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193)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193화(193/354)
#193화. 기말고사(4)
자스민은 자신이 어떤 굴레에 빠졌다는 걸 불현듯 깨달았다.
그 굴레의 시작은 이러했다.
먼저 엘런 이안느의 약점을 잡는다.
그걸 기반으로 사건을 발단시킨다.
하지만 그 사건을 어떤 세력이 덮어버린다.
또는 운이 억수로 좋아 사건에서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 버린다.
그럼 자신은 또 엘런 이안느의 약점을 잡는다.
자스민은 이 심연 같은 굴레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걸 순순히 인정했다.
하지만 이럴수록 그녀의 의심은 확신으로 번졌다.
“보통 뒤를 이렇게 파다 보면 꼬리라도 보여야 하는데. 이건 그 꼬리를 어떤 장막이 감추고 있어. 그 장막은 높은 확률로 크레센티아다.”
교내에 엘런 이안느와 크레센티아에 대한 관계성을 의심하는 소문을 며칠 전에 퍼뜨렸으나 그건 결국 실패했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은 비리, 부조리 이런 식이었는데 설마 연애로 소문이 발전할 줄이야.
나뭇잎이 떨어져도 꺄르르 웃는 나이의 새끼들은 역시 상식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결국 내가 나서야겠군.”
직접적인 증거를 잡으려면 엘런의 개인 정보만 열람해야 한다.
그게 가장 빠르고 쉬운 길이지만 임시 교수에게 그건 요원한 일이었다.
“하지만 학생의 개인 정보 파일은 모든 교수가 나눠 갖고 있지. 그건 교수실에 보관되어 있을 테고, 지금 비어 있는 교수실은 단 하나가 있어.”
자스민은 추리에 추리를 이어 나가며 어느 교수실 앞으로 도착했다.
교수실 앞 팻말에 방 주인의 이름이 써 붙여져 있다.
[호크 에치먼]지금은 어딘가로 떠나고 없는 교수의 이름이다.
자스민은 개의치 않고 문을 열려는데.
덜컥-
문고리가 잠겨 있다.
하지만 황궁 감사관은 뒤가 구린 조직들을 감시하고 파헤치는 존재.
뒤가 구린 놈들을 조사하려면 필연적으로 뒤가 구린 놈들과 몸을 섞을 만큼 더럽게 놀아야 했다.
“이게 쓸모 있겠군.”
자스민은 아공간에서 작은 병을 꺼냈다.
병의 마개를 따고 안에 든 것을 손으로 옮기니, 꾸물거리는 젤리 같은 게 손바닥 위로 떨어졌다.
“들어가라.”
그 젤리는 자아가 있는 것처럼 문고리의 열쇠 구멍으로 흘러 들어가더니, 약간의 시간 만에 철컥- 하고 잠금을 해제했다.
“열쇠 변이 슬라임. 역시 쓸만해.”
도둑들도 최첨단 장비를 품에 지니는 시대에서, 이 슬라임은 열쇠 구멍에 맞춰 자신의 신체를 변형하는 능력을 지녔다.
이러면 따로 락픽을 사용한 흔적도 남지 않고 깔끔하게 문이 열린다.
자스민은 교수실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사냥꾼 시절 모은 전리품들인지 박제된 마수들로 한쪽 구석이 즐비하다.
“개인 정보 파일은 어딨을까.”
자스민은 제일 먼저 그의 책상 주변 서랍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서랍장 하나하나가 잘 정돈되어 있어 안에 내용물을 보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목적한 물건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자스민은 모든 서랍장을 뒤져보고 나서야 부정하고 싶은 혼잣말을 흘렸다.
“……없는 건가.”
하지만 곧이어 고개를 털어낸 그녀는 다시 한번 읊조리듯 말했다.
“없을 순 없다. 모든 교수는 학생들의 개인 정보를 갖고 있어.”
내가 찾지 못하는 것일 뿐, 분명 이 방에 원하는 물건은 존재한다.
자신은 그걸 놓치고 있고 보지 못했다.
다시 한번 서랍장에 눈길을 준 자스민은 바닥까지 뒤져보다가, 뭔가 손가락에 걸리는 느낌을 확인했다.
“이건…….”
서랍을 여는 사람의 시야가 닿지 않는 손잡이 쪽 벽면.
그 첫 번째 서랍 벽면에서 투명한 낚싯줄 같은 게 손가락을 스치고 지나갔다.
자스민은 커다란 고드름이 척추에 꽂히는 듯한 저릿거림을 느꼈다.
“이거다.”
자스민은 검지를 조심스럽게 움직여 그 낚싯줄을 손가락에 감고, 그대로 들어 올렸다.
수욱-
낚싯줄과 연결된 첫 번째 서랍 밑판이 그대로 들리며, 밑에 종이봉투로 감싸진 서류 더미가 드러났다.
“이중 서랍. 과연 에치먼 답군. 아주 철두철미해.”
자스민은 화가 났다기보단 어떤 강적을 마주한 또 다른 강자처럼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그 미소는 결국 승리했다는 쾌감이 다분하게 묻어나는 승자의 미소였다.
“아무리 안개를 두껍게 쳐도 나는 볼 수 있어.”
자스민은 이중 서랍 안에서 손가락 한 마디 두께의 서류 더미를 꺼냈다.
단추 형식으로 묶인 봉투의 입구를 열어주니, 그렇게 원하고 또 원했던 학생 개인 정보 파일이 손에 들어왔다.
이제 엘런 이안느에 관련된 부분만 찾아서 천천히 읽어볼 차례다.
자스민은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서류 파일 첫 장에 손가락을 올렸…….
“청소부는 아닌 것 같고.”
우뚝-
그녀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건너편에서 들어온 남자의 목소리.
남자는 언뜻 피곤하게 느껴지는 육성으로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제 조교는 아니시고, 다른 학년의 교수님도 아니신 듯한데.”
평범한 마법사의 복장.
어디서 방금 막 돌아왔는지, 그곳의 냄새를 한껏 몸에 싣고 온 남자는 말할 때마다 진한 혈항을 뱉어냈다.
호크 에치먼.
그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 자신의 학생들의 정보가 담긴 파일을 열어보려는 손가락을 쿡하고 가리켰다.
“그 손가락. 조금만 더 서류에 가까이 대면 잘라버릴 겁니다.”
“……뭔가 오해가 있으신 듯하군요.”
“이런 상황에 오해는 없습니다. 물증과 심증, 그것이 만들어낸 확신만이 존재할 뿐이죠.”
그러나 호크는 대충 알겠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마도 당신은 도둑이 아니라면 저의 빈자리를 채워주시고 있던 자스민 콜트 임시 교수님이시겠군요. 오는 길에 총장님을 뵙고 오면서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제 이름은 자스민 콜트. 전 황궁 감사관입니다.”
전직 황궁 감사관.
구태여 자신의 전직을 밝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좀도둑이나 할 법한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싶어서?
이유가 뭐고 전직이 어찌 됐든, 호크의 찌푸려진 미간은 다시 펴지지 않았다.
자스민은 그의 화가 더 번지기 전에 입을 열었다.
“제가 왜 여기 있는지 궁금하시겠죠.”
“사실 궁금하다기보단 빨리 경비들에게 당신을 넘기고 싶군요. 방금 거친 여행을 다녀와서 많이 피곤한지라.”
“그 피곤도 단숨에 날려버릴 사실이 지금 제 머릿속에 들어있습니다. 그걸 밖으로 꺼내줄 증거는 바로 이 파일이고요.”
자스민은 이렇게 된 거 호크를 설득하기 위해 말을 이어 나갔다.
“엘런 이안느. 호크 교수님이 주목하고 있는 학생이죠.”
“그는 전 학년의 교수가 관심을 두는 학생입니다. 저라고 다를 건 없어요.”
“네네. 그 엘런 이안느에게 엄청난 비밀이 있다는 걸 제가 알아냈습니다.”
“임시 교수가 사실 도둑이었단 비밀보다 더 대단한 거라면 어디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자스민은 눈꼬리를 올리며 비릿하게 미소 지었다.
“엘런 이안느는 가짜 신분입니다. 또한 크레센티아와 어떤 깊은 관계가 그에게 존재합니다.”
“…….”
“믿지 못하시겠죠. 하지만 제가 잡아 온 증거들이 있고 가장 명백한 것은 이 서류입니다.”
호크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황궁 감사관 시절의 의심병이 뇌에 번지신 듯하군요. 속히 병원에 가보셔야겠습니다.”
“모두가 제게 그리 말했습니다. 하지만 엘런 이안느가 어떤 위험에 빠지려 할 때마다 학생회가 귀신같이 나타나 그에게 오는 흑수를 막아내었습니다.”
“학생회가 학생을 지키는 것이 뭐가 문제입니까.”
“그 학생회의 성격이 이전과는 완전히 달랐다는 게 문제인 겁니다. 몇 달 전만 해도 처벌에 있어선 무거운 판결을 계속하던 학생회장이 엘런 이안느만 나오면 솜방망이 처벌을 내립니다.”
“장학생이라 조심스러운가 보죠.”
자스민은 그게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학생회, 정확히는 학생회장인 엘리스 폰 크레센티아와 장학생에게 어떤 연결 고리가 있습니다. 저는 그것이 크레센티아라 보는 것이고요.”
“엘런 이안느가 가짜 신분이라는 건 뭔 소리입니까.”
“그는 자신이 서부 출신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말투고 행동이고 도저히 서부와 들어맞는 것이 없어요. 마수 사냥꾼의 본거지인 본게일도 서부에 있다죠. 당신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
호크 에치먼은 대답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며 수정구를 조작했다.
“호크 교수다. 여기 도둑을 잡았으니 끌고 가도록.”
1분이라는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호크 교수의 교수실로 두꺼운 몸의 남자들이 밀어닥쳤다.
남자들은 자스민의 손에 수갑을 채운 채 밖으로 끌었다.
“제 말이 맞다는 걸 호크 교수도 결국 깨닫게 될 겁니다.”
자스민은 여전히 송곳니가 드러날 만큼 깊게 웃고 있었다.
그녀는 이렇게 반짝이는 송곳니를 드러냈다.
이 송곳니를 저 남자에게 박아넣었고, 나아가 의심이라는 독을 주입했다.
남자는 곧이어 독에 취하고 또 취해 결국 중독되고 말 것이다.
그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엘런 이안느를 의심하며 어떤 이상함을 발견하겠지.
그 끝은 진실이라는 치료제를 발견함으로써, 엘런 이안느가 갑옷처럼 입은 비밀이 전부 벗겨지게 된다.
쿵-
교수실의 문이 닫혔다.
다시금 혼자 남게 된 호크는 자스민이 이중 서랍을 풀고 꺼내놓은 학생 개인 정보를 내려다보았다.
“설마…….”
서류에 올라가려던 호크의 손이 아까 자스민처럼 우뚝 멈춰 섰다.
“이러면 안 된다.”
이럴수록 그 잡범의 손바닥에서 놀고 있다는 걸 증명할 뿐이야.
호크는 서류를 우악스럽게 쥐고 다시 이중 서랍 너머로 처박았다.
다시금 돌아온 학교.
이틀 뒤가 기말고사라 귀환에 서둘렀던 호크는 곧 있을 그날을 위해 심신을 조금이라도 안정시켰다.
***
“엘런이여. 네가 이런 새벽에 도서관은 웬일이냐.”
“…….”
엘런 아니, 레드는 침묵했다.
동시에 고민했다.
지금이라도 엘런과 의식을 바꿔야 하나?
현재 엘런의 의식은 잠을 자고 있지만 깨우려면 깨울 수 있다.
그럼 조금 부자연스러운 행동이 반복되겠지만, 본인이 여기서 눈앞의 여자와 대화하는 것만큼 부자연스럽진 않을 거다.
레드는 고개를 주억이며 당장 엘런과 의식을 바꾸려다가, 이내 멈칫해다.
내가 여자 하나 때문에 길을 돌아가려 한다고?
‘지금은 내 시간이다. 내 자유가 보증되는 유일한 시간에서 암컷 하나 때문에 무릎을 굽힐 순 없어.’
곧장 마음을 고쳐먹은 레드는 고개를 확확 털었다.
“에, 엘런이여. 괜찮느냐? 어딘가 이상하구나.”
“뭐가 이상한데.”
“아니다. 그보다 여기는 무슨 일로 온 것이냐?”
“책 읽으러 왔어.”
그 한마디에 시에나의 눈은 저 하늘 위에 보름달보다 더 동그래졌다.
“채, 책? 엘런 네가 책을 읽으러 이 밤에 도서관까지 왔다고?”
시에나의 머릿속에 수많은 의문이 분수처럼 튀어 올랐다.
엘런이 책을 읽는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또한 책을 읽으러 여기까지 왔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
나아가 이런 오밤중에 그 엘런이 깨어있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
종합적으로는, 거의 새벽이 가까워지는 시간에서 그가 여기 책을 읽으러 왔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시에나는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솔직히 말해보거라. 뭔가 더 꿍꿍이가 있지 않느냐.”
“…….”
없는데요.
“나한테는 솔직해져도 좋다. 황궁의 입은 싸지 않아.”
진짜 없는데요.
계속 레드가 묵묵부답으로 나오자 시에나는 결국 옆구리에 손을 올리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 모습은 꼭 ‘그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라는 문장을 몸짓으로 보는 듯했다.
하지만 레드도 물러서지 않았다.
‘지금은 내 자유시간. 그 누구도 방해하게 두지 않겠어.’
레드는 원래 목적했던 대로 도서관에 들어갔다.
“나도 따라가겠다.”
그러든지, 말든지.
레드는 이제 시에나에 대해선 관심을 끄기로 하고, 인류학 서재와 역사학 서재로 가 몇 권의 책을 뽑아 들었다.
시에나는 그 책의 제목들을 옆에서 관찰했다.
[고대 이후 인류의 역사] [인류의 발전] [인류에게 하늘이 내렸던 뛰어난 왕들] [군주론]다양한 책들이 레드의 손에 들렸지만, 그럴 때마다 시에나는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엘런이 저렇게 어려운 책들을?
지금 이 시간에 잠도 안 자고 읽는다고?
저 책들은 황궁에서도 추천 도서로 지정할 만큼 깊이 있는 책이지만, 그만큼 교수 논문 급으로 어려웠다.
“엘런이여. 그 책들을 정말로 읽을 생각이냐?”
“문제 있어?”
“아니, 문제는 없는데…….”
시에나는 정말 자리를 잡고 책을 펴기 시작한 레드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자신도 질 수 없다는 듯 레드 앞에 자리를 잡고 책을 펼쳤다.
그 인기척에 레드는 힐끔 앞에 앉은 시에나를 쳐다봤다.
‘저 여자는 왜 안 가고 계속 여기 있는 거야.’
그는 쯧하고 혀를 차며 페이지를 넘겼다.
엘런 이놈이 왜 저 여자를 귀찮아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렇게 달은 종이를 넘길수록 기울어갔고, 파도처럼 밀려오는 괴물들의 발소리 또한 점점 더 커져갔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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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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