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206)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206화(206/354)
#206화. 카둔(2)
“상황은 제가 설명드려야 할 것 같군요.”
엘런이 끼어들자 카르디아와 그를 번갈아 쳐다보던 남자는, 목살과 함께 목소리를 부르르 떨며 물었다.
“그, 근데 누구신지…….”
“아, 저는 아누비샨의 손님으로서 아누비스에 초청받고, 여기 카둔으로 아누비샨의 핏줄과 함께 관광을 온 엘런 이안느라고 합니다.”
살면서 한 사람의 성을 이토록 한꺼번에 불러본 적은 처음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예상했던 방향이든 그렇지 않든 좋은 효과를 보였다.
“에, 엘런 이안느……! 혹시 신문에 실렸던 그분이십니까……?”
“네. 그렇게도 저를 소개할 수 있겠네요.”
남자의 오목눈이 크게 뜨이면서 셔츠 너머의 뱃살이 화들짝 놀라 떨린다.
눈앞에 남자는 중앙과는 먼 남부에 살면서도 아카데미의 장학생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아누비샨에 이어 최근 세간이 마법계의 신예라고 떠드는 존재인 제국 아카데미 장학생의 등장.
남자는 손을 더 싹싹 비볐다.
“헌데 무슨 일이십니까? 오면서 보아하니 어딘가 트러블이 생기신듯한데.”
“제,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노예 상인이 어딘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분위기에 재빨리 끼어들지만,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지금 엘런 이안느 님과 얘기 중일세. 자네의 이야기는 이후에 들어보지. 네! 계속 말씀하시지요.”
“저희가 길을 걷고 있는 와중에, 저 노예 상인분과 마주하게 됐습니다. 노예는 알다시피 대륙 어디에서도 불법이죠. 이런 자유 도시를 제외한다면요.”
“그, 그렇습니다.”
“그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광경에, 동료의 심기가 매우 불편해졌나 봅니다.”
“동료라면 혹시 누구…….”
엘런은 몸을 살짝 비켜서, 아직도 진한 살기를 풀풀 풍기고 있는 녹발의 여자를 가리켰다.
“제국 1황녀, 시에나 카이저 아인티제입니다.”
“제, 제, 제, 제, 제국…….”
남자는 진도 9.0 정도 되어 보이는 지진이 몸 안에서 발생한 것처럼 볼살을 떨어댔다.
이 상태에서 비가 내리면 방수천에 닿은 것처럼 튕겨 나갈 만한 진동이다.
시에나에 대한 엘런의 소개를 들은 노예 상인은 당장 담배를 땅에 처박고 무릎을 꿇었다.
“주, 주,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지, 집에 처와 자식이 있습니다……!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십쇼……!!”
“죽이지 않을 것이니라.”
“가, 가, 감사합니다……!!”
“대신.”
제1황녀는 말했다.
“네가 지금 팔려 했던 노예가 되어 평생을 살아가거라.”
“의장 비서님! 들었지?”
“드, 드, 들었습니다! 들었고 말고요! 너희들! 당장 이놈을 잡아서 지하 감옥에 투옥시켜!”
남자는 근처 경비병들에게 노예 상인을 끌고 가게 했다.
말 한마디에 한 남자의 인생이 노예로 전락하게 되었다.
입 한 번 뻥긋하면 세상을 바꾼다는 황족.
그런 존재가 바로 옆에 있었다는 걸 새삼 실감하게 됐다.
“화, 황녀님? 저기 노예들, 아니. 저 묶여있는 자들은 어떻게 할까요……?”
“구속을 풀고 자유민으로 만들 거라. 고향에 보내주어도 좋겠지.”
“뜨, 뜻대로 하겠습니다!”
“후우……. 미안해, 시에나. 놀러 왔다가 괜히 감정만 상하게 해서.”
“괜찮느니라. 이 정도는 아무렇지 않아.”
그녀의 아버지, 황제 헤르만은 잘못을 처벌하는 데 있어 엄한 모습을 자주 보이셨다.
처벌에 있어서 마음이 약해지거나 인정을 베풀면, 그 범죄자에게 당한 피해자들의 불행에 기름을 붓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카르디아가 잘했다고 시에나의 어깨를 토닥이고, 엘런은 경비병들에게 끌려가는 노예 상인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그 발걸음은 허망하고 또 허망했다.
아마 자신의 남은 최후는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터.
노예업에 발을 담그면서 수도 없이 많은 노예들이 사고 팔리는 걸 보았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저기 끌려가는 노예 상인 만큼이나 머리가 복잡한 사람이 여기 또 있었다.
“흠흠! 그럼 이제 불미스러운 일도 어느 정도 마무리된 듯하니, 제가 네 분을 모셔도 괜찮겠습니까?”
제국 1황녀, 아누비샨의 핏줄, 제국 아카데미 장학생.
단 한 명만 와도 머리가 어질거리는 거물들이 한자리에 집합했다.
하지만 여기 있는 사람은 셋이 아니라 네 명이었다.
남자는 셋의 옆에서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는 적발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저기 붉은 머리의 남자도 이들만큼이나 거물인 건가?
그런 고민이 이어지는 사이, 카르디아는 손가락으로 남자를 가리켰다.
“그 전에 이름을 먼저 알려주는 게 어때.”
“아, 아이고! 제가 중요한 걸 깜박하고 있었군요! 아까 일 때문에 경황이 없어져서 통성명도 잊고 있었습니다.”
남자는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한 명씩 나눠주었다.
명함에는 의장의 비서실장, 토루라고 새겨져 있었다.
“제 이름은 토루라고 합니다! 여기 카둔에서 태어나 평생 살았고, 명함에 있는 대로 의장님의 비서실장입니다!”
“비서실장이 여기까지 나오셔도 괜찮으신 겁니까?”
“아이구! 당연히 제가 나와야지요! 저는 의장님의 대행자이기도 하니까요!”
“하긴 그럴 만도 하네.”
여기 네 명의 라인업은 다시 봐도 어마무시했다.
특히 시에나의 신분이 튀어나온 이후에는 비서실장으로도 부족해졌다.
당장 카둔의 의장이라는 자가 튀어나와 큰절을 해도 모자랐지만, 시에나는 다행히도 그런 권위적인 성격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설령 있었다 해도 그간의 학교생활로 많이 죽었다.
이제는 자신에게 사람들이 인사하지 않고 무릎 꿇지 않는 게 익숙해진 것이다.
카르디아는 말했다.
“우린 여기서 조용히 놀다 갈 거야. 그러니까 의장님의 선까지 갈 필요는 없어.”
“그, 그러시군요. 하지만 저희도 아누비샨이 방문해주셨는데 아무런 대접 없이 보내드리는 건 섭섭합니다.”
“정 그렇다면 좋은 디저트 가게나 하나 추천해주세요.”
“디, 디저트 가게요?”
갑자기 뚱딴지처럼 튀어나온 디저트란 단어에 토루가 히엑하고 숨을 집어먹는다.
“으음! 그럼 되겠네! 디저트 가게 하나 추천해줘!”
여기서 아누비샨까지 동의해버리자 토루의 낯빛은 더 창백해졌다.
그러나 카르디아에겐 기회였다.
여기 카둔에 디저트 가게가 있을 거라고 호언장담하긴 했지만 어디에 있는지는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없는 게 없으니까, 디저트도 분명 있을 거라고 단정 지었을 뿐이다.
토루는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파르르 떨리는 혀를 움직였다.
“사, 사실 여기 카둔에는 이렇다 할 만한 디저트 가게가 없습니다.”
“……그렇습니까?”
“예, 예. 대신 밖에서 들어오는 마차 중에 디저트를 취급하는 행상 마차가 있을 수는 있지요. 근데 제가 오늘 행상 목록을 봤을 때는 그런 마차도 오늘은 없었습니다.”
엘런의 인상이 와락 구겨졌다.
어찌 보면 조금 전 노예 상인의 앞에 섰던 시에나보다 더 분개한 듯한 표정이다.
“대, 대신 제가 전갈 배송을 이용해서 근처 도시에 있는 디저트들을 전달드리겠습니다!”
“……전갈 배송? 그게 뭡니까?”
“저, 전갈 배송은 최근에 새로이 도입된 배달 방법인데, 땅속으로 이동하는 대왕 전갈을 이용해서 말보다 빠른 배달입니다! 당장 지금 주문해도 몇 시간 뒤면 도착하지요!”
“그렇게 빠릅니까?”
“예! 물론입니다! 카둔 의회의 이름으로 하면 더 빠르게 할 수 있지요! 이 전갈 배송을 이용하시겠습니까?”
그 대답은 카르디아의 입에서 대신 튀어나왔다.
“하, 할게! 할 테니까 최대한 빨리 설탕 들어간 거 아무거나 가져와! 아이스크림이면 더 좋고!”
“네, 넵! 알겠습니다!”
토루는 올 때처럼 여러 겹의 뱃살을 부딪쳐가며 어딘가로 후다닥 달려갔다.
“엘런. 몇 시간만 더 참아줄 수 있지……?”
“……내가 뭔 분유 먹는 신생아인 줄 아냐. 디저트 안 먹는다고 죽진 않아. 디저트 먹으려고 여기 오긴 했어도.”
“아공간에 남겨둔 여분은 없느냐?”
“그런 게 어딨어. 다 먹었지.”
그 당연하다는 대답에 셋은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참으로 엘런다운 대답이었기 때문이다.
몇 시간 동안 전갈 등에 매달려 올 디저트를 기다리게 생겼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여기 카둔에는 몇 시간은 당연하고 며칠의 시간도 단숨에 날려 보낼만한 놀이터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카르디아는 그 놀이터로 셋을 안내했다.
“잠깐 여기서 놀자!”
넷은 전광판의 네온사인이 사정없이 빛나는 건물에 도착했다.
이곳은 대낮에 높이 떠 있던 태양을 대신하듯 밤의 길거리를 환히 비추고 있었다.
“……카지노? 너 이런데 오냐?”
“도박은 용병들의 문화니까 나도 옛날에는 자주 왔지!”
“이런데 중독돼서 집이고 처자식이고 다 팔아먹은 자들이 제 기억 속에 즐비합니다.”
“근데 우린 그런 게 없잖아! 처도 없고 자식도 없고 집도 없지!”
카르디아는 셋과 팔짱을 끼고 앞으로 전진했다.
“조금만 놀자! 돈은 내가 대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여기 사장이랑 우리 아빠랑 짱친이라 괜찮으니까!”
“카지노라……. 나는 완전 처음이니라.”
“나도.”
“저는 몇 번 가보았습니다.”
평민들은 대부분 어떻게든 카지노가 가까이 있다면 한 번쯤 가본다.
갑자기 꽁돈이 굴러오면 가기도 하고, 재미로 가기도 하고, 못 끊어서 가기도 한다.
“여긴 카드 게임 말고도 다양한 도박판이 있으니까 원하는 게임으로 가서 하면 돼! 칩은 여기 이걸 써!”
카르디아는 창구에서 바꿔 온 칩들을 셋에게 나누어주었다.
“각자 100골드씩이야!”
“……너무 많이 주시는 거 아닙니까?”
“괜찮아! 아빠 돈이야!”
“그래 보여서 물어보는 것입니다만.”
“괜찮아, 괜찮아! 너는 시에나 아빠한테 돈 걱정할래?”
시에나 아빠라고 하니까 왠지 위엄이 확 죽었지만 그녀의 부친은 황제였다.
황제한테 돈 걱정을?
세상 그런 미친놈도 없을 것이다.
그 대답을 표정으로 말한 라제나의 어깨를 카르디아는 툭툭하고 두드렸다.
“우리 아빠도 똑같아! 그러니까 이 정도는 끄떡없다는 말씀! 오늘은 이 돈으로만 노는 거다! 다들 알겠지?”
“명심하겠느니라.”
“이걸 못 지키면 도박판이 주는 쾌락에 몸을 맡기게 돼!”
“……잘 알겠습니다.”
“그럼 다들 여기서 갈라지자! 카지노는 총 3층이니까 게임들도 둘러보고 하고 싶은 판에 들어가! 알겠지?”
넷은 카지노 로비에서 갈라졌다.
도박판 하나에 여기 네 명이 한 번에 들어갈 수도 없고, 게임 또한 무척 다양하니 뭉쳐 다닐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엘런은 사막에 오고, 거의 처음으로 본연의 느긋함을 가질 수 있었다.
한 10분 정도 1층에서부터 3층에 있는 게임들을 둘러보니, 위로 올라갈수록 고차원적인 게임이 많아졌다.
예를 들어 1층에 있는 게임들은 도마뱀을 가지고 소형 경마를 벌인다거나, 슬롯머신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반면 2층과 3층은 카지노 하면 떠오르는 카드 게임인 홀덤이나 블랙잭 테이블이 많았다.
엘런은 구태여 여기까지 와서 머리를 쓰고 싶진 않아 1층에 머물렀다.
“괜찮은 거 없으려나.”
10골드짜리 칩을 손가락에 넣어 돌리던 그의 걸음이 어딘가에서 딱 멈춘다.
“호오…….”
엘런은 어떤 도박판 앞에 서서 관심 있게 그곳을 바라보았다.
벽면에 붙은 거대한 정사각형 전광판 앞에 몰려든 사람들.
그 옆에는 정복을 차려입은 딜러가 판을 이끌고 있었다.
“시작하겠습니다.”
번쩍-!
전광판에 불빛이 들어온다.
사람보다 두 배는 커다란 전광판은 10X10으로 갈라졌다.
즉 커다란 판 안에 100개의 작은 판이 나누어졌다.
100개의 작은 판 위로 50가지의 무작위 단어가 떠오른다.
작은 판이 100개인데도 단어가 50개인 이유는 똑같은 단어가 두 개씩 무작위 배치되었기 때문이다.
“30초를 세겠습니다.”
도박판 앞에 앉은 사람들이 입을 달싹이고, 끝없이 무작위로 떠오른 단어들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마법 수식을 영창 하는 마법사들처럼 고결하고 심지어 웅장해 보이기까지 했다.
“30초가 종료되었습니다.”
딜러의 목소리와 함께 전광판의 불이 꺼지고, 단어가 떠오르기 전 단계로 이동되었다.
전광판을 가리키며 딜러가 말했다.
“50개의 단어와 그 위치를 전부 맞추시는 분은 그간 실패하신 분들이 걸었던 판돈을 모두 거머쥐실 수 있습니다. 먼저 도전하실 분들은 발자국 모양이 있는 바닥에 서 주세요.”
딜러의 말에 사람들이 그곳으로 우르르 달려간다.
엘런은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발자국 모양이 있는 바닥 위에 선 사람들은 자신이 외운 단어들을 하나하나 읊어갔다.
하지만 목소리가 들려오진 않았다.
저 발자국 위에 서면 방음 마법이 발동되나 보다.
그래야 뒤에 있는 사람이 앞에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외울 수 없을 테니 말이다.
꽤나 길어 보였던 줄은 얼마 안 가 모두 사라져가고 있었다.
딜러가 고개를 저을 때마다 도전자들이 뭉텅이로 잘려 나간다.
도박꾼들은 결국 턱을 떨구며, 기본 판돈인 50실버 칩을 통 안에 떨구었다.
투두두둑-
통 안에 든 소리를 들어보니 저 안이 아주 빈틈없이 꽉꽉 채워진 모양이다.
“도전자가 더 없으시다면 새로운 단어를 준비하겠…….”
“여기 한 명 더 있습니다.”
발자국 모양 바닥 위로 누군가 발을 디뎠다.
그 모습은 어디로 산책 나온 듯이 느긋했고, 긴장감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풀어질 대로 풀어진 모습에 딜러가 살짝 도전자를 훑어보다가, 이내 말을 이었다.
“곧바로 시작해주시면 됩니다.”
엘런은 비어있는 전광판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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