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203)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203화(203/354)
#203화. 열풍 사막(3)
사막의 밤이 다시 한번 찾아왔다.
어젯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오늘만큼은 이 지상의 불빛들이 하늘의 별보다 밝아졌다는 점이다.
하늘에 총총하게 뜬 은하수만큼, 아누비스에선 모닥불을 한 자리에 몰아넣고 그 위에 고기를 구웠다.
무슨 고기인지는 모르겠지만 강한 향신료의 냄새가 코를 콕콕 찌르면서 들어온다.
“다 구워졌습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오냐.”
카르디아는 부하들이 구운 고기들을 그릇에 담아 셋에게 가져갔다.
“먹자!”
“오오, 맛있는 냄새가 납니다.”
“남부식 돼지 숯불구이야! 맵고 짜고 달고 이 삼신기가 한자리에 모여 있지!”
“맛없을 수가 없겠구나.”
“그럼그럼! 으하하하핫!”
카르디아는 셋과 엉덩이를 붙어 앉으며 고기를 와구와구 입에 넣었다.
그릇까지 씹어먹을 기세로 고기를 탐해도, 돼지구이는 금세 늘어나 그릇 안으로 채워졌다.
오늘은 돼지를 통째로 잡아 올린 것인지 고기가 동날 기세가 보이지 않았다.
“엘런은 어때? 입에 맞아?”
“남부 음식은 거의 처음이라 살짝 긴장했는데, 자극적인 게 딱 내 입맛인데?”
“그치그치? 후우, 다행이네! 여기 더 먹어!”
카르디아는 제 그릇에 있는 고기를 엘런의 그릇에 덜어주었다.
그 모습에 곳곳에서 입을 틀어막고 경악에 찬 신음성이 터져 나온다.
“해, 행동대장님이 자기 그릇에 있는 걸 나눠줬어……!”
“내, 내가 맞게 보고 있는 건가……? 아니면 독에 중독되어 환각을 보고 있는 거야?”
“오늘 돼지고기 요리한 놈 찾아봐. 단체로 환각에 걸린 것이 아닌 이상, 이런 걸 볼 수는 없다고……!”
“평소 고기라면 동물을 막론하고 남의 그릇에 있던 걸 뺏어가시던 분이……! 타인에게 고기를 나눠주시다니…….”
오늘 사막의 태양은 분명 서쪽에서 떠올랐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 이상 저 카르디아 행동대장이 타인에게 고기를 나눌 리 없었다.
고기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위장에 집어넣는 게 더 많은 사람인데, 그런 사람이 고기를 나눠줬다.
그것도 곱상하게 생긴 외간 남자에게.
딸의 모습을 멀찍이서 지켜보던 칸 아누비샨은 이로써 확신했다.
“정말이군. 내 딸이 정말로 저 기생오라비를 좋아하고 있어.”
처음에는 또래에 맞지 않게 강하다며 칭찬하던 사람 좋은 아저씨는 어디 가고, 금지옥엽으로 키운 딸을 둔 아버지가 서 있었다.
“강하긴 하다만 내 딸을 가져갈 정도는 아니야. 내 성에는 차지 않아.”
그래도 혹시 모르지.
강자는 본래 겉으로 내보이는 것보다 안쪽에 숨기고 있는 것이 훨씬 많으니까.
딸을 내어줘야 할지도 모르는 순간이 이렇게 빨리 다가올 줄은 몰랐다.
역시 자식들은 어느새 성큼 커버린다는 말이 틀린 게 아니었다.
하지만 아직은 모른다.
저 도둑놈이 내 딸을 가져갈 자격이 있을지, 아니면 단순히 얼굴로 딸을 꾀어낸 죽일 놈일지.
그건 내일부터 가려봐야 할 사실이다.
“두고 보도록 하지.”
칸 아누비샨은 철퇴처럼 둔중한 육성을 흘리며 이만 집무실로 들어갔다.
“……뭐지.”
조금 전까지 뒤통수를 자극하던 따끔한 눈초리.
신경은 쓰였지만 당장은 이 고기가 더 맛있다.
“엘런! 여기 이것도 먹어봐!”
“이제 그만 먹여라. 내 배를 터뜨려서 죽일 셈이야?”
“카르디아여. 그럼 나한테 주거라.”
“흐음, 근데 아까부터 고기를 묘하게 엘런에게만 주는 것 같군요.”
그 말에 세상 기민하게 반응한 카르디아가 저 앞에 숯불보다 뜨겁게 타올랐다.
“그, 그게 무슨 소리야악! 나는 평등하게! 똑같이! 그렇게 주고 있었어!”
“알겠습니다. 너무 화내진 마십시오.”
목소리가 크면 이긴다는 남부식 화법으로 위기를 넘긴 카르디아는, 엘런에게 주려던 고기를 시에나에게 넘겼다.
시에나는 젓가락으로 그 고기를 입에 넣으며 고개를 천천히 주억였다.
쫄깃하지만 질기지 않고 간단히 소금간만 한 것 같은데 감칠맛이 살살 올라온다.
“카르디아여. 이건 근데 무슨 고기인 것이냐? 아까 돼지고기와는 맛이 다르던데.”
“아, 그거? 뱀 고기!”
“…….”
엘런은 시에나의 얼굴이 실시간으로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지는 걸 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안 먹길 잘했다.
***
사막의 뜨거운 태양이 창문 너머로 비쳐온다.
엘런은 아누비스 내에서 행동대장의 거처로 정해진 집 안에 묵게 되었다.
즉, 이곳은 카르디아의 집이었다.
역시 힘의 논리가 모든 걸 결정하는 집단답게, 행동대장의 거처는 확실히 커다랬다.
셋에게 모두 개인 방을 넘겨줄 수 있을 만큼 넓었고, 쓰지 않는 방도 여러 개였다.
엘런은 그 방 중 하나에 배정받아 그 침대 위에서 눈을 뜨게 되었다.
쿵쿵-!
“엘런! 일어나! 우리 아침 먹자!”
방 밖에선 카르디아의 목소리가 알람음처럼 귀에 들어왔다.
어차피 생체 시계는 벌써 학교에 다니던 때로 맞춰져 9시 이후면 눈이 뜨여버린다.
“이제 낮잠은 자지 못하는 몸이 된 건가.”
적어도 눈을 한 번 뜨면 몸을 한 번 움직여줘야 다시 잘 수 있게 되었다.
“……왜 아버지가 나를 기어코 아카데미에 보내려 했는지 알겠네.”
엘런은 방 안에 샤워실로 들어가 적당히 몸을 씻었다.
설마 이런 개인 샤워실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이동식 거처‘라는 것치고는 아주 대단한 설비였다.
수건으로 머리를 털고 밖에 나오자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셋이 눈에 띄었다.
“엘런 왔어?”
“……너는 그거 잠옷이야?”
“응! 시원해서 아주 좋아! 생활 구역은 쌀쌀해서 못 입고 있던 거였는데 여기선 이만한 게 없거든!”
카르디아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제 잠옷을 자랑하듯 골반에 손을 얹었다.
그러다 일종의 모델 포즈를 취한다.
그녀는 팔과 다리를 부분을 반투명한 실크로 제작한 잠옷을 엘런에게 선보였다.
그 너머로는 태닝한 듯한 피부가 보이고, 틈새마다 갈라진 근육이 드러났다.
“많이 남는데 하나 줄까?”
“됐네요.”
엘런은 단숨에 고개를 저으며 소파에 앉으려 했다.
그러나 그것도 카르디아에 의해 막혀버린다.
“옥상으로 올라가자! 이제 곧 진지가 이동해!”
“……그런데 옥상으로 가?”
“저희도 의문이었습니다. 건물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도 아니고, 뽑을 수 있는 건물도 아닌데 어찌 이동한다는 건지.”
“카르디아가 이래 봬도 생각이 깊은 인물이다. 헛소리할 사람이 아니야.”
“그래! 시에나 말대로 내가 너희들에게 이상한 장난이나 치려고 옥상에 가겠냐?”
너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라는 뒷말을 아침밥 대신 꾸역꾸역 삼켜낸 엘런은 그녀를 따라 계단을 올라갔다.
건물 옥상에 도달하니, 그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아누비스를 그대로 비추고 있었다.
손목시계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던 카르디아는, 초침이 원하는 시간에 부딪힌 그 순간.
“지금!”
쿠구구구구구구구궁-
대지가 진동한다.
마치 울음소리를 터뜨리듯, 지면이 흔들리고 몸이 다 떨려오기 시작했다.
“지진?”
그 본능적인 의문에 카르디아는 검지 손가락을 휙휙 좌우로 움직였다.
“그런 게 아니야! 열풍의 뱀이 움직이려는 거지!”
“……!”
“열풍의 뱀……? 그게 무엇입니까?”
“……나는 들어본 적 있느니라.”
라제나를 제외하고 엘런과 시에나의 눈은 크게 뜨였다.
라제나는 정말 모르는 눈치였고, 엘런은 안다는 티를 낼 수 없었다.
열풍의 뱀은 적어도 서민이 알 수 있는 지식의 범위안에 없는 생물이었다.
그것은 신수(神獸)로서 그 자체로 어느 유목 민족들에겐 신이 되는 존재였고, 사막에 실존하는 절대적인 포식자였다.
이걸 직접 눈으로 본 세계의 사람들은 이것을 다양한 이름으로 부른다.
“요르문간드, 세계를 집어삼키는 뱀, 우로보로스. 지칭하는 이름은 무척 많지만, 열풍 사막 사람들은 이것을 열풍의 뱀이라고 부르니라.”
“그 열풍의 뱀이 지금 어딨다는 것입니까?”
“어디겠어.”
“예……?”
엘런의 손가락이 지면을 쿡쿡 가리켰다.
“당장 우리 발밑이지.”
슈화아아아아아아아-
모래가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넷의 시야가 하늘로 수직상승했다.
열풍의 뱀이 고개를 들어 올리고 있다.
어느새 사막의 땅은 고개를 쭈욱 빼야 볼 수 있을 만큼 올라왔고, 아누비스는 어딘가의 위에 단단히 얹혀 있었다.
그 위는 빈틈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비늘 위
눈 한 번 뜨기 힘들 만큼 고속 이동하는 뱀의 머리 위였다.
“이동식 진지가 이렇게 이동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동감이야.”
“하지만 나는 다른 부분에서 놀랐느니라. 열풍의 뱀 같은 신수가 자신의 머리 위에 거처를 짓게 해주다니. 어떻게 한 것이냐?”
“이것도 굉장히 고대에 일어났던 일이지! 한 600년 전? 그쯤으로 알고 있어! 그 600년 전에 우리 아누비샨의 선조님이 이 열풍의 뱀과 어떤 계약을 맺었나 봐! 선조님이 뱀의 부탁을 들어준 뒤부터는 뱀의 머리 위가 곧 아누비샨의 진지가 되었어!”
“대체 무슨 부탁이었길래 신수가 자신의 머리를 내줬으려나.”
“글쎄? 그건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아서 잘 모르겠네!”
카아아-! 카아-!
하늘에서 거대한 독수리가 날아온다.
사막의 모래 색깔과 닮은 독수리는 발목에 쪽지를 매달고 왔다.
어쩐지 익숙한 전달 방식에 넷은 팔뚝에 작은 소름이 올라오는 걸 느꼈다.
하지만 이곳은 학교와도 아주 멀리 떨어진 자리.
카르디아는 헛기침하며 쪽지를 읽어보았다.
“엇! 아버지가 집무실로 오래! 신기한 걸 보여주겠다는데?”
“이미 충분히 신기한데.”
“그래도 가보자! 사막에서는 신기한 일이 잘 없어! 이래 봬도 엄청 심심한 동네거든.”
“엘런이여. 어서 가보자꾸나.”
아침부터 몸을 움직이는 건 취향이 아니었지만, 엘런은 그들을 따라 건물에서 내려갔다.
밖으로 나오니 거센 모래바람이 아누비스의 거리 위로 불어닥치는 중이다.
아직 뱀은 이동을 멈추지 않았으니 그 역풍은 감내해야 하는 문제였다.
“쉴드로 몸을 막으면서 가자!”
“그래야겠네.”
그래도 여기 있는 네 명은 모두 수준급의 마법사.
전신 보호 정도야 눈 감고도 할 수 있었다.
모래바람을 뚫고 흙먼지를 좌우로 가르며 도착한 칸의 집무실은, 그 바람 속에서도 둔중하게 자리를 지켰다.
“왔구나, 내 딸!”
“응! 아빠!”
“뒤에 친구들도 잘 왔다. 너희들을 여기까지 부른 이유는 이왕 딸 친구들이 험한 열풍 사막까지 왔는데, 뭔가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어서다.”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이라면…….”
“카르디아는 몇 번 해본 것인데 용돈벌이로도 쓸만하단다.”
“아, 아빠. 근데 그걸 얘네들이 하기엔 조금 힘들지 않을까? 돈 벌기는 좋아도 비위가 세야 하잖아.”
“그래도 이런 경험은 여기서 밖에 못 해본단다.”
“무슨 일이길래?”
카르디아는 칸의 눈치를 살짝 보며 셋에게 곁눈질했다.
“아빠는 지금 열풍의 뱀 입안으로 들어와 버린 괴물들을 처리하라고 하시는 거야.”
“용돈벌이는 무슨 뜻입니까?”
“남부에서는 괴물들의 시체를 팔 수 있는 공간이 있어. 거기서는 값을 높게 쳐주니까 용돈벌이라고 하신 거야.”
쿠우우우우우우웅-
열풍의 뱀이 전진을 멈췄다.
이제 이동을 마치고 다시 잠들려는 것이다.
그러나 원래라면 곧바로 다시 모래 속에 들어갔을 열풍의 뱀은 가만히 정지해 있었다.
“봐라. 뱀도 청소를 원하고 있다. 입안에 괴물들을 오래 두면 상처를 내고 썩어버리니까 주기적으로 청소한단 걸 알고 있지 않니.”
“아, 알고는 있는데 그걸 친구들에게까지 시킬 필요는 없잖아. 아무리 포장해도 그건 그냥 중노동인걸. 그냥 나만 갔다 올게.”
“카르디아여. 어찌 너만 보낼 수 있겠느냐. 나도 가겠느니라. 신수의 입안에서 싸우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테니.”
“저도 가겠습니다.”
“엘런은……? 엘런도 갈 거야?”
모두의 시선이 이쪽으로 꽂혀 들었다.
당연히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대답은 그 전부가 부정적인 것이었지만…….
저 앞에서 이쪽을 보는 시선이 너무 따갑다.
‘안 가겠다고 하면 카르디아의 아버지와 둘이 남아야 할 것 같은 분위기로군.’
그것보단 차라리 열풍의 뱀 입안에서 싸우는 것이 백배 천배 안전하다.
“어쩔 수 없네. 가자.”
“저, 정말로? 그, 그렇다면 얼른 갔다 오자!”
“어떻게 내려가면 됩니까?”
“나만 따라와!”
셋은 카르디아를 따라 집무실 바깥으로 나갔다.
칸은 그 뒷모습을, 정확히는 엘런의 뒷모습을 눈여겨보았다.
이제 알 수 있을 것이다.
저놈이 정말 난 놈인지, 아니면 허우대만 멀쩡한 도둑놈인지.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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