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212)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212화(212/354)
#212화. 신과 노예(3)
기억 전달이 끝났다.
세계수를 몸체로 사용하여 이전보다 훨씬 강화된 힘은, 이전에 꾸역꾸역 몸에 새겨넣었던 노력이 무색할 만큼 빠르게 기억을 집어넣었다.
워낙 이 몸체가 기억에 대한 수용력이 좋아 별다른 섬세함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데카마드가 사용하던 태초의 비기, 습관, 무의식적 버릇까지. 모두 네 몸에 넣었어. 필요할 때 꺼내써 봐라. 네 재주껏, 요령껏.”
카르디아를 대할 때와는 명백히 다른 어조와 말투.
눈앞에 인간은 그 데카마드의 후손이자 자신의 계약자다.
한낱 인간과 똑같이 대하기에는 이 귀차니즘 환자가 여러모로 수준이 올라왔다.
“슬슬 돌아가 볼까.”
레드는 완드를 다시 엘런의 손에 쥐여주고 정신체를 단숨에 옮겼다.
그건 인간에게 따지면 텔레포트와 같았고, 카르디아는 그 순간 눈을 번뜩하고 떴다.
이유 없는 잠에 빠졌다가 깨어난 기분은 무언가 묘했다.
몽유병을 겪은 것처럼 이질감이 후욱 올라온다.
하지만 지금의 카르디아에겐 그럴 시간이 없었다.
“레, 레드 님! 저희 계약! 잊지 않았죠?!”
“잊었다고 하면 나에게 주먹이라도 날릴 듯하구나.”
“에, 에이……. 설마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언뜻언뜻 드러나는 전완근을 가다듬고 있다.
“걱정 마라. 오리하르콘은 약속을 지킨다.”
“오오! 당연히 그럴 것이라 믿고 있었습니다! 우리 레드 님, 최고최고!”
“흠흠. 그래도 남의 프라이버시를 파는 것이라 마음이 조금 불편하구나. 아까의 작업 때문에 어깨가 뭉친 것 같기도 하고.”
“어이쿠! 그럼 안되지요! 제가 또 안마하면 일가견이 있습니다요! 헤헤헷!”
카르디아는 후다닥 레드의 등 뒤로 와 그의 어깨를 조근조근 주물렀다.
안마의 일가견이 있다는 말은 정말이었는지, 그녀의 손가락이 한 번 움직일 때마다 긴장됐던 근육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역시 어딜 때려야 아픈지 아는 만큼, 인간의 근육과 그에 따라오는 기관에 달통(達通)한 자 다웠다.
“그래서 이놈의 취향은 말이다.”
“네네!”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말로 표현할 필요도 없다. 그저 보여주마.”
레드는 완드를 움직였다.
스아아아아아-
이전보다 훨씬 정밀한 조작이 가능해진 힘은 순식간에 허상 하나를 만들어냈다.
그 허상은 인간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고, 레드가 본 그 여자의 모습 중 하나였다.
데카마드가 마음에 두었던 여자를 직접 봤던 순간은 전부 레드의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이건 단순한 오리하르콘의 기억력 때문만이 아니었다.
아마 그 여자를 봤던 모든 사람은 스쳐 지나갔더라도 제 기억에서 쉽사리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이 여자다.”
“오우우…….”
“감상은?”
“뭔가 엄청…….”
카르디아는 말을 다 잇지 못했다.
마녀 돌로레스는 그 이명과 달리 선한 인상을 품었다.
이명의 이유는 온전히 그녀가 고대의 마녀 같은 포션 제조 실력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다.
헌데 만약 이 여자에게 마녀라는 이명이 붙었다면, 그건 100% 온전히 외모 때문일 거라고 카르디아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어……. 이, 이분이, 그러니까…….”
카르디아가 자신의 딸리는 어휘력과 표현력을 실감하고 있을 때, 레드는 대신 나서 그녀의 생각을 정리해주었다.
“꼭 의학 서적에서 말하는 소시오패스를 실제로 만난다면 저런 얼굴일 것 같지 않나.”
“네, 네! 딱 그거예요!”
“저 여자는 실제로 그러했다. 감정에 공감하지 못했고,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타인도 스스럼없이 희생시켰다. 하지만 데카마드를 만나고 개과천선했어.”
“이렇게 허상을 앞에 둔 건데도 조금 쫄려요.”
카르디아가 눈앞에 둔 여자는 인간의 피부, 뼈, 피가 아니라 얼음을 끌고 와 이목구비를 조각하고 색을 칠한 듯했다.
그만큼 인상이 차가웠고 눈동자에선 일체 사람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여자의 이름은 ‘엘가‘다. 크레센티아의 첫 안주인이지.”
“엘가…….”
“빈민가 거지로 시작해, 자신의 비상한 머리로 한 나라의 재상까지 갔던 아주 유능한 여자다. 감이 오나?”
“어, 어떤 감이요?”
“데카마드는 단순히 말해 똑똑한 여자를 좋아했던 것이지. 자신이 자리를 비우더라도 공든 탑을 무너뜨리지 않는 여자. 되려 그 탑을 더 높이 쌓을 만한 능력이 있는 여자.”
카르디아는 신음성을 내뱉으며 고민해보았지만 역시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아,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제가 이런 사람인지도 잘 모르겠고.”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레드는 말없이 자신이 만들어낸 엘가의 허상과 카르디아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외모 정도야 어떻게 비슷한 구석이 조금씩 있었지만, 성격과 행동 양식이 너무 많이 달랐다.
물론 엘런도 엘가를 실제로는 본 적 없으니, 그녀가 진짜 그의 취향인지도 확실치 않았다.
그래서 레드는 여태까지 등에 올라탔던 차비 개념으로 한마디의 조언을 던져주었다.
“모래 냄새나는 암컷아.”
“네, 네?”
“인간은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강해지는 순간이 딱 세 번 있다.”
레드는 무릎을 굽혀 주저앉은 카르디아와 눈높이를 맞췄다.
“자신이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자식이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을 때.”
“그, 그래서요……?”
“너는 여기서 가장 후자의 경우다. 하지만 만약 네가 이놈을 마음에 둔다면 너는 저 엘가란 여자를 신경 쓸 필요 없어.”
“정말로 그럴까요…….”
레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왜냐하면 데카마드가 엘가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자신보다 그녀의 어떤 부분이 강력해서니까.”
“……!”
“그래서 흥미가 생겼고 그 흥미가 사람에 대한 흥미로 번졌던 것이다. 그러니까 너도 타인을 따라갈 생각을 하지 말고, 엘런 이놈을 확실하게 웃돌 수 있는 장점을 찾아라. 그리고 그걸 갈고 닦아.”
레드는 카르디아의 손을 붙잡았다.
그리곤 굽혔던 무릎을 펴면서 동시에 그녀를 땅바닥에서 일으켰다.
“그러다 보면 너는 자연스레 강해져 있음과 동시에, 놈의 소유욕을 자극할 수 있을 거다.”
“소유……욕이요?”
“그래.”
크레센티아의 피를 가진 놈들은 세상에서 너무 많은 걸 가진 탓인지, 자신에게 없는 게 뭔지도 뼈저리게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부족한 걸 얻어서 완벽한 존재가 되려 하는데 데카마드와 엘가도 그런 경우였다.
이건 크레센티아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이기 때문에 엘런에 한해서라면 이런 조언도 도움이 될 거다.
어찌 됐든 레드는 슬슬 완드를 들어 올렸다.
“그러니까 조급해하지 말아라. 사랑한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맞춰 너를 잘라내지 말고, 너를 갈고 닦으면서 자연스레 홈이 들어맞는 부분을 찾아.”
“그, 그런 게 없으면요?”
“애초에 안 될 인연이었던 거다. 그럴 때는 깔끔하게 포기해라. 아니, 네가 알아서 포기하게 되겠지. 그간 자신을 연마하면서 다져진 베이스가 더는 흔들리지 않을 테니까.”
“꿀꺽…….”
“데카마드와 엘가는 그 홈이 우연하게 맞아 들었을 뿐이야. 거기에다 내가 보아왔던 행복한 연인들은 모두 그러한 경우였다.”
후우우욱-!!
완드에서 빛이 터져 나옴과 동시에 둘은 다시 아까의 방으로 돌아왔다.
경고 없는 광채에 눈이 따가운 것도 잠시, 카르디아는 그새 술을 더 시켰는지 바닥 여기저기에 굴러다니는 술병들을 발견했다.
“이, 이것들……! 얼마나 마셔댄 거야!”
“이 둘의 혈중 알코올 수치가 미쳐 날뛰고 있군. 모르긴 몰라도 내일 아침에 고생 좀 하겠어.”
“지금은 제가 고생하게 생겼는데요.”
“그건 내 알 바가 아니니 넘어가고, 슬슬 세 시간이 다 되어 간다.”
그 말인즉슨 오늘의 자유시간은 이걸로 끝이란 소리였다.
레드는 자신을 다시 아공간에 조심스레 넣어두고, 벽면 쪽에 침대로 가 몸을 눕혔다.
“그, 그대로 주무시는 거예요?”
“나는 이제 이 몸에서 나가게 된다. 그 이후로는 엘런이 다시 나올 테니 존댓말 같은 건 하지 마라. 이상한 오해가 쌓여 이놈이 나를 추궁하는 꼴은 보기 싫으니.”
“네, 넵. 그리고 조언은 감사했어요.”
“나는 조언도 들어 먹을 것 같은 놈에게만 한다. 너는 그런 놈이야. 지게나 준마로도 쓸만하지만.”
“칫. 그런 용도로는 됐거든요.”
레드는 미소 지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잠들었다.
하지만 카르디아는 그럴 수 없었다.
바닥에 널브러진 병들과 같이 널브러져 버린 시에나와 라제나를 어디에라도 눕혀줘야 하기 때문이다.
“아으, 몰라. 다 같은 침대에서 자!”
카르디아는 라제나와 시에나도 레드가 누운 침대에 모두 올려버렸다.
침대는 좋게 말해도 4인용은 절대 아니었고, 세상에 그런 침대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술은 세상 모든 일을 대부분 가능케 하는, 정확히는 가능할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신기한 액체다.
카르디아는 술병에 반쯤 남은 술을 시원하게 원샷으로 때리고, 자신도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침대는 사람으로 꽉 찼고 술 덕에 불편한 줄도 모른 채 잠은 잘만 왔다.
하늘 위에 뜬 달과 같이, 카르디아의 눈도 차츰 아래로 기울었다.
***
엘런은 눈을 떴다.
뭔가 굉장히 긴 밤을 지새운 기분이다.
어제 레드가 뭔 짓이라도 했나?
엘런은 살짝 불안한 마음과 함께, 아공간에 있는 완드를 꺼내 들었다.
“……뭐야, 이건.”
완드는 그 촉감부터가 달라졌다.
이전에는 투박했던 몸체가 부드럽고 곧아졌으며, 자연스레 퍼져나오는 힘도 쉽사리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대단했다.
“이 몸체를 바꾸러 움직였던 건가.”
자신으로선 땡큐다.
뭘 어떻게 바꿨는지는 모르겠지만 좋아진 건 확실하니까.
엘런은 이제 몸을 일으키려다, 베개로 가려져 있던 육체(?)들을 발견했다.
“……?”
자신이 가운데에 있고 라제나와 시에나, 카르디아가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있었다.
어제 술을 얼마나 마신 건지, 바닥에는 병들이 함정처럼 굴러다니고 있다.
이 몸들은 어제의 잔재 중 하나였다.
엘런은 목을 긁적이며 침대에서 나왔다.
익숙한 손짓으로 어제 남은 음식 중 괜찮은 걸 입에 넣은 엘런은 뻐근한 몸을 풀며 샤워실에 들어갔다.
쏴아아아아-
어느 정도 몸에 물을 뿌리니까 정신이 돌아온다.
그렇게 샤워를 마치고 밖에 나오니, 타이밍 좋게 누군가 문을 똑똑 두드린다.
엘런은 그 문을 열었다.
“누구세요?”
“아, 저는 이 VIP실 담당 웨이터입니다. 혹시 오늘도 이 방을 이용해주실 건지 여쭤보고 싶어서 만나 뵙게 되었습니다.”
“아니요. 이제 나갈 것 같습니다.”
“아하, 그러시군요. 그럼 여기 계산서입니다.”
계산서는 길었다.
그래서 눈은 자동으로 중간에 있던 목록들을 건너뛰고 가격만 보았다.
“……2153골드?”
생전 처음 결제해보는 금액이었다.
크레센티아의 막내아들로 살 때도 이런 돈은 질러본 적이 없었는데.
설마 평민으로 사니까 돈을 더 쓰게 될 줄이야.
“결제 방식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금괴로 하겠습니다.”
결제가 금괴로도 되는 진 모르겠지만 일단 엘런은 내밀었다.
대충 이 금괴 하나당 이천 골드는 하기에, 얼추 계산이 들어맞는다.
금을 받은 직원은 살짝 당황스러운 듯 보였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금괴가 이천 골드는 충분히 되는 듯하니, 받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언제든 좋은 서비스로 모시겠습니다. 또 오십시오.”
웨이터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사라졌다.
“딱 하루 놀았는데 이천 골드라. 헛.”
이게 상류층의 삶인가?
돈을 쓰려면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참으로 덧없는 소비 방식이다.
엘런은 쯧하고 혀를 차며 수표를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이제 문에서 등을 돌리려는데.
쿵쿵쿵-!
다시 한번 문이 두드려진다.
근데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 급한 느낌이다.
계산서에 빼먹은 음식이라도 있었나.
엘런은 다시 문을 열었다.
“또 무슨 일이신지.”
“그, 그, 그게 저도 방금 보고를 받았습니다……!”
“말씀하세요.”
“지금 카둔에서 동쪽으로부터 머지않은 곳에 마경이 발생하고 있다 합니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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