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189)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189화(189/354)
#189화. 뜬소문
엘런은 눈을 떴다.
레드와 계약을 한 뒤로부터 그가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진 모르겠지만, 잠에서 깨어나는 시각이 빨라졌다.
세 시간 동안 몸을 움직이고 다시 자서 그런가, 몸은 깊이 잠드는 순간에 이르기 직전에 깨어나 몸을 일으켰다.
“……8시네.”
엘런은 시계를 확인하고 뭔가 색다른 기분에 잠겼다.
“원래라면 지금 부랴부랴 일어나서 준비해야 하는데,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잖아.”
조금이라도 더 자기 위해 눈을 감아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아무리 엘런이라도 방금 잤다가 말똥말똥하게 뜨인 눈을 다시 붙이는 건 무리였다.
“잠도 세 시간을 못 잤고 어제 와이번 킹 목욕도 시켰는데 몸이 쓸데없이 활발하네.”
엘런은 그 답답함에 이만 침대에서 일어났다.
생활 구역 바깥에선 일상의 소란스러움이 들려온다.
여태껏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던 소리다.
하지만 그 소리에 어쩔 수 없이 동참하게 된 엘런은 샤워로 몸을 깨끗이 하고, 무의식적으로 마카롱을 집어 먹었다.
그래도 시간은 20분을 채 지나지 않았다.
“심심하네.”
이왕 이렇게 된 거 교실로 미리 가는 게 낫겠다.
엘런은 텔레포트 마법진에 올라타 마력을 흘려 넣었다.
푸른 청광과 함께 엘런은 교실로 도착했다.
엘런이 등장하자 미리 와 있던 학생들이 화들짝 놀라 시계를 쳐다본다.
그러더니 이내 안심한 얼굴로 다시 하던 공부에 들어갔다.
그가 도착했다는 건 최소 수업 시작 5분 전이라는 뜻.
엘런은 어느새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 같은 포지션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엘런을 향한 눈빛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평소보다 더욱 이쪽을 힐끔거리고 평소보다 더욱 이쪽에 대해 수군거린다.
“쟤네들은 또 왜 저래.”
그 학생들을 향해 힐긋 눈짓하니, 그들은 아무것도 아닌 척 허공을 바라보며 딴청을 피웠다.
뭐가 됐든 카르디아와의 열애설 같은 이상한 것만 안 터지면 됐기에, 엘런은 신경 끄고 교과서 페이지나 팔랑거렸다.
***
방과 후 엘런은 학교가 끝나자마자 이제는 익숙한 청소 준비실로 도착했다.
미리 와 있던 재스퍼 반 델라르테는 대걸레를 두세 개씩 챙기며 말했다.
“오늘도 열심히 한 번 달려볼까?”
“좋습니다. 일도 손에 붙었으니 오늘은 더 빨리 끝낼 수 있겠군요.”
“가보자고.”
재스퍼와 엘런은 이제 와이번 킹의 몸에 뭐가 있고, 어디가 가장 더러운지 알 만큼 숙련된 청소부가 되어 있었다.
일전에 세이렌과 칼리의 말을 듣고 둘째 날에는 재스퍼를 살짝 경계했지만, 그는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열심히 걸레질만 했다.
그 걸레질 속에서 적의를 찾기란 어려운 일이었고 엘런은 그를 따라 와이번 킹의 송곳니에 윤을 냈다.
하지만 엘런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넘어간 건 참지 못했다.
어제 할 말을 생각해보았으니 오늘은 말할 차례.
“학생회에게 교내 봉사를 40일 넘도록 받으셨다 들었습니다.”
“……누가 그래?”
“세이렌 선배와 칼리 선배가 그러더군요.”
“이런. 정보의 출처가 확실해서 뒤로 내빼지도 못하겠네.”
그는 낄낄 웃으며 대걸레에 묻은 와이번 킹의 오물을 샘물에 닦아냈다.
재스퍼는 그 오물이 샘물 너머로 흘러가는 걸 바라보며 말했다.
“참, 이놈의 와이번은 어디서 이런 더러운 걸 묻히고 오는지 모르겠어. 닦는 건 맨날 닦는데 어디로 움직이지도 않는 놈이 말이야.”
“말 돌리시는 겁니까?”
“그런 노력이 보였으면 슬렁슬렁 넘어가 주지 그랬냐.”
“죄송합니다. 그래도 거짓말로 시작된 대화이니 끝은 진실로 맺어야 한다 생각했습니다.”
“진실은 다 들었잖아. 네가 알고 있는 그대로야. 그 두 명이 말한 대로 나는 동급생을 폭행해서 여기 왔어.”
재스퍼는 와이번 킹의 몸을 닦던 대걸레를 어깨에 걸치며 말했다.
“나는 그렇다 치고 엘런 너의 소문이 교내에 돌던데?”
“뭔 소문인지는 몰라도 2학년 귀에까지 들릴 소문이면 작은 건 아니겠군요.”
“근데도 본인이 몰라? 네 말대로 작은 건 아닐 텐데?”
“워낙 풍문에는 관심이 없는지라.”
그래도 자신에 관한 풍문은 알고 있어야 하지 않나?
재스퍼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엘런은 여전히 관심 없었다.
면전에서 너에 관한 커다란 소문이 있다고 들먹이는데도 말이다.
재스퍼는 이래도 네가 관심이 없을까라는 생각에 말을 덧붙였다.
“크레센티아에 관한 소문이던데.”
“……!!”
그 작은 조약돌은 호수의 수면 위로 생각보다 더욱 커다란 파장을 가져왔다.
다만 그 일그러진 표정을 들키진 않았다.
재스퍼는 묵묵히 일하는 엘런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으니까.
엘런은 다급히 포커페이스를 되찾으며 그를 돌아보았다.
“제가 크레센티아와요? 어떤 소문이길래 그런 대가문과 저를 엮었답니까?”
“소문이 신문처럼 정확한 게 있겠냐. 그냥 크레센티아와 네가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게 나 있어.”
“소문은 본래 부풀려지기 마련이잖아요. 믿을 게 못 돼요.”
“하지만 크레센티아의 이름을 가지고 장난치는 놈은 없단 말이지. 심지어 아직 3학년 학생회장인 엘리스 폰 크레센티아가 버젓이 득세하고 있는 이상.”
재스퍼는 알게 모르게 말이 없어진 엘런의 옆으로 가서 장난스레 소문의 갈래들을 흘려놓았다.
“소문 중에는 네가 크레센티아의 데릴사위라는 말도 있어.”
“…….”
“네가 상위권 성적으로 졸업하면 크레센티아가 널 엘리스 학생회장의 사위로 앉히겠다는 소문이 가장 인기 있지.”
“소문에서 인기가 있다는 말은 또 처음 듣는군요.”
“매력적이잖아. 쥐뿔도 없는 평민 학생은 재능이 넘쳤고 그 재능으로 결국 미녀와 부, 권력을 쟁취했다는 얘기. 소설로 써도 잘 팔리겠어.”
타인에겐 잘 팔릴 소설 소재처럼 들릴 소문이지만, 적어도 엘런에게는 아니었다.
누나의 데릴사위라니.
생각만 해도 오전에 먹은 마카롱이 꾸역꾸역 올라오려 그런다.
와이번 킹 입속에 남은 음식물 찌꺼기를 봐도 구토감은 없었는데.
재스퍼는 말했다.
“만약 그 소문이 사실이라면 한 번 잘해봐.”
“……결코 사양하겠습니다.”
“왜? 만약 게르슐이 내 장인어른이고 엘리스 학생회장이 내 아내였으면 나는 사교계를 휩쓸어 놓았을 거야. 누가 내 말에 뭐라고 하겠어?”
“뭐라 못 하겠죠.”
“그렇지. 무슨 깡으로 토를 달 거야. 그 막강한 이름을 뒤에 달고 사교계에선 죽음의 백조가 되는 거지.”
“망상 잘 들었습니다. 지금은 비늘이나 더 열심히 닦죠.”
“네이네이.”
재스퍼는 키득키득 웃으며 대걸레를 움직였다.
***
학생회의실.
최근 상부가 근신처리를 내렸으나 여전히 그녀의 빈자리를 메꿀만한 인물은 없다.
엘리스는 언제나처럼 한 손에는 파일 더미, 한 손에는 블루베리 생과일주스를 들고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오자마자 정돈된 분위기 대신 뭔가 살짝 떠 있는 듯한 느낌에 미간을 확 찌푸렸다.
또 어떤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로 회의 준비시간을 때운 것이 틀림없다.
그 분노가 더 커지기 전에 눈치백단 부학생회장 도르마는 얼른 입을 열었다.
“우리가 괜히 회의 전에 떠들고 있던 게 아니야.”
“이유가 무엇이 됐든 회의 때는 회의 준비만 해야 해. 잡설로 회의 질이 떨어지는 건 절대 용서할 수 없어.”
“그게 아니라 일단 들어봐. 지금 전교에 너와 관련된 소문이 쫙 돌고 있다니까?”
“……나에 관한 소문?”
“정확히는 크레센티아와 장학생 엘런 이안느에 관한 소문이야.”
퍼엉-!!
엘리스가 들고 왔던 생과일주스 병이 그 자리에서 터져버린다.
물이 튄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병은 터지자마자 얼어버려 샤베트가 되었고, 그것은 책상 위로 엎어졌다.
“내, 내가 닦을게!”
학생회 임원 중 하나가 휴지를 들고 나서는 사이 도르마는 말을 이었다.
“소문에 관심이 생겼나 봐?”
“우리 가문에 관한 얘기가 전교에 떠돌고 있다는데 시답잖은 얘기라도 들어야겠지.”
“알겠어. 그럼 회의가 끝나고 조금 이따 말해줄…….”
“아니. 지금 말해. 회의는 5분 정도 미루지.”
──!!!
엘리스 폰 크레센티아가 회의를 미뤘다.
이건 그녀가 학생회장에 취임한 이래에 단 한 번도 없던 사상 초유의 사태였다.
또한 이것은 그만큼 엘리스가 이번 소문에 민감하단 걸 나타내기도 했다.
도르마는 괜한 말을 꺼냈나 하는 눈으로 임원들을 돌아보았다.
엘리스의 말이 그 눈빛들을 끊어내고 이어진다.
“도르마. 어서 말해.”
꿀꺽-
주사위는 던져졌다.
도르마는 그 뼛속부터 우러나는 긴장감에 말을 조금씩 더듬었다.
“그, 그게 별 이상한 소문들이야. 엘런 이안느가 크레센티아 가문과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내용이지.”
“다른 건 더 없어?”
“사람들이 가장 많이 떠드는 내용은…….”
“뜸 들이지 말고 말해.”
도르마는 이왕 이렇게 된 거 한 대 맞을 각오하고 시원하게 털어놓았다.
“엘런 이안느가 상위권 성적으로 졸업하면 너의 데릴사위가 된다는 소문이야.”
“…….”
엘리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 반응에 부학생회장은 물론이고 자리에 앉은 임원들은 모두 침묵에 들어갔다.
X됐다.
오늘 회의 분위기 다 조졌다는 생각에 도르마는 침음을 삼키며 자리로 가 앉았다.
몇 초간의 무거운 적막이 회의실에 감긴다.
도르마는 조금씩 고개를 돌려 엘리스를 바라보았다.
“회의……. 시작할까?”
“응. 시작해.”
엘리스는 깍지 낀 손을 입 앞에 가져갔다.
회의가 시작되었다.
임원 중 하나가 오늘의 안건과 함께 리스크와 얻을 이득을 상세히 풀어냈고, 엘리스의 손은 입 앞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이 손을 조금이라도 떼면 보여버린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 있는 입꼬리가.
이 손이 없었다면 이미 천장에 하이파이브하고 내려왔을지 모를 만큼 입꼬리는 수직 상승해 있었다.
‘누가 퍼뜨린 소문인지는 몰라도 상점 100점 주고 싶어.’
엘리스는 서류 빈 곳에 펜으로 엘런의 이름을 끄적이며 여전히 입가는 손으로 가리고 있었다.
‘결혼까지는 당연히 무리겠지만 동생을 품을만한 여자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어. 안 맞는 사람과 결혼할 바에는 집에서 같이 있는 게…….’
그녀의 망상과 같이 회의는 지금도 실시간으로 진행 중이다.
“엘리스?”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엘리스는 그 눈동자만 치켜올렸다.
“뭐지.”
“이건 어떻게 생각해? 이제 곧 1학년들의 기말고사가 시작되잖아. 상부는 이전보다 난이도를 더 올리라고 하는데 어떻게 할까?”
그 말에 주변에서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나는 솔직히 반대인데. 내가 1학년 시절 때도 기말고사 난이도는 토가 나오는 수준이었어. 근데 난이도를 더 올리라고?”
“1학년들의 파워 자체가 많이 상향되었다는 게 상부 의견이야. 당장 떠오르는 인물만 나열해서 엘런 이안느, 카르디아 아누비샨, 1황녀 시에나, 빌레드 데 카사블랑카, 라제나 히로가 있으니까.”
“그 마지막은 누군데?”
“1학년 4위.”
“평민 같은데 4위까지 갔어? 확실히 상향 평준화되었다는 게 뭔 말인지는 알겠네.”
“엘리스. 어떻게 할까?”
1학년들의 기말고사.
그건 중간고사처럼 일주일에 걸친 시험으로 나눠서 보지 않는다.
단 하루.
날 잡고 소 잡듯이 1학년들을 향해 거대한 해일이 몰아치는 것이 1학년 기말고사다.
아직 입가를 가리고 있던 엘리스는 조용히 감고 있던 눈을 떴다.
“난이도는 올리는 게 맞아.”
“역시 그렇지? 원래 기말고사는 어려운 게 맞잖아.”
“그런 이유가 아니야.”
엘리스는 말을 덧붙였다.
“최근 상부가 1학년들에게 보이는 관심이 지대해지고 있어. 원래라면 그들이 관심도 없었을 학년인데, 황녀와 장학생의 등장으로 달라졌지.”
“그건 맞아. 1학년들에겐 썩 좋지 않은 소식일 수도 있으니까.”
“이번에 상부의 요청을 들어줌으로써 훗날 우리가 그들이 1학년들에게 손을 뻗으려 할 때 미리 차단할 수 있어.”
본래 정치는 거래다.
내가 무언가를 주면 상대도 무언가를 줘야 한다.
이번에는 이쪽에서 줄 차례다.
“상부 요청대로 1학년 기말고사 난이도를 올린다. 올려진 난이도에 대한 평가와 교수님들의 의견은 다음 시간에 취합하도록 하지.”
엘리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에서 사라졌다.
물론 여전히 입가는 가린 채로.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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