화이트보드 앞에 서 있다.
그 이유는 비밀로 자신을 둘둘 말아놓은 건방진 학생을 전부 벗겨버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 계획에 자꾸 차질이 생긴다.
다 잡았다고 생각이 들 때면 꼭 타이밍이 안 맞거나 누군가 끼어들거나 하는 이유로 망가져 버린다.
뒤에 무언가 있다.
서부에서 온 평민인 척하고 있지만 그 뒤에는 분명 무언가 있다.
“그 무언가가 뭘까.”
사실 의심 가는 게 하나 있긴 했다.
그러나 그 의심을 함부로 들추지 못했다.
“만약 내 예상이 맞다면 이 비밀은 너무나 거대하다.”
황궁 감사관은 황궁을 포함하여 제국에 모든 것을 감시하는 것이 직업이다.
하지만 그 직업에서 벗어난 존재가 딱 하나 있었다.
사실 그것도 한 명이라면 문제가 크지 않다.
진짜 문제는 눈에서 벗어난 존재가 인물이 아니라 집단이라는 것이다.
자스민은 씹어뱉듯 그 가문의 이름을 읊조렸다.
“크레센티아 백작가.”
그 가문 만큼은 도저히 감시할 수 없다.
감시는 대놓고 이뤄질 수 없기에 음지 속 활동이 기본이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전부 파악당한다.
그 끝은 경고였다.
자스민은 아직도 견습 시절 위압에 눌려 벌벌 떨면서 보았던 남자의 얼굴과 기세를 잊지 못했다.
게르슐 폰 크레센티아.
남자는 직접 감사관 본부에 찾아와서 경고했다.
[내 가족에게 들이는 의심의 눈빛을 거두시오. 우리 크레센티아는 왕국 시절부터 황가와 가장 가까웠던 가문. 또한 가장 날카로운 검으로서 충성을 다할 것이오. 더 이상의 의심은 크레센티아에 대한 도전이라 보겠소.]황궁 감사관 뒷조사는 황제가 인정한 권리다.
게르슐의 말은 이런 황제의 뜻에 반한 것이라 볼 수 있기에 처음에는 무척 광오한 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의 상관이 말하길.
[황제 폐하 또한 허락하셨다는구나. 크레센티아에 붙여둔 감사관들은 다 철수시켜라. 우리가 어쩔 수 있겠냐.]그 악명 높은 황궁 감사관도 크레센티아는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나 건드릴 수 없었다.
그때부터 크레센티아 관련 사건은 전부 날리며 그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제 은퇴하고 나서도 그 가문과 엮일 일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이런 꼬리를 잡을 줄이야.
“엘런 이안느는 분명 크레센티아와 어떻게든 연관이 돼 있다. 엘리스 학생회장도 평소 알려진 성격과 다르게 그를 묘하게 감싸주고 있어.”
엘리스 폰 크레센티아는 ‘빙혈(氷血)’이라고 불린다.
피에 얼음이 흐르는 것처럼 차갑고 냉소적인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엘리스 학생회장은 편애처럼 보일 만큼 장학생을 도와주었다.
사실 도와주었다는 표현 말고는 떠오르지 않았다.
“이번 서쪽 숲 파괴 사건 처벌도 무기한 연장됐지. 몽유병이라는 별 웃기지도 않은 이유 때문에.”
자스민은 책상에 걸터앉아 학생회가 보낸 서류를 집어 들었다.
사건을 접수한 건 자스민이니 그녀에게도 명목상 보낸 것이다.
그 서류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장학생 엘런 이안느는 몽유병이라는 병을 앓고 있으며 그것이 공증된 자리에서 증명되었다. 또한 고의가 아니라는 것도 증명되었기에 그를 병자로 취급하고 처벌을 무기한 연장한다.”
그것이 엘리스 학생회장의 결정이었다.
정말 작은 웃음도 나오지 않는 판결이다.
과거 엘리스가 징계 위원회에서 내렸다던 처벌에 대한 소문은 아직까지도 나돌아 자스민의 귀에 들어왔다.
“괴물 무리를 소탕하라 시키고 정학, 외출 금지, 벌금도 아무렇지 않게 주던 사람이, 서쪽 숲을 날려버린 장본인에겐 판결 무기한 연장이라…….”
이런 판결이 나온 이유는 엘리스가 크레센티아 가문이라서 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자스민은 허공에 대고 한숨을 내쉬었다.
상대가 거대한 비밀 속에 숨어 있다면 이쪽에서도 일을 거대하게 늘리면 그만이다.
풍선처럼 부푼 사건이 뻥하고 터지는 그때.
사건이라는 풍선에 밀려있던 비밀이 그 민낯을 드러낼 것이다.
자스민은 책상 위에 수화기를 조작했다.
달칵- 달칵- 달칵-
다이얼이 그녀의 손가락을 따라가며 움직인다.
그렇게 뚜르르르 거리는 연결음이 몇 번 이어지던 것도 잠시 건너편 속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아이고 자스민 감사관님. 오랜만이네요. 어쩐 일로 전화를 다 주셨습니까?]“이제 감사관이란 호칭은 빼도 돼요. 전직이니까.”
[그래도 전 그렇게 부르겠습니다. 감사관님이 감사관 시절 저에게 특종을 몇 번이나 주셨는데요.]“그쪽의 신문사가 워낙 일을 잘하니까요.”
[하하하핫. 자스민 감사관님이 이렇게 사탕 발린 말도 하시고, 이번에 맡기실 일은 사이즈가 커다랗나 봅니다.]자스민은 침묵으로 긍정을 대신했다.
사이즈는 커다랄 수밖에 없다.
다름 아닌 그 가문의 수염을 뽑는 일이니까.
“최근에 화제인 엘런 이안느와 크레센티아 가문이 연결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순간 건너편이 조용해진다.
그러다 예의가 아닐 정도로 적막이 길어졌다는 걸 깨달은 상대방은 말을 덧붙였다.
[……크레센티아 가문이요?]“네. 크레센티아 가문이 엘런 이안느의 뒤를 봐주고 있거나 후견인인 것 같습니다.”
[저기 감사관님. 한마디만 해도 괜찮을까요?]“말씀하세요.”
통화 속 상대는 자스민의 귀에까지 들릴 정도로 한숨을 내쉬다가 입을 열었다.
[혹시 지금 감사관님께서 주시는 특종 거리가 크레센티아 가문을 근거 없이 모욕하는 루머인 거면 받지 않겠습니다. 저희도 살아야 하니까요.]“증거는 나오게 될 겁니다.”
[나오게 되는 증거라니요. 그런 증거가 어딨습니까.]“이런 기사를 대량 배부해서 사람들이 알게 되면 크레센티아가 어떻게든 움직임을 취할 겁니다. 움직임이 거세면 거셀수록 크레센티아는 엘런 이안느와 관계가 있다는 게 확실해지는 셈입니다.”
[그 움직임에 저희 같은 신문사는 쓸려나가 버릴 거란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자스민은 대답하지 못했다.
통화 속 목소리는 또다시 기다란 한숨을 입 밖에 내뱉으며 전화를 마무리 지었다.
[제가 감사관님 말씀은 웬만하면 다 따르겠는데 이것만큼은 안 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만 끊겠습니다.]달칵-
전화가 끊어진다.
자스민은 다시금 조용해진 방 속에서 고민했다.
신문사가 안된다면 이제는 입소문을 퍼뜨려야 한다.
사람의 입에서 출발된 말은 달리는 말보다 수백 배 빠르다.
입이 촉새처럼 가벼운 인간일수록 소문은 더욱 빨리 돈다.
그 촉새 같은 인간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다.
자스민은 수정구를 조작하여 입을 가까이했다.
“조교수님 잠깐 들어오실래요?”
곧이어 방 안으로 조교수가 들어온다.
“네! 교수님! 부르셨어요?”
“최근에 그 소문 들으셨습니까?”
“소문이요? 어떤 소문인데요? 저 못 들었어요!”
자스민은 짙게 미소 지었다.
***
크레센티아 가문의 가주, 게르슐 폰 크레센티아.
그는 아침부터 약식 갑옷을 착용한 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수행인이 그 누군가의 도착을 알린다.
“손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현재 응접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알겠다.”
게르슐은 그의 곁을 따르는 수십의 수행인, 호위 기사와 함께 저택을 거닐었다.
응접실에 도착한 그는 문을 열고 오랜만에 보는 친우이자 손님을 맞이했다.
“무스. 그동안 잘 지냈나.”
“게르슐 자네는 하나도 안 늙었구만. 나야 주름 늘어난 것 말고는 괜찮아.”
크레센티아를 방문한 손님은 무스 에치먼, 에치먼의 가주였다.
최강의 마수 사냥꾼인 무스는 그 장대한 거구를 의자에 맞추며 수행원이 따라놓은 찻잔을 조심히 들어 올렸다.
쩌적-
하지만 그의 굵은 손가락을 연약한 찻잔이 버틸 수 있을 리는 만무했다.
무스는 멋쩍게 웃으며 금이 간 찻잔을 다시 내려놓았다.
“미안하군.”
“아니야. 괘념치 않아도 돼.”
둘은 나이 차가 꽤 났고 무스가 형이었지만 서로 말을 편하게 하며 친우의 관계를 맺었다.
게르슐과 무스는 응접실의 테이블을 중간에 두고 마주 보며 앉았다.
“그래서 여기 제국 수도까지는 어쩐 일인가? 웬만한 건 편지를 보내도 될 텐데.”
“웬만한 일이 아니니까 직접 왔지.”
“……자네가 이럴 정도면 정말 심각한 일인가 보군. 거기다 마수 사냥꾼의 발을 떼게 만들었으면 마경과 관련된 일일 것이고.”
“모두 정답이야. 역시 제국에 오래 붙어있다 보면 너 같이 눈치 없는 목석도 사람이 되나 보구나.”
게르슐은 옅게 웃으며 차를 목에 넘겼다.
그 미소를 가만히 바라보던 무스는 말을 덧붙였다.
“마경의 왕이 깨어날 조짐이 보여.”
“…….”
“안 좋은 소식도 이렇게 안 좋은 소식이 없지만 자네가 모르면 안 되겠지.”
“그 조짐이라는 게 무엇인가.”
“마경의 왕에 부하인 마경의 사제들이 세상에 출현하고 있고, 마경 자체도 생성 시기가 줄어들고 있어. 마경 속 마수들은 더욱 강해졌고 마경의 왕을 상징하는 유적, 제단도 우후죽순 생기고 있지.”
아까의 미소는 어디 가고 생각이 짙어진 게르슐의 표정.
무스는 말했다.
“내 집 나간 아들놈에게 듣기로는 자신의 학생이 마경의 사제 최초 목격자라더군.”
“그 학생이 누군가?”
“자네도 알만한 이름이야. 최근 신문을 봤다면.”
“설마……. 엘런 이안느인가?”
“그래. 생각보다 놀라는 표정을 짓는군.”
무스는 짐짓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럴 만큼 지금 게르슐의 표정은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그 당혹스러움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하지만 무스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마경의 사제와 조우한 엘런 이안느에게 사제들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해. 너는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마경의 사제가 될 자격이 있다고.”
“…….”
“마경의 사제는 말이야. 자네는 잘 모르겠지만 다양한 의미와 자격을 내포하고 있어. 왕을 제외하고 마경의 힘을 쓸 수 있는 유일한 존재들이자, 왕에게 반역하여 역으로 왕이 될 수 있는 자격도 갖추고 있지.”
“그런 사제의 자격이 지금, 엘런 이안느에게 있다고 마경의 괴물들이 그랬단 말인가.”
“그렇지.”
스아아아아아아-
게르슐을 중심으로 옅은 살얼음이 퍼져 나간다.
그 살얼음은 장미의 가시처럼 자신을 첨예하게 세웠다.
시린 주변과 반대로 게르슐의 속은 활화산처럼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그러나 가문의 가주로 있는 순간만큼은 그런 화산도 식힐 만큼 냉정한 자세로 움직여야 한다.
게르슐도 그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식들의 아버지로 있는 순간에는 그럴 수 없다.
“마경의 사제들이 그 엘런 이안느란 이름의 학생에게 어떤 해를 가할 수 있는 것인가.”
“아니. 해를 가하진 않을 거야. 되려 그 학생을 납치해서 왕의 존속이 되도록 세뇌시키는 거라면 모를까. 그렇게 되면 누군가 죽이기 전까진 평생을 괴물로 살겠지.”
“세뇌, 괴물…….”
“자네 괜찮나?”
“괜찮네. 아주 멀쩡해.”
별로 그렇게 보이진 않는다만.
게르슐은 이마 위로 뻗친 힘줄과 함께 차오르는 분노를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억누르며 말했다.
“우리가 뭘 어떻게 하면 되겠나.”
“에치먼과 크레센티아가 힘을 합쳐서 마경을 생성되는 것보다 더 빠르게 쳐부숴야 해.”
“그거면 되겠나?”
“그 정도만 해도 마경의 힘이 천정부지로 줄어들 거야. 놈들의 힘은 마경에서 나오니까. 하지만 나는 자네가 거절한다 해도 더 이상 설득하지 않겠네.”
게르슐은 말없이 빈 테이블만을 응시했다.
무스는 말을 이었다.
“지금 자네는 제국 수도의 20%를 차지하는 대가문의 가주야. 고려해야 할 것도 많고 신경 써야 할 것도 많다는 걸 알아. 그러니까 부담 갖지 말…….”
“5할.”
“응?”
“우리 가문의 기사단 병력 중 5할을 자네에게 보내겠네.”
무스의 눈이 커다랗게 뜨였다.
“그, 그렇게나?”
순간 무스도 말을 더듬을 만큼 게르슐은 거대한 병력을 입 한 번 뻥긋거린 것으로 옮겨버렸다.
게르슐은 진심이라는 듯 웃음기 하나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경의 왕은 고대 전설 속에서나 등장하는 존재이고 지금 그런 것이 눈을 뜨려 한다는 데 무엇을 더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
“그래도 5할씩이나 내준다면 자네의 가문에 문제가 생기지 않겠어? 병력에 손실이 생길 수도 있는데.”
“크레센티아의 기사단일세. 배는 항구에 있는 게 가장 안전하지만 그것이 배의 역할이 아니지 않겠나. 같은 이치야.”
무스는 고개를 주억였다.
이쪽에서 이만큼이나 거대한 성의를 보였다.
이쪽에서 보여야 할 성의는 기사들의 무사 귀환이다.
“한 명 한 명 내 아들이라 생각하고 소중히 하겠네.”
“자네라면 그래 줄 거라 믿어.”
“좋아. 그럼 이만 가볼…….”
“그전에 잠깐.”
게르슐이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무스를 붙잡는다.
“왜 그래?”
“자네 막내아들이 엘런 이안느의 선생이라고 하지 않았나. 나도 최근 신문이 떠드는 엘런 이안느란 어린 소년에 대해 궁금해져서 말이야.”
“허헛. 이거 신기한 일이군. 천하의 게르슐이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지다니. 그것도 이런 핏덩이에게.”
“혹여나 자네 아들에게 엘런 이안느에 대해서 들은 것이 있다면 공유해줄 수 있겠나?”
무스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다시금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 충격에 100골드는 넘어갈 의자가 삐걱거리며 겨우 그를 지탱했다.
“병력의 5할을 빌려준다는데 그런 잡설이야 충분히 들려줄 수 있지. 안 그래도 내 아들놈이 그 핏덩이 얘기를 걷는 내내 했거든.”
“호오…….”
게르슐은 어느새 자세를 고쳐 앉고 무스의 얘기를 경청했다.
아까 분노에 차 이마 위로 힘줄을 드러내던 남자는 어디 가고, 자식 칭찬을 좋아하는 아버지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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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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