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223)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223화(223/354)
#223화. 마경 사냥(5)
달은 누군가의 빛으로 대신 빛난다.
그러나 사람들은 월광을 어두운 밤하늘 속 유일한 빛이라 찬양하며 여러 찬가를 만들어냈다.
예술가들의 연인이기도 했던 달은, 그 아리따운 불빛으로 수많은 사람을 홀리거나 길을 밝혀주었다.
그러나 달은 자기 혼자만으론 빛날 수 없는 존재다.
달은 결국 태양의 빛을 월면(月面)에 반사하여 땅으로 내려보내는, 중개인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달이 혼자 빛나기 시작한다면…….
혼자 빛나기 시작한다면 어떻게 될까?
“응? 어떻게 될 것 같냐?”
크르르르르르-
괴물은 알게 뭐냐는 듯, 사마귀같이 커다랗게 휜 앞발을 들이밀었다.
저만한 크기라면 산맥이라도 잘라낼 수 있을 듯하다.
“그래. 산은 잘라낼지도 모르지. 근데 너는 달을 잘라내야 할 거다.”
우우우우우우우웅-
마치 심해 속에 가라앉은 듯한 이명이 귀에서 자꾸 울려댄다.
그런 거슬림은 단순한 거슬림에서 끝나지 않았다.
얼마나 높이 뜬지 모르는 달은 월광으로 바닥을 물들였다.
하지만 그런 월광이야 이제 익숙해진 참이다.
달은 아까부터 떠올라 푸른 월광을 흩뿌린 지 꽤나 지났으니까.
키에에에에엑-!!
슈오오오오-!!
귀 떨어질 듯한 울음소리와 함께, 괴물의 앞발이 강하한다.
그건 마치 불가항력의 자연재해가 덮쳐오는 것처럼 주변을 삽시간에 뒤흔들었다.
그러나 반대로 엘런의 입꼬리는 올라갔다.
“준비는 끝났어.”
자기가 지금 이 공간과 전투의 지배자인 줄 아는 놈, 그 입꼬리가 거꾸로 뒤집힐 때까지 놀아주마.
“달아. 달아. 월광에 차가움을 담아라.”
고대의 노랫가락 같은 몇 마디가, 저 하늘의 달까지 닿는다.
달이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면, 크레센티아는 달을 직접 만들고 그 휘광마저 손에 집어넣는다.
쩌저저저저저저저적-!!
얼어붙는다.
월광에 닿은 모든 것이 얼어붙는다.
공격의 풍압에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가던 돌이 제자리에서 얼었다.
허공을 나풀거리던 얼음 조각은 더 큰 얼음 조각이 되어 땅으로 우수수 떨어졌다.
“그렇게 큰 덩치로 달빛을 피할 수 있을까나.”
너무 큰 몸집은 숨지 못한다.
그러나 반대로 너무 큰 몸집도 쉽게 건들지 못한다.
“이렇게 커서야 얼려서 움직임을 멈추는 건 요원한 일이겠군.”
하지만 효과가 없는 것도 아니다.
팔다리의 관절 같은, 몸의 얇은 부위들이 천천히 얼어가고 있다.
마치 개미가 잎사귀를 갉아 먹듯, 월광의 냉기는 괴물의 체력과 신체를 야금야금 훼손해가고 있었다.
“그럼, 바로 다음 무대로 모셔야겠군.”
크레센티아의 후반 비기들은 크게 달을 무대로 하여 펼쳐진다.
“5형으로 빙월을 띄울 수 없다면 이 뒤에 비기들도 무엇하나 깨우칠 수 없지.”
하지만 엘런은 흠잡을 데 없는 초월을 하늘 위로 올려냈다.
너무나 완벽한 무대를 꾸며낸 것이다.
무의식과 의식이 겹쳐 만들어낸 기억은 누가 했는지 몰라도, 팔다리에 내 것처럼 스며들어 있었다.
“정말 수백 번은 써본 것 같아.”
그 정도의 숙련도가 지금 손아귀에 들어와 있었다.
그러니 다음 비기도 마치 호흡의 순서를 설명하기 힘들 듯, 자연스레 이어져 나갔다.
[크레센티아 제6비기 – 농월(弄月) 희롱하는 달]달은 비단 차가운 달빛만을 흩뿌리는 섬뜩한 존재가 아니다.
보는 사람을 홀리기도 하고 놀리기도 하며, 짝사랑하는 연인처럼 마음과 눈을 희롱한다.
그아아아아악-!!
쿠우우웅-!!
하나의 낫 같은 발톱을 지면으로 거세게 내리찍는다.
아무런 방해 없이 깨끗하게 꽂아넣은 일격이었다.
“어딜 보는 거야. 난 여깄잖아.”
수많은 눈과 함께 자라난 수많은 귀는 감지했다.
지금 자신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고.
육성이 튀어나온 방향으로 다시 한번 공격이 찔러 들어갔다.
이번에는 뒤틀린 날개를 거칠게 휘둘러, 지옥 같은 풍압으로 살갗을 찢어놓는다.
쿠와아아아아아-
어떤 생명에게나 무척이나 고통스러울…….
“뭐하냐? 난 여깄다니까?”
또다시 목소리의 방향이 바뀌었다.
괴물은 천천히 목소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분명 흑발의 인간은 저기 서 있다.
그래. 놈은 저기 있다.
근데 아깐 저기 있었다.
─처음에는 저기 저곳에 있었다.
무엇이 진짜인가.
아니, 무엇부터가 진짜였는가.
“위를 보시지.”
괴물은 수많은 눈알 중 하나를 위로 올렸다.
우우우우우우우웅-
아까까진 분명 청자(靑瓷) 같은 푸른색이었는데, 이제는 누런 모래 같은 황월(黃月)이 자리해 있었다.
달의 색(色)이 바뀌었다.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단 말이냐.
꽈아아아앙-!!
콰아아앙-!!
쿠우우우우웅-!!
이번에는 한 번에서 그치지 않고, 끝이 보이지 않는 연격이 이어졌다.
공격 하나하나가 사람 하나는 우습게 짓이길 만한 위력.
한 번 괴물의 발이 지나갈 때마다, 대지가 갈라지고 그 모습을 몇 번이나 바꿔나갔다.
위에 있던 흙이 아래로, 아래에 있던 흙이 위로 가서 위치를 뒤바꿀 때쯤, 괴물은 맹공을 멈추었다.
푸쉬이이이이이-
눈 따가운 흙먼지가 사방에 끼어 있다.
괴물은 날개 한 번의 펄럭임으로 그 먼지들을 모두 공중으로 밀어냈다.
하지만 정작 밀어내야 할 존재는 뒤에서 목소리를 늘어뜨렸다.
“이야~ 너 강하구나. 아니, 사제들은 원래 다 그렇게 변신할 수 있는 거야? 그럼 베시미아는 왜 너처럼 하지 않았지? 현세라서 할 수 없던 건가? 응? 좀 알려주라.”
원체 짜증 나는 것들과 몰려다니다 보니, 이젠 자신도 어떻게 해야 상대를 짜증나게 할 수 있는지 깨달아버렸다.
마법이 아니라도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건 역시 존재했나 보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엘런은 흠흠하고 헛기침하며 괴물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제 알았잖아? 내 달이 네 머리 위에 떠 있는 한, 너는 무슨 짓을 해도 내 옷깃 하나 스치지 못해. 너는 이미 나에게 홀렸거든.”
뭔 말도 안 되는 이유에 괴물은 더욱 분개했다.
한 곳만 공격해서 되지 않는다면, 여기 일대를 무너뜨리면 그만이다.
괴물은 자신의 팔다리를 높이 들어 올리고, 사방을 마구 찍어버리기 시작했다.
쿠과과과과과과과과-!!
공격에는 일정함도 없었고 특정한 방향도 없었다.
어차피 보이는 걸 때려도 맞지 않는다면, 환상을 뿌리고 어딘가에 숨어있는 것이 틀림없다.
“우와. 그렇게 커다란 머리를 이젠 아예 쓰지도 않을 셈이야? 아무 생각 없는 난타라니. 정말 대단해.”
높낮이 없는 무미건조한 말투.
내뱉은 말과는 달리 어조는 평야처럼 평탄하다.
“너처럼 마구잡이로 공격하는 놈이 내 옆에 딱 한 사람 있는데 말이야. 걔는 적어도 상대를 맞췄다고.”
쿠쾅쾅쾅쾅쾅쾅쾅-!!
굉음 사이에 끼어 잘 들리지도 않으려나.
엘런은 낮은 한숨을 내쉬며 지금 자신의 상태를 확인했다.
“지금의 놈은 내가 어디에 있는 걸로 보이려나.”
확인은 할 수 없었다.
아까 놈이 어딘가를 응시할 때까지는 지레짐작했지만, 이제는 그것도 불가능해졌다.
크레센티아 제6비기 농월은 월광이 닿는 상대를 홀려, 사용자의 모습을 숨겨버리는 능력을 가졌다.
“하지만 내가 놈을 직접 공격하는 순간 환상은 깨진다.”
농월은 아주 옅으면서 깊은 최면 상태로 적을 이끌기 때문이다.
터지기 전에는 아주 커다랗지만, 작은 바늘에라도 닿으면 볼품없이 꺼져버리는 풍선과 같다.
“하지만 이번 풍선을 터뜨릴 바늘은 조금 커다랄 거야.”
엘런은 양손을 한자리에 고이 모았다.
[크레센티아 제7비기 – 나월(裸月) 벌거벗은 달]달은 아래의 인간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때론 푸념을 들어주는 친구도 되어주었다.
달 앞에서 거짓을 고한 자는 없다.
모두가 진실만을 입에 담으며, 자신을 감싼 거짓과 허세란 갑옷을 한 꺼풀씩 벗어나갔다.
그렇게 순수한 알몸이 된 인간은 어찌나 아름다운가.
우우우우우우우웅-
달이 깨끗한 백색(白色)으로 물들었다.
마치 색을 입히기 전 깨끗한 원단 같은 달은, 티끌 하나 묻지 않은 순수함을 하늘에서 뽐냈다.
“너의 외골격. 생각보다 더 대단한 경도를 지녔던데.”
엘런은 입꼬리를 틀어 올리며 손가락을 아래로 눌렀다.
“달 앞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서야지. 그렇게 무거운 걸 턱턱 걸치고 오면 쓰나.”
철커덩- 철컹-
쿠우우웅-!! 쿠웅-!!
괴물의 ‘무장‘이라 할 수 있는 외골격과 발톱, 날개들이 바닥으로 하나둘 떨어져 내렸다.
제7비기 나월의 부제는 벌거벗은 달이다.
달이 수줍게도 먼저 벗었는데 그 앞에 선 이가 자신을 꽁꽁 싸매게 두지 않는다.
“나월이 통하는 무장 해제의 범위는 넓지 않은데, 네가 거기 걸치고 있어서 다행이야.”
만약 사람으로 친다면 기사의 갑옷이나, 기다란 장검 정도가 아니고서야 나월은 무장이라 판단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판단에만 어떻게든 들어맞는다면…….
키이이이이이익-
나월은 자신의 빛을 온몸에 걸친 자를, 뭐 하나 걸친 것 없는 벌거숭이로 만들어버릴 수 있었다.
저 흉측하고 쭈글쭈글한 살의 괴물처럼 말이다.
“이제 더욱 잘 느껴질 거야. 온도를 깎아내려 가던 빙월의 힘이.”
엘런이 처음 사용했던 제5비기 빙월은 다양한 비기들의 출현 속에서도, 조용히 그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갑옷은커녕 얇은 외투 하나 입지 않은 괴물에게, 지금의 마경은 너무나 춥고 너무나 차가웠다.
“게다가 누나의 세부 특성도 아직 발동되고 있고. 사실 이게 아니었다면, 비기는 이렇게까지 효과적이진 못했을 거야.”
엘런은 작게 미소 지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
“마지막은 초심으로 돌아가 볼까.”
[크레센티아 제1비기 – 빙살(氷殺)]슈화아아아아아악-!!
엘런은 조금의 시간도 남기지 않고 손을 끌어내렸다.
그의 손날은 하나의 칼날로 변모해, 괴물의 몸집을 이등분 내어 땅으로 떨어뜨렸다.
더 이상의 질문은 필요 없다.
더 이상의 시간 끌기도 필요 없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엘리스 누나도 옆에서 구경이나 하라고 할 걸 그랬나.”
엘런은 하품을 길게 했다.
몸을 너무 많이 썼다.
근육은 저릿거리고 관절에선 삐걱삐걱 소리가 나는데, 머리는 한껏 어질거려 똑바로 서 있기도 벅차다.
“에라, 모르겠다. 누가 깨워주겠지.”
엘런은 살얼음이 낀 바닥에 몸을 뉘였다.
졸리면 잔다.
그의 인생철학은 이리 험한 상급 마경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커어-
순식간에 옅은 코골음이 마경을 작게 울려댄다.
하지만 누군가 잠들면 누군가는 일어나는 것이 세계의 순리.
엘런이 곧바로 회복을 위한 잠에 빠진 순간, 레드는 눈을 떠서 그의 몸에 깃들었다.
당장 레드가 느끼기에도 그의 몸은 엉망진창,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이 쌍놈……. 계속 이렇게 엉망인 몸만 나에게 넘겨줄 셈이냐. 방학이면 그만 좀 싸우러 다니고 어디 휴양지나 놀러 가란 말이다.”
처음에는 이놈이 평생 고생하다 죽길 바랐는데, 이제는 그렇게 되면 이쪽이 더 손해다.
특히 지금 같은 상황에선 더욱 그러했다.
“쯧. 하지만 네놈도 오늘은 꽤나 봐줄 만 했으니 특별히 넘어가 주마.”
레드는 조금 전까지 보았던 엘런의 움직임을 기억했다.
그는 정말 자신의 기억 속에 있던 어떤 사내와 똑같이 움직이고, 똑같은 습관으로 기술을 연발했다.
물론 그런 상황이 나오도록 일부러 무의식의 습관부터, 기술의 본래 모습까지 기억에 넣어둔 거긴 하지만, 직관의 느낌은 또 다르게 다가왔다.
“오늘의 너는 정말 그놈과 똑같았다. 소름 돋을 정도로 말이야.”
레드는 피식하고 웃었다.
그놈이 죽은 지는 몇백 년은 더 지났을 텐데, 이제와서 그 후손에게 닮은꼴을 찾는다는 것이 참 꼴불견이다.
게다가 놈에 대해선 그리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은데도.
“만약 놈이 이렇게 평범한 시대에서 태어났다면, 정말 너처럼 나태하게 살았을지도 모르지. 굳이 그런 악마가 될 필요는 없었을 거야.”
그렇지? 데카마드?
그의 힘 없는 혼잣말은, 이제 천천히 무너져 가는 나월과 함께 스러지고 옅어졌다.
“오, 이런.”
레드는 작은 감탄과 함께 눈가를 포갰다.
“젠장. 이젠 나까지 졸려지잖아.”
연속된 오리하르콘 완드, 즉 레드의 사용은 그에게까지 피로를 전달했고, 본인마저도 그 후폭풍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는 편안하게 자세를 잡으며 양손을 배 위에 올렸다.
“이젠 나도 잠이 들어야겠어. 깨어나면 조금 더 편안한 침대였으면 좋겠군.”
레드는 작은 바람과 함께 눈을 감았다.
하지만 내뱉고 보니 괜스레 기분이 나빠 왔다.
과거의 그놈이나 했을 법한 말이었기에.
또는 그놈의 건방진 후손이나 내뱉었을 만한 말이었기에.
“쯧.”
레드는 작게 혀를 찼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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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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