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190)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190화(190/354)
#190화. 기말고사(1)
주말은 이 세상 모든 노동자를 위한 선물이다.
그건 학생들에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말에는 교내 봉사도 없었기에, 엘런은 오랜만에 찾아온 평탄한 주말을 아주 효율적으로 즐겼다.
눈은 흐리멍덩하고 입은 살짝 벌린 채 기계적으로 마카롱을 입에 집어넣는다.
침대에 누워 있던 엘런은 마카롱을 오물거리며 시계를 바라보았다.
“……벌써 12시네.”
학교에 오고 몸이 나름대로 규칙적인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이젠 주말에도 오전에 일어나는 시간이 많아졌다.
긍정적인 효과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루의 시간이 많아진 만큼 주말이 늘어난 것 같아 기분은 좋았다.
“한 시간만 더 누워 있어야겠다.”
그다음부터는 잠깐 외식이라도 즐기면 괜찮을 듯하다.
가게에 가서 조각낸 스테이크와 채소, 드레싱 소스를 뿌린 샌드위치를 아침으로…….
톡- 톡톡- 톡-
쓸데없이 익숙해진 소리가 엘런의 아침 메뉴 사이로 갑작스레 끼어든다.
엘런은 여전히 누워 있는 채로 눈만 틀어 창문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주말에는 보기 힘들었던 얼굴이 이제는 격주마다 보이는 듯하다.
“넌 또 왜 왔어.”
엘런은 힘겹게 몸을 일으켜 창문을 열었다.
까마귀는 날개를 푸드덕거리더니 까악까악 울며 다리를 내밀었다.
“오늘은 또 어떤 재앙을 가져왔나 보자.”
한숨 섞인 혼잣말과 함께 엘런은 발목에 매달린 쪽지를 빼냈다.
할 일을 마친 까마귀는 다시금 사라졌고, 창문 너머로 보인 하늘에선 수백 마리의 까마귀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게 보였다.
그 말인즉슨, 지금 손에 들린 건 전교생에게 보내졌다는 뜻.
한 수업에 관한 내용이라면 본래 해당 수업의 학생에게만 까마귀를 보낸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교생이 그 대상이었다.
“뭔지는 몰라도 작은 일은 아닌가 보군.”
엘런은 쯧하고 혀를 차며 다시금 창문을 닫았다.
처음처럼 침대에 걸터앉아 쪽지를 열어보니, 쪽지는 갑자기 제 모습을 쭉쭉 키워나가 사람 얼굴만 해졌다.
글씨도 동시에 커졌고 쪽지의 제목 또한 엘런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왔다.
[기말고사: 몬스터 웨이브]“……지랄하네.”
엘런은 욕지거리와 같이 단숨에 쪽지를 구겨버리려던 걸 잠시 멈췄다.
지금 열을 내봤자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다.
일단 살려면 읽어봐야 한다.
“몬스터 웨이브는 대체 무슨 말이야.”
엘런은 눈에 힘을 주어 양피지에 적힌 글을 읽어보았다.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는 몬스터 웨이브로 진행됩니다. 몬스터 웨이브는 다음 주 월요일 단 하루에 걸쳐서 진행되고, 그날이 지나는 순간 기말고사 또한 종료됩니다.]“중간고사와 달리 일주일이 아니라 하루에 몰아서 하는 거군. 이건 편하네.”
[교수진들은 옵저버로 여러분을 모두 세밀하게 관찰하여 점수를 매깁니다. 채점 기준은 다양합니다. 지휘력이 될 수도 있고 개인의 무력, 통찰력에 제한 없이 점수가 들어갑니다.]“이번 몬스터 웨이브에서 주인공이 되는 놈이 가장 많은 점수를 얻어갈 수 있다. 이 말인가.”
몬스터 웨이브는 딱 봐도 협동이 필요해 보이는 시험이다.
그런 시험을 줘놓고 모두가 주인공이 되려 하도록 발악하게 만들다니.
엘런은 얼굴을 쓸어 만지며 눈동자를 내렸다.
[몬스터 웨이브에서 여러분들은 생활 구역에 존재하는 네 방향의 성문을 모두 지키셔야 합니다. 몬스터들 또한 네 방향에서 밀려오고, 하나의 성문이라도 뚫리는 순간 여러분들 모두 실격입니다.]“젠장맞을.”
더럽게 빡빡하네.
초상위권들을 위주로 배치해도 전력은 분산되기에 솔직히 몬스터 웨이브를 클리어하는 것 자체도 턱걸이처럼 보인다.
여기서 점수까지 챙겨야 한다라…….
“몬스터 잡기도 전에 피바람이 불겠네.”
[주말은 여러분들이 몬스터 웨이브를 준비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회의를 거치고 성벽을 지킬 팀을 나누세요. 또한.]“또한?”
[기말고사의 난이도를 조금이라도 조정하기 위해 미니게임을 준비했습니다.]병 주고 약 주냐.
엘런은 이 말이 목젖까지 튀어나왔지만, 꿀꺽 삼켜내고 미니게임의 내용을 들어보았다.
난이도를 낮춰준다는데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학생회의 임원진들은 몇몇 동물들의 목에 팻말을 달아 숲, 늪지대를 떠돌도록 만들었습니다. 이 동물들을 사냥하시면 그 즉시 생활 구역으로 몬스터 웨이브에 필요한 물자들이 도착할 것입니다.]“호오……. 나쁘지 않은데.”
확실히 학생들이 맨몸으로 괴물 무리와 대적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물자가 뭐인지는 몰라도 마도구 몇 개만 손에 쥐여주면 좋을 텐데.
마도구 하니까 잠시 기억 저편에 처박아 두고 있던 무언가에 존재가 떠오른다.
“잠만. 나 마도구 교환권 세 장 있잖아?”
일전에 덩컨 교수님께 받은 퀘스트 보상 선물이다.
이거면 괜찮은 마도구를 손쉽게 얻을 수 있을 터.
“그 마도구 가게 영감한테 또 호구 맞을 일은 없겠군.”
엘런은 씨익 웃으며 쪽지의 끝으로 눈을 움직였다.
[몬스터 웨이브는 다음 주 월요일 오전 9시부터 시작됩니다. 총 4차에 걸쳐 진행되고 한 회차마다 한 시간 안에 격파하셔야 다음 회차를 준비하실 수 있습니다.]“……여유롭진 않은 시간이네.”
몬스터 웨이브는 지금 자신이 시험으로 접하고 있는 것이지만, 저기 북부에선 매달 일어나는 이벤트다.
언젠가 들었던 북쪽 몬스터 웨이브 정보에 의하면, 괴물들이 정말로 파도처럼 몰려온다고 했다.
그것도 피의 광기에 눈이 시뻘게진 놈들이 몸 다치는 것도 생각 안 하고 달린다고 하니, 미리 마음을 먹어두는 게 좋을 듯하다.
엘런은 이만 쪽지를 덮었다.
쿵쿵쿵쿵-!!
그러기 무섭게 두드려지는 1층 중앙성의 문소리.
엘런은 조금이나마 이들의 방문을 예상했기에 놀라지 않고 거실로 내려가 문을 열었다.
“엘런엘런!! 너도 들었지! 몬스터 웨이브가 온대!!”
“그래. 나도 들었어.”
“엘런이여. 우린 회의를 위해 여기로 왔느니라. 초상위권들끼리 먼저 합을 맞춰야 뜻을 규합하기도 쉬울 테니.”
“그래서 여기 이분도 왔습니다.”
예상했던 인물들 사이에 끼어있는 예상치 못한 인물 하나.
“오랜만이야, 엘런. 여기가 중앙성이구나.”
“빌레드?”
“초상위권들의 모임이라면 나도 빠질 수 없으니까. 뭐, 4위라 생색을 내기엔 부족하지만 적어도 누구보다는 한 단계 높잖아?”
그 누군가는 지금 얼굴이 시뻘게져 당장에라도 주먹을 올리는 걸 완력으로 참고 있었다.
학칙이 무서워서라기보단 곧 있을 전투에서, 빌레드의 능력이 필요하단 걸 인정하고 이해한 전사의 심장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다들 들어와.”
초상위권 5위부터 1위는 중앙성 거실에 모였다.
솔직히 초상위권이라면 6위부터 10위까지도 존재하지만, 5위인 카르디아와 비교했을 때 힘의 격차가 너무 엄청나다.
그러니 실질적인 초상위권은 여기 모인 다섯이 전부였다.
빌레드는 자연스레 상석으로 앉으려다가.
“이거 실례.”
문득 여기가 어딘지 깨닫고 손님용 소파로 몸을 옮겼다.
상석에 앉은 엘런은 좌우 소파로 정렬되게 앉은 넷을 바라보았다.
“차는 따로 없으니까 그냥 넘어가고. 일단 회의를 해보지.”
“근데 나 질문 있는데!”
“처음부터?”
“응응!”
엘런은 말해보라는 듯 손짓했다.
“이럴 시간이 아니라 밖에 있는 팻말을 단 동물들부터 잡아야 하는 거 아니야? 이렇게 여유 부리고 있어도 되나?”
“여유 부리는 게 아닙니다. 침착하게 행동하는 거죠.”
라제나의 말에 빌레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다가 곁눈질로 카르디아를 쳐다봤다.
“카르디아 아누비샨. 너는 그래도 아누비샨의 성을 달았으면서 저런 무명 평민보다도 인내심이 못하네.”
“……참는 데도 한계가 있거든? 안 그래도 네가 내 위에 있는 게 이해 안 됐는데 꼬우면 한 판 뜨자.”
“엘런이여.”
시에나가 뭐라도 해보라는 듯 눈치를 주자 엘런은 이마를 매만지며 손가락을 튕겼다.
동시에 한 층 얼어붙은 공기의 온도.
일순간 몸이 저릿할 만큼의 추위가 피부로 엄습해온다.
“싸우지 마. 우리가 지금 싸워야 할 건 같은 동급생이 아니라 괴물들이다.”
“빌레드. 카르디아를 자극하는 말은 이제부터 삼가거라.”
“노력해볼게.”
“카르디아도 질 낮은 도발에 놀아나 주지 말거라. 네가 화를 낼수록 빌레드가 원하는 것에 가까워질 뿐이니라.”
“으으, 알고 있다고.”
다시금 소강된 분위기.
순조롭게 망해가는 듯했던 회의는 다시금 꽁꽁 얼어붙은 공기 속에서 이어졌다.
시에나는 말했다.
“카르디아의 말대로 일단은 동물들을 잡아 물자 조달을 하는 게 우선일 듯하구나.”
“그럼 이건 어때.”
빌레드가 아이디어를 냈다.
“평민 중에는 사냥꾼 출신이거나 사냥꾼 부모를 둔 애들이 있을 거야. 걔네들을 위주로 팀을 짜서 보내자.”
“……본래 사냥은 귀족들의 취미 아닙니까.”
“우린 말 그대로 취미야. 너희처럼 업이 아니잖아. 전문성의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지 않겠어?”
라제나는 바로 앞에서 다리를 꼬고 등받이에 등을 기댄 채 턱까지 괸 빌레드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빌레드는 강아지의 재롱을 보는 것처럼 라제나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하지만 라제나는 이내 턱을 내리곤 고개를 주억였다.
“빌레드의 말이 옳습니다. 제가 아는 사냥꾼 출신 학생들이 몇몇 있으니 그들에게 물어보도록 하죠.”
“이제라도 옳은 판단을 해서 다행이네.”
“귀족들은 따라와도 뱀 가죽 하나 벗길 줄 모를 테니 도움은 안 될 테니까요.”
“우린 뱀 가죽 대신 그걸 벗기는 사람 가죽을 벗길 수 있거든. 차이를 알겠어?”
쾅-!
엘런의 발이 갑작스레 앞에 있던 책상을 걷어찬다.
식사용 테이블이 살짝 들릴 만큼 세게 찬 엘런은 네 명의 주의를 모두 끌어모았다.
“빌레드. 뭔가 점수를 먹기 위해 여기 앉았다면 카사블랑카라는 이름은 떼고 오도록 해.”
“가문은 귀족의 정체성인데 그걸 버리라고?”
“시에나도 아인티제라는 정체성을 가져왔다면 너 따위 이 자리에서 참수할 수도 있어. 그리고 조금만 있으면 정말 그럴 분위기거든.”
빌레드는 살짝 눈을 움직여 시에나와 마주 봤다.
그 침엽수림같이 진한 녹안에는 분노와 짜증이 점철되어 한 군데 버무려져 있었다.
빌레드는 그런 1황녀의 눈빛과 대면하고서도 부드러운 미소를 입가에 내걸었다.
“제1황녀의 기분을 언짢게 했다면 나도 사과해야겠군.”
빌레드는 자리에서 일어나 카르디아에게 한 번, 라제나에게 한 번 고개 숙여 사과했다.
“미안해, 두 명 모두. 내가 너무 기분대로 행동했나 봐. 이제부턴 주의하도록 할게.”
“……대체 뭐야. 이 새끼는.”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군요.”
아까는 귀족의 자존심이 전부인 것처럼 굴고 말 한마디 지지 않더니, 이젠 고개까지 숙여가며 평민들에게 굽히고 있다.
하지만 저 남자의 이름은 모든 걸 이해하게 만들었다.
“저게 카사블랑카니까.”
“엘런의 말이 맞느니라.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면 그게 흙탕물이건 오물이건 거리낌 없이 몸에 바르지.”
“하하핫. 너희들 말이 맞아.”
빌레드는 언뜻 가문을 모욕하는 말을 면전에서 들었음에도 방실방실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엘런은 말했다.
“그럼 라제나는 학생들을 이끌고 팻말을 목에 단 동물들을 잡아줘.”
“알겠습니다.”
“내가 아는 동급생 중에 레우스라고 늑대인간이 있는데 데려가면 큰 도움이 될 거야.”
“늑대인간이라면 확실히……. 알겠습니다. 참고하도록 하죠.”
“엘런엘런! 난 뭘 할까?”
엘런은 카르디아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솔직히 카르디아가 할 일은 괴물들이 오면 열심히 싸워주는 것밖에 없었다.
그것만 해도 카르디아는 제 할 일을 다 한 것이다.
“라제나 따라가서 좀 거들어.”
“그러면 되겠네!”
“왜 제 의견은…….”
“민폐를 끼치진 않을 거야. 저놈도 사냥꾼 일은 해봤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라제나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엘런의 말을 받아들였다.
또한 빌레드도 할 일이 있었다.
“빌레드 너는 귀족 학생들의 분위기를 잘 통합시켜라. 이후에 평민 학생들과 같이 싸우게 될 텐데 조금 전 너처럼 굴면 될 일도 안 돼.”
“확실히 주의 시킬게.”
“그리고 시에나는 나와 따로 할 일이 있으니까 남고.”
“따로……? 그게 무슨 일인 것이냐?”
“보면 아니까 그냥 가만히 있으면 돼.”
엘런은 손뼉을 가볍게 쳤다.
“이제 해산. 다들 자기 할 거 하러 가.”
“물자들이 구역에 도착하면 그때 다시 한번 더 회의를 진행하도록 하죠.”
라제나와 카르디아, 빌레드가 거실에서 나가고 시에나만이 중앙성에 남았다.
그녀는 아까 회의 때 보였던 제1황녀의 모습은 어디 가고, 제자리에서 어쩔 줄 모른 채 쭈뼛거렸다.
“우린 이제……. 뭘 하는 것이야?”
“먼저 침실로 가자.”
“침……실?”
“거기서 할 게 있어.”
엘런은 가볍게 위층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계단을 밟았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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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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