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205)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205화(205/354)
#205화. 카둔(1)
푸화아악-!!
여덟 개의 눈이 들쭉날쭉 나 있던 거미의 뚱뚱한 배가 터졌다.
그 안으로 박혀 들어간 수십 개의 얼음 총알.
눅진한 장액도, 핏물도 전부 얼어붙어 파르페로 사르르 쏟아져 내렸다.
이게 마지막 내장, 아니 마지막 괴물이다.
몇 시간 동안 얼마나 쏴댔는지, 절대 뜨거워질 리 없는 총구가 지금 보니 살짝 붉어진 느낌이다.
“윈터 골렘을 장시간 소환하고 나까지 싸우려니까, 이건 꽤 힘드네.”
충분한 명분이 없다면 절대 선택하고 싶지 않은 콤보이자 피곤함이다.
그러나 지금만큼은 그 충분한 명분이 존재했다.
“뱀의 침 냄새는 많이 맡았어. 이제는 설탕 냄새를 맡고 싶다.”
엘런은 탄식 같은 혼잣말을 흘리며 그림 리퍼를 집어넣었다.
거기에다 혼자 시야를 꽉 채웠던 윈터 골렘도 소환 해제되니, 그가 혼자 어지럽혀둔 전장이 눈에 들어왔다.
살짝 녹여둬야 되나 싶을 정도로 자박하게 뭉친 얼음덩이들이 곳곳에 굴러다닌다.
입천장이고 옆면이고 그 부위를 막론하고, 엘런의 공격이 스쳐 갔던 곳은 전부 얼어붙었다.
“명색이 신수인데 이런 얼음들쯤이야 금방 녹일 수 있겠지. 그럴 거라 믿는다.”
괜히 용병들 물건에 잘못 흠집 내서 잡혀가고 싶진 않다.
엘런은 뱀의 까끌까끌한 혀를 탁탁 두드리며 등을 돌렸다.
“…….”
……혀와 닿았던 손에서 약간의 이질감이 들었다.
지금 손으로 만진 부분만 다른 혀와 달리 유난스럽게 반들반들하다.
물론 그 부분은 혀에 비하면 실선에 불과했지만, 그렇기에 더 이상했다.
“뭐야, 이거.”
엘런은 혀 위로 올라탔다.
그러니 부드러운 촉감을 가졌던 혀의 일부분이 그대로 드러났다.
“엘런! 거기서 뭐 해!”
“다 잡았으면 어서 나가자꾸나.”
“거기 뭐라도 있는 겁니까?”
“…….”
엘런은 대답하지 못했다.
입은 열었으나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혀의 반지르르한 부분이 무엇이고 왜 생겼는지 알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뭐 해? 금덩이라도 발견했냐?”
그가 하도 혀 위에서 멍하니 있자 카르디아가 배를 긁적이며 다가왔다.
곧이어 그녀의 눈에도 엘런이 보고 있는 혀의 일부분이 들어왔다.
“아, 이거? 이거 흉터야! 열풍의 뱀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전투의 흔적이랄까?”
“……어쩌다 생긴 거래?”
“나도 몰라? 아마 아무도 모를걸? 다만 놀랄 뿐이지. 이렇게 거대한 뱀과 싸운 것도 모자라 혀에 상처까지 낸 괴물이 있다니.”
“그것도 흉터까지 남겼네.”
“내 말이! 대체 어떤 공격이었을까?”
엘런은 속으로나마 그녀의 질문 아닌 질문에 대답했다.
‘이건 빙살로 만들어진 흉이야.’
크레센티아이기에, 그것도 빙살을 다룰 줄 아는 크레센티아이기에 알아본 흔적.
뱀의 몸에 직접적인 상처를 남기고 흉까지 지게 만들었다면, 어지간한 살상력 가지고는 어림도 없었다.
어떤 미친 크레센티아 한 명이 열풍의 뱀과 싸웠고, 몸에 상처까지 냈다.
아누비샨은 이를 모르는 눈치인 걸 보니, 아마 이들이 뱀의 머리 위에 진지를 짓기 전에 생긴 일인 듯하다.
‘근데 카르디아는 뱀과 계약을 한 것이 600년 전이라고 했어. 하지만 크레센티아의 역사도 600년. 빙살은 크레센티아의 기술이고 600년 전 크레센티아는…….’
그 존재가 유일하다.
‘선조님이 범인이었군.’
과거 선조님도 참 만만치 않은 문제아였나 보다.
하다 하다 신으로 추앙받는 괴물과 싸우려 들었다니.
엘런은 이 사건을 조용히 묻기로 하며 등을 돌렸다.
설마 이런 곳에서 선조님의 흔적을 발견할 줄이야.
다시 열풍의 뱀 입 근처에 모인 넷은 나갈 준비를 했다.
“올라가는 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올라갈 필요 없어! 우리가 떨어지고, 뱀도 다시 땅에 들어갈 거니까 지면에 내려온 아누비스로 걸어 들어가기만 하면 돼!”
“그럼 다시 뛰어내려야 한다는 소리구나.”
“얼른 가자.”
엘런은 말없이 허공에 몸을 맡겼다.
잠시뿐이지만 몸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뼛속에 쌓이는 것 같았던 피로도 다 가져가 주는 듯하다.
처음과 똑같이 이번에는 바닥에 안착한 넷은 뱀과 살짝 떨어졌다.
저 거대한 몸이 다시 모래 언덕 아래로 들어가려면, 모르긴 몰라도 사방에 모래알들이 적잖이 튀어 오를 것이다.
쿠와아아아아아아-
예상대로 눈을 따갑게 하는 모래바람이 사방에 불어닥친다.
물론 쉴드로 앞을 보호한 넷에게 피해는 없었지만, 엘런은 그 뚜렷해진 시야로 볼 수 있었다.
뿌연 모래바람 너머에서,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주홍색 눈동자를.
“……뱀이 왜 나를 보는 거지.”
“엘런 너 혼자뿐만 아니라 우리 넷을 본 거 아니겠느냐.”
“흐음, 이상하네. 보통 뱀은 인간에게 눈길 같은 건 주지도 않는데.”
“…….”
엘런은 카르디아의 그 한마디에, 뱀이 자신을 내려다봤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과거 인간들과 현재의 몇몇 소수 민족이 열풍의 뱀을 신으로 추앙하는 건, 단순히 뱀의 크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구태여 인간의 성대와 인간의 언어로 소통하지 않아도, 뱀이 그 커다란 주홍색 눈동자로 내면을 꿰뚫어 보기 때문이다.
세로로 갈라진 흑색 동공은 이쪽이 무엇을 숨기고 있든 그 전부를 밖으로 까발렸다.
사람들 앞에 알몸으로 나선 듯한 기분은 어쩐지 과거에 느껴보았던 것이다.
‘알렉산드라 총장님과 비슷한 기분이 뱀에게서 드네.’
드래곤이고 뱀이고 어쨌든 비늘 달린 파충류라는 건가.
알렉산드라 총장님처럼 뱀도 이쪽이 크레센티아라는 걸 단박에 알아챈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조금 전 째려보는 듯했던 눈은 혀에 대한 과거를 기억한 것이다.
“나는 사막과 잘 안 맞나 보다.”
“응? 갑자기?”
“갑자기 그런 기분이 드네.”
여기 자칭 사막의 딸이란 놈과도 안 맞고, 사막의 신수하고도 안 맞고, 날씨고 자시고 하나도 익숙한 것이 없었다.
“이제 뱀 청소도 끝났으니까 자유시간이야! 아까 내가 말했던 도시 있지! 거기로 놀러 가자!”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구나. 청소로 몸이 다 뻐근해질 지경이었느니라.”
“동감입니다.”
갑자기 마음에도 들고 몸도 익숙한 것의 등장.
엘런은 잠시 뱀의 눈동자에 눌려 뒤로 미루고 있던 목적을 떠올렸다.
“가자.”
“잠깐 여기 있어! 내가 애지중지하는 애마가 있거든? 고놈으로 움직이자!”
“그 한 마리에 여기 네 명이 다 탈 수 있습니까?”
“라제나여. 이쯤이면 우리가 눈치채줘야 할 것 같구나.”
“애마라고 해서 진짜 말을 데려오겠어?”
엘런의 마지막 말이 정말 맞는지, 카르디아는 ‘흐흐흣‘하고 불안한 웃음을 흘리며 아누비스로 호다닥 달려갔다.
***
“캬하하하핫!! 달려라! 달려!”
카르디아를 제외한 셋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그녀의 애마는 확실히 빠르기야 빨랐지만 승차감이 썩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속 좌우로 흔들리는 몸은 배를 더부룩하게 만들었고, 멀미가 없던 사람도 아침에 먹었던 걸 끌어올리게 하였다.
“애마라길래 뭔가 했더니 뱀이었어?”
“응!”
“이 뱀의 이름은 무엇이냐?”
“꿈틀이!”
“……잘 지었군요.”
“그렇지? 다들 그렇다고 하더라!”
아니라고 하면 맞아 죽었을 테니까.
카르디아를 제외한 셋은 그 이유를 모두 짐작할 수 있었다.
카르디아의 애마, 꿈틀이는 저기 열풍의 뱀만큼은 아니었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50M에 달하는 길이를 뽐냈다.
비늘은 갑옷처럼 딱딱하고, 길게 튀어나온 두 개의 송곳니에선 독이 물방울로 매달려 있었다.
얼굴은 딱 봐도 나 독사요라고 나타내듯 각진 삼각형으로 매우 위협적이었다.
“원래 사막 사람들은 이런 걸 애완용으로 기르냐?”
“아니! 우리 아누비샨이 특별한 거야! 꿈틀이는 내가 새끼 때부터 키우던 애인데, 완전히 친해지기 전까진 막 물거든!”
“독에 면역이 아니면 길들일 수 없는 것이구나.”
“맞어!”
“그럼 이 뱀이 독황사인 것입니까?”
라제나의 질문에 카르디아는 고개를 확확 저었다.
“그건 아니야! 독황사의 먼 사촌이라고 할까나? 애초에 독황사는 여기 열풍 사막에서도 매우 특정한 장소에서만 발견돼!”
“다행이군요. 별로 만나고 싶은 동물은 아닙니다.”
잘못했다가 그 독니에 스치기라도 하면, 이번 생은 물론 다음 생까지 독살당할 만한 치사량을 몸속에 풀어놓을 거다.
그런 경험은 누구라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넷은 꿈틀이를 타고 한 시간이 안 돼서 도시의 실루엣을 볼 수 있었다.
“근데 이런 뱀을 도시에서 들여보내 줍니까?”
“괜찮아. 밖에 주차하면 되니까!”
꿈틀이는 놀랍게도 자동 주차 기능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마탑도 아직 손에 잡지 못한 기술이 지금 모랫바닥 위에서 펼쳐지고 있다.
꿈틀이는 넷이 몸에서 내리자 똬리를 틀며 부피를 줄이고, 그 위에 모래를 덮었다.
마치 열풍의 뱀과 같은 은신 방법이다.
“이제 우린 놀러 가면 돼!”
뭔가 속 편한 놈 따라오니까 이쪽까지 덤으로 단순해지는 느낌이었다.
아니면 아직 방학의 초반이라 그런가?
수업을 듣지 않고 과제를 받지 않으니까 시간이 남아돌았다.
물론 넷에겐 아직 한 장도 손대지 않은 방학 숙제가 있긴 했지만 그건 잠시 잊기로 했다.
물론 잊는 게 불가능한 엘런은 기억 위에 다른 기억들을 엎어 가려두었다.
“여기가 남부의 자유 도시, ‘카둔’이야! 입구에서부터 자유의 냄새가 나지 않니?”
“흐음, 나는 개인적으로 그런 냄새를 선호하지 않는 편이니라. 인간의 자유는 법 위에서 보장되어야 안전한 것이니.”
“나도 어느 정도 동감! 그래서 여기도 아예 법이 없지는 않아! 투표로 뽑히는 의장이라는 존재가 여기의 몇 안 되는 규칙을 조율하거든!”
“몇 안 되는 규칙? 그건 또 뭔데.”
카르디아는 뒷머리를 긁적이다가 이내 어깨를 으쓱였다.
“그냥 밖에서 안 되는 짓은 여기서도 안되는 거야! 괜히 누구 패지 말고 괜히 누구 죽이지 말고! 알겠지?”
“……정말 몇 안 되는 규칙이네요.”
엘런은 라제나의 말에 고개를 주억이며 자유 도시 카둔을 둘러보았다.
자유 도시는 기본적으로 상업이 굉장히 발달하기에, 대륙 다양한 곳에서 밀려 들어온 상인들이 마차에서 짐을 펼쳐두었다.
시에나는 그런 상품들을 바라보다가, 눈을 찌푸리게 하는 것도 발견하였다.
“자유 도시라 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저런 구시대의 흉물이 있구나.”
구시대의 흉물.
시에나가 그렇게 뇌까린 곳에는, 연초를 뻑뻑 피우며 마차 앞에 건들거리며 서 있는 상인이 하나 있었다.
그가 다른 상인과 달리 시에나의 신경을 건드린 것은 상인이 늘여놓은 상품에 있었다.
절그럭- 절그럭-
상품들이 움직일 때마다 손과 목에서 쇠사슬도 같이 움직인다.
상품의 얼굴들에는 하나 같이 탄광에서 굴리고 온 듯 탄 자국이 묻어 있었다.
남자, 여자 다양하게 진열된 마차와 몇 걸음 떨어진 곳에 넷의 발걸음이 멈췄다.
“노예 상인이군요. 이런 자유 도시가 아닌 이상 보기 힘든 자들입니다.”
“……미, 미안. 이런 것까지 보여줄 생각은 없었는데.”
“괜찮다. 카르디아 네가 의도한 것도 아닐 테니. 저런 쓰레기는 어딜 가나 존재하는 법이니라.”
면전에서 내뱉은 욕은 아무리 직설적으로 하지 않아도 그 대상에게 꽂혀 드는 법.
노예 상인의 두터운 미간이 담배 연기 뒤에서 팍하고 구부러졌다.
“뭐시라? 쓰레기? 이봐, 아가씨. 왜 갑자기 초면인 사람한테 시비야?”
노예 상인의 한마디에, 마차 옆과 뒤에서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고 있던 경호원들이 다가왔다.
대충 다섯 정도 되는 경호원들은 두터운 몸으로 노예 상인의 주변에 섰다.
노예 상인은 그들의 어깨너비가 자신의 몸집이라고 생각하는지, 아까보다 훨씬 더 건들거리는 몸집으로 시에나를 훑어보았다.
“그런 아리따운 얼굴과 새빨간 입술로 그런 상스러운 말을 담으면 쓰나. 그 입의 사용법은 원한다면 내가 따로 가르쳐 줄 수도 있어.”
그의 옆에 붙어 있던 경호원들이 낄낄거리며 웃었다.
하지만 미소를 띠는 건 단순히 경호원들뿐만이 아니었다.
시에나도 웃고 있었다.
본래 상어도 물기 전에는 미소를 보이는 법.
그녀의 손가락이 살짝 움찔거리려는 데─
“아이고! 아이고! 아누비샨이 저희 카둔에 방문하셨다고요!”
왠지 미켈레에서 들어본 것 같은, 다분한 영업 목적의 말투와 목소리.
세 겹의 목살 사이로 기름띠를 두른 듯한 남자가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었다.
“비, 비서님!”
노예 상인이 그에게 바짝 고개를 숙인다.
시에나만큼이나 분노로 눈이 충혈되어 있던 카르디아와, 노예 상인이 비서로 부른 남자의 눈이 마주쳤다.
“무,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이건 어떠한 문제 없이 절대 나올 수 없는 눈이었다.
상황이 아주 재밌게 돌아간다.
엘런은 미소를 띠며 비서란 남자와 카르디아의 사이에 섰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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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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