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23)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23화(23/354)
#023화. 간 보기(2)
키아는 유리 수정구를 멀뚱히 바라보는 학생들을 향해 말했다.
“이 수정구는 색으로 사용자의 주속성을 알려줘요! 주속성의 중요함은 다들 알고 계신가요?”
그때 번쩍 손을 드는 한 명의 학생.
그 손은 엘런과 지척의 거리에서 천장으로 올라갔다.
키아는 기특하다는 듯 ‘헤헷’하고 웃으며 그 학생을 가리켰다.
“시에나 카이저 아인티제입니다. 주속성은 마법사가 태생적으로 타고나는 속성인 만큼 가장 자신과 잘 맞고 시너지가 좋습니다. 같은 속성으로 싸울 때 반대쪽이 주속성 사용자라면 똑같은 마법이라도 위력 면에서 차이가 납니다.”
“좋아요! 좋아! 아주 잘 설명해주었어요! 시에나 학생이 말해준 것처럼 주속성은 마법사에게 굉장히 중요하답니다!”
이번에는 발표가 아니라 질문인 듯 또 다른 학생이 손을 들었다.
키아는 그 학생도 놓치지 않고 가리켰다.
“네! 질문하십시오!”
“빈 고르미오입니다! 같은 주속성을 타고나더라도 그 안에 ‘세부 특성’은 다를 수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오늘 이것도 알 수 있을까요?”
“으음! 좋은 질문이네요!”
키아는 마력 분필을 움직였다.
“맞아요! 빈 학생의 말처럼 같은 화속성을 타고나도 누군가는 뻥뻥 터지는 ‘폭발’의 특성을, 또 누군가는 끝없이 불의 온도가 오르는 ‘초고온’ 특성을 타고날 수 있겠죠!”
삭삭- 사사삭-
빈 칠판에 올망졸망한 그림들도 간단한 부연설명이 더해진다.
그림체도 그러하고 키아의 조막만 한 키까지 더해지니, 그 모습은 꼭 스케치북에 크레용을 들고 온 꼬마 같았다.
분명 좋은 수업이고 좋은 설명인데 그녀의 귀여움은 집중을 미묘하게 흔들었다.
“각 속성마다 밝혀지고 기록된 세부 특성은 수십 개가 넘어가지만 드물게도 새로운 특성이 발견될 수 있어요! 하지만 이 수정구로는 세부 특성까지 알아낼 길이 없답니다! 세부 특성은 본인이 직접 노력하고 마법을 갈고 닦으면서 자연스레 알아가는 거예요!”
학생들은 아쉽다는 표정과 함께 입맛을 쩝하고 다셨다.
키아는 잠시 분필을 내려놓고 밝은 미소와 함께 말을 이었다.
“그래도 너무 상심하진 마세요! 세부 특성은 주속성에만 있는 만큼! 그걸 발견하고 발전하는 재미가 있으니까요!”
짝짝-!
키아는 손뼉을 가볍게 두 번 쳤다.
그 손짓은 가벼웠으나 안에 담긴 마력은 철퇴처럼 둔중했다.
주속성과 세부 특성 얘기로 한껏 들떠있던 학생들의 어깨가 쑤욱 가라앉는다.
“언뜻 간단해 보이지만 오늘 이것도 실습! 쓸데 없는 흥분은 금물이랍니다?”
“네, 네!”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온 위압감에 학생들은 침음을 삼키며 몸가짐을 바로 했다.
“좋아요! 그럼 다들 앞에 있는 수정구에 양손을 올려주세요!”
학생들은 키아의 설명에 따라 움직였다.
엘런도 앉아서 하는 수업이고 큰 동작을 요구하지 않는 만큼 군말 없이 따랐다.
“재밌을 것 같지 않으냐.”
“별로.”
“우리들의 주속성은 이미 알고 있다 해도 세부 특성은 모르지 않느냐.”
“그런 얘기는 앞에 있는 애랑 해라. 난 관심 없으니까.”
거짓말이 아니었다.
엘런은 정말 그러했다.
자신의 주속성이 뭐든, 그 주속성의 세부 특성이 뭐든.
엘런은 정말 관심 없었다.
졸업만 하면 그만인데 이런 게 신경 쓰일 리 없다.
졸업 조건에 본인의 주속성, 세부 특성이 뭔지 알아야 한다면 모를까.
엘런의 눈가는 반쯤 감겨 수평을 유지했고, 키아는 제자리에서 발발거리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 상태 그대로! 수정구에 마력을 불어넣어 주세요!”
옆에 시에나는 호수처럼 고고하고 부드럽게 마력을 흘려 넣었다.
그러나 앞에 카르디아는 거친 해일처럼 수정구를 부술 듯이 마력을 처넣었다.
엘런은 작게 하품을 내쉬며 자신도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렇게 교실 속 모든 학생은 수정구에 마력을 흘렸다.
키아는 그 모습을 차례차례 관찰하며 입을 열었다.
“속성은 총 일곱 가지! 그 속성을 상징하는 색도 당연히 일곱 가지입니다!”
그녀는 마력 분필을 움직여 속성과 매치하는 색을 적어나갔다.
화속성은 적색.
수속성은 청색.
목속성은 녹색.
금속성은 금색.
토속성은 황색.
풍속성은 흰색.
빙속성은 연청색.
“수정구가 마력을 충분히 머금으면 위와 같은 색으로 변할 거예요! 아! 마침 저기 좋은 예시가 있네요!”
키아는 벌써 수정구에 색을 넣은 학생에게 오도도 달려갔다.
“이름이 뭔가요? 학생?”
“카르디아 아누비샨입니다! 흐하하핫! 내가 일등이다!”
“하하하하! 맞아요! 카르디아 학생이 일등으로 수정구 색이 변했네요! 그럼 어디 볼까요?”
카르디아가 손에 쥔 수정구는 따가운 사막의 태양 아래 가득 쌓인 금화처럼 반짝거렸다.
“금속성! 카르디아 학생의 주속성은 금속성이네요!”
뒤에서 가만히 그 얘기를 듣고 있던 엘런은 과거 그녀와 부딪쳤던 때를 떠올렸다.
‘갑옷을 치는 줄 알았지.’
예상하긴 했다만 역시 카르디아는 금속성 마법사였나 보다.
키아는 맑게 웃으며 금속성에 대해 얘기했다.
“금속성은 7속성 중 가장 뛰어난 방어력을 지녔어요! 뛰어난 금속성 마법사는 튼튼한 성벽과도 같다 표현하죠! 하지만 어떤 세부 특성을 타고나냐에 따라 이 방어력이 공격력으로도 전환될 수 있는 아주 좋은 속성이에요!”
“아자!”
“축하해요! 카르디아 학생!”
“감사합니다!”
아까 애새끼라고 폄하했던 건 어디 가고 카르디아는 붙임성있게 대답했다.
“교수님. 저도 다 됐습니다.”
“오오! 시에나 학생도 끝났군요! 한 번 볼까요!”
시에나는 수정구에서 손을 뗐다.
그 섬섬옥수에 가려져 있던 수정구가 모습을 드러내니.
그쪽을 구경하고 있던 학생들의 입에서 자뭇 탄성이 흘러나왔다.
“와아…….”
“때깔 봐라.”
“진짜 예쁘네.”
시에나의 수정구는 녹색이었다.
그것도 거대한 숲의 파도를 연상시키는 진한 녹색.
수정구를 보기만 해도 더없이 맑은 공기가 폐를 정화시켜주는 듯하다.
키아는 수정구를 보며 ‘짝짝!’ 박수를 쳤다.
“시에나 학생은 목속성을 타고났네요! 목속성은 수속성과 같이 환경을 많이 타고나지만, 그 한 가지 조건만 충족된다면 두려울 게 없는 속성이에요! 공수 전환이 재빠르고 마법의 호흡 조절도 자유로워서 유틸성이 대박이죠!”
“감사합니다. 교수님.”
“뛰어난 목속성 마법사만큼 까다로운 것도 없는 법! 동기인 여러분들은 긴장 좀 하셔야겠는데요? 하하하하핫!”
다른 학생들은 이를 악물며 수정구에 마력을 집어넣었다.
저 괴물의 성장을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는 게 점점 실감되고 있다.
그러나 시간선이 어긋난 것처럼 혼자 느릿느릿 달리는 거북이 한 마리.
“흐아아암.”
엘런은 하품만 쩍쩍하며 수정구를 매만졌다.
뭐, 마력만 흘리면 되는 수업이니까 편하기 그지없다만…….
유리 수정구는 아까 처음처럼 맑고 투명하기만 했다.
저 칠판에 적힌 일곱 가지 색 중 하나가 나와야 한다는데 자신의 수정구는 그럴 기미조차 안 보인다.
심지어 일정한 시간이 흐르니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정구의 색을 피워냈다.
빨간색, 파란색, 흰색 등등.
교실은 꽃밭이 된 것처럼 형형 색깔로 물들었다.
“교, 교수님! 됐습니다!”
“교수님! 새, 색이 나왔습니다!”
“교, 교수님! 저도!”
그들은 먹이를 바라는 아기새처럼 삐약삐약거리며 키아를 기다렸다.
“네! 잠시만요! 모두 봐주도록 할게요!”
키아는 짧은 다리로 후다닥 움직이며 모든 학생들의 수정구를 봐주었다.
개중에는 당연히 겹치는 속성도 있었으나 그녀는 이전에 말해주지 않았던 속성의 장단점을 읊어주었다.
그러니 이미 결과가 나온 학생들도 긴장을 풀지 못한 채 그녀의 말에 계속 귀를 기울여야 했다.
겉보기와 다르게 약으면서 영리한 교수다.
엘런은 키아에 대해 그렇게 평가하며 자신의 수정구를 내려다봤다.
“투명하구나.”
옆에 있던 시에나가 굳이 말 안 해도 알 수 있는 사실을 엘런의 가슴에 박아넣었다.
“……나도 보이거든.”
“혹시 마력을 안 넣고 있는 건 아니더냐?”
“넣고 있어. 처음부터 꾸준히.”
“주입하는 마력량을 늘려 보아라. 저기 카르디아도 컨트롤 없이 한꺼번에 많은 마력을 넣어서 색을 띄웠으니.”
……뭔가 공격당한 느낌?
카르디아는 뭐라 와악 하고 소리 지르려 했으나 키아가 한 발 더 빨랐다.
“저, 저기 엘런 학생?”
“예.”
“혹시 수정구가 아직도…….”
“투명하네요.”
“이, 이게 왜 그러지?”
키아는 엘런이 쥐고 있던 수정구를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러나 딱히 특별할 것 없는 수정구였고 다른 학생들과 똑같은 수정구였다.
흠집도 하나 없으니 망가졌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엘런 학생이 속성 장애를 앓는 것도 아니잖아요……!’
속성 장애는 태생적으로 속성 마법을 쓸 수 없는 걸 일컫는다.
그러나 분명 상부가 준 보고서에는 빙속성을 수준급으로 다룬다고 적혀 있었다.
‘그럼 예상대로 저기 맑은 하늘 같은 연청색이 빛나야 하잖아요!!’
키아는 평평한 표정을 유지했다.
그러나 그 내면과 멘탈은 펑펑 터지는 중이었다.
키아는 엘런의 수정구를 뚫어져라 바라봤지만 특별한 문제를 찾지 못했다.
결국 한숨을 푸욱 내쉰 그녀는 수정구를 그에게 돌려주기 위해 손을 뻗었다.
“기다려 보세요! 제가 새로운 수정구를…… 어맛!”
키아의 솜사탕같이 둥근 손에서 수정구가 미끄러졌다.
그것은 중력이 이끄는 대로 바닥에 직행했다.
마력은 담을 수 있으나 그 충격은 감당할 수 없기에.
와장창-!!
수정구는 바닥에서 깨져나가 파편으로 튀었다.
그러나 사방으로 터져나간 건 유리 파편뿐만이 아니었다.
쩌저저저저저저저적-!!!
스아아아아아아-!!
수정구가 깨진 그 바닥을 중점으로.
교실은 한겨울 혹한의 북풍이 부는 설원에 내던져진 것처럼 변모했다.
바닥은 거친 빙판처럼 얼음이 두텁게 깔리고 이곳저곳 얼음이 돌처럼 쌓였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수정구가 품고 있던 냉기는 거목의 나뭇가지들처럼 거침없이 벽면으로 뻗어 올라갔다.
그냥 벽은 물론이고 칠판 할 것 없이 설산의 단면처럼 거칠어졌다.
천장에선 전등의 속까지 냉기가 스며들어 불빛이 하나둘 꺼져나갔다.
또한 천장 곳곳에 전쟁용 장창을 연상케 하는 기다란 고드름이 맺히니…….
냉기의 번식과 침식은 겨우 종식되었다.
“어으으으…….”
“추, 추, 추워…….”
“미, 미친…… 갑자기 이게 뭔 일이야……?”
방한 성질의 교복이 없었다면 진작 냉동육이 돼도 이상하지 않을 한기다.
심지어 전등의 불까지 모두 꺼뜨려 교실은 오밤중에 하늘처럼 어두웠다.
그나마 창문에서 옅은 햇빛이 흘러들어오곤 있지만, 그것마저도 두껍게 뻗친 성에가 유리창을 뒤덮었다.
시에나와 카르디아도 추위를 참지 못해서 몸을 부르르 떤다.
그러나 엘런은 간혹 입김이 나올 뿐 전혀 추위를 타지 않았다.
이 말인즉슨.
“수, 수정구가 계속 엘런 학생의 마력을 머금고 있던 거군요. 하지만 왜죠……? 수정구는 마력이 친밀함을 느끼는 속성을 색으로 보여주는데…….”
엘런의 수정구는 아까 봤다시피 투명하기만 했다.
빙속성을 상징하는 색은 조금도 없었단 말이다.
그러나 엘런은 이 미스테리의 답을 알 것 같았다.
‘내 마력이 크레센티아의 음기와 융합됐으니까.’
빙속성이 주속성인 마법사라도 그 마력은 일련의 변화과정을 체내에서 거쳐야 한다.
하지만 엘런의 마력은 본질이 빙속성 그 자체.
그러니 수정구는 엘런의 마력을 속성 마력이라 판단하고 색을 띄우지 않은 것이다.
이미 빙속성의 마력을 불어넣고 있는데 색이 무슨 의미란 말인가.
이 사실을 알 리 없는 키아는 책상 위에까지 뻗은 살얼음을 손으로 매만졌다.
바스락- 바스락-
살얼음이 손안에서 잘게 부서진다.
키아의 멘탈도 그 살얼음처럼 잘게 부서졌다.
“오, 오, 오늘 수업은 여, 여기서 마치도록 하, 할게요……. 다, 다음에 만나요.”
그녀는 추위에 떠는 것도 아니면서 바들바들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마쳤다.
짝-!
키아의 손뼉 소리.
그것과 함께 학생들은 기숙사로 돌려보내 졌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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