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221)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221화(221/354)
#221화. 마경 사냥(3)
쿠쿵-!
엘런의 심장이 순간 거칠게 뛰었다 가라앉았다.
그 박동은 어떤 트라우마를 마주한 듯이 거셌고, 인정하기 싫은 두려움을 피부 위로 떠오르게 했다.
몸의 솜털이 곤두선 느낌과 함께, 엘런은 눈앞의 사제를 직시했다.
그 눈에는 한치의 오만함도, 나태함도, 귀찮음도 없었다.
처음부터 어떤 간보기도 없이 엘런은 전력으로 나왔다.
“……엘런. 나도 도울게.”
사제의 등장에 한껏 동생의 따뜻함을 느끼고 있던 엘리스의 눈도 돌연 차가워졌다.
그러나 엘런은 고개를 저어야만 했다.
“아니야, 누나. 여긴 마경이고 놈들의 본거지야. 누나는 저 힘에서 자유로울 수 없잖아.”
“그 완드. 그게 유일한 대항 수단인 거니.”
“맞아. 그러니까 누나는 나랑 떨어지지 말고 있어 줘.”
“…….”
엘리스는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은 채 천천히 다리에 힘을 풀었다.
그에게 매달리느라 허리에 감고 있던 다리가 천천히 땅으로 내려온다.
“너 못지않게 미켈레에서의 패배는 나에게도 엄청난 충격이었어.”
시간이 멈춰졌다는 초월적인 권능 앞에 엘리스는 무릎 꿇고 말았고, 동생을 눈앞에서 내어줄 뻔했다.
이 얼마나 커다란 수치이고 모욕인가.
바로 옆에 있던 가족을 자신의 무능 때문에 적의 손에 보낼 뻔했다니.
“그래서 나, 그 이후로 엄청 노력했거든.”
“누나……?”
“나는 전력으로 엘런을 지킬게. 그러니까 엘런은 전력으로 저 사제를 공격해.”
[세부 특성 – 무채색]마경의 자색과 엘리스의 백색.
그 두 가지의 색은 조금이라도 더 자신의 색을 퍼뜨리기 위해 중간에서 부딪쳤다.
그것은 힘의 충돌이었고 의지의 충돌이었다.
하지만 영역을 힘으로 하는 자들에게 또 다른 영역의 출현은 변수 그 자체였다.
엘런은 자색을 완전히 밀어낸 백색 안에서, 엘리스의 방패 뒤에서 완드를 움켜잡았다.
움찔-
사제의 소맷자락이 옅게 떨린다.
아무래도 적당히 놀란 모양이다.
인간이 마경에서 이 정도로 순도 높은 힘을 펼칠 수 있다는 게 놀라운 듯한데…….
“그럼 이건 어떠냐.”
후우욱-!
마치 검을 휘두르듯, 완드의 끝이 허공을 베었다.
“잘려라.”
어떤 실선이 허공에 생겨난다.
슈우우우욱-!!
서거억-!!
사람 팔 길이만 한 실선은 자신에게 닿는 모든 걸 잘라버렸다.
그 경로에 있던 사제의 팔뚝도 마찬가지였다.
“…….”
사제는 어느새 반 치밖에 남지 않은 자신의 팔을 무미건조하게 내려다보았다.
게다가 오리하르콘에게 잘린 팔이었다.
회복은 당연하게도 되지 않았다.
“이미 정보는 공유된 건가. 오리하르콘을 보고도 전혀 놀라지 않는군.”
아니면 말을 하지 못하는 걸까.
평소 다분히 수다스러웠던 사제만 봤더니, 말이 이렇게 없는 놈은 익숙지 않았다.
물론 그 수다스러운 사제는 죽어버렸다.
말이 없는 사제의 결말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잘려라.”
슈화아아악-!!
다시 한번 허공에 실선이 생겼다.
이번에는 사제의 발도 움직였다.
몸을 비틀어 실선을 피해낸다.
그러니 뒤에 있던 마수들이 뭉텅이로 잘려 나갔다.
하지만 엘런도 이 공격이 단발성이라곤 입 한 번 뻥긋한 적 없었다.
“죽을 때까지 피해 봐.”
그의 손이 까딱일 때마다 실선은 허공에 그어지고 또 그어졌다.
후우욱-!
후욱-! 슈우욱-!
사제는 마치 춤을 추듯이 땅을 차며 관절이 없는 것처럼 몸을 꺾었다.
사람의 가동 범위를 넘어선 회피는 실선들이 놈의 옷깃 하나 못 건들게 했다.
“이번에는 이거다.”
스아아아아아아-!!
금안이 광휘를 일순간 광휘를 내뿜었다.
그 공격 속도는 과연 빛의 속도였고, 사제는 아까처럼 소매를 움찔거리더니 검지를 위로 치켜올렸다.
쑤우우우우우욱-!!
주변에 있던 마수의 사체고 살아있는 마수고 할 것 없이, 놈의 손가락에 끌려 모인다.
어느새 마수들로 만들어진 육벽(肉壁)이 사제의 앞으로 두텁게 세워졌다.
상대에게 스며들지 못한 빛은 애꿎은 마수들만 돌로 굳혀버렸다.
엘런은 이때쯤에서 확신했다.
“어딘가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군.”
“……그러니 엘런의 공격을 모두 알았던 거구나.”
“아마 나뿐만 아니라 뒤에 있던 군단들도 보고 있었을 거야. 정보를 만족할 때까지 쌓고, 승리가 확정되면 저놈이 마지막에 등장했겠지.”
아주 잔인한 게임을 즐기는 놈이다.
마경 밖보다 훨씬 많은 권능이 보장되는 안에서도, 사제는 전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끝없이 상대를 파악하려 들었다.
그건 지금 이 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뭘 그렇게 간을 보는 거지. 이 정도면 여기의 패는 충분히 보여준 것 같은데.”
“…….”
“아니면 너 말고도 사제들이 또 있는 거냐. 너는 시간을 끄는 거고?”
“엘런. 놈들과의 대화는 무의미해. 가문의 비기로 쓸어버리자.”
우드드득-
사제의 남은 한쪽 팔이 움직였다.
그 팔에 붙은 손과 손가락은 둘을 가리켰다.
정확하게는 둘 중에서도 엘런, 엘런 중에서도 그가 들고 있는 완드를 가리켰다.
사제의 후드 안에서, 가뭄이 온 대지처럼 쩍쩍 갈라지는 육성이 흘러나온다.
“오리하르콘.”
“너희 베시미아란 이름의 친구는 이미 저세상으로 갔거든? 너도 금방 보내줄 테니까 기다려.”
“마경의 사제는 죽지 않는다. 그저 무덤 속 관에 묻힌 채, 누군가 그 문을 열어주길 기다릴 뿐.”
여전히 알 수 없는 말만 지껄인다.
하지만 자신은 그때 똑똑히 보았다.
레드가 베시미아를 흔적도 남기지 않고 죽이는걸.
그 기억은 엘런에게 있었고, 엘런의 기억은 항상 완벽하다.
하지만 그의 기억과 다른 것이 하나 있었다.
쿵쿵-!
“…….”
그건 바로 사용자의 숙련도였다.
“엘런……? 왜 그래? 표정이 안 좋아.”
“……별거 아니야. 걱정 안 해도 돼.”
엘런은 엘리스를 안심시키며 아까부터 박동이 눈에 띄게 빨라진 심장을 느꼈다.
연속된 오리하르콘의 사용, 게다가 금안의 힘까지 겹쳐 몸에 부하가 오고 있다.
이미 윈터 골렘은 그 부담을 덜기 위해 사라진 지 오래였다.
금안은 엘런의 마력을 야금야금 가져갔고, 오리하르콘은 거리낄 것 없이 양손에 뭉텅이로 쥔 채 빼앗았다.
마력의 사용은 곧 체력의 사용과 다름없는 법.
엘런의 이마는 아까부터 땀으로 조금씩 젖어 있었다.
‘나도 참 뒤도 안 보고 싸우고 있었네.’
이 정도의 전력을 요구하는 상대는 처음이다.
‘그럼, 놈은 일부러 내 체력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던 건가.’
의심이 확신으로 번지는 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베시미아와는 또 다른 성격의 악랄함이다.
엘런은 피식하고 미소 지으며 완드를 움직였다.
“내 음기로 오리하르콘과 같이 마경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을 불어넣는다.”
지금 몸 상태에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언령이었다.
그와 동시에 엘런의 정신은 순간 핑하고 도는 듯했고 시야가 흐려져 갔다.
그런 망가진 시야로도 똑바로 보이는 게 있었다.
저 후드 너머 속 얼굴이 비릿하게 웃고 있다는 것.
하지만 엘런은 그에 화답하듯 입꼬리를 틀어 올렸다.
“내가 체력도 없고, 마력도 없지만. 이거 하나는 충만하거든?”
쿠와아아아아아-
쩌저저저저저저적-!!
그의 발밑으로, 이빨을 저절로 딱딱 부딪치게 하는 극저온의 냉기가 퍼져 나갔다.
“엘런. 전보다 음기가 더 진해졌어.”
“누나. 아까 했던 말대로 해줘.”
“응. 누나만 믿어.”
엘리스는 방어.
엘런은 공격.
그 이분법은 지금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지만, 몸은 그렇지 못했다.
‘몸 상태는 그 어느 때보다 최악이네.’
멋모르고 오리하르콘을 계속 사용해댄 결과였다.
그는 정신이 몽롱해진 듯한 상태에서, 그러니까 마치 잠에 빠진 듯한 상태에서, 몸이 저절로 뭔가를 해나가는 걸 느꼈다.
마치 본능에 기댄 듯한 움직임이다.
그 본능은 음기를 저 혼자서 이끌어나갔고, 마치 급류처럼 엘런이 통제할 수 있는 건 없었다.
하지만 음기의 급류에 더 놀랐던 건 엘런이 아닌 엘리스였다.
“에, 엘런. 지금 이건…….”
[크레센티아 제2비기 – 진눈깨비] [크레센티아 제4비기 – 설표(雪豹)]엘리스가 보여주었던 것, 보여주지 않았던 가문의 비기들이 쏟아져 내린다.
하늘에선 끝을 알 수 없는 크고 작은 눈덩이들이 떨어졌다.
하지만 그것만을 하염없이 바라볼 틈은 없었다.
우드드드드득-!!
처저저적- 처저적-
하늘에서 쏟아지던 눈들이, 마치 눈사람을 만들 듯 어떤 모양을 갖춰나갔다.
“설표……. 눈처럼 하얀 표범…….”
엘리스가 신음처럼 작게 흘린 말마따나, 눈은 집채만 한 표범의 형태로 뭉쳐졌다.
설표는 그대로 눈꽃을 흩날리며 앞발로 사제를 내리찍었다.
피하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다.
“…….”
어디로 움직이든 바닥은 진눈깨비로 그득그득하게 쌓였기 때문이다.
눈은 늪처럼 사제의 발목을 묶었고, 설표는 단숨에 사제를 짓뭉갰다.
“완벽해…….”
이것 말고는 더 할 말이 없었다.
엘런의 비기는 그야말로 완벽했기 때문이다.
그 어떤 자리에서도 떨지 않았던 엘리스는 난생처음 혀가 꼬이는 경험을 했다.
“설표를 구축하는 방식도 색다르고……. 조종하는 것도 신기한데, 그것마저 완벽했어……. 대체 어떻게 한 거야?”
“나도, 잘 모르겠어. 내가 어떻게 한 거지.”
“……?”
“나도 어떻게든 지금의 나를 설명하고 싶은데, 정말 모르겠어. 이게 대체 어떻게 돼 먹은 거지?”
하늘에서 내리는 무수한 양의 눈은 분명 비기였고,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것이었다.
근데 나중에는 이름도 모르는 기술이 저도 모르게 나갔다.
눈으로 만들어진 표범?
저게 대체 뭐란 말인가.
정말 듣도보도 못한 것이었다.
근데 누나의 반응을 보아하니, 저것 또한 비기인 듯하다.
그것도 꽤나 상급의 난이도를 가지고 있는.
“근데 누나.”
“으, 응?”
“아직 조금 더 할 수 있을 것만 같아.”
“그게 무슨 소리야……?”
아직 본능은 멈추지 않고 있다.
자신은 더 달려 나갈 수 있다고, 깊숙한 무의식 속에서 소리치고 있다.
엘런은 그 꿈틀거림과 끓어오름을 무시할 수 없었다.
얼른 해방하고 싶어 심장이 두근거려 온다.
엘런은 앞으로 한발자국 내디뎠다.
푸우욱-!
위로 어지럽게 쌓인 눈을 뚫고 사제가 손을 내뻗는다.
아까 마수를 모아 벽을 만들었듯이, 사제는 이번에도 마수들을 이용해 발 받침대를 만들었다.
“정말 종잡을 수가 없는 놈들이네.”
왜 이번에는 시간 정지 같은 초월적 권능을 사용 안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방심하면 죽는 수밖에 없다.
“간다.”
음기가 다시 한번 폭발했다.
***
세 개의 진영.
세 개의 군단.
세 가지의 힘.
세 가지의 신념.
대륙 각지에서 온 세 가지의 다름은, 이 순간만큼은 하나가 되어 그 하나의 승리로 나아갔다.
오합지졸이 아니라 오직 전투라는 분야에 있어선 프로페셔널한 자들끼리 모였기에, 모두가 자신의 자리를 알았다.
또한 자신의 할 일을 알았다.
설령 개인은 모르더라도 지휘관들은 알고 있었다.
“크레센티아의 기사들이여!! 계속 전진해라!! 뒤와 좌우 위할 것 없이 우리의 눈은 전방에 고정한다!! 방패로 밀어붙여라!! 전진해!!”
“밀어라!! 밀어!! 앞사람의 등을 계속해서 밀란 말이다!!”
“밀어어어!!!”
기사들은 검 따위 집어넣고 오직 방패만 든 채 길을 뚫어냈다.
그들은 양손에 커다란 방패 하나만 들었음에도, 이 마경에 모든 걸 뚫어내는 창이 되어 있었다.
그 앞에 괴물이 있건, 크고 작은 바위가 있건 신경 쓰지 않고 전부 밀어붙였다.
그렇게 밀려 쓰러진 건 기사들의 수십 킬로그램 갑주에 짓밟혀, 땅과 함께 뭉개졌다.
“본게일의 사냥꾼들은 하늘을 점령한다!!”
“쏴라! 쏴! 총알과 화살을 남기지 마!”
“이따가 점검했을 때 총알 남아있는 새끼들은 얼차려야!!”
얼차려란 말이 전장을 울렸을 때, 순간 사냥꾼들과 용병들의 손놀림이 더 빨라진 느낌이 든다면 착각이리라.
그런 노고 끝에서. 기사와 사냥꾼, 그리고 용병들은 어느 선을 넘었다.
갑자기 하얘져 버린 세상.
그 중앙에 쓰러지듯 누워 있는, 흑발의 사내가 있었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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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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