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19)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19화(19/354)
#019화. 실험
엘런은 돌로레스의 눈빛에 직감적으로 상황이 안 좋게 흘러가고 있단 걸 느꼈다.
“수업 아직도 안 끝났어?”
“이제 한 시간만 더 버티면 되느니라.”
“젠장.”
엘런의 욕지거리에 시에나는 새삼스럽게 왜 그러냐는 듯 말했다.
“원래 수업은 세 시간 정도이지 않느냐.”
“진짜 세 시간 수업은 지금이 처음이란 말이야.”
엘런의 첫 수업은 돌로레스가 자체적으로 일찍 끝냈고, 두 번째 수업은 덩컨의 허수아비를 한 번에 파괴해 곧바로 돌아갔었다.
즉, 세 시간 수업을 전부 듣는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시에나는 작게 웃으며 앞에 있는 돌로레스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지루해하지만 말고 수업에 더 참여해 보거라. 그럼 시간도 잘 간다.”
“난 잠이나 자련다.”
“의자도 없는데 어떻게 자려는 것이냐.”
“…….”
시에나의 말대로 이 공간은 의자조차 없었다.
엘런은 뜨근거리는 이마를 부여잡았고 돌로레스는 설명을 시작했다.
“포션을 만드는 방법은 예로부터 다양했어요. 하지만 가장 효율 좋은 방법은 언제나 하나죠.”
돌로레스는 솥 옆에 있는 자루를 들어 보였다.
“모두 자루가 하나씩 있을 겁니다.”
학생들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돌로레스와 같은 자루를 찾아냈다.
엘런도 자루를 확인했고 그것은 강아지 한 마리 들어갈 정도의 크기였다.
또 이미 뭔가 담겨있는 듯 불룩 튀어나와 있었다.
돌로레스는 자루를 열고 내용물을 하나씩 꺼냈다.
“이 안에는 여러분이 가져와야 했을 세 약초들이 들어있습니다. 여러분의 능력 부족으로 제가 대신 준비했으니, 만약 오늘 실습도 제대로 못 한다면 각오하셔야 할 거예요.”
꿀꺽-
학생들은 침을 삼켰다.
손에는 땀이 흐르고 괜히 자루 속 약초들이 잘 있는지 확인한다.
돌로레스는 말했다.
“오늘 만들어 볼 포션의 이름은 ‘손아귀’입니다.”
손아귀는 이름처럼 손아귀 나무가 주재료가 되는 포션이다.
돌로레스는 솥과 다양한 기구들 앞에 선 학생들에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손아귀 포션은 대게 속박용으로 사용하는데 적당히 만들기 쉽고 또 적당히 좋은 효과를 보여줍니다. 맹렬한 포식자도 손아귀 포션에 제대로 걸리면 몸부림조차 치지 못하죠.”
돌로레스는 말하면서 맑은 청록색 수정구를 가져왔다.
톡톡-
그녀가 손가락으로 수정구를 몇 번 건드리자 그 위로 홀로그램 영상이 흘러나왔다.
영상에선 손아귀 포션이 사용되는 상황과 그 예시를 보여주었다.
휘익-! 쨍그랑-!!
영상 속 남자가 손아귀 포션을 바닥에 던진다.
병 안에 있던 포션 용액이 땅바닥을 적셨다.
그 순간 포션의 효과는 발동되었다.
쑤우욱-!! 쑤욱-!!
와드드드득-! 와드득-!
바닥에서 수십 개의 손아귀 나무가 자라나 목표물을 움켜잡는다.
손아귀 나무는 상대를 절대 놓아주지 않을 것처럼 단단히 잡았고 꿋꿋이 버텼다.
“모두 보셨습니까? 이렇듯 손아귀 포션은 하나씩 들고 다닌다면 목숨을 연명케 해줄 만한 효과를 지녔습니다.”
영상과 돌로레스의 말이 이어지니 학생들은 모두 하나같이 입을 벌렸다.
생각보다 포션의 성능이 엄청나기도 했고, 그걸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볼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돌로레스는 모자챙 아래에서 옅게 웃으며 부연설명을 덧붙였다.
“또한 목속성 마법사와도 뛰어난 시너지를 발휘합니다. 손아귀 나무는 말 그대로 ‘식물’이니까요.”
그 말에 엘런의 옆자리에 있던 시에나의 눈빛이 빛났다.
저번에 보아서 알 수 있듯이 그녀는 목속성에 자신 있는 듯 보였다.
엘런은 산에서 염산 벌레와 마주했을 때를 회상했다.
손짓 한 번에 식물 줄기 수십 개를 뽑아내던 모습은 퍽 인상 깊었다.
‘엄청 흥미로워하네.’
아니나 다를까 시에나는 아까보다 더 반짝이는 눈으로 돌로레스의 설명을 받아적었다.
얼마나 빛나는지 벽면에 걸린 램프와 비교될 지경이다.
이딴 게 그리 재밌을까.
엘런은 새까만 솥을 손가락으로 퉁퉁 건드리며 시간을 때웠다.
돌로레스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제 수업을 진행해나갔다.
“그럼 여러분의 흥미도 어느 정도 생긴 듯하니 손아귀의 포션 제조법을 알려 드리겠어요.”
학생들은 기대가 만연한 얼굴로 돌로레스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러나 뒷말은 실습실 안에 적막이 흐를 때까지도 나오지 않았다.
학생들이 서로의 눈치를 보며 살며시 손을 든다.
돌로레스는 모자챙 안에서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냥 전부 알려주면 재미가 없죠. 저는 어미새가 아니고 여러분은 이제 막 부화한 아기새가 아니니까요.”
모자챙이 워낙 두껍고 깊어 돌로레스의 얼굴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학생들은 어쩐지 지금 그녀의 표정을 예상할 수 있었다.
마녀가 괜히 마녀일까.
돌로레스는 솥의 테두리를 검지로 사악 훑었다.
“여러분은 처음 한 시간 동안 제가 준 종이 뭉치로 약초들을 암기했어요. 그 사이엔 지금 여러분의 손에 있는 세 약초들도 있죠.”
학생들은 눈을 퍼뜩 뜨며 돌로레스의 의중을 짐작했다.
그녀는 너희들의 예상이 맞다는 듯 비릿하게 웃으며 확인사살까지 해주었다.
“아까 보니 이 약초들에 대해 꽤나 잘 알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정보들을 힌트 삼아 여러분이 먼저 손아귀 포션을 만들어 보시죠. 제조법은 그 후에 알려 드리겠습니다.”
돌로레스는 아공간에서 뭔가를 꺼냈다.
어른 주먹만 한 크기의 각진 유리병은 눅진한 이끼 색깔의 뭔가를 품고 있었다.
돌로레스는 포션의 뚜껑을 열고 냄새를 들이마시며 고개를 주억였다.
“이건 손아귀 포션의 완성품이에요. 모델로는 충분하겠죠.”
그녀는 학생들 앞에 완성된 손아귀 포션을 내려놓았다.
“수업은 한 시간이 조금 안 되게 남았군요. 50분 뒤 검사하겠습니다. 그럼 실습 시작.”
학생들은 돌로레스의 시작 신호에 일단 주어진 물건들을 살펴나갔다.
솥도 그렇고 워낙 처음 보는 거 투성이다.
그러나 평민 학생들은 비교적 이런 육체적 일에 익숙해 몇몇 물건들은 눈에 익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암기력 싸움에선 귀족 학생들이 압도적이었지만 이런 실습에선 평민 학생들에게 밀려버렸다.
하지만 귀족도 귀족 나름.
시에나는 완벽한 암기와 본인의 감각을 바탕으로 물건들의 쓰임새를 곧장 파악했다.
“이곳에 마력을 담으면 솥을 끓일만한 열이 나오고 여기 이것들은 솥에 담을 용액의 베이스들이구나.”
솥에는 물도 담을 수 있지만, 특수 기름이 필요한 경우도 존재했다.
포도주와 증류주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베이스 용액들이다.
뒤에 말한 두 용액은 바깥에선 술로 분류되는 것이지만 사실 술보다 포션 베이스로 먼저 이용되었다.
평범한 물보다 이미 여러 재료로 정제를 끝낸 용액은 어떤 재료들과 큰 시너지를 낸다.
시에나는 호리병에 담긴 용액들을 살펴보다가 결정을 끝냈다.
“분명 이게 필요할 것이야.”
시에나는 고민 끝에 증류주를 집어들었다.
증류주는 기화점의 차이를 이용해서 두 번의 증류로 만들어낸 고농도의 알코올 액체.
그만큼 독하기 그지없고 자칫하다간 재료를 해칠 수 있다.
그러나 오늘 솥에 들어갈 재료는 무척이나 강인하다.
시에나는 종이에 적혀 있던 손아귀 나무의 설명을 떠올렸다.
“손아귀 나무는 껍질로 보호받고 있어서 웬만한 충격으로는 꿈쩍도 안 하지.”
오히려 증류주 정도는 써줘야 껍질 속에 숨은 액기스를 온전하게 뽑을 수 있을 것이다.
꿀렁- 꿀렁- 꿀렁-
시에나는 솥으로 증류주를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그리곤 그 안에 제일 먼저 오늘의 주재료인 손아귀 나무를 퐁당하고 넣었다.
“다음은……. 이거다.”
시에나를 비롯해서 타 학생들은 저마다 생각하는 방식으로 손아귀 포션을 만들어나갔다.
돌로레스는 앞에서 학생들을 관조했다.
그중에는 눈을 찌푸리게 하는 학생도 있었고 미소를 짓게 하는 학생도 있었다.
그 두 부류의 학생은 신기하게도 서로 꼭 붙어있다.
“시에나 학생은 제조법을 알 리 없을 텐데 역시 왕도를 걸어가는군요.”
손바닥에 제조법을 써두고 컨닝 중이라 해도 믿을 만큼, 시에나는 손아귀 포션을 완벽히 만드는 중이었다.
“반면 엘런 학생은…….”
솥에 몸을 기대고 잠드는 것도 잠시, 하도 자서 목이 말랐나 보다.
실습용으로 두었던 물을 저렇게 아낌없이 꿀꺽꿀꺽 삼키는 걸 보면.
실습 시간으로 주었던 50분까지는 이제 20분 남았다.
이제 여유 부릴 시간이나 시행착오에서 벗어날 시간 따윈 없었다.
사실 용액을 끓이고 액기스를 뽑아내기만 해도 아슬아슬한 시간이다.
‘어서 움직여야 할 텐데요.’
돌로레스의 속마음이 닿은 걸까.
엘런은 귀찮음에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좀비처럼 몸을 일으켰다.
솥에 기댔던 몸을 떼고 감았던 눈을 반쯤 뜬다.
돌로레스는 그의 손짓 하나하나를 눈여겨보았다.
‘과연 실습에서도 당신은 천재일까요.’
엘런은 눈앞에 기구들을 슥슥 훑어보더니 별 고민도 없이 뭔가를 집었다.
돌로레스의 입에서 작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포도주라니. 처음부터 틀렸어요. 엘런 학생.’
처음은 옆에 시에나처럼 독한 증류주로 시작해야 한다.
물이나 기름보다야 낫다만, 포도주로는 그 액기스를 충분히 뽑아내기 어려웠다.
그러나 엘런의 기행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뿔 버섯의 꼭지와 뿌리는 그대로 넣고 줄기는 빻는다……?’
본래 제조법은 뿔 버섯 전체를 절구에 넣고 공이로 짓이기는 것이다.
그러나 엘런은 줄기만 빻고 나머지는 그대로 포도주 안에 넣었다.
심지어 주재료인 손아귀 나무는 아직까지 손도 안 대고 있다.
퐁당- 퐁당-
뿔 버섯을 솥 안에 쓸어 넣은 엘런은 이제서야 손아귀 나무를 꺼냈다.
그리곤 양손으로 단단히 잡더니, 힘을 주고…….
쩌저저적-!
쪼갠다?
아니 완전하게 부수진 않았다.
껍질째로 반쯤 갈라버려 그 형태는 유지하게끔 만들었다.
엘런은 반파된 손아귀 나무를 잠시 내려놓고 자루에서 흡혈초를 집었다.
그를 지켜보던 돌로레스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본래 제조법대로라면 흡혈초는 그 잎을 떼고 뿌리만 넣어야 하는데.’
그러나 역시 엘런은 제멋대로 흡혈초를 만지작거렸다.
잎사귀를 떼긴 뗐지만 버리지 않고, 쪼개진 손아귀 나무 틈으로 집어넣어 버렸다.
‘대체 엘런 학생은 뭐가 하고 싶은 건가요.’
포션은 그저 감이 시키는 대로, 눈대중으로 때려 맞출 수 있는 게 아니다.
치밀한 계산과 무수한 실험.
계속되는 시행착오 속에서 피어나는 게 완벽한 효율의 포션이란 말이다.
그러나 지금 엘런이 만드는 손아귀 포션 제조법은 듣도 보도 못한 것이었다.
저런 건 작동조차 하지 않고 재료만 버릴 게 뻔했다.
돌로레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시간을 살폈다.
어느새 한 시간이 거의 다 흘렀다.
“실습은 이걸로 종료하겠습니다. 포션의 제조법은 지금 나눠 드리죠.”
돌로레스의 손짓 한 번에 손아귀 포션 정석 제조법이 학생들의 손에 들렸다.
정답지나 다름없는 그것과 자신이 행한 제조법을 비교해보던 학생들은 절망하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했다.
“아아…… 흡혈초는 뿌리만 넣는 거구나.”
“증류주까진 잘했는데 그 뒤부턴 엉망이었네.”
“아, 여기 절구가 있었네.”
학생들은 저마다의 뼈아픈 실수를 읊어나갔다.
그러나 시에나는 한 마디의 아쉬운 소리 없이 자신의 포션을 뿌듯하게 바라봤다.
“완벽하도다.”
그녀의 손아귀 포션은 정답지와 거의 똑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그 결과 돌로레스가 제시했던 모델과도 아주 흡사했다.
“이제 본인이 만든 포션을 병에 담도록 하세요. 마개를 닿을 때까지 절대 방심하면 안 됩니다.”
학생들은 본인이 만든 게 실패작이든 성공작이든 일단 완성하기 위해서 포션용 병에 용액을 담아냈다.
엘런 또한 자신이 만든 손아귀 포션을 병에 담고 마개까지 꾸욱 닫았다.
돌로레스는 말했다.
“검사는 할 필요도 없겠죠. 어차피 전부 실패작일 게 뻔하니까요.”
학생들은 반박하지 못하고 자신이 만든 포션 병만 조금씩 매만졌다.
“오늘 만든 포션은 여러분의 첫 포션이니 기념으로 가져가도록 하세요. 생활 구역 밖에서 그 결과를 실험해봐도 좋겠네요. 그럼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입니다. 다들 안녕히.”
돌로레스는 학생들이 인사할 시간도 없이 단숨에 그들을 기숙사로 돌려보냈다.
오늘 포션 제조법을 들었던 학생들은 기숙사에 도착하자마자 헐레벌떡 밖으로 나왔다.
모두들 자신이 만든 포션을 실험해보고 싶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건 시에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녀는 생활 구역 바깥 대신 중앙성으로 먼저 갔다.
똑똑똑-
분명 안에 있을 텐데 성의 주인은 나올 생각을 않는다.
쿵쿵쿵쿵쿵-!
그럼 이번엔 나올 때까지 두드린다.
문이 대찬 비명을 질러대니, 성 주인은 짜증 서린 얼굴로 밖에 나왔다.
“뭐야. 수업도 끝났는데.”
“포션을 실험해보러 가자꾸나.”
“너나 가.”
엘런은 단호박처럼 꽉 막힌 거절과 함께 다시 문을 닫으려 했다.
그러나 이제 시에나도 눈앞에 나태한 쓰레기에 대해서 대충 알고 있었다.
“곧 입고되는 아이스크림을 전부 사주마.”
“한번 던져보고 싶긴 했어. 얼른 가자고.”
아예 다른 사람인 게 아닐까 의심 되는 태세 전환.
시에나는 엘런의 손에 들린 포션을 힐긋 바라봤다.
본래라면 이끼 색이 나와야 하는데, 엘런의 손아귀 포션은 이끼보다 더욱 어두운 녹색의 무언가였다.
심지어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물질도 둥둥 떠다닌다.
“제대로 망쳤구나.”
“글쎄. 그건 두고 봐야지.”
엘런은 옅게 웃으며 자신의 포션을 아공간에 넣었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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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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