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224)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224화(224/354)
#224화. 의도치 않은 귀환
레드의 바램은 이루어졌다.
눈을 떴을 때 몸은 조금 더 편한 침대, 아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침대로 옮겨져 있었다.
눈을 떴을 때 이전에 했던 모든 고생은 그저 질 나쁜 꿈이라 치부할 만큼 편안하고, 또 익숙한 침대였다.
엘런의 눈이 뜨였다.
정신은 아직 몽롱하다.
그런 몽롱한 정신으로밖에 내뱉을 수 없는 말을, 엘런은 입에 담았다.
“이건……. 꿈인가.”
레드가 만들어둔 꿈인가.
고개를 들면 자신과 똑같이 생긴 남자가 저기 창틀에 앉아, 바깥의 풍경을 구경하고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 고개를 들어 올리니─
“아오……. 도련님 방은 왜 나만 닦는 거야. 도련님이 도련님인지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하잖악!”
물 묻은 대걸레를 바닥에 벅벅 문지르며 광을 내고 있는 시녀 하나.
익숙한 투덜거림과 익숙한 목소리는 엘런도 익히 알고 있는 익숙함이었다.
“멜리?”
“도, 도련님! 일어나셨군요……! 진짜 걱정했잖아요!”
멜리는 호다닥 엘런이 있는 침대로 달려왔다.
그리곤 손을 바쁘게 움직이더니, 그의 이마에 갖다 대보기도 하고 손목의 맥박을 짚어보기도 한다.
의사는 아닌지라 딱히 정확한 소견은 말할 수 없었지만, 대충 정상인 것 같았다.
“도련님! 도련님이 여기 오고 얼마나 잠들어 계셨는 줄 아세요? 무려 이틀이라고요!”
“아니, 그것보다 왜 내가 여기 와 있는 거야. 여긴…….”
“도련님의 방이죠!”
엘런의 방은 크레센티아 본가에 있었다.
크레센티아의 본가는 제국 수도에 있었다.
눈을 뜨기 전만 해도 뜨거운 남부 태양 아래에 있던 것치곤 굉장히 멀리 와버렸다.
상황은 대충 유추가 간다.
“잠든 나를 형제들이 먼저 발견하고, 대충 호들갑을 떨면서 여기까지 데려온 거겠지. 거의 무조건이다.”
“호들갑인지는 모르겠지만, 본가에 들어오시는 카일 도련님과 아가씨들의 얼굴이 엄청 급해 보이셨어요. 본가 의원들도 전부 집결시켜서 진찰을 보게 했고요.”
“……아주 화려하게들 날뛰어주셨구만.”
“의사들은 그냥 잠든 것뿐이라고 하던데……. 정말 괜찮으신 거 맞죠?”
“그래. 정말 괜찮다.”
엘런은 멜리의 살짝 부스스한 머리를 쓸어 만지며 말을 이었다.
“카르디아랑 시에나, 라제나도 나랑 같이 왔나?”
“그으……분들이 누군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전에 저택에 손님으로 오셨던 분들이라면 그분들도 별채에서 치료를 받고 계세요.”
“치료? 어디 다쳤대?”
“저도 의사들이 하는 말을 들은 건데, 마경에 갔다 온 인간은 그 정신에 침투된 독기를 약으로 빼내줘야 한데요. 세 분은 아마 그 독기를 빼내고 계신 것 같아요.”
엘런은 고개를 끄덕이며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또 자는 거냐고 한소리 했겠지만, 여기 있는 멜리는 엘런 전담 시녀다.
이 정도야 놀랍지도 않을뿐더러 그가 뭘 원하는지 눈치채는 것도 금방이다.
“요깃거리와 디저트를 가득 내올까요?”
“부탁해.”
“네, 네! 조금만 기다리세요!”
“근데 멜리.”
“네?”
엘런은 여전히 누운 상태로 눈만 까딱이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일하는데 방해되지 않도록 질끈 틀어올린 머리는, 엘런이 선물해준 남색 손수건으로 묶여 있었다.
장난기가 낀 입가로 그는 말했다.
“원래 반말 쓰기로 한 거 아니었어?”
“아, 아! 맞다. 그, 그런데…….”
“그런데?”
“워낙 익숙하지가 않아서, 그냥 존댓말이 더 편한 것 같아요. 도련님은 언제나 도련님이실 테니까요.”
엘런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했다.
“편한 대로 해라.”
“네!”
쿠웅-
멜리가 방에서 나가고, 엘런은 기억을 더듬어 자신과 그 괴물의 일기토를 되새겼다.
딱히 영상으로 찍을 필요도 없이 그의 기억은 일전의 전투를 녹화본처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몸이야 수백 번 써본 것처럼 익숙하게 기억을 한다지만, 그래도 자신에겐 첫 사용이라 군더더기가 많았다.
“다음부턴 더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
본래 처음보단 두 번째에 더 잘하게 되고, 두 번째보단 세 번째에 더 잘하게 된다.
아쉬움이 남는다면 그 사제를 심문하지 못했다는 것이지만, 기회야 오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또 만나게 되겠지. 그놈들은.”
그러면서 자신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
멜리가 땀나게 뛰어서 가득 차린 밥상은 엘런이 흡입하듯 깔끔히 먹어치웠다.
이틀을 굶은 배는 디저트와 함께 모든 음식을 원했고, 평소보다 더욱 입맛이 돌아 배가 볼록 튀어나올 만큼 먹을 수 있었다.
엘런은 그 배를 탁탁 두드리며 밖에 나섰다.
오랜만에 왔으니 다시 한 번 어머니와 아버지를 뵐까도 생각했지만, 멜리가 말하길.
“지금 가주님과 부인께선 황궁으로 가신 상태예요! 이번 파병 건으로 보고할 게 많으신 모양인가 봐요!”
“그럼 어머니까진 가실 필요 없으실 텐데.”
“부인께서도 오랫동안 집 안에만 계셨으니까요. 산책을 하시고 싶다 하셨거든요! 그 옆을 아가씨들과 도련님이 따라나섰구요!”
“그렇군.”
가벼운 가족 나들이라도 가신 건가.
지금의 자신은 그 사이에 낄 수 없으니, 대충 상상만으로 만족한 엘런은 이만 별채로 걸어갔다.
크레센티아의 본가에서 다리 하나만 걸으면 있는 별채는, 손님들에게 내어주는 게스트 룸이라 할 수 있었다.
본래 방 하나만 내어주는 다른 집안들과 달리, 크레센티아는 집 하나를 통째로 빌려줘 버린다.
그러니 엘런으로선 이 별채에 발을 디뎌본 기억이 손에 꼽았지만, 그런 기억마저 완벽했기에 길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별채에 들어서자마자 왈가닥한 육성이 귀에 꽂힌다.
“젠장! 이 맛대가리 없는 약을 도대체 언제까지 먹어야 한다는 거야!”
“일주일은 먹어야 한다고 의원이 그러지 않았느냐.”
“칫……. 마경에서의 싸움은 스릴 넘치고 좋았는데, 이게 문제네.”
“상급 정도로 넘어가면 이런 약물치료는 꼭 필요한 듯 보입니다.”
별채 거실에 익숙하게 둘러앉은 셋은 어딘가 탁한 색의 약을 목구멍으로 꾸역꾸역 넘기고 있었다.
표정 관리는 둘째라면 서러운 황족, 시에나조차 미간을 찌푸리게 할 만큼 약은 맛이 대단해 보였다.
엘런은 저벅저벅 걸어와 카르디아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맛있는 것들 먹고 있네?”
“에, 에, 엘런……! 깨어난 거야?”
“그래. 깨어나 버렸다.”
“갑자기 엘런이 쓰러졌다길래 깜짝 놀랐습니다. 천만다행이군요.”
“엘런이여. 그보다 어찌 된 것이냐? 어떤 적을 만났길래 그리 쓰러졌던 것이야?”
사실 적을 만나서 쓰러졌다기보단 그냥 자신이 알아서 누워버린 것에 가깝다.
엘런은 남는 소파에 엉덩이를 붙이며 그날의 일을 셋에게 말해주었다.
전투 도중 갑자기 등장한 마경의 사제.
엘리스와 함께 사제를 몰아붙였으나, 곧이어 이어진 사제의 탈피.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괴물이 된 사제는 강력했지만, 엘리스가 전력을 내뿜어 상황 정리.
“이렇게 된 거야.”
“이야……. 역시 학생회장님이신가? 강하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엘런도 그런 전투에서 사지 멀쩡하게 살아남으셨네요.”
“운이 좋았지.”
엘런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어차피 이들에겐 모든 걸 밝힐 수 없다.
그러니 이야기의 주인공은 엘리스여야만 했고, 자신의 승리 스토리는 감춰야 옳았다.
그때, 시에나가 엘런의 어깨에 손을 가져갔다.
“여기 머리카락이 묻었구나. 떼어주마.”
“그러든가.”
시에나는 그의 어깨에 붙어 있던 머리카락을 손으로 집었다.
그리고 곧장 땅바닥에 버렸다.
하지만 바닥에 떨어져 햇빛에 노출된 머리카락은 묘하게 빛이 났다.
흑색이 낼 수 없고 내기 힘든 빛깔이었다.
떨어진 머리카락 한 줄기에서, 두 가지의 색이 부분부분 합쳐져 있다.
반짝이는 은색과 거뭇거리는 흑색이었다.
“엘런이여. 넌 이틀 동안 샤워를 안 한 셈이지 않느냐.”
“뭐, 그렇지?”
“저기 샤워실이 있다. 어서 들어가거라. 머리가 잔뜩 떡져있으니.”
“귀찮은데.”
엘런은 한숨을 내쉬며 그래도 고분고분 샤워실로 움직였다.
원래 성격대로라면 이대로 꼼짝도 안 했겠지만, 그것보다 시에나의 잔소리가 몇 배는 더 싫었다.
쏴아아아아아아-
샤워기에서 뜨뜻한 물줄기가 쏟아져 내린다.
엘런은 잠시 그 따뜻함에 몸을 맡기며 어깨 아래로 피로가 쓸려 내려가는 게 느껴졌다.
피부 사이에 끼어있던 흙먼지도 같이 사라져간다.
깔끔하게 몸을 닦아낸 엘런은 수건을 꺼내 머리를 탈탈 털었다.
그리곤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았다.
“……어?”
이거 왜 이래?
엘런은 눈을 비비고 다시 한 번 거울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잔인한 현실은 무엇하나 바뀌지 않았다.
“머리카락이…….”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새까맸던 머리카락이, 지금은 조명에 반짝반짝거리는 은발로 재탄생해버렸다.
엘런은 딱히 고민할 필요도 없이 그 이유를 깨달았다.
“맞아. 마경의 힘에 오래 닿으면 염색 스프레이가 힘을 잃었지.”
하지만 지금은 태연하게 이런 분석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쿵쿵-
“엘런! 다음에 나 쓰게 얼른 나와봐! 넌 무슨 샤워를 20분 동안 하냐?”
“…….”
바깥에는 저 사막의 망나니를 비롯해 장애물이 두 개는 더 있었다.
저들에게 머리카락을 들키지 않고 빠져나가서 어떻게든 염색 스프레이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넓은 집에서 염색 스프레이를 찾는다는 건 어불성설.
염색 스프레이는 분명 이사벨이나 엘리스가 갖고 다니고 있다.
그들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그 두 명은 지금 어머니와 바깥 산책 중…….”
일이 더럽게 꼬여간다.
엘런은 일단 옷부터 집어 입은 후, 아공간에서 후드가 달린 옷들을 뒤지다가 결국 학교 로브를 꺼내입었다.
후드가 달린 옷도 하필 이것밖에 없다.
“젠장.”
짧은 욕지거리와 함께 엘런은 후드를 깊게 눌러썼다.
벌컥-!
단숨에 욕실 문을 열어젖힌다.
그러니 아까 문을 두드렸던 카르디아와는 처음부터 곧장 만나버렸다.
“에, 엘런? 갑자기 교복 로브는 왜 입냐?”
“그냥. 적당히 따뜻한 옷이 필요해서 입었어.”
“집 안은 이미 따뜻한데? 그것보다 후드까지 눌러썼잖아.”
“너 샤워 한다며. 얼른 들어가서 해.”
“자, 잠깐……!”
엘런은 카르디아를 샤워실 안으로 꾸욱꾸욱 눌러 담았다.
그렇게 첫 장애물을 넘기고(?), 나머지 두 개의 장애물은 이 복도를 넘겨야 보였다.
“그렇다면…….”
구태여 만나줄 필요도 없다.
엘런은 당장 외벽 쪽으로 달려가 창문을 열고, 그대로 바깥을 향해 뛰어내렸다.
아래로부터 밀려 올라오는 바람이 후드 속 은발을 거칠게 휘날린다.
“미쳐버리겠네.”
엘런은 갑자기 순조롭게 꼬여가는 상황에 한탄하며 재빨리 별채 바깥으로 나갔다.
이제 바깥에서 산책을 즐기고 있을 어머니와 형, 누나들을 찾아야 했다.
“이 넓은 수도에서 어디부터 가봐야 한담.”
당장 그 세 명에게 들키지 않고 빠져나왔다만, 사실상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제국 수도는 도저히 말로 설명이 안 될 만큼 넓다.
1학년 생활 구역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까마득하게 넓기에, 발로 뛰어서 가족을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어머니가 밖에 나가시면 어딜 자주 가셨더라.”
엘런은 이제껏 머릿속에 담아둔 모든 기억들을 전부 들춰보았다.
어머니, 마리아와 관련된 거라면 그 무엇하나 빼놓지 않고 모조리 회상했다.
그러니 조금이지만 예상가는 곳이 한군데 있었다.
“일단 가보자.”
엘런은 발을 움직였다.
제국 수도에선 생활 구역에서처럼 날듯이 뛰어다닐 수 없다.
이런 벌건 대낮에 그런 움직임은 경비병들의 눈길만 좋다고 끌어당길 것이다.
그럼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
엘런은 최대한 제국민들과 자연스럽게 섞이며 길을 걸어나갔다.
하지만 제국민들은 물론이거니와, 대륙이 알고 있는 제국 아카데미의 로브를 입고 길을 거닌다는 건 꽤나 주목받을 만한 일이었다.
후드를 써도 주변의 시선이 깔짝거리는 게 느껴진다.
“젠장. 거기까지는 걸어서 30분은 가야 할 텐데.”
히아-
오늘도 한숨은 늘어만 간다.
“아이스크림 사세요~ 오늘은 특별히 10% 세일입니다~”
가까운 곳에서 아이스크림 이동 마차가 보인다.
엘런은 후드 속에서 저절로 미소 지었다.
“저기서 머리 좀 식혀야겠다.”
마차까지 한달음에 걸어간 그는 별다른 고민도 없이 하나의 아이스크림을 가리켰다.
“초코맛 콘으로 주세요.”
“예이, 초코맛 콘 금방 나갑니다.”
마차 아저씨는 바삭바삭한 콘에다 둥글게 푼 초코를 한아름 담아 엘런에게 건네주었다.
“3실버 입니다.”
“여기요.”
“잘 받았습니다. 다음에 또 오세요.”
콘 아이스크림을 받고 이제 다시 걸어가려는데, 또 다른 누군가가 마차로 달려온다.
“아저씨! 녹차 아이스크림 하나 컵으로 주세요!”
“예, 녹차 아이스크림 금방 나갑니다.”
엘런은 누가 뭘 시키던 관심 없었기에 뒤 한 번 돌아보지 않고 걸어나갔다.
허나 목소리는 뜻밖에도 뒤에서 들려왔다.
“어? 우리 학교?”
“…….”
“그것도 귀여운 1학년이네?”
통통 튀는 목소리의 여자가 엘런의 앞으로 돌아온다.
엘런도 아는 익숙한 얼굴의 여자였다.
아이스크림 이동 마차를 보고 후다닥 달려온 것만 봐도 그는 뻔히 알 수 있었다.
“너도 아이스크림같이 달달한 디저트 좋아하면, 우리 동아리에 들어올래?”
천상의 맛 디저트 연구회, 동아리 회장 칼리는 엘런에게 베시시 웃으며 물었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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