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228)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228화(228/354)
#228화. 선물 경쟁(4)
엘런은 쯧 하고 혀를 차며 별채로 움직였다.
“내가 반년 사이에 친 사고들이 그리 많았나.”
단순히 몇 개(?)에서 끝날 줄 알았던 사고들은 양손을 다 합쳐도 모자랐다.
몇 개는 퇴학을 당하지 않은 게 신기한 수준이었고, 그 뒤에는 엘리스의 도움이 있어서 무사했던 것도 많았다.
거기에다 자잘한 것까지 합치니, 자신은 형용할 수 없는 문제아가 되어 있었다.
“아버지가 웃고 넘겨서 망정이지, 조금만 진지했으면…….”
자신은 아마 아버지에 의해 퇴학당하고 기사단에 자동 입단되었을 것이다.
“얼른 눈이나 붙이자.”
하품을 쩌억하며 슬슬 본채를 벗어나려는데, 복도 저편에서 삐익하는 호루라기 소리가 났다.
엘런이 자연스레 고개를 돌리니 그곳에는 아까까지 식탁에 앉아있던 가족들이 서 있었다.
손가락을 입에 물고 소리를 낸 이사벨이 다시 한번 삐익하고 울며 손을 확확 흔들었다.
“엘런! 이리 와봐!”
“너에게 줄 것이 있다.”
“선물이야.”
“선물?”
선물이라는 말에 별채로 향했던 발걸음이 자연스레 그 셋에게로 향한다.
아까의 만찬으로 가득 불러있던 배가 무거운지도 모른 채, 엘런은 형제들에게 다가갔다.
“선물이 뭔데?”
“그 전에 엘런이 알아둬야 할 게 있어.”
“맞아! 맞아! 사실 이건 우리들만의 경쟁이거든!”
“그건 또 뭔 소리야.”
“짧게 말해, 네가 우리 셋의 선물 중 가장 네 마음에 드는 걸 고르면 된다는 것이다. 1위부터 3위까지의 순위를 매겨봐라.”
엘런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니, 내가 어떻게 가족들의 선물에 순위를 매겨.”
“해야만 해! 선물은 뭐든 받으면 좋다지만, 그래도 마음에 엄청 드는 것 하고 덜 드는 건 있을 거 아냐! 우린 그것만 알면 돼!”
“언니의 말이 맞아. 마음에 더 드는 것과 덜 드는 것. 이렇게 구분해 줘.”
이거 곤란해졌다.
여기서 뭘 고른다 한들, 셋 중 꼴찌를 하게 될 하나는 대차게 상처받을 것이 뻔했다.
나름 이런 것에는 무뎌 보이는 카일도, 자세히 보면 침착함 안에 기대가 울긋불긋 피어나고 있었다.
엘런은 얼굴을 쓸어내리며 일단 셋이 안내하는 방 안으로 움직였다.
먼저 온 곳은 엘런도 익히 아는, 본채에 있는 자신의 방이었다.
“이 문 뒤에 선물을 준비해 두었다.”
“셋의 선물 모두?”
“아니? 내 선물은 이런 방 안에 가둬둘 수 없는 아주 커다란 선물이야! 음하하하핫!”
“…….”
저 말에 불안감이 꾸물거리며 차오르는 건 아마 기분 탓이리라.
쿠우웅-
문이 둔중한 소리를 내며 좌우로 밀린다.
엘런의 방은 아까도 멜리가 닦아놓아 사람이 없어도 바닥에서 번쩍번쩍 빛이 난다.
어째 이 방은 엘런이 있을 때보다 훨씬 더 깨끗했다.
그 깨끗함과 청결함의 중앙에서, 꽤나 크기 있는 뭔가가 떡하니 자리하고 있었다.
“저건…… 침대야?”
“맞다. 나의 선물은 바로 이 침대다.”
“오오…….”
엘런은 저도 모르게 작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척 보아도 침대는 아주 푹신하고 또 구름처럼 풍성했다.
엘런은 침대로 다가가 시트를 꾹꾹 눌러보기도 하고, 그 위에 덮인 이불을 매만져도 보았다.
베게를 비롯하여 이불은 카스테라의 촉감만을 구현해놓은 듯 보드라웠다.
“어떠하냐. 침대의 감촉은.”
“솔직히 너무 괜찮은데? 기숙사 침대보다 훨씬 좋아.”
“당연하다. 이 침대는…….”
그의 품속에서 어떤 쪽지가 슬며시 빠져나온다.
“침대를 만드는 기술 중에서도 실험적인 정신으로 만들어낸 푹신함과, 여러 임상시험을 거쳐서 구축해낸 피로 회복 기술이 접목된 초과학 침대다.”
“아니, 오빠악! 초과학 침대는 무슨 깨뼉다구 같은 소리야!”
“맞아. 아무 단어나 갖다 붙인다고 물건에 값어치가 생기는 건 아니야.”
“흠흠. 어찌 됐든, 이 침대는 시트에 내장된 약초가 특수 마감 처리되어서 누워 있기만 해도 잠이 솔솔 오게 해준다. 더불어 편안한 잠이 들 수 있도록 항상 좋은 향기가 나게 하는 능력까지 갖췄다.”
“냄새라. 냄새는 중요하지.”
엘런은 고개를 천천히 주억이며 카일이 선물한 침대를 쓸어 만졌다.
겉모습도 그렇게 화려하지 않고 수수한 것이 딱 자신의 취향이었다.
아마 시트에서 이렇게 화려한 능력이 부여되었다면, 그 시트를 담는 프레임도 굉장히 꾸몄을 터.
허나 그걸 카일이 의도적으로 이처럼 수수하게 바꾼 것이 틀림없다.
“솔직히 이 앞에 뭐가 나오든 이것보다 좋기 힘들겠는데?”
“후후훗. 당연한 이치다.”
“으으으읏! 아니야!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찌이익-!!
이사벨이 뭔가를 거칠게 찢어발겼다.
뭔가 단단히 잘못된 보고서를 받은 상사처럼, 양손으로 갈기갈기 찢은 이사벨은 제 마력을 불어넣었다.
동시에 푸른 휘광이 셋을 감싸 안는다.
익숙한 텔레포트의 청광이었다.
눈을 한 번 감았다 뜨고 나니 풍경이 바뀌었다.
“여긴 수도 광장이야!”
“그건 나도 아는데. 여긴 왜 온 거야?”
“바로 여기에! 내 선물이 있거든!”
이사벨은 입으로 ‘두구두구두구‘ 같은 북소리를 내며 광장을 양팔로 힘차게 가리켰다.
“모두 저길 보시라~!!”
“마차의 행렬? 저게 네 선물이냐?”
“언니가 벌써 노망이 났어.”
“어허! 노망이라니! 너희는 맡아지지 않는 거야? 이 코끝을 자극하는 설탕 냄새가?”
사실 그 설탕 냄새에 제일 먼저 반응한 것은 다름 아닌 엘런이었다.
근 10년 넘게 디저트를 탐해왔던 엘런은, 정말 매일 같이 군것질하면서 거의 달통한 수준에 이르렀다.
그건 단순하게 많이 먹어서도 있지만 그의 기억력이 원인이었다.
엘런의 기억력은 단순히 보는 것과 들은 것에서 지나지 않고 미각과 후각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런 오감이 알려주었다.
“이 마차에 있는 디저트들……. 뭔가 달라.”
“그렇지! 역시 엘런은 알아보는구나! 으하하하핫!”
“뭐가 다른데.”
“뭐가 다르냐고 물으신다면 대답해 드리는 게 인지상정! 이 마차들은 세계 각지에서 희귀한 디저트들을 취급하는 데, 오늘 수도에서 한자리에 모이는 이벤트를 벌였어! 근데 내가 그걸 전부 다 샀지!”
“…….”
엘리스와 카일은 살짝 입을 벌려 이사벨을 쳐다보았다.
설마 돈지랄을 해도 이렇게까지 할 줄이야.
당장 돌부리에 넘어질 것처럼 덤벙거려도 역시 마탑 학파장이라 이건가.
돈을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자, 엘런! 저기 마차에 있는 모든 디저트들이 다 네 거야! 남들은 하나 먹어보려고 줄을 서는 것들이 전부전부!”
“……근데 누나. 이거 원래는 축제라고 했지.”
“응!”
엘런은 이사벨의 발랄한 대답을 듣고 생각에 잠겼다.
오전에 칼리가 자신에게 내밀었던 팜플렛, 그것의 정체는 바로 여기 마차들이었다.
‘선배들은 누나가 사재기하기 전에 원하는 만큼 샀으려나.’
약간의 걱정이 올라온다.
엘런은 마차에 진열된 디저트들을 살펴보았다.
디저트들은 몇 개 빼고는 아직 그대로 유리 너머에 보관되어 있었다.
‘선배들 것도 챙겨야겠어.’
다른 건 몰라도 자신의 선물 때문에 타인이 피해 보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엘런은 디저트들을 챙기며 이사벨을 돌아보았다.
“누나. 선물은 너무 고마워.”
“하하하핫! 이 정도로 뭘!”
“근데 이건 축제잖아. 모든 사람이 즐기는.”
“으, 응.”
“다음부터는 내 선물 챙겨주겠다고 축제까지 몰아줄 필요는 없어. 알겠지?”
이사벨은 쭈뼛거리며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엘리스는 이쯤에서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침대와 디저트.
모두 엘런의 취향을 관통했지만 결국 한계가 보인다.
당장 엘런에게 필요한 건 잠을 잘 침대도, 배를 채워줄 디저트도 아니었다.
“엘런. 이제 내 선물만이 남았어.”
“그러네. 누나의 선물은 어디로 가야 만날 수 있는 거야?”
“그럴 필요 없어. 내 아공간에 있으니까.”
형제들의 선물은 역시 상상을 뛰어넘는다.
자신을 가장 가까이서 본 사람들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만은, 입 한 번 뻥긋하지 않았는데 취향을 저격하는 선물은 역시 대단했다.
“이거야.”
“팔찌네?”
“응응. 엘런을 위해 내가 주문 제작해놓은 팔찌야.”
“주문 제작이라면, 며칠은 걸렸을 텐데. 이걸 며칠 전부터 준비한 거야?”
“아니. 내가 오늘 저녁까지 만들어두라고 시켰어.”
엘런은 장인들이 두려움과 목줄처럼 죄어오는 시간 속에서 만들어낸 공포의 산물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역시 장인은 장인들인지, 촉박한 시간 속에서도 챙길 디테일과 마감 처리는 모두 깔끔하게 맞췄다.
아니, 만약 그러지 못했다면 엘리스가 그들의 머리를 얼음으로 깔끔하게 맞췄겠지.
“예쁜 팔찌네. 그렇게 튀지도 않고.”
“응. 엘런은 화려한 걸 안 좋아할뿐더러 바깥에선 평민이잖아. 스쳐 지나가면 그냥 평범한 팔찌처럼 보이게 만들었어.”
“그보다, 어떤 능력이 있는 팔찌야? 마력과의 교감이 아주 잘 되는데?”
“엘런은 역시 눈썰미가 좋네.”
엘리스는 미소와 함께 손수 그의 손목에다 팔찌를 채워주었다.
팔찌는 살짝 덜렁일 정도로 커다랬으나, 이내 천천히 조여들며 엘런의 손목에 딱 맞아들였다.
“신기하긴 하다만, 착용자 맞춤 따위로는 날 이길 수 없다.”
“나는 착용자 맞춤에서 팔찌가 끝난다고 말한 적 없어.”
“……뭣이?”
“자, 봐봐. 엘런. 이 팔찌의 능력은 너와 비슷해. 아무 마법이나 하나 써볼래?”
“알겠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엘런은 엘리스의 말대로 아무 마법이나 써보았다.
[매직 스피어 – 멀린 수식]쩌저저적-
투명한 농도의 얼음 장창이 지면에서부터 곧게 뻗어 올라왔다.
옆에 있던 마탑 학파장 이사벨도 감탄할 만큼 순도 높은 얼음이었다.
엘리스의 손이 팔찌를 감싸 쥔다.
“이제 여기에다 마력을 흘려 넣고, 마법의 마력과 팔찌에 깃든 마력을 이어 붙여.”
“이렇게?”
그녀의 설명대로 마력을 움직이니, 곧게 펼쳐져 있던 얼음 장창이 팟하고 사라졌다.
하지만 왜인지 소멸됐단 느낌은 들지 않았다.
마법이 아예 없어진 거라면 마력도 없어져야 하는데, 매직 스피어의 마력은 아직 팔찌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 팔찌가 내 마법을 먹은 건가?”
“먹었다라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나는 저장이란 말을 추천할게. 이 팔찌의 기능은 ‘매직 인벤토리‘. 엘런이 저장해둔 마법을 단숨에 펼칠 수 있어.”
“어떻게 하는 건데?”
“엘런이 이어 붙인 두 개의 마력을 끊어버리면 그만이야.”
아까 자신은 매직 스피어와 팔찌의 마력을 접목했다.
그 연결을 단숨에 끊어버리니, 매직 스피어는 그대로 튕겨 나와 다시 엘런의 손에 들려 있었다.
“신기하네.”
“그렇지? 거기에다 팔찌가 기억할 수 있는 마법의 양은 다섯 개나 돼. 위급 상황에는 따로 마법진을 펼칠 필요도 없이 곧장 마법을 꺼낼 수 있지.”
“확실히 명품이다. 세상에는 이런 것도 있었구나.”
“아아아! 이제 그만그만!”
이사벨은 엘런이 더 팔찌에 정을 붙이기 전에 그 사이로 끼어들었다.
“엘런! 이제 결정해! 누구의 선물이 가장 최고야?”
……결정의 시간이 와버렸다.
엘런은 한숨을 내쉬며 앞에 선 셋을 바라보았다.
성격도 제각각이고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제각각인 형제들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자신이 1등이라는 생각이 눈에 가득 차 있었다.
엘런은 말했다.
“모두의 선물이 마음에 들고 다들 최고의 선물을 줬지만, 굳이굳이 순위를 매기자면…….”
꿀꺽-
이사벨의 목젖으로 마른침이 넘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엘런의 입이 열렸다.
“엘리스 누나가 1위, 카일 형이 2위, 이사벨 누나가 3위야.”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아쉽지만 만족하마.”
“흐허허헝! 내가 3위라니이!”
반응은 첨예하게 갈렸다.
사실 가장 쓸모 있는 것과 정성으로 순위를 매겨서 이사벨이 3위인 것이지, 만약 취향대로 했다면 그녀가 1위를 따냈을 것이다.
“디저트 잘 먹을게. 사실 받고 가장 설렜던 건 누나의 선물이었으니까.”
“흐어엉. 정말……?”
“그럼.”
엘런은 이사벨의 등을 토닥이며 한참을 달래줘야 했고 그사이에 엘리스의 목소리가 찔러 들어왔다.
“엘런. 혹시 방학 숙제는 끝냈어?”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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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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