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195)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195화(195/354)
#195화. 기말고사(6)
첫 번째 웨이브.
학생들은 숨 쉬는 것조차 잊은 사람처럼 기계적으로, 아니 기계가 된 것처럼 움직였다.
본능대로 마력을 분배하고, 뼈에 새길 만큼 오래 반복한 수식을 꺼내 든다.
그렇게 허공에 구축한 마법진에선, 스스로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마법이 분출되었다.
개중에서 소규모 팀을 이룬 학생들은 나머지 학생들이 시간을 벌어주는 사이 어퍼컷 한 방을 준비했다.
[합동 수속성 마법진 – 해일]쏴아아아아아아아아-!!
습지의 물까지 빨아들인 수속성 마법은 순간, 성벽의 절반 높이까지 차오르며 괴물들을 쓸어버렸다.
“나이스!!”
“잘한다!! 한 방 더 먹여!!”
“젠장! 이건 막 쓸 수 있는 게 아니야! 시간 좀 많이 벌어봐!”
그럴 때마다 학생들은 솟구치는 아드레날린을 주체하지 못하며 뒷목이 새빨갛게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머리는 무거워지고 점점 단순한 생각밖에 못 하게 된다.
마력을 꺼낸다.
마법진을 만든다.
마법을 조준한다.
그리고 쏜다.
그건 기계에 명령어를 입력한 것처럼 일정했고, 그것에 디테일을 추가하는 건 지휘관의 역량이었다.
카르디아의 입에서 벼락같은 목소리가 우렁차게 터져 나온다.
“포 핸드 오크의 나무 단창이 날아온다!! 모두 쉴드 올려!!”
그 목소리는 마법의 포격과 괴물들의 함성을 뚫고, 성벽 위에 있는 학생들의 고막에 정확히 꽂혀 들었다.
학생들은 반사적으로 쉴드를 전개해 몸을 가렸다.
후두두두두두둑-!!
두두두둑-!!
콰지직-! 콰직-! 콰지직-!
쉴드는 곧이어 금 간 유리창처럼 조각조각 떨어져 내렸지만, 이게 없었다면 꼬치구이가 되는 건 이쪽이었다.
카르디아는 멈추지 않고 명령을 하달했다.
“지금 괴물들과 땅은 충분히 젖어 있다!! 빙속성 전공자들은 위력을 떨어뜨리더라도 최대한 넓게 프리징을 분사시켜! 적들의 움직임을 굼뜨게 만드는 거다!”
어차피 전쟁 속 병사들은 많은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마법을 날리고 막고 때리느라 바쁜 학생들의 머릿속에 들린 건 딱 세 가지 단어였다.
프리징. 넓게. 분사.
빙속성 전공자들은 최대한 빨리 프리징을 손안에서 만들어 허공에다 안개처럼 흩뿌렸다.
쩌저저저저저적-
엘런처럼 파괴적인 모습은 나오기 힘들었지만, 역시 괴물들은 추위에 약했다.
“시에나! 네 말대로야!”
지금 여기 시에나는 없었지만, 만약 있었다면 볼에 뽀뽀라도 해줬을 것이다.
적들에게 물을 뿌리고 빙속성 마법을 사용하는 전략.
괴물들의 목록을 보고 겨울에 익숙한 괴물이 없다는 맹점을 파악한 시에나의 전략이었다.
“나도 손 놓고 있을 순 없지!”
카르디아는 아공간에서 50개의 비수를 꺼냈다.
곧이어 능숙한 인형사처럼 그것을 하나하나 조종하니, 그녀의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비수들은 꿈틀거렸다.
그 끝을 괴물들의 심장으로 겨눈다.
그리고 여기서 마법 하나를 더 추가해준다.
[아이언 프레스]강철의 무게를 늘리는 마법.
비수는 그 속력과 예리함으로 승부를 보는 무기지만, 이렇게 무게가 더해진다면…….
퍼어어엉-!!
퍼어엉-!!
베이는 게 아니라 살점이 터지게 된다.
“크하하하하하학!!”
성벽 위에서 악마처럼 웃음을 터뜨린 카르디아는 피의 분수를 허공에 흩뿌렸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미친 지휘관을 보며 저 비수가 자신을 향하지 않도록 열심히 움직였다.
하지만 상황은 카르디아가 있는 남문만 급박한 것이 아니었다.
빌레드가 있는 북문도, 시에나가 있는 동문도 전장은 정신없기 그지없었다.
──북문에서 한차례의 질풍이 불어닥친다.
그 질풍은 일개 1학년이 펼친 것이 보기 힘들 만큼 위력적이고 비대했다.
오죽하면 다른 성문에서도 북문으로 밀려오는 바람을 볼 수 있을 만큼, 북문에선 쉴 새 없이 강풍이 몰아쳤다.
이 강풍은 빌레드의 전략이었다.
“절반은 방어만 하고, 절반은 공격만 한다.”
병사들은 단편적인 생각밖에 할 수 없다는 점을, 빌레드는 극단적으로 강조했다.
“수속성과 마찬가지로 풍속성은 합동 마법을 펼치기 가장 좋은 속성이지.”
물과 같이 바람에는 귀천이 없었기 때문이다.
동풍인지 서풍인지 알게 뭐란 말인가.
그저 마력의 질을 서로 잘 조절해서 뿜어내면 하나의 칼바람으로 적의 사지를 찢어놓는다.
하지만 검이 아무리 날카로워도 방패가 없으면 오래 살 수 없다.
“토속성 사용자. 지면에서 토벽을 할 수 있는 한 많이 끌어올려라. 너희는 토벽만 만들어도 이 전장에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다.”
“알고 있다고! 근데 토벽도 만드는 게 한계가 있어!”
“그럼 부서진 토벽의 잔해를 이용해서 또 다른 토벽을 만들어. 습지 속 진흙을 이용해서라도 만들란 말이다.”
빌레드는 뇌까리듯 학생들을 압박하며 풍속성 사용자들을 돌아보았다.
“토벽이 버티는 지금 너희들이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해. 아무 생각하지 말고 마법진만 만들어”
“우, 우리도 알고 있어!”
“토벽을 더 만들어. 더, 더, 더, 더.”
합동 마법에 동원된 풍속성 학생들은 이를 악물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마법진을 구축했다.
빌레드는 이후로도 학생들을 말로 죽일 것처럼 압박했지만, 어느 누구도 그를 욕할 수 없었다.
이건 단순히 카사블랑카라는 어마어마한 뒷배 때문이 아니었다.
단순히 노력의 양으로만 따져도 빌레드는 지금 굉장히 힘쓰고 있기 때문이다.
……땅속에서부터 진흙이 차오른다.
늪은 본래 상대를 끌어당겨야 하지만 그의 늪은 물처럼 차오르며 괴물들을 잠식해 나갔다.
꾸르르르륵- 꾸르륵-
빌레드의 안광이 빛날 때마다 괴물들은 늪에 발이 묶여 옴짝달싹 못 한 채, 칼바람에 목이 잘리길 기다려야 했다.
학생들은 그런 빌레드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미, 미친……. 벌써 속성들을 합치고 있잖아.”
“카사블랑카 마법사들의 장기잖아. 속성을 합쳐서 새로운 것으로 재탄생시키는 거.”
“원래 마법사들의 기술이긴 해도 카사블랑카 마법사들은 그걸 더 쉽게 하는 것 같아.”
“뭔가 저들만의 비기가 있겠지.”
정말 바람 한 번 불면 흩어질 만큼 작은 신음 같은 소리로 한 대화.
“그렇게 떠들 시간 있으면 마력 한 톨이라도 더 마법진에 집어넣지 그래.”
“허업…….”
“미, 미안!”
학생들은 다시 고개를 앞에 처박았다.
빌레드는 혀를 쯧하고 차며 마법을 준비했다.
카사블랑카의 비기.
그 비기들은 하나같이 특별하다.
크레센티아처럼 타고나는 능력은 없지만, 그들은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여 가장 뛰어난 속성 조합, 거기서 나온 마법들을 발전시켰다.
그래서 나온 것이 이것.
[카사블랑카 제1비기 – 뱀 늪]빌레드 데 카사블랑카는 허공을 움켜잡듯이 쥐고는 그대로 땅에 내리찍었다.
꾸르르르르륵-!!
푸르르르르르르-!!
빌레드의 손아귀 안에 있던 늪이 한차례 울렁이며 급류를 만든다.
토속성과 수속성을 합쳐서 만들어낸 늪은 괴물들의 발을 잡고 사방으로 뻗쳐나갔다.
마치 발목을 누군가 잡고 항거할 수 없는 힘이 끌어당긴 감각에, 괴물들은 속절없이 넘어지고 엎어졌다.
성문의 앞을 뒤덮은 늪은 완전한 빌레드의 공간으로, 괴물들은 그곳에 발을 딛은 순간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빌레드는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아니면 지금 옆에 있는 놈들이 못마땅해서?
모두 조금씩의 이유는 있었지만, 두통의 원인은 저 환상적인 늪 때문이었다.
“역시 가문의 비기는 아직 자유롭게 쓸 수 없는 건가…….”
빌레드는 늪을 부리면 부릴수록 지끈거리는 이마에 미간을 좁혔다.
하지만 이 정도 고통에 벌써 무릎 꿇을 순 없다.
“어서 한 시간 안에 이 괴물들을 처리해야 한다.”
지금은 순수한 힘으로만 놈들을 처리해야 의미가 있었다.
빌레드는 순간 자신의 시야로 들어오는 초록색 무언가에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머리카락에 들러붙은 그것을 살짝 떼어보니.
“……나뭇잎?”
빌레드는 이것이 흘러들어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방향은 동쪽이었다.
***
균일하다.
체계적이다.
정밀하다.
엄밀한 규칙과 정확한 계획을 두고 이르는 모든 말은 이걸 보고 하는 말 같았다.
학생들은 왜인지 모르지만 귀에 꽂히는 한 명의 목소리대로 움직였고, 그 모습은 멀리서 보면 꼭 군무처럼 일정했다.
시에나는 말했다.
“공적을 위해 튀어 보이거나 과하게 움직이지 말거라. 혼자 커다란 톱니바퀴는 시계를 망가뜨릴 뿐이니라.”
학생들은 대답할 수 없었다.
그사이에 또 다른 명령이 귀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웨이브 시작 전에 조를 나눈 시에나는 빠르게 빠르게 사람들을 움직였다.
“1조, 3조. 방패를 들어 하늘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막아라. 나머지 조는 매직 애로우를 사용해 하피들을 요격하거라.”
“그, 그럼 지상에 괴물들은 어떡하지?”
그 의문 또한 시에나는 간단히 대답했다.
“내가 맡을 것이니라.”
지금 성문을 위협하는 건 지상에 있는 괴물들이지만, 학생들을 위협하는 건 하늘에 있는 하피 무리였다.
그들은 독수리 같은 발에 돌덩이를 쥐고 하늘에서 비처럼 뿌려댔다.
저것에 하나만 잘못 맞아도 그대로 리타이어 되어 쓰러질 것이다.
충격 보호 조끼 때문에 죽지는 않겠지만 점수야 똥통이 되어 떨어지겠지.
또한 지금 같은 상황에선 한 명의 마법사라도 더 필요했기에, 전력 손실은 곧 패배에 이르게 됐다.
하지만 성문 파괴도 패배와 직결되기 때문에 시에나는 학생들이 하피를 맡는 사이, 끓어오르는 마력을 응집시켰다.
지금 시에나가 발을 디딘 곳은 동문이다.
“이곳에는 침엽수, 즉 나무들이 많지.”
그 말은 곧, 자신의 홈그라운드라는 뜻.
그녀는 입꼬리를 비집어 올리며 눈앞에 있는 나무들을 느끼기 시작했다.
“손에 잡힐 듯이 가까워지는구나.”
지면 너머 깊은 흙 속에 잠들어 있는 뿌리들은 시에나의 손가락을 간지럽힐 것처럼 가까이 닿아 있었다.
시에나는 그 뿌리들을 움켜잡고 지체 없이 끌어올렸다.
[네이처 컨트롤]뿌드드드드득-!!
쿠구구구구구구구-!!
드드드드득-!!
순간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이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단단한 지면을 뚫고 괴물들의 몸을 뿌리들이 감아나갔다.
그것은 팔을 감고, 다리를 감았으며 이내 목까지 똬리를 틀었다.
수많은 뱀이 몸에 얽힌 듯한 모습은 시에나가 머릿속에 상상하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이만 죽어라.”
시에나가 양 손바닥을 합장하듯 모았다.
우드드드드드득-!!
순간 연체동물이 된 게 아닐까 의심될 만큼 거친 골절의 소리가 전장을 한 차례 울렸다.
목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쓸모 있지만, 자연은 목재를 가공하는 것보다 태우는 법을 더 빨리 가르친다.
“라제나여. 등장할 타이밍이구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시에나의 힘으로 연소시킬 소재들이 넘쳐나는 지금, 라제나는 적은 화염만으로도 대화재를 만들어냈다.
[아지랑이]화르르르르르르르-!!
뿌리들은 저항 없이 활활 타오르며 세포의 천적인 불이 사방을 뒤덮어나갔다.
하피들도 성벽 가까이 붙였던 몸을 깃털이 타오를까 멀리 떨어뜨렸다.
시에나는 한숨 돌린 타이밍임에도 전장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입만 열었다.
“라제나여. 북문과 남문은 어떠하더냐.”
“방금 돌아보고 오는 길인데 모두 잘 버티고 있었습니다.”
“마력은 잘 분배하고 있었나?”
“최근에 마도구 상점을 털어오듯 하지 않았습니까. 마력 충전 포션도 한 아름 샀으니 괜찮을 겁니다. 빌레드가 웬일로 평민 학생들에게도 똑같이 포션을 줬더군요.”
“……빌레드가?”
시에나의 한쪽 눈썹이 올라갔다.
평민 학생들이 힘을 못 써서 전력에 흠이 생기는 것보단, 비싼 돈을 들이는 게 낫다는 건가.
시에나는 살짝 웃으며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서문은 어떠하더냐.”
“이미 피부로 느끼고 있지 않으십니까.”
“피부로는 느끼고 있지.”
시에나는 지금 눈앞에 불바다 덕분에 잠잠해졌지만, 조금만 해도 팔뚝에 돋은 소름을 문질렀다.
하지만 이제는 비단 소름에서 멈추지 않았다.
라제나는 불길에서 조금 떨어져 숨을 내쉬다가 시야에 뭔가 들어오는 걸 느꼈다.
“입김……?”
새하얀 입김이 입에서부터 흘러나와 눈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라제나는 자연스레 서쪽을 바라보았다.
언제 도색을 했지?
성벽은 분명 회색이었는데 하얀색으로 덧칠해졌다.
그 하얀색에서 흘러나오는 냉기는 피부를 적시고 피부를 얼게 했다.
새하얀 성벽 위에 있는 사람 한 명이 눈에 들어온다.
하얀 나라에 존재하는 유일한 검은색.
검은 흑발의 사내가 느긋하게 뒷짐을 진 채 서 있었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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