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197)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197화(197/354)
#197화. 기말고사(8)
[3차 몬스터 웨이브가 종료되었습니다.] [4차 몬스터 웨이브는 보스 웨이브인 만큼 정비 시간이 주어집니다.] [정비 시간은 10분.] [10분 후에 보스 웨이브가 몰려옵니다.]하늘에서 들리는 기계음은 마지막 말을 끝으로 뚝 끊어졌다.
엘런은 피칠갑이 된 성벽 위에서 숨을 몰아쉬며, 목소리가 했던 말을 되새겼다.
“보스…… 웨이브라.”
이제 마지막이라고 큰 거 한 방 터뜨려 주는 건가.
엘런은 또다시 드러누운 채, 남은 마력을 비롯하여 제 상태를 점검했다.
그래서 나온 결과는 빈말이라도 좋다고 할 수 없었다.
“슬슬 딸리는데.”
이걸로 보스 웨이브까지 견딜 수 있을까.
엘런은 고개를 들어 올려 성벽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밑에는 괴물들의 시체가 산으로 쌓아 올려져 있었고, 그 사이에는 수백의 공격을 넘겨낸 빙결의 기사가 서 있었다.
윈터 골렘.
그것도 기사의 무장을 한 그것은 아직도 햇빛 아래에 굳건히 서 있다.
칼날은 피로 점철되어 있었으나 그것마저도 루비에 날을 갈아놓은 듯이 아름다웠다.
키아가 가르쳐준 윈터 골렘은 역시 자신의 쓸모 이상의 활약을 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에 일일이 감탄할 시간이 없다.
“……자고 싶다.”
엘런은 짧단 막한 소원과 함께 눈을 감았다.
10분 만이라도 눈을 붙이면 소원이 없겠는데.
그러나 시간은 길지 않았고 자비롭지 않았다.
[정비 시간이 종료되었습니다.] [보스 웨이브가 몰려옵니다.] [학생들은 주의해주세요.]“뭐가 오길래 주의하라고까지 하지.”
이전에 3차 웨이브에선 사람 따위 한입에 집어삼킬 만한 크기의 괴물들이 즐비하게 튀어나왔다.
근데도 조심하라거나 주의하란 말 따위는 하지 않았다.
저벅- 저벅- 저벅-
성벽 건너편 숲에서 풀잎이 사그락거리고 무언가의 발소리가 들려온다.
엘런은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그래. 어디 한 번 와봐라.
“당장 사지를 잘라줄…….”
엘런의 목소리가 끊겼다.
그건 누군가의 방해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말문이 막혔고 할 말이 사라져버렸다.
“사람……?”
보스 웨이브가 시작되고 서문 가까이 접근한 것은 사람이었다.
그것도 아카데미의 교복을 입은 채, 와인 색 넥타이까지 드러낸 명명백백한 2학년 선배.
하지만 얼굴은 동물의 탈을 써서 감추고 있다.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것만으로도 정체가 가려졌겠지만, 자신은 저 사람하고 며칠을 일했다.
“재스퍼 선배님?”
“…….”
***
교수들이 학생들을 실시간 채점 중인 상황 통제실.
교수들은 화면 너머로 혼란에 빠진 학생들을 보며 약간의 담소를 나누었다.
“학생들이 꽤 충격에 빠졌네요.”
“그럴 만도 하지요. 보스 웨이브라 단단히 긴장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2학년 선배가 나오다니.”
“하지만 보스급 위력을 가진 인물인 건 확실하잖아요!! 네 개의 성문 앞에 간 저 네 명의 2학년! 모두 3학년 진급을 코앞에 둔 엘리트들 아닌가요?!”
“키아 교수님의 말이 맞습니다. 특히 서문에 간 저 학생…….”
퍼렐라인은 손가락으로 여우 탈을 쓴 빗자루 머리의 남자를 가리켰다.
다부진 체격에다 훤칠한 키는 우수한 피지컬과 함께, 위협적으로 걷어 올린 셔츠 소매 너머로 잔근육이 엿보였다.
“제스퍼 반 델라르테.”
“2학년 톱으로 아주 우수한 학생이에요.”
“못난 모습을 보이는 수업이 없다고 들었소. 내 수업에서도 귀족 학생답지 않게 뛰어난 적응력을 보여주더군.”
칭찬에 매우 인색한 덩컨도 교수들끼리 있는 자리에선 그에게 한 꺼풀 인정을 덧대주었다.
호크는 화면 속 재스퍼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최근에 학생회에서 교내 봉사 40일을 받았다고 하던데. 그건 왜 그런 겁니까?”
“하하하핫! 그거요? 재스퍼가 자기 동급생을 무지하게 때렸거든요! 엄청나게요!”
“……근데 퇴학당하지 않았습니까?”
“델라르테란 이름과 2학년 톱이라는 위상이 그를 지켜준 것이지요.”
“델라르테……. 확실히 많이 들어보고 접해본 이름입니다.”
델라스테는 서부 지역의 대귀족.
마수 사냥꾼의 거점인 본게일 또한 서부에 있기에 델라르테하곤 많이 엮여보았다.
그러면서 델라르테란 가문에게 느낀 감정은, 참으로 기계 같단 것이다.
“델라르테는 다른 귀족 가문보다 장자에게 몰아주는 성격이 훨씬 심하다 들었는데, 제가 알기론 재스퍼 학생이…….”
“서자입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동급생을 때린 이유도 가주인 아버지의 관심을 받기 위해서라고 생각 중이에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개인으로는 아무리 뛰어난 마법사라도 끽해봐야 17, 18살의 청년들이지 않습니까.”
호크의 말을 끝으로 다시금 조용해진 분위기.
이런 침묵은 가시 위에 앉은 것처럼 불편한 키아가 밝은 톤의 목소리를 사방으로 뿌려댔다.
“오오오!! 저기 보세욧! 이제 재스퍼 학생과 엘런 학생이 붙으려나 봐요!”
“솔직히 보스 웨이브로 나오는 보스, 즉 2학년 학생을 이기는 건 불가능합니다. 아무리 엘런 학생이라도 그렇겠죠.”
“그래서 규칙을 추가했어요. 2학년생들이 쓰고 있는 탈을 벗기면 쓰러뜨리지 않아도 1학년이 이기는 것으로요.”
그럼에도 교수들은 어떤 기대가 가슴 속에 자라나고 있음을 느꼈다.
엘런 학생이라면 뭔가 더 재밌는 걸 보여주지 않을까?
그건 교수로서의 기대도 있었지만 같은 마법사로서의 기대가 더욱 커다랬다.
특히 후자 쪽의 기대는 키아가 이미 넘치도록 표현 중이다.
“저게 제가 가르쳐준 윈터 골렘이거든요?! 저도 저거랑 싸워 봤는데 어찌나 빠르던지!”
키아의 호들갑과 함께 화면 속 둘은 서문 앞에서 서로를 마주 보았다.
무언가 일련의 대화가 오간 것 같기도 한데, 마력과 시체 냄새가 서로를 밀치는 전장에선 무의미했다.
후우우욱-!!
푸르른 광채.
순간 옵저버도 전부 가릴 만큼의 빛이 서문을 감싸 안았다.
하지만 그 광휘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순간 눈살을 찌푸릴 만큼 강했던 빛은 이내 사그라들었고, 그 화면 속으로 보이는 건…….
“이, 이게 어찌 된 일이죠……?”
재스퍼의 여우 가면을 들고 있는 엘런이었다.
***
“보스 웨이브가 뭔가 했더니 선배님이 나오시는 거였습니까?”
“그렇게 됐다. 나도 어쩔 수가 없었어.”
“위에서 하라고 하던가요?”
“정확히는 학생회가 하라고 했지. 원래 이건 지원자 형식이거든? 근데 나한테는 강요하더라. 물론 거래를 하긴 했지만.”
재스퍼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이걸 해주면 남은 봉사 일수를 줄여주겠데.”
“어느 정도나요.”
“20일 정도?”
엘런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만약 자신도 봉사 일수를 절반이나 깎아주겠다고 하면 당장 출장을 다녀올 것이다.
재스퍼는 말했다.
“각 성문에는 2학년이 한 명씩 도착해 있을 거야.”
“그 2학년을 쓰러뜨리는 게 저희 목표입니까?”
“그랬다면 너흰 전부 실격이었겠지. 목적은 그게 아니라 이 가면을 빼앗는 거다.”
“확실히 그렇겠군요.”
한 단계 차이라고 하지만 2학년은 2학년이다.
게다가 여기 서문에 재스퍼가 왔으니 다른 세 개의 성문에도 만만치 않은 실력자들이 도착했을 터.
엘런은 살짝 숨을 내쉬며 싸울 준비를 마쳤다.
그의 옆에 선 윈터 골렘은 장검의 끝을 재스퍼에게 겨눴다.
그는 웅장한 자태의 윈터 골렘을 훑어보더니 이내 감탄을 내뱉었다.
“이야, 윈터 골렘이잖아? 분명 2학년 수준 마법으로 알고 있는데 벌써 이런 걸 다뤄?”
“다루게 된 지는 얼마 안 됐습니다.”
“어쩌다 이런 선행 학습을 하게 된 거야?”
“……저도 궁금하군요.”
엘런은 잠시 옵저버와 그 너머에 있을 키아를 째릿하고 쳐다보았다.
“그럼 서로 시간도 없는데 슬슬 시작해볼까?”
“그러죠.”
재스퍼는 가면 너머로 입꼬리를 조금씩 올렸다.
동시에 그의 내면에 있는 마력도 지면을 덮어 나가고 공간을 장악해나갔다.
엘런은 침음을 삼켰다.
곧 3학년에 닿을 인물이라 그런가, 위압감이 장난 아니다.
본능이 경종을 울리며 저건 상대할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거칠게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엘런도 알고 있었다.
다만 물러설 수 없을 뿐이다.
이 뒤에 서문이 있고, 저게 부서지는 순간 기말고사 실격이라면 더더욱 그러했다.
둘 사이에 약간의 적막이 흐르고…….
──먼저 움직이는 건 재스퍼의 손이었다.
슈욱-!
허공에 경단처럼 동그랗고 조그마한 뭔가가 던져진다.
재스퍼가 던진 구체에선 곧이어 균열이 생긴 듯 금이 갈라지고 있었다.
그 너머로 튀어나온 약간의 빛이 눈동자를 쪼아댄다.
‘섬광탄……!’
화아아아아악-!!
눈을 아리게 할 만큼 강대한 빛이 엘런을 집어삼켰다.
설마 2학년씩이나 되는 인물이 마법도 아니고 이런 잡기부터 사용할 줄이야.
방심해버렸다.
엘런은 곧이어 날아올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눈을 감고 있으면서도, 사방에 빙벽을 펼치려 했다.
어디서 공격이 올지 모른다면 전방위를 막아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엘런의 손끝에 닿은 것이 있었다.
이게 뭐지?
-라는 생각을 품기 전에 빛 또한 자취를 감춰나갔다.
엘런은 조금씩 돌아오는 시야와 함께 갑자기 제 손에 들린 무언가를 빤히 바라보았다.
“방학 선물이야. 후배님.”
“……이건.”
엘런은 손에 든 여우 탈과 이제 맨얼굴을 드러낸 재스퍼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렇게 해도 되는 겁니까?”
“원래는 안 되지. 하지만 우린 선후배이기 전에 같은 와이번 킹 청소부 출신이잖아?”
“……고작 그런 이유 때문에요?”
“고작이라니. 나한테는 나름 커다란 이유라고.”
재스퍼는 가면도 빼앗겼겠다(?) 볼일도 사라졌으니 이만 몸을 돌렸다.
“게다가 이제 곧 방학인데, 그런 윈터 골렘과 싸우는 건 몸을 혹사시킨다고. 방학을 골골거리며 지내고 싶진 않거든.”
왠지 그는 장난삼아 말했지만, 엘런은 후자의 이유에 훨씬 더 많은 공감이 갔다.
그래서 저절로 이해해버렸다.
“그런 이유라면 저도 공감이 되네요.”
“그렇지? 후배님도 이제 본가에 갈 텐데 부모님에게 건강한 모습 보여줘야 하잖아.”
“……아니요. 아무래도 본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왜? 무슨 일 있어? 부모님하고 싸웠나?”
“비슷합니다.”
재스퍼는 제자리에서 낄낄거리며 웃었다.
“그쪽이나 이쪽이나 비슷하구만. 그래서 방학 계획은? 방학이 꽤 길어서 계획 없이 살면 딴 놈들에게 금방 뒤처져.”
“친구가 대륙 남쪽에 사는데 그곳으로 가서 지낼 것 같습니다.”
“대륙 남부라. 뜨거운 만큼 아주 열정적인 곳이지.”
재스퍼는 고개를 주억이며 이제 정말 가려는 것인지, 걸어왔던 숲으로 발을 내디뎠다.
엘런은 말했다.
“다음 학기에 또 뵙겠습니다.”
“그러자고.”
재스퍼는 손을 대충 흔들면서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렸다.
엘런의 눈이 손가락 끝을 향한다.
퍼어어엉-!!
꽈아아아아앙-!!
그곳에선 폭음과 함께 불길과 강풍이 사정없이 휘몰아치는 중이었다.
이곳은 재스퍼가 그냥 넘어갔지만 다른 곳까지 그럴 거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어서 가봐. 다른 애들 수준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나랑 같이 온 애들은 전부 2학년 초상위권이니까.”
“……그래야겠군요.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참고로 그놈들은 지금 너희를 무지하게 얕보고 있어. 그 점을 이용해봐.”
“참고하겠습니다.”
“이제 진짜 간다. 후배님.”
재스퍼는 풀숲 너머로 사라졌다.
엘런은 그가 건네주고 간 여우 탈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카르디아가 있을 남문으로 제일 먼저 달려갔다.
단숨에 성벽 위로 뛰어오른 그는 바닥을 짓밟고 달리며 질주를 거듭했다.
지금 한 걸음 더 빨리 움직이면 승리까지도 한 걸음 더 빨리 다가갈 수 있다.
엘런의 시야에 남문이 들어왔다.
여기서는 서문과 달리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선배님에겐 죄송하지만 그 탈은 꼭 제가 가져가야겠어요!!”
“그럼 어서 뺏어봐. 보아하니 너도 초상위권 같은데 왜 이리 힘을 못 쓰지?”
“으으으으!!”
카르디아는 열 받아 죽을 것 같아 하는 얼굴로 눈앞에 2학년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그럴 때마다 위압적인 풍압이 부채꼴 모양으로 퍼져 나갔지만, 2학년 선배는 여유롭게 모든 공격을 피해냈다.
심지어 뒷짐까지 지고 풋 스텝만으로 카르디아를 농락하고 있다.
연보라색 머리를 포니테일로 질끈 묶은 2학년은 고양이 가면을 쓰고, 고양이만큼이나 여유로운 몸짓을 보여주었다.
“으윽!!”
그 모습에 열이 두 배로 받은 카르디아는 입술을 짓씹듯 깨물곤 50개의 비수를 꺼냈다.
하지만 연이은 마력의 사용으로 지친 몸은 기껏해야 20개 정도를 제대로 다룰 수 있었다.
이 주변에는 이미 2학년이 아웃시킨 학생들이 태반이었다.
충격 보호 조끼가 터졌다는 건 기말고사에선 아웃을 뜻하기에, 학생들은 제발 성문은 뚫리지 않길 바라며 물러나 있었다.
결국 2학년과 공방을 나눌 수 있는 건 이 자리에서 카르디아가 유일했다.
하지만 이제 그것도 무의미해지려고 한다.
“나도 선배씩이나 돼서 후배님들을 무너뜨리고 싶진 않지만, 우릴 여기로 보낸 학생회를 원망해.”
“절대 저를 지나가실 순 없을 겁니다!!”
“과연 그럴까나.”
이름도 모르는 2학년 선배의 연보랏빛 머리카락이 허공에 넘실거리며 떠오른다.
“이제 슬슬 끝내줄게.”
2학년의 손에 삭월형의 바람이 위협적으로 맺힌다.
카르디아는 반드시 막겠다는 생각 하나로 성문 앞에 단단히 발을 붙였다.
설령 팔이 잘리더라도 방어를 풀지 않으리라.
카르디아의 부릅뜬 눈으로 그녀의 의지는 전신에 전해져 근육을 물기 하나 없이 조였다.
2학년의 선배는 그러거나 말거나 유유히 공격을 던졌다.
슈오오오오오오오-!!
장인이 한땀 한땀 갈아낸 것 같이 예리한 삭월이 성문에, 카르디아에게 날아든다.
변수 없이 정직하게 날아오는 공격에 카르디아는 눈을 질끈 감으며 손을 뻗었다.
“……어?”
하지만 손끝에선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되려 피부를 감싸는 냉기만이, 시리도록 차가울 뿐이었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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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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