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196)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196화(196/354)
#196화. 기말고사(7)
“흐흐흥.”
엘런은 서문에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의 숨이 입과 코끝에서 나올 때마다, 희뿌연 입김이 허공을 잠식했다가 사라졌다.
엘런은 입김을 처음보다 더, 더 세게 불며 어디까지 입김이 날아가나 바라보았다.
아무리 바람을 세게 불어도, 손을 뻗는 것보다 조금 더 멀리 날아가고 말아버린다.
엘런은 그 모습을 멍한 눈으로 쳐다보다가, 다시 눈동자를 성벽 아래로 내렸다.
“난 이 정도 온도가 딱 좋은데. 너희들은 좀 추웠나 보네.”
괴물들은 모두 제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한 채, 얼어붙은 땅만 힘없이 긁어댔다.
괴물은 분명 서문 쪽에도 수백 마리가 달려왔다.
그저 놈들의 체온보다 이쪽의 저온이 웃돌았을 뿐.
괴물들은 처음 서문 가까이 발을 딛자마자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두 걸음을 걸었을 때는 거친 입김이 더러운 이빨 사이로 나왔다.
성벽과 손을 뻗으면 닿을 것처럼 가까워졌을 때는 본격적으로 피부 위에 냉기가 쌓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개중에서도 추위를 광포한 살육 본능으로 견디며, 성벽을 향해 돌진하는 터프한 녀석들이 있다.
엘런은 그들에게 맞수를 보내주었다.
[프로스트 골렘 – 멀린 수식]상위 격인 윈터 골렘을 다룰 줄 알게 되면서, 프로스트 골렘은 이제 손바닥 안에 있는 것처럼 쉽게 다가왔다.
한 번 하늘에 몸을 담고 오니까 바닥이 낮은 줄 아는 것이다.
“그래도 아직은 윈터 골렘을 꺼낼 때가 아니니까.”
엘런은 성문 위에서 프로스트 골렘을 조종하며 괴물들의 배에 구멍을 뚫어주었다.
괴물과 골렘이 맞붙을수록 전투의 열기…… 아니, 전투의 냉기가 뿜어져 나오니 전장은 한껏 얼어붙어 간다.
“슬슬 1차 웨이브가 끝날 시간인데.”
엘런의 말이 정답인지 하늘에서 기계음이 들려왔다.
[1차 몬스터 웨이브를 마치셨습니다.] [1시간까지 남은 시간은 약 8분.] [8분 동안은 여러분의 자유시간입니다.] [그 뒤에는 2차 웨이브가 밀려오니 주의하세요.]천장의 목소리는 그걸 끝으로 말을 마쳤다.
“시험이 끝났다고 하진 않은 걸 보니까 다들 어찌저찌 잘했나 보네.”
엘런은 이 자리를 떠날 수 없었기에 다른 성문으로 안부를 물으러 가는 대신, 제자리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주변이 이렇게 시리도록 차가우면 좋은 점.
아이스크림을 야외에 아무렇게나 꺼내둘 수 있다.
사르륵-
엘런은 초코맛 하드를 입에 집어넣으며 중얼거렸다.
“내가 떠나면 냉기도 잦아들기 시작할 테니까. 또 처음부터 냉기를 쌓을 순 없지.”
그런 연유로 엘런은 자리를 지켜야 했다.
물론 이유가 아니라 귀찮음이 그 핑계인 것도 어느 정도 있지만.
“다른 성문은 저들끼리 알아서 잘하겠지, 뭐.”
지금 나머지 성벽들이 뚫릴까 같은 걱정은 하지 않는다.
설령 뚫릴 위기에 처한다 해도 저들은 어떻게든 다른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그런 결정력과 판단력을 가진 자들이니까 자신을 막지 않고 서문에 혼자 보낼 수 있는 거였다.
엘런은 어느새 아이스크림 하나를 전부 해치웠다.
조각 하나 붙지 않고 깔끔하게 쓰레기가 된 나무 막대는 허공을 날아 바닥으로 꽂혔다.
[2차 웨이브가 시작됩니다.]벌써?
휴식은 짧다더니 그 말이 정답이다.
“어구구.”
엘런은 할아버지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켰다.
2차부터는 조금 다를 것이다.
몬스터 웨이브란 무릇 그러하듯 회차를 거듭할수록 강해지기에, 이번 2차 웨이브부터는 마법을 더 활발하게 써야 할지도 모른다.
“웨이브는 총 4차.”
마지막 4차에선 뭐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제발 학교가 적당히 해주었으면 좋겠다.
자신의 작은 바람이었다.
***
2차 웨이브가 지나갔다.
솔직히 어떻게 지나갔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태풍이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간 것처럼 그 안에서 마구 휩쓸리다 보니, 어느새 2차 웨이브가 종료되어 있었다.
1차 웨이브는 육박전을 하는 괴물이 주로 나왔다면, 2차 웨이브는 주술 계열과 저주를 흩뿌리는 괴물들이 등장했다.
학생들은 저주를 영창 하는 주술사 계열 괴물들을 볼 때마다 기겁하며 몸을 숙였다.
“괜찮으십니까.”
“내 실수이니라. 괜찮다. 조끼도 있지 않았느냐.”
시에나는 살짝 뻐근해진 왼쪽 팔을 괜찮다는 듯 흔들어 보였다.
“아까 저주를 정통으로 맞으셨는데 괜찮을 리가 없습니다.”
“참을 만하다.”
“저주가 주는 고통은 말로 표현할 게 안 됩니다. 조끼가 있더라도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후유증이 남을 확률이 높습니다.”
“……어찌 그리 잘 아느냐.”
솔직히 라제나가 하는 말이 하등 틀린 게 없었기에, 시에나는 입을 우물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이제 3차 웨이브까진 2분이란 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
라제나는 제 아공간에서 포션 하나를 꺼내서 그녀에게 건넸다.
“……이게 무엇이냐?”
“제가 금지 마법을 쓰고 다닐 때 밥 먹듯이 먹었던 겁니다.”
“그럼 필시 진통제겠구나.”
“바로 맞추셨습니다.”
“잘 먹으마.”
시에나는 살짝 미소 지으며 진통제를 입에 털어 넣었다.
욱신거리던 팔도 이제 조금은 나아진 듯하다.
[3차 웨이브가 시작됩니다.]무정하다 싶을 만큼 목소리가 뚝 끊기고, 저 너머에서 이젠 익숙해져 버린 괴물들의 발소리가 전조로 울려 퍼진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
연이은 마법 사용.
회로의 과부하.
그러면서 생기는 두통, 근육통 탈진까지.
다양한 고통은 구태여 괴물의 공격이 아니더라도 그들을 무차별 폭격했다.
하지만 이때를 대비하여 주말에 대량화 시켜둔 것이 있다.
세 성문의 지휘관들은 모두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기폭용 강산성 포션을 던져라!!”
학생들은 기다렸다는 듯 손에 포션 병을 쥐고 있는 힘껏 던졌다.
포션 병들이 포물선을 그리며 허공을 날아간다.
키아아아아-!!
쿠어어어어어어-!!
이전보다 수는 적지만 키가 성벽과 맞먹을 법한 거대한 크기의 괴물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포션 병은 중력에 의해 무게에 의해 한없이 땅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것이 지면과 맞부딪치는 순간.
콰아아아앙-!!
콰아아앙-!!
콰아아아앙-!!
크지 않은 폭발음이 사방에서 팡파르처럼 터져 나온다.
기폭 포션은 해봐야 주먹의 반도 안 되는 크기였기에, 괴물들의 비늘 조금 긁어낸 것 말고는 피해가 없었다.
하지만 이것은 기폭 포션임과 동시에 강산성 포션이다.
치이이이이이이익-
고기 익어가는 소리가 굶주린 배와 고막을 자극한다.
그러나 입맛을 다실 시간은 없었다.
“지금이다! 준비해둔 디버프 포션과 함정 포션을 전부 던져라! 아낄 생각하지 마! 아껴야 하는 건 포션이 아니라 마력이다!”
학생들은 이를 악물고 팔을 휘둘렀다.
포션 병이 허공을 날아다닐 때마다 괴물들의 비명은 거세졌고, 비단 강산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포션이 빛을 발했다.
모두 돌로레스 교수에 의해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며 저절로 습득한 포션들이었다.
하지만 개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포션은 역시 그녀의 수제자, 시에나의 손에 들려 있었다.
엘런의 말에 따라 저 강산성 포션을 만들긴 했지만, 그녀도 단순히 놀고만 있지는 않았다.
“엘런 네가 준 거목 포션. 돌로레스 교수님이 보조해주시고 거기에다 내 입맛대로 개조해보았다.”
이전에 손아귀 포션도 그렇고, 포션의 영감은 항상 엘런이 주머니에 쑤셔 넣어줬다.
“이러니까 내가 너와 떨어질 수 없는 것이니라. 가까이만 있어도 이리 배울 게 넘쳐나는데 어찌 너를 따라다니지 않을 수 있겠느냐. 흠흠.”
시에나는 변명 아닌 변명을 털어놓으며 리메이크 거목 포션을 땅바닥에 내던졌다.
쨍그랑-!
병의 유리가 속절없이 깨지면서 용액이 땅바닥을 눅진히 적셨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병을 깨뜨린다고 하여 발동되지 않는다.
처음 엘런이 준 거목 포션을 사용했을 때는 이게 없었다.
지금의 자신에겐 ‘그것‘이 있었고 어느 때보다 이걸 잘 다룰 자신이 있었다.
[세부 특성 – 급속 성장]쑤우우우우욱-!!
우드드드득-!!
무언가 자라나는 소리.
무언가 만들어지는 소리.
그 두 가지 소리가 불협화음의 하모니를 만들며 성문 앞에서 구축되었다.
[우드 골렘 – 거목]성문보다 사람 하나는 더 커다란 우드 골렘이 자태를 드러내었다.
제1황녀로 살면서 온갖 고급 회로 관리와 마력에 좋은 약을 100% 흡수한 육신이기에 가능한 기예.
시에나는 성벽에서 도약하여 우드 골렘의 어깨에 올라탔다.
곁에 있던 학생들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포션을 던지는 것도 잊은 채 입을 쩍하고 벌렸다.
“씨발, 저게 뭐야!”
“꿀꺽. 역시 1황녀 따라오길 잘했다.”
“1황녀 그녀는 신이야…….”
학생들은 거의 그녀를 추앙하는 단계에 들어가고 라제나 또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누가 봐도 당황할 만한 골렘의 크기에, 그는 고개를 꺾어 위에 있는 시에나에게 소리쳤다.
“대체 이게 뭡니까!”
“나도 상상만 해봤던 것인데 정말 되는구나.”
“이런 게 있으면 2차 웨이브 때 진작 쓰는 게 낫지 않았겠습니까?”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수 없었느니라.”
거목 포션의 특징은 그 자리에 거대한 크기의 나무를 자라나게 한다.
그러나 단점으로는 지속 시간이 아주 짧다는 것이다.
거목 포션의 나무를 소재로 한 우드 골렘도 마찬가지다.
이 거대한 몸에서 나오는 거대한 파워는 당장 저기 거대 괴수들을 짓이길 수 있으나, 이게 현세에 있는 시간은 5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러니 활약할 수 있을 때 빨리 활약하겠느니라.”
시에나는 우드 골렘의 어깨 위에서 읊조렸다.
“본래 우드 골렘은 몸에서 가지를 뽑아내 석궁처럼 쏘아 보낼 수 있지. 하지만 이 거목 골렘은…….”
꿀꺽-
알게 모르게 그녀의 말을 귀담아듣고 있던 학생들은 긴장했다.
저 우드 골렘을 다루는 시에나는 지금에서야 든든한 우군이었지만, 당장 2학기를 넘어가면 초강적으로 변모할 것이다.
정보는 언제든 늘려두어도 나쁘지 않다.
그렇게 숨을 죽이고 청력에 온 힘을 쏟는데, 시에나는 그 노력이 무색하리만치 말을 이었다.
“달라지는 게 없다.”
“……?”
“똑같이 나무 단창을 쏘고 나뭇가지 채찍을 휘두르지.”
달라진 건 맨눈으로도 보이는 덩치 하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차이점 하나로 거목 골렘은 시에나의 최고 공격기가 되었다.
“가라.”
시에나는 짧은 명령과 함께 자신의 의지를 골렘에게 흘려 넣었다.
그녀의 타고난 리더쉽은 엘런만큼 골렘 컨트롤에 숙련될 시간이 부족했음에도, 사지를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팔의 두께가 함선에 실을 법한 대포만 한 것이 채찍이 되어 추욱 늘어진다.
곧이어 찰흙을 잡고 늘린 것처럼 땅바닥에 닿은 팔은 어느샌가 움직였다.
쐬에에에에에에엑-!!
아니, 사라졌다 표현하는 게 옳을까.
우드 골렘을 보고 있던 자들의 머릿속에 인지부조화가 온 사이, 골렘의 팔은 채찍으로 휘둘러졌다.
촤아아악-!!
촤아아아아악-!!
채찍에 얻어맞은 괴물들의 머리가 하나둘 사라진다.
아음속에 접어들어 가는 채찍의 공격 속도.
채찍은 동공이 축소되는 것보다 더 빨리 목 위를 지워버렸다.
시에나는 우드 골렘 하나로 전장을 휘저었다.
처음 그녀가 말했던 대로 5분간 최대한 날뛰고 있다.
우드 골렘이 팔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거친 풍압이 귀를 때리고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그래도 마음만은 시원했다.
저 빌어먹을 괴물 새끼들이 개미처럼 밟히는 걸 보니, 가슴은 뻥 뚫린 것처럼 쾌감이 전신에 흐트러졌다.
시에나는 우드 골렘 위에서 성벽을 돌아보았다.
“남은 인원은 남문으로 가서 카르디아를 도와라. 여긴 나와 라제나만 남겠다.”
역시 학생들이 놀고 있게 두고 있을 지휘관이 아니다.
5분도 아니고 3분 동안 숨을 돌리고 있던 그들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남쪽으로 뛰었다.
시에나는 학생들이 사라지고 그나마 조금 조용해진 성벽에서, 라제나에게 물었다.
“라제나여.”
“왜 부르십니까.”
“이거면 엘런을 이길 수 있겠느냐.”
라제나는 잠시 턱을 괴고 고민하다가, 팔짱을 끼고 생각하다가, 끝내 답을 내놓았다.
“설사병에 걸린 엘런이라면 이길 수도 있겠군요.”
“……왜 하필 설사병인 것이냐?”
자신도 이유는 모르는지 라제나는 조용히 고개를 돌리고 대화의 주제도 같이 돌려버렸다.
“4차 웨이브에선 뭐가 나올지 예상되십니까.”
“전혀 안 되느니라. 그냥 받아들여야지.”
시에나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성벽 위로 올라왔다.
우르르르르르르-
거목 골렘은 언제 여기 있었냐는 듯 다시 한 줌의 흙으로 깔끔하게 돌아갔다.
5분 천하였지만, 그 결과는 볼만하다.
3차 웨이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으니, 시에나는 그 선방에 만족했으나 동시에 걱정되었다.
“이제 거목 골렘 없이 4차 웨이브를 견뎌야 하는구나.”
시에나는 살짝 가라앉은 눈으로 괴물들이 몰려오는 숲 너머를 바라보았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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