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199)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199화(199/354)
#199화. 기말고사(10)
쑤우우우욱-!!
쑤우우욱-!!
지면에서 뻗어 나온 뿌리가 채찍처럼 상대를 후려치고, 또 옭아매려 한다.
그러나 상대는 뿌리 끝에 묻은 작은 흙덩이조차 닿게 두지 않겠다는 듯, 몸을 유려하게 움직였다.
그 모습은 꼭 우아한 안무를 보는 듯했고 달밤의 호수 위를 떠다니는 백조처럼 고고했다.
남색 머리를 짧게 틀어 올린 남자는 늑대 가면을 쓴 채, 자신의 앞에 선 두 명의 1학년을 바라보았다.
“꽤나 봐줄 만하구나.”
“선배님의 칭찬은 감사합니다만, 저 성문에는 손가락 하나도 건드릴 수 없으십니다.”
“젠장!! 2학년들은 뭐 전부 다 괴물들밖에 없는 거야?”
“우리의 앞에 있는 건 2학년 초상위권이다. 저 가면을 쓴 선배님을 기준으로 2학년을 생각하면 안 되느니라.”
늑대 가면은 아무 말이 없었지만 시에나의 말에 동의했다.
업계에서 정상에 있는 존재들을 보고 그 전체를 생각하면 안 되는 것처럼, 초상위권을 보고 평균이라 단정 짓는 건 멍청한 생각이었다.
“한 명은 목속성, 다른 한 명은 금속성. 둘 다 스피드와 장단점이 명확하지만, 좋은 팀워크로 단점을 모두 커버하는군.”
“갑자기 웬 칭찬이에요?”
“나한테 아웃당해도 너희들은 충분히 2학년으로 넘어갈 만한 인재들이란 뜻이다.”
“그럴 순 없습니다. 저희가 지금 아웃당하기엔…….”
시에나가 뒷말을 흐린다.
늑대 가면은 자신의 다부진 어깨를 우드득 풀며 툭 하고 말했다.
“자존심이 상하나?”
지나가듯 던진 말에 1학년의 거물들은 덥석 물어왔다.
“정확합니다.”
“맞아요! 자존심이 상한다고요!”
“……?”
나름 속내가 깊어 보이는 놈들인데 이런 단순한 이유가 원동력이었다니.
하지만 늑대 가면은 이해가 갔다.
따지고 보면 지금 자신도 저들과 같은 이유로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나의 사정도 이해해줄 수 있겠군. 나도 후배들에게 져 버리기엔 자존심이 상해.”
“누구의 자존심이 더 강하냐가 이번 승부의 관건입니다.”
“아직까진 내 자존심이 더 강해 보인다만. 그 간절함에 비해 너희들의 공격은 단순해. 날 이기려면 조금 더 변칙을 줘야 할 거야.”
“……변칙.”
카르디아는 그 단어를 입에서 나는 단내와 함께 곱씹다가, 변칙이란 개념을 누구보다 잘 활용하던 미친놈을 떠올렸다.
그 미친놈은 자신과 시에나에게 여기 동문을 맡겼다.
그리곤 자신도 2학년 선배와 무려 혼자서 외로운 싸움을 이어 나가고 있다.
당장 여기서 무릎 꿇는다면 그 미친놈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
당장 신용이 재산이라 할 수 있는 용병의 입장에선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사건이다.
“시에나.”
“응? 왜 그러느냐?”
“사실 이건 방학 때 보여주고 싶었는데 조금 더 일찍 꺼내야겠다.”
“갑자기 그게 무슨…….”
“간다.”
카르디아는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듯 그녀의 말을 끊어버리고, 한 발자국 앞으로 걸어갔다.
늑대 가면도 한 발자국 앞으로 발을 내디뎠다.
“그동안 많이 고민했어.”
나는 항상 최고의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 와서는 그럴 수 없었다.
항상 내 위에 한 명도 아닌 몇 명이 있었고, 처음에는 그런 상황이 재밌었지만 뚫지 못하는 벽이란 걸 몇 번이나 실감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말하셨지.”
뚫지 못하는 벽이란 건 없다.
벽을 박살 내지 못하는 약한 주먹만이 있을 뿐이다.
자신은 약한 주먹이다.
강하지 못하다.
그래서 나 자신에게 물었다.
“강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날마다 물어보았다.
수업 속에서 답을 찾고 책 속에서 답을 찾고 싶었지만, 자신은 시에나가 아니었다.
그럼 본능이나 재능에서 답을 찾으면 되었지만 자신은 엘런이 아니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으니까 또 다른 질문이 사용 흔적 많지 않은 뇌를 덮친다.
“그렇다면 나다운 것은 무엇일까.”
머리를 수없이 때렸던 질문들은 어느새 방금 입 밖으로 나온 질문 하나로 귀결되었다.
수십 개의 질문에 대답하려니까 지끈거렸던 머리는 한결 편해진 상태로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다녔다.
인생을 살면서 어느 한 가지의 문제에 이토록 오랫동안 고민해본 적이 있었던가.
카르디아는 단연코 없다며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원래 열풍 사막은 머리를 쓰기보단 주먹을 쓰면 훨씬 더 빨리 문제가 풀리니까.
하지만 이 문제는 원래의 방식으로는 풀 수 없었다.
“……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지.”
턱-
늑대 가면과 카르디아는 서로 거리를 좁히길 거듭하다가, 이내 다섯 걸음 이내로 줄어들었다.
서로의 마법이 닿기에도 충분하고 주먹이 닿기에도 적절하다.
서로가 서로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왔다.
──조금씩 피부가 떨려온다.
서부의 총잡이들이 홀스터에 리볼버를 집어넣고, 누가 먼저 뽑을지 모르는 전황 속에 식은땀을 흘리듯, 시에나의 이마에도 땀 한 방울이 흘렀다.
그러나 되려 카르디아는 긴장 한 방울 없는 깨끗한 얼굴이 되어서 늑대 가면을 바라보았다.
“저는 선배님을 이기지 못하겠죠.”
“잘 아는군.”
“하지만 제 목적은 가면이거든요? 이거 하나만 전력으로 노릴 거예요.”
“어디 한번 해봐라. 상대해주지. 내 앞에 이리 당당히 온 것도 칭찬할 만한 용기이니 선공은 양보하겠다.”
카르디아의 입꼬리가 비집어 올라갔다.
판은 완벽하게 짜였다.
그녀는 주말마다 덩컨의 직속 제자로서 그에게 가르침 받았던 시간을 떠올렸다.
-항상 너 자신을 관철시켜라. 타인의 말을 귀담아 듣되 너 자신을 바꾸진 말아라.
-본래 강하다는 건 자기 자신을 얼마나 믿냐에 따라 달라진다. 타인에게 믿음을 구걸하지 말고 너부터 자신을 믿어라.
-아무리 상대가 강하더라도 할 수 있는 게 있다. 그건 바로…….
“맞서 싸우는 것.”
쿵-!!
카르디아가 앞으로 발을 크게 내디뎠다.
순간 발이 닿은 지면에 금이 쩌저적 갈라진다.
누가 봐도 기함하고 가공할 만한 도약력이 허벅지에 잔뜩 욱여넣어졌다.
동시에 주먹을 뒤로 당겨 장전한 카르디아는 전신의 모든 힘을 끌어모아 주먹으로 집중시켰다.
정신의 이성과 육체의 본능이 한 곳으로 규합될 때.
진정한 나를 찾고 그 본연의 모습은 곧 힘으로 바뀐다.
[세부 특성 – 철쇄(鐵碎)] [아누비샨 비전 – 금화(金火)]세부 특성이 마법사로서의 나라면 아누비샨의 비전은 용병으로서의 나.
둘 중 하나밖에 고를 수 없다는 이유는 변명이다.
충분히 강하지 못하기에 나오는 대답이다.
강자는 지옥 끝까지라도 밀어붙여서 모든 걸 쟁취한다.
“흐아아아압!!”
쿠오오오오오오-!!
세부 특성, 철쇄가 굉음으로 포효한다.
철쇄의 힘은 한 마리의 야생마 같았고 좁은 곳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단순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부서지지 않는 주먹.
그 절대 파괴되지 않는 무기를 자신의 주인에게 선물한다.
그것이 세부 특성, 철쇄였다.
불패(不敗)의 주먹이 늑대 가면의 심장과 맞닿으려는 순간.
시간이 멈춘 것처럼 주먹 또한 허공에서 멈췄다.
쿠와아아아아아아-!!
힘의 반동이 터져나간다.
주먹 하나에 응축시켰던 모든 고민, 깨달음이 단숨에 해방됐다.
얼굴을 스치는 바람만큼이나 심장도 시원해졌다.
하지만 그 고민과 힘의 무거움을 견뎌야 했던 땅은 그러지 못했다.
거대한 충격에 휩쓸린 것처럼, 거대한 대화재에 희생당한 것처럼.
부서지고 새까맣게 타버린 숲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늑대 가면은 그 모든 참혹한 현상의 주인인 카르디아의 주먹을 조용히 내려다보았다.
그리곤 주먹 위에 자신의 가면을 스윽 올려주었다.
“인정하마.”
“헤헷, 감사합니다!”
“1학년이 세부 특성을 개화했으면 선배로서 도리를 지켜야겠지.”
“일부러 져주셨다는 것처럼 들리는데요?”
가면이 벗겨진 얼굴은 피식하고 미소 지었다.
얼굴을 가렸던 가면만큼이나 진한 이목구비는 꼬마 아이가 단숨에 울상을 지을 것같이 무서웠지만, 그 안에선 묘한 따뜻함이 있었다.
“알아서 생각해라.”
“다음에 또 봬요!”
“기회가 된다면.”
이름이라도 물어보고 싶었으나 지금은 그럴 시간조차 아껴야 했다.
늑대 가면이 사라지고, 시에나는 잠시간 묵혀두었던 질문을 카르디아에게 꺼냈다.
“세부 특성을 개화한 것이냐?”
“응! 엄청 불안정하지만 어떻게든 개화해냈지! 덩컨 교수님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어!”
“역시 대단하다. 내 친우라 할 만하군.”
“헹! 고럼! 당연하지!”
카르디아의 콧대와 어깨는 높아지다 못해 구름도 뚫을 뻔했지만, 지금은 시간이 남아도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제 남은 건 북문뿐인 것이냐.”
“사, 사실 그건 나도 잘 몰라. 내가 있던 남문은 엘런이 싸우고 있고 지금 상황이 어떤지는 전혀 모르겠거든.”
“……엘런이라면 어떻게든 할 것이다. 우린 북문으로 지원을 가자꾸나.”
“그래!”
시에나와 카르디아가 이제 북문으로 발을 옮기려는 그때.
[보스 웨이브가 종료되었습니다.] [이것으로 기말고사를 마치겠습니다.] [채점된 점수와 등수는 내일 생활 구역 게시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빌레드와 라제나는 무척이나 마른 남자와 대치 중이었다.
얼마나 말랐는지 허수아비에게 교복을 입혀놓은 줄 알았지만, 도마뱀 가면을 쓴 저자는 사람이었다.
동시에 이빨이 떨릴 정도로 강한 2학년이었다.
“엘런과 같은 빙속성……. 하지만 뭔가 결이 다릅니다.”
“세부 특성 때문이겠지. 1학년을 상대로도 스스럼없이 사용하네.”
엘런의 빙속성이 점점 단계를 거듭하며 무한히 차가워지는 것 같다면, 저 도마뱀 가면은 계속 옅은 추위를 사용해 상대의 체력을 빼앗는다.
즉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고 있다가 어느새 축축해진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방도가 없겠습니까.”
“…….”
“제 화속성은 여기서 온전히 힘을 내기 어렵습니다.”
빌레드는 잠시간 조용히 있다가 도마뱀 가면을 향해 입을 열었다.
“후배들을 상대로 세부 특성까지 쓰는 건 너무하지 않습니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도마뱀 가면은 조용히 둘의 앞에 서서 손바닥에 마력을 집중했다.
쩌저저적-
순식간에 얼음으로 조형시킨 한 손 낫이 손에 잡힌다.
초승달 모양의 낫은 그 칼날이 시리도록 매섭게 살아 있었다.
순간 눈을 의심할 만큼 재빠른 조형 속도다.
“봐주지 않을 생각입니다.”
“내 눈에도 그렇게 보이네.”
“……이렇게 된 거 금지 마법을 써서라도 상대해야겠습니다.”
“금지 마법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관둬. 네 점수가 까이는 건 상관없는데 이런 상황에선 내 점수까지 위협받아.”
“이런 상황에서도 점수가 중요합니까? 당장 성문이 날아가면 저희 모두 실격입니다.”
빌레드는 이빨을 깨물며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점수를 따져야 1등을 하는 거야. 싫으면 다른 성문으로 가도 돼.”
“……저도 마음 같으면 그럴 겁니다.”
둘은 물과 기름처럼 상극으로 맞물리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어차피 제대로 된 공격을 날릴 만한 마력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도마뱀 가면도 그걸 알고 있는 건지, 가만히 서서 생각할 틈도 빼앗았다.
샤샤샤샤샤샤샥-!!
얼음 낫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삭월형의 냉기 수십 개가 비처럼 쏟아진다.
비는 그냥 비도 아닌 소나기였고, 저 냉기에 한 번 닿는 순간 몸이 점점 느려지다가 결국 모든 공격을 허용할 것이다.
“천천히 저희의 체력을 빼앗고 있습니다……!”
“나도 알고 있어. 절대 무리하지도 않고 모험을 하지도 않는 상대다.”
이 말인즉슨 아주 까다로운 상대란 뜻이다.
빌레드와 라제나는 몸을 이쪽저쪽으로 날리며 냉기를 피해냈다.
하지만 사방에 짙게 깔린 추위는 늦으나 빠르나 둘의 몸을 무겁게 만들었다.
이 상태로라면 언젠가는 저 낫에 베일 테고, 그럼 게임 아웃이다.
“역시 금지 마법을……!”
“쓰지 않아도 돼.”
슈오오오오오-!!
쿠쿠우웅-!!
허공에서 날아온 창이 도마뱀 가면과 둘의 사이를 찢어놓는다.
서슬푸른 낫을 사정없이 휘둘렀던 도마뱀 가면은 창이 날아온 방향으로 고개를 틀었다.
코앞에 장창은 얼음으로 만들어졌고 순도 또한 높았으며, 같은 빙속성 전공자로서 감탄이 나올 만한 수준이었다.
이런 빙속성 사용자는 자신이 알기로 1학년에 딱 한 명이었다.
“엘런 이안느…….”
도마뱀 가면의 입이 처음으로 열렸다.
그 목소리는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은 사람처럼 쩍쩍 갈라졌지만 적의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굉장히 흥미로운 무언가를 발견한 모험가처럼, 도마뱀 가면은 저편에서 뚜벅뚜벅 걸어오는 엘런을 바라보았다.
“죄송하지만 이쯤에서 물러나 주셔야겠습니다.”
엘런은 손에 장창 하나를 더 뽑아내었다.
아직 오리하르콘의 힘은 레드의 통제하에 사용할 수 있었다.
이기려면 이길 수 있지만 빌레드와 라제나가 옆에 있는 이상 남발할 순 없었다.
최대한 본신의 힘으로 싸워야 하는데 그러기엔 눈앞에 2학년도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그렇다고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여기 셋이라면 2학년이라도 어떻게든 이길 수 있…….
스윽-
휘이익-
도마뱀 가면이 남자의 손에서 떨어졌다.
가벼운 손짓에서 나온 가벼운 행동이었고, 엘런은 그것을 가볍게 받아들었다.
하지만 표정에는 의문이 남아 있었다.
“……이렇게 그냥 주시는 겁니까?”
“너와. 우호적 관계. 유지하고 싶어. 장학생을. 적으로 돌리는 건. 거시적으로 볼 때. 멍청한 일.”
사람의 말에 익숙하지 않은 것처럼 마른 남자의 목소리는 뚝뚝 끊겼다.
겉으로 보이는 체형만큼이나 야윈 뺨, 다크서클이 짙은 눈매는 꼭 병원에 가보라 말하고 싶다.
“올라와. 2학년으로. 그럼 알게 될 거야. 자연스레. 내 이름을.”
“알겠습니다. 감사 인사는 그때 제대로 하도록 하죠.”
“원하는 대로.”
마른 남자는 그렇게 사라졌다.
동시에 하늘에선 그렇게 기다리고 원해 마지않던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보스 웨이브가 종료되었습니다.] [이것으로 기말고사를 마치겠습니다.] [채점된 점수와 등수는 내일 생활 구역 게시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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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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