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211)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211화(211/354)
#211화. 신과 노예(2)
“세, 세계수의 묘목이요……? 말만 들어도 엄청 귀해 보이는데요.”
“세계수는 그 이름처럼 세계를 잇고 그런 힘을 지니고 있진 않아. 자신의 존재 하나로 거대한 숲 하나의 양분을 책임질 만한 힘을 가진 나무를 세계수라고 칭할 뿐이다.”
“그, 그래도 가져가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인데…….”
“선대 세계수가 남긴 씨앗을 내 전 주인이 600년 전 여기 엘프들에게 맡겼어. 즉, 소유권은 이쪽에게 있다. 또 600년 정도면 씨앗에서 묘목 정도로는 자랐겠지.”
600년 전?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시간이다.
카르디아는 레드를 업고 엘프들의 마을을 가로지르다가 퍼뜩 생각이 나 입을 열었다.
“저희 아누비샨도 600년 전통 가문이에요!”
“그게 어쨌단 거냐.”
“그, 그냥 그렇다고요.”
카르디아의 한 마디에 600년이란 시간은 레드의 머릿속에도 꽂히게 되었다.
“그래. 600년 전에는 참으로 많은 사건들이 있었지.”
“어떤 사건들인데요? 역사책에도 나오는 그런 것들인가요?”
“책에 나올 만큼 양지의 사건들도 있고 그렇지 못하는 음지의 사건들도 수두룩했다. 나는 그 대부분의 사건들의 옆에 있었어.”
“그때도 이렇게 남의 몸을 얻어서요?”
“아니. 그것보다 훨씬 못한 신세였다.
그 당시에는 어떤 미친 듯이 강한 강자의 손에 쥐어져서, 밑천까지 탈탈 털리고 정말 도구처럼 사용당했다.
일찍이 본 적 없던 그 강자는 어째서인지 오리하르콘의 비밀과 사용법을 전부 꿰고 있었다.
이미 자신 이전에 다른 오리하르콘을 만났던 것처럼 말이다.
카르디아는 이제 어느 정도 생긴 눈치로 더 이상 캐묻지는 않고, 질문을 다른 방향으로 돌렸다.
“혹시 그 사건 중에 재밌는 사건은 없었나요?”
“재밌는 사건이 뭘 말하는지 모르겠다만.”
“으음, 그냥 웃긴 에피소드?”
레드는 쯧하고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600년 전은 그런 웃음도 사치인 시대였다. 대륙이 전란에 휩싸였고, 왕국들은 그 전란에 몸을 맡긴 채로 살기 위해 싸워야 했지.”
“그때 톡톡히 활약하셨고요?”
“활약은 내가 아니라 날 사용한 그놈이 했다.”
“그놈이 누군데요?”
“크레센티아의 선조다.”
크레센티아의 선조?
선조라면 그 가문의 처음을 시작한 사람이다.
그럼 크레센티아의 역사도 아누비샨과 똑같이 600년이라는 건가?
카르디아는 참으로 신기한 우연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이, 레드는 말했다.
“그놈은 불리한 전황을 홀몸으로 뒤집고 어떤 왕국 하나를 제국으로 만들어냈어.”
“……설마.”
“그래. 600년 전 아인티제 왕국은 그놈을 등에 업고 제국으로 거듭나, 지금까지 그 치세를 유지하고 있더군. 크레센티아가 왕좌를 노리지 않고 신하의 신분으로 있으면서, 왕족은 그들을 의심하지 않은 게 가장 커다란 이유겠지.”
“그때쯤 저희 아누비샨은 뭘 하고 있었을까요?”
“내가 기억하기에는 뱀의 머리 위에 도시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아니 이 돌멩이는 모르는 게 없네?
뭘 물어보면 척척 대답해주고 심지어 흥미롭기까지 하다.
하지만 여기서 좀 더 흥미로워질 수 있을 것 같다.
카르디아는 만약 그를 업고 있지 않았다면, 손바닥을 싹싹 비볐을 기세로 말했다.
“헤헤헷. 참으로 대단하시네요. 벌써 600년 전을 어젯밤 일처럼 기억하시다니.”
“너희 인간과 다르게 오리하르콘의 기억은 영원하다. 이 정도야 대단한 것도 아니지.”
“어이구. 물론입니다요. 근데 소인이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저, 절대 큰 건 아니고 그냥 소소한 질문입니다.”
방금 전 아첨이 도움이 되었던 걸까.
레드는 ‘흥‘하고 숨을 짧게 내뱉으며 말했다.
“허락하마.”
“엘런하곤 꽤나 오래 붙어계시던 것 같은데, 그가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알고 계십니까? 그, 그리고 어떻게 해야 그……. 좀, 좋은 관계를…… 크흠…….”
“……지금 나에게 연애 상담을 하는 건가?”
“아, 아하하핫! 그게 또 그렇게 되나요?”
부끄러움으로 한껏 붉어진 가마와 홍조 핀 뺨에서부터 김이 모락모락 올라온다.
레드는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나와 이 몸의 주인은 네 예상만큼 긴 시간을 알지 못했다. 아마 한 달도 되지 않겠지.”
“그, 그렇습니까? 저는 오리하르콘이라길래 가보(家寶)인 줄 알았습니다.”
“가보는 맞다. 어찌 됐든 그래서 이놈을 전부 안다고 자신할 순 없지만, 이놈은 내가 아는 어떤 놈과 비슷하다. 아니 매우 유사하다고 할 수 있지.”
레드는 그 어떤 놈을 떠올렸다.
“외모, 마력, 음기, 성격, 여자 취향 등등. 아마 그놈의 피를 지금 이 육체가 가장 짙게 타고난 모양이야.”
“그, 그렇다면……!”
“그래. 나는 실제로 어떤 여자를 보았을 때 이 몸의 심장이 거칠게 뛰었던 걸 본 적이 있다.”
“……!!”
레드는 이쯤에서 과거를 더듬었다.
엘런이란 놈의 여자 취향으로 거래했던 적이 이전에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맛난 음식이랑 이걸 바꿨는데, 지금도 무언가를 하나 더 얻을 수 있을 터.
“알고 싶나?”
“네, 네! 엄청요!”
“그럼 내가 환(換)이라고 외치면 네 몸을 잠시 빌려 쓸 수 있게끔 허락해라.”
“왜, 왜요……?”
레드는 그녀의 등에 업힌 채로 오리하르콘 완드를 흔들어 보였다.
“나는 한시라도 빨리 이 더러운 나뭇가지에서 벗어나고 싶다. 묘목을 얻는 즉시 그 자리에서 내 몸을 그쪽으로 옮길 거야.”
“그, 근데 제 몸이 왜 필요한 거죠?”
“저 썩을 나뭇가지는 빌어먹게도 나를 잠에서 깨게 한 매개체다. 그래서 저것과 나를 떼어놓는 순간 엘런 이놈의 몸에서 내 정신이 빠져나오게 돼. 그럼 내 정신체는 본체에게도, 이놈에게도 있을 수 없게 되지.”
“그때 제 몸에 들어오시겠단 거군요.”
“그래. 네 몸에 들어가서 세계수를 완드로 깎아내 다시 나를 박아넣을 것이다. 그럼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올 거야. 그때 너에게 이놈의 취향을 알려주도록 하지.”
카르디아는 늘 그렇듯 오랜 고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계약 성립이군.”
레드는 미소와 함께 카르디아의 상앗빛 머리카락을 살짝 잡아당겼다.
그것은 말의 고삐를 당기듯 멈추라는 신호였고, 이제 준마(駿馬) 취급에 익숙해진 카르디아는 순순히 발을 멈췄다.
“여기다. 여기에 묘목이 있어. 아주 확실하게 느껴지는군.”
“아무것도 없…….”
레드는 말없이 머리카락을 아래로 잡아당겼다.
자연스레 그녀의 턱이 위로 치켜 올려지고, 거목들의 상단부에 엘프들이 지은 건축물이 보였다.
“아하하핫. 계속 까먹네요.”
“쯧. 이 깨끗하다 못해 뽀송한 뇌를 어찌할꼬.”
“예?”
“됐다. 이제 눈앞에 나무를 타고 저 건물로 기어 올라가거라.”
“알겠슴다. 꽉 잡으십쇼.”
양손을 나무 타는 데 써야 되다 보니, 카르디아는 레드의 허벅지를 잡고 있던 팔을 뗐지만 자세는 여전히 안정적이었다.
구태여 그녀가 다리를 잡아주지 않더라도 골반에 걸치면 썩 편안했기 때문이다.
“근데 아직 존함도 못 들은 것 같습니다요.”
“레드라고 불러라.”
“레드 님. 혹시 저에게 좀 더 밀착해서 업혀주실 수 있으십니까? 나무를 더 빠르게 타려면 그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심을 채우려는 속마음이 뻔히 보인다만, 어차피 내 몸도 아니니 따라주마.”
“흠흠…….”
카르디아는 부정의 뜻을 담은 헛기침을 내보내 봤지만 레드에겐 다 보였다.
그녀는 몸에 스타킹처럼 달라붙은 엘런의 몸에 베시시 웃으며, 힘든 줄도 모르고 나무의 정상까지 도착했다.
이 위부터는 엘프들이 바닥을 만들어둬서 지면처럼 단단하게 디딜 수 있었다.
“세계수는 어디 있는 거죠?”
“이 건물을 봐라.”
“……아래에서 본 것보다 엄청 커다란데요?”
“엘프들이고 인간들이고, 중요한 걸 보관한 장소일수록 더 화려하고 더 크게 짓는다.”
“또한 방범도 더 삼엄하게 하지요.”
뒤에서 들려오는 청아한 목소리.
레드로선 귀에 익은 목소리였고, 카르디아는 도둑질하다 걸린 마음으로 전신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미카.”
“오랜만입니다. 레드 님.”
“그새 많이 컸군.”
“600년이란 시간이 흘렀으니까요.”
레드는 이만 카르디아의 등에서 내려왔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선 장신의 여자는, 하늘거리는 녹색 드레스를 늘어뜨린 채 이쪽을 직시하고 있었다.
“어, 어떻게 된 거예요? 엘프들은 저희를 보지 못하는 거 아니었나요……?”
“보통의 엘프라면 그랬을 거다. 하지만 저 엘프는 그중에서도 가장 지고한 존재라는 하이 엘프. 같은 자연의 힘을 다루는 존재이니 내 힘을 꿰뚫어 본 거야.”
“그 말대로입니다. 레드 님. 생각보다 잘 지내고 계셨군요.”
“……비꼬는 거냐.”
“마지막에 봤을 때보단 잘 지내시는 것 같아 속마음 그대로 말해보았을 뿐입니다.”
미카는 레드 뒤편에 있는 세계수의 묘목이 보관된 건물을 흘깃 바라보았다.
“세계수를 가지러 오신 겁니까.”
“깨어나 보니 웬 썩다리가 나를 감싸고 있길래, 불결해서 참을 수 없더군. 600년 정도면 세계수도 봐줄 만큼 자라지 않았나.”
“확실히 그렇습니다. 그냥 정문으로 들어오셔도 환영해 드렸을 텐데, 굳이 모습을 감추고 오셨습니까.”
그, 그러게?
원래 자기 거라면서 왜 그는 모습을 감췄을까.
레드는 말했다.
“너희의 변명거리가 너무나도 뻔하게 예상돼서 말이야.”
“…….”
“너희는 내가 세계수를 가져가겠다고 하면, 그걸 심은 건 데카마드고 소유권도 그에게 있다면서 나를 저기 안으로 들여보내지 않았겠지.”
“저희의 방해가 없더라도 묘목을 보호하는 마법진을 통과할 순 없을 텐데요. 마법진은 자격이 없는 자가 접근하면, 저희도 감당하기 힘들 만큼 날뛰어버립니다.”
레드가 피식하고 미소 지었다.
그 썩은 미소와 눈웃음, 그와 같이 딸려 나오는 휘어진 눈매.
미카는 어딘가 기억 저편을 자극하는 표정에 불안감이 점점 엄습해오는 걸 느꼈다.
“너는 거기 가만히 있어라. 이미 장성한 세계수에서 힘이란 힘은 다 얻어내고 있는 주제에 두 개의 세계수는 과욕이야. 너희 엘프가 가장 경계하는 것 아닌가.”
“그 마법진에 다가갈 자격은 있으십니까?”
“너도 슬슬 짐작하지 않았나? 내가 어떤 몸에 빙의해서 왔는지.”
“……!!”
이번에는 설마가 사람이 아니라 엘프를 잡았다.
이렇게 숲에서만 사니까 머리색 정도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는 것도 모르는 거지.
레드는 혀를 쯧쯧차며 건물 안으로 발을 들였다.
나무의 속을 파내어 방처럼 만든 건물은 말 그대로 자격이 필요했다.
“내 손을 잡아라.”
“그, 그래도 될까요?”
“넌 자격이 없는 존재다. 마법진이 널 죽이면 이놈도 나한테 화를 내겠지.”
“네, 넵.”
카르디아는 조금씩 떨리는 손을 레드와 마주 잡으며 건물 중앙에 다가갔다.
그 자격이란 것은 충분했는지 땅에 깔린 마법진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자격의 정체는 혈통의 유무였다.
크레센티아의 음기와 그 선조인 데카마드의 혈통만이 세계수를 가져갈 자격이 있었다.
그 중앙 정갈한 토양에서 양분을 머금고 무럭무럭 자라는 중인 묘목 하나가 눈에 띈다.
처음에는 씨앗이었던 놈이 많이도 자랐다.
물론 600년이라는 시간을 감안해 볼 때, 아직도 묘목 크기인 것이 놀랍긴 했으나 완드의 몸체로 쓸 재료로는 충분하다.
“자. 여기 서봐라.”
“네!”
“그럼 이제 가겠다. 환(換).”
쿠쿵-
심장이 거칠게 뛰는 소리와 함께 레드의 정신체가 엘런에게서 카르디아에게로 옮겨졌다.
레드는 잠들어서 쓰러지는 엘런의 몸체를 받아내어 바닥에 사뿐히 눕혔다.
“허. 크레센티아 못지않게 잘 닦여진 육체군. 거기다 참으로 다양한 종류의 폭력을 저지르는 재능이 있어.”
아누비샨이 600년 새에 이런 혈통으로 발전했다니.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이렇게 잘 만든 몸이라면 세계수를 가공하기도 더 쉽고 힘도 덜 들일 수 있을 것이다.
꽤나 순항이 예상되었던 몸체 갈아 끼우기 작업은 이상한 곳에서 조금씩 불편해졌다.
“이 흉부의 지방 덩어리가……. 거슬려서 팔이 잘 안 움직이는군.”
뭐를 좀 하려고 하면 시야를 가리고, 좀 움직이려고 하면 팔을 방해한다.
레드는 혀를 쯧하고 차며 그냥 앞으로 누워버렸다.
작업 자체야 누워서도 할 수 있다.
레드는 세계수의 잔가지를 다 쳐버리고 뿌리를 제거한 후, 기둥 부분을 잘 갈아내었다.
애매한 재료는 따로 가공해야 하지만 이건 세계수다.
“따른 마법 처리 없이 그 자체로 신이한 힘을 품었지. 역시 이 정도는 되어야 지낼만해.”
레드는 씨익 미소 지으며 오리하르콘을 세계수와 가까이했다.
슈화아아아아아-
오리하르콘에서 오색 찬연한 광휘가 뿜어져 나온다.
그것은 곧 흩날리는 가루가 되어 세계수로 스며들었다.
“나 정도 되는 재료라면 완드는 이렇게 만드는 거다. 그냥 나무에 박아넣는 것이 아니라 흡수를 시켜야지.”
이렇게 하면 훨씬 더 재료와 몸체의 융합률이 좋아져서 더 커다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재료가 워낙 좋고 준비도 다 되어 있다 보니 만드는 시간 자체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완성이다.”
레드는 세계수 베이스의 오리하르콘 완드를 들어 올렸다.
“무한한 힘이 느껴지는군. 힘의 제한이 대부분 풀렸어.”
잠깐 실험해봐도 나쁘지 않겠다.
하지만 오리하르콘에게 제약이 있다면 그것은 사용자의 상상력뿐이다.
즉, 지금은 아무것도 자신을 막을 것이 없었다.
“엘런, 이놈의 머릿속에 비기에 대한 기억을 심어주는 게 낫겠어. 또 사제들이 나타나면 벌레처럼 죽을 수도 있으니.”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쪽이 훨씬 더 손해다.
다시 봉인되면 언제 깨어날지도 모르고 왠 이상한 놈들 손에 붙잡힐지도 모르니까.
“넌 나한테 정말 고마워해야 할 거다.”
레드는 카르디아의 손으로 잠든 엘런의 머리에 딱밤을 먹이며, 그 작은 복수와 함께 완드를 움직였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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