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230)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230화(230/354)
#230화. 고스트 타운(2)
대륙 동부 고스트 타운, 거기서 한두 시간 정도 떨어진 숲 속 어딘가에 푸른 섬광이 빗발쳤다.
텔레포트의 빛은 이젠 익숙하다 못해 무뎌졌지만, 텔레포트 이후에 뒤바뀌어버리는 공기는 여전히 낯설었다.
카르디아는 저도 모르게 팔뚝을 문질렀다.
“……여기 뭐지?”
몸의 솜털이 저절로 솟아오른다.
마치 어떤 섬뜩한 걸 본 것처럼 몸에 소름이 돋았다.
“너희들도 그래?”
“살짝.”
“저도 크게 다르지 않군요.”
“…….”
시에나는 대화에 끼지 못한 채 한 발자국 떨어져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덜덜-
손이 떨리고 있다.
몸에 어떤 이상이 생긴 건 아니다.
그저 무서운 것이다.
막상 떠날 때는 아무런 생각 없었는데, 막상 도착하고 그 전조를 느끼자마자 몸은 정직하게 반응해왔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시에나는 눈을 꽈악 감고 품 속에 있는 용기의 반지를 매만졌다.
“야.”
“히끅……! 왜, 왜 그러느냐.”
“괜찮냐? 아까부터 식은땀을 흘리잖아.”
“괘, 괜찮다. 나는 괜찮아.”
시에나는 땀으로 촉촉해진 이마를 손으로 훔치며,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양피지를 꺼내 들었다.
넷의 방학 숙제가 적힌 양피지는 텔레포트 이후부터 어떤 반응을 보였다.
“양피지가 자색으로 빛나고 있구나.”
“심지어 어딘가로 계속 움직이려고 해.”
그건 마치 자석처럼 목적지로 넷을 한없이 끌어당겼다.
퀘스트야 각자 다르다고 하지만, 퀘스트가 벌어질 장소는 고스트 타운으로서 모두 같다.
“움직이자.”
“좋아! 가보자!”
“헌데 이 숲은 참으로 마경 같은 곳이군요. 가만있는데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합니다.”
숲은 겉보기에도 따뜻한 이미지를 주지 못했다.
나무의 가지들은 일부러 깎아놓은 것처럼 날카롭고, 잎은 바닥에서도 나무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엘런은 말했다.
“망자의 기운이 자연에까지 미쳤네.”
“평소 보던 숲과는 다릅니다. 푸르름은 없고 썩어가는 듯한 잿빛만 남아있군요.”
“벌써부터 기분 나쁜 곳이야.”
“……근데 얘는 왜 자꾸 붙는 거야.”
아까 출발할 때부터 계속 발끼리 툭툭 차이고 팔끼리 턱턱 부딪친다.
그렇다고 거리를 벌리면 저쪽에서 또 오도도 붙어왔다.
엘런은 짜증 섞인 눈빛을 보냈지만, 상대방은 애써 무시한 채 계속 몸을 붙였다.
“야. 좀 떨어지라고. 계속 부딪치잖아.”
“따, 딱히 상관없지 않느냐. 그저 걸음이 겹쳤을 뿐이다.”
“하아……. 이건 또 무슨 신종 괴롭힘이야.”
“엘런이여. 혹시 오늘 숙소를 잡으면 전부 1인 1실로 갈 것이냐?”
“원래부터 그렇게 했잖아. 딱히 달라질 필요 있을까.”
부르르르-
아까부터 계속 붙어오던 시에나의 몸에서 일순간 거친 떨림이 느껴졌다.
그 이유 모를 떨림 이후 그녀는 입을 오물거리다가, 뭔가 퍼뜩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출발 전 이사벨 학파장님이 잘 때도 유령을 조심하라 하지 않았느냐. 그러니 2인 1실로 하거나 4인 1실로 해서 서로를 지켜주는 게 어떠하냐.”
“흐음……. 확실히 그 말이 옳습니다. 듣기로 유령은 물리적 제한이 없어 벽도 막 통과한다니까요.”
“난 찬성찬성! 같이 자면 재밌잖아!”
“나는 별로 재미없는데.”
엘런의 재미 따위야 곧 가볍게 묵살되었다.
이 정도야 손쉽게 예상했던 엘런은 쯧 하고 혀를 차며 곁눈질로 시에나를 바라보았다.
아까부터 옅게 떨고 있는 어깨.
가만두지 못하고 사방을 훑는 동공.
몸에 물이 닿을까 안절부절못하는 욕조 속 고양이처럼, 시에나는 계속 의지할 무언가에게 어깨를 붙였다.
“하필 그게 나네.”
“으, 응? 엘런이여. 뭐라고 했느냐?”
“아무것도 아니야.”
“많이 불편하면 떨어져줄…….”
사그락- 사그락-
갑작스레 근처 덩굴들이 꿈틀거린다.
“흐끅……!”
“……떨어져 준다고 한 지 1초도 안 된 것 같은데.”
꼬리가 데인 고양이처럼, 화들짝 놀란 시에나는 어느새 엘런의 등에 올라타 있었다.
무려 엘런이 반응하지 못할 만큼 빠른 속도였다.
전에도 이 속도로 공격해왔다면 그냥 속수무책으로 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에 감탄할 때가 아니었다.
“무언가 있습니다.”
“동물인가?”
“이렇게 귀기가 넘치는 숲에서 평범한 동물이 나올 것 같진 않군요. 게다가 아까부터 미미하게 맡아지던 썩은 내가 더욱 심해졌습니다.”
“시체 썩는 냄새.”
“맞아. 딱 그 냄새야.”
살면서 시체 썩는 냄새를 맡아본 적은 없었지만, 딱 이런 냄새일 게 틀림없었다.
──냄새가 더욱 짙어진다.
조금씩 정신을 차린 시에나도 엉거주춤 엘런의 품에 내려와 마력을 끌어올렸다.
“제쪽에서 옵니다.”
촤아아아악-!!
가시 덩굴을 헤치고 무언가 포탄처럼 날아온다.
언뜻 개구리처럼 뛰어오른 회색깔 몸체의 그것은, 썩은 내로 미간을 절로 좁히게 만들었다.
부패한 건 태워야 하는 법.
화르르르르르륵-
불꽃을 머금은 라제나의 칼날이 놈의 목을 깔끔하게 떨어뜨렸다.
더러운 이빨을 들이밀던 괴물의 머리는 혼자 애처롭게 바닥을 굴렀다.
“이게 대체 뭐지?”
“구울이라는 녀석입니다. 시체의 살점들이 귀기와 만나 탄생하는 괴물인데, 보통은 무리를 지어 다닙니다.”
“뭐, 뭐야! 라제나는 이걸 어떻게 알고 있어?”
“동부에는 이렇게 커다란 고스트 타운도 있지만, 관리되지 않은 작은 규모의 것들도 여럿 있습니다.”
엘런은 다른 부분에 집중했다.
“이놈들이 무리를 짓는다고?”
“예. 이게 끝이 아닙니다.”
캬르르르르르-!!
키리리릭-!
캬아아아-! 캬아아-!!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방에서 구울들의 귀기 어린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대충 그 목소리의 방향만 둘러보아도 수십 마리는 족히 되어 보인다.
이 정도면 무리가 아니라 웬 군단에 가까웠기에, 라제나는 눈썹을 살짝 꿈틀거렸다.
“이상합니다. 본래 구울은 많아도 10마리 아래로 유지되기 마련인데. 이건 자연적인 구울 무리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니 구울들의 날 것인 울음소리 속에서 정제된 육성이 흘러나왔다.
“눈썰미가 좋으시군.”
다만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둠도 아니고 수풀도 아닌, 귀기라는 어스름 속에 숨은 상대는 목소리만을 보여주었다.
“무례를 용서하시게. 고스트 타운으로 향하는 외지인은 이쪽에서 걸러내야 하는 게 임무인지라. 보아하니 그대들은 제국 아카데미의 학생들이로군. 교복을 입지 않아 못 알아보았어.”
“당신은 누구십니까.”
“나는 고스트 타운의 파수꾼이오. 침입자를 배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 보내줄 테니 어서 타운으로 가게.”
“파, 파수꾼 님 같은 사람이 네크로맨서인가요?”
카르디아의 질문은 앙상한 가지의 겉으로 떠돌았다.
그 말을 끝으로 파수꾼은 근처에서 사라졌다.
이 주변을 가득 덮은 듯했던 구울들의 기척도 모습을 감췄다.
“신기한 힘을 다루네.”
“그러니까! 저런 건 난생처음 봤어!”
“네크로맨서들은 저렇게 시체 괴물을 다룹니다. 그들이 다루는 괴물은 두려움도 없고, 행동 볼능으로 만들지 않는 한 무한정 움직이죠.”
“다행히 시체는 별로 무서워할 게 못 되는군.”
만약 사령술사의 유령이 나왔다면 기절했을지도 모르지만.
어찌 됐든 파수꾼을 거친 일행은 교복이라도 먼저 입었다.
여기선 이게 신분증이고 통행증이다.
또 애먼 습격은 사양이기에, 교복으로 전부 환복한 그들은 고스트 타운의 입구까지 한달음에 도착했다.
길은 어차피 하나였고 양피지의 안내도 있어서 입구까지 오는 길은 나름 평탄했다.
“여긴 성문은 지키는 사람이 없네.”
“지킬 필요가 없어서 그런가?”
“유령 들어찬 도시에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누가 오겠느냐. 나는 이번 퀘스트를 마지막으로 이쪽은 쳐다도 안 볼 것이다.”
“유령을 무서워하십니까?”
정곡을 찌르다 못해 아예 관통해버린 질문.
시에나는 진짜 유령이라도 본 것처럼 몸을 한 차례 퍼뜩 떨었다.
황가의 위엄과 거짓말 사이에서, 초 단위로 수백 번씩 고민한 시에나는 말했다.
“두려워하진 않지만, 유령을 보게 되면 의지와 상관없이 전신을 떨게 된다.”
……그게 두려운 거 아닌가?
셋은 모두 공통된 의문이 들었지만, 그냥 넘어가며 고스트 타운으로 입성했다.
고스트 타운은 그 지명처럼 유령으로만 가득하고, 어떤 냄새가 나거나 다 무너져 가는 도시도 아니었다.
간혹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로브를 입은 마법사들은 그보다 조금씩 자주 보였다.
“건물들의 양식이나 색깔은 꼭 저희 생활 구역을 보는 듯합니다.”
“정말 그렇네?”
“일단 숙소부터 잡자. 퀘스트도 다 달라서 여기 얼마나 있을지 몰라.”
“숙소를 잡으면 곧장 퀘스트를 처리하러 가자꾸나.”
고스트 타운은 안에 사는 사람보다 외부인의 방문이 더 잦은 도시.
숙소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고 넷은 이내 괜찮은 숙소 하나를 발견하여 안으로 들어갔다.
숙소의 내부도 걱정했던 것과 다르게 평범하다.
‘내가 괜히 겁먹었던 것이구나.’
시에나는 조금씩 긴장을 풀며 1층 식탁을 닦고 있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혹시 네 명이서 쓸 수 있는 커다란 방이 있습니까.”
썩 깨끗하지 않은 걸레로 식탁만 닦던 남자는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
“그런 방은 없네.”
“그럼 2인 1실로 두 개 부탁드립니다.”
“그러지.”
식탁을 닦던 걸레를 어깨에 걸친 남자는 서랍장을 열고 방 열쇠 두 개를 꺼냈다.
“여깄네.”
“얼마입니까?”
“고스트 타운에선 여관에 돈을 낼 필요 없지. 그냥 받으면 돼.”
“감사합니다.”
시에나는 열쇠를 받으면서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와 같이 전신이 딱딱하게 굳는다.
남자는 별 놀랄 것도 없다는 듯 허허롭게 웃었다.
“피부가…….”
“고스트 타운에서 오래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된다네. 생기를 조금씩 빨리면서 생긴 흔적이야.”
남자의 피부는 보통의 인간보다 훨씬 하얬다.
피부가 하얀 것은 그렇게 놀랄 만한 특징이 아니었지만, 그 하얀 정도가 어느 범위를 넘어서면 달라진다.
시체, 그것도 죽은 지 한참 지난 피부의 모습이 멀쩡하게 산 사람한테서 나오고 있었다.
잿가루를 몸에 칠한 듯한 모습은 시에나가 숨을 집어먹게 하기 충분했다.
“이 정도에 그리 놀라면 앞으로가 무척 힘들 것 같네만.”
“죄,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까진 없어. 그보다 주의할 것이 있는데.”
“경청하겠습니다.”
주의할 점이라는 말에 시에나의 귀로 긴장이 바짝 들어갔다
“밤에는 사람의 모습을 한 귀신들이 여기 고스트 타운을 돌아다닌다네. 그러니 밤에는 절대 나가지 않는 게 좋아.”
“기억하겠습니다.”
“여기는 잡귀들이 방 안까지 들어오지 않도록 특수처리를 해두었어. 하지만 창문을 여는 순간 그 모든 것이 깨져나가고, 복구까지 한 시간은 넘게 걸리지.”
“창문을 열지 말라. 잘 알겠습니다.”
시에나는 아주 받아적을 기세로 학교에서 만큼이나 열심히 남자의 설명을 귀담아들었다.
“허나 그 사실은 귀신들도 알고 있다네. 때문에 창문을 열어 달라고 당신들에게 밤새 속삭일 걸세. 마치 인어들의 노래와 같지. 절대 유혹에 빠지면 안 돼.”
“꿀꺽…….”
카르디아는 마른침을 삼켰다.
조금 전까지 약간씩 풀어졌던 긴장의 나사가 다시금 바짝 조여지는 기분이다.
남자는 주름진 손가락으로 외벽 쪽을 가리켰다.
“계단은 저쪽이니 올라가시게.”
“조언 감사했습니다.”
저벅- 저벅-
계단을 올라가는 넷의 뒤통수로 남자의 육성이 끼어들었다.
“대략 1주일 전에 여기로 자네들과 똑같은 옷을 입은 이들이 왔었는데, 그들은 창문을 열어버렸어.”
“…….”
“정신 바짝 차리시게나. 주의한다고 하여 모든 위험이 방지되진 않으니.”
넷은 그 꺼림직한 조언을 뒤로하고 2층에 올라왔다.
라제나와 엘런, 카르디아와 시에나는 둘둘 씩 갈라졌다.
두 개의 방은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고 그 옆으로 다른 방들이 줄지어져 있었다.
인기척은 들리지 않는 게 이 복도에 있는 방 중에서 사람이 있는 방은 여기가 유일해 보였다.
하지만 고스트 타운에서 낮은 유일한 활동 시간이니 그저 주인이 나간 방일 수도 있었다.
“우리도 짐만 빠르게 풀고 각자의 퀘스트로 출발하자꾸나. 또한 해가 지기 전에 다시금 여기로 모이는 것이다.”
“오케이!”
“알겠습니다.”
끼이익-
끼익-
낡은 경첩이 내는 신음과 함께 문은 열렸다가 금세 닫혔다.
엘런과 라제나는 좌우로 나뉜 두 개의 침대에서 각자의 것 위에 짐들을 풀었다.
“엘런. 퀘스트는 확인하셨습니까.”
“확인해도 의문투성이던데.”
“엘런도 그렇습니까?”
학교가 준 퀘스트.
그것이 적힌 양피지.
양피지에는 기다란 말이 적혀 있지 않았다.
여느 때와 똑같이, 불친절하게 수수께끼 같은 말만 적어두었다.
엘런은 다시 한번 양피지를 펼쳐 자신의 퀘스트를 눈에 담았다.
[고스트 타운 외곽에 있는 공동묘지로 가세요.]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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