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232)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232화(232/354)
#232화. 고스트 타운(4)
“카, 카르디아여. 네가 열어주지 않겠느냐.”
“나, 나도 좀 쫄리는데.”
“제가 하겠…….”
벌컥-
문과 가장 가까이 있던 엘런이 문고리를 잡고 틀었다.
이젠 온몸으로 모자라 얼굴까지 이불을 뒤집어쓴 시에나는 한쪽 눈만 살짝 열어두었다.
그런 좁은 시야로 문 건너편의 사내가 보인다.
사내는 밖에서 많이 보았던 흑색 로브인이었다.
뭔가 다른 게 있다면 후드를 걷고 있다는 것이다.
남자는 살짝 수척하지만 그래도 인간이라는 걸 알아볼 정도의 생기와 함께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사령술사, 멜드릭이라고합니다.”
연갈색 머리의 사내는 자신을 멜드릭, 사령술사라고 소개했다.
다짜고짜 문을 두드려서 자기소개부터 나누는 것이 이상하긴 하지만, 어찌 됐든 이쪽도 이름을 밝혔다.
“엘런입니다.”
“카르디아예요!”
“라제나입니다.”
“시에나입니다.”
넷의 이름에 왜인지 멜드릭의 인상이 화악 밝아졌다.
“혹시 네 분은 제국 아카데미 1학년의 초상위권 분들이 아니십니까? 그리고 엘런 님께선 장학생이시고요.”
“맞습니다만.”
“이거 행운이군요. 지원군의 힘이 절실했는데 마침 이런 분들이 계셔주셨다니.”
아까부터 얘기가 빙빙 돈다.
행운? 지원군의 힘이 절실하다?
이것들로만은 상황이 풀어지지 않았다.
“설명이 필요할 것 같군요.”
“아아, 죄송합니다. 너무 제 할 말만 늘어놓았네요. 아까 말했다시피 저는 사령술사입니다.”
“……그것까진 알겠습니다만 왜 저희를.”
“지금 고스트 타운은 아실지 모르겠으나 사냥철입니다. 타운 주변에 있는 유령과 시체 괴물의 무리가 너무 많아지지 않도록, 개체수를 낮추는 작업이지요.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멜드릭은 말하면서 성큼성큼 방 안으로 들어왔다.
창문 밖을 이곳저곳 내다본 그는 고개를 살살 저었다.
“고스트 타운 내부에도 평소보다 유령들이 비상식적으로 많습니다. 이건 분명 사냥철에서 충분한 양의 살생이 이루어지지 않았단 뜻입니다.”
“그래서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란 거군요!”
“딱 그 말이 맞습니다. 지금 일손이 부족해서 타운에 계신 학생 여러분의 힘이라도 빌리고 있는데, 지금까지 만났던 학생분들은 다 거절하셨습니다.”
멜드릭은 자신이 말하면서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였다.
“솔직히 이런 바깥에 누가 나가고 싶겠습니까. 그래서 저도 나름 보상을 내걸었는데 성에 차지 않으셨나 봅니다.”
“보상이 뭡니까?”
“여러분이 읽고 계시는 그 마법서. 이해하기 어렵지 않으십니까.”
“그렇습니다. 아직은 배우지 않은 수식들이 대부분이더군요. 자습서의 예습이 필수불가결했습니다.”
“만약 저를 따라 오늘의 사냥을 도와주신다면, 제가 그런 예습 필요 없이 이 마법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활짝-!
한쪽 눈과 입만 뻐끔뻐끔 내밀고 있던 시에나가 벼락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가까이 있던 카르디아가 화들짝 놀랄 만큼 빠른 등장이었다.
시에나는 말했다.
“이 마법을 가르쳐주신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마법의 이름은 ‘베니싱’. 유령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수 있고 숙련되면 공격까지 할 수 있는 마법입니다. 여러분의 방에 들러붙은 유령을 쫓아냈던 것도 이 마법이에요.”
“호오……!”
시에나의 눈이 반짝거렸다.
딱 하룻밤만 참으면 이 번들거리는 공포로부터 안녕이란 소리다.
물론 그 하룻밤은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것이 될 게 뻔했지만, 고통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것보단 낫다.
하지만 라제나는 멜드릭에게 묻고 싶었다.
“저희는 아직 베니싱이란 마법을 배우지 못했는데 사냥에서 큰 도움이 되겠습니까?”
“마법사는 유령에게 대항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구울 같은 녀석들은 파괴할 수 있지요. 그것만으로도 큰 도움입니다. 유령들은 제가 맡을 테니까요.”
시에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나는 이 사령술사님을 따라나서겠노라.”
“그, 그럼 나도!”
“저도 가겠습니다.”
“나도 가야겠네.”
이런 장소에선 위험한 걸로 따지면 혼자 남는 게 제일 위험하다.
항상 몰려다니며 몸집을 불려야 안전한 만큼, 저 멜드릭이란 사령술사를 따라가서 베니싱 마법을 배우는 게 최선이었다.
그래야 당장 내일 밤부터 퀘스트 해결에 나설 수 있었다.
멜드릭은 바깥으로 손짓하며 말했다.
“지금 바로 나가시죠. 이미 타운 밖은 사냥이 한창입니다.”
“네, 네!”
“로브가 있으면 로브도 입으시고요. 하늘에서 비가 억수처럼 내리는 중이니까요.”
아까 오후부터 부슬부슬 내렸던 비는 이젠 소나기가 되어있었다.
그야말로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비를 퍼붓는데, 땅은 질척해지고 귀기는 더 강해져 있었다.
일행은 멜드릭을 따라 고스트 타운 바깥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동 중에 유령은 보이지 않았다.
아까까진 창문에 이끼처럼 들러붙어 있던 녀석들이 갑자기 모습을 감췄다.
안 그래도 사방을 경계 중인 시에나는 그놈들이 보이지 않자, 멜드릭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유령들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 것입니까?”
“그게 아마 저의 존재 때문일 겁니다. 사령술사가 거느린 유령들에게 압도되어 잡귀는 잔뜩 움츠리게 되니까요.”
“부럽습니다.”
“예?”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시에나는 저도 모르게 속마음을 입에 담았다가 금세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이제 고스트 타운 바깥으로 나온 지금, 잡귀보다는 원념이 더욱 강력한 뭔가가 잔뜩 도사리고 있었다.
그것은 구태여 사령술사나 네크로맨서가 아닌 넷에게도 충분히 느껴졌다.
엘런은 말했다.
“저희는 어떻게 도우면 될까요.”
“괴물들의 무리가 나오는 일이 더럭 있을 겁니다. 그때마다 네 분이 손발을 맞춰 힘내주시면 될 것 같군요. 그 외의 일은 제가 맡겠습니다.”
“저, 저기 무언가 있습니다.”
“어엇! 진짜다! 뭔가 시퍼런 게 있는데?”
시에나의 발견, 카르디아의 확신으로 모습을 드러낸 그것은 유령이었다.
유령이라고 단정 지을 수밖에 없었다.
모습은 반투명하고 땅에 발을 딛지 않는 데다가, 키는 어지간한 나무에 닿고 있었다.
게다가 육안으로 드러나는 외형은 꼭 키메라를 연상시키듯, 현세의 무언가를 덕지덕지 섞어 놓았다.
기본적으로 오크의 몸에다가 다양한 동물의 머리를 어깨에 달았다.
“저 정도면 중급 유령 정도겠군요. 제가 나설 테니 네 분은 뒤로 물러나 주세요.”
“물론입니다. 당장 물러나겠습니다.”
“근데 유령은 원래 저리 역하게 생겼나요? 아까 창문에 있던 것들은 사람과 닮았던데.”
“그건 잡귀들이라 그렇습니다. 잡귀는 사람들을 유혹해야 배를 채우니까요. 당연히 사람에게 친숙한 모습일 수밖에 없습니다.”
멜드릭은 말하면서 손바닥을 벌렸다.
동시에 무언가를 쥐는 듯한 제스처를 취한다.
그러니 그의 손을 기점으로 등으로부터 어떤 반투명한 뭔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의 해골에 살점이 덕지덕지 들러붙은 유령, 그런 유령의 상반신이 멜드릭의 뒤에 있었다.
“오오오!”
카르디아가 탄성을 내지르고 엘런도 살짝 입을 벌렸다.
그만큼 멜드릭의 사령술은 어디에서도 보지 못하고 기억에도 없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었다.
“유령이 터지면 어떤 진액을 내뿜는데, 그게 꽤 역하니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네, 네?”
시에나가 되물을 새도 없이 멜드릭은 늑대가 적을 난도질 하듯 손을 휘둘렀다.
그의 유령은 움직임이 동화되어 있는 것처럼 똑같이 움직였다.
총알을 쏴도 그대로 통과되었을 유령의 몸이다.
헌데 멜드릭의 유령은 그 손짓 한 번으로 놈의 배를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푸화아아아악-!!
아까 그가 경고했던 눅진한 진액이 사방으로 터져나갔다.
쉴드를 쳐두지 않았다면 로브를 이상하게 더럽힐 뻔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도망치실 줄 알았는데 나름 잘 버티시는군요.”
“에이! 저희를 뭘로 보고요!”
“이리 한 방에 없어지긴 했지만 유령은 무서운 존재들입니다. 괜히 이들과 관련된 동화들이 수두룩한 게 아니에요.”
멜드릭은 죽은 유령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아직 주변으로는 푸르스름한 귀기가 흩어져 있다.
이걸 흡수하지 않는다면 사냥의 의미가 없었다.
크르르르르르-
캬르르르-
잠시 숨 돌릴 틈도 없이 귀를 자극하는 맹수들의 울음소리.
그냥 맹수였다면 귀엽기라도 하겠지만, 이것들은 밀가루 반죽으로 치댄 것처럼 생겼다.
멜드릭은 잠시 뒤로 빠지며 건너편 수풀을 가리켰다.
“부탁드립니다.”
“네! 맡겨만 주세요!”
“아, 그리고 말씀드릴 게 있는데……. 아닙니다. 이건 나중에 말해도 괜찮겠군요. 일단 전투가 먼저인 듯합니다.”
캬아아아아아아-!!
아까 보았던 구울과 비슷하지만 팔이 두 개는 더 달린 녀석들이 몸을 내던져왔다.
하지만 이제 이런 괴물들과의 전투는 도가 터버렸다.
쩌저저저저적-
화르르르르-
사령술사가 유령으로 적을 조각낸다면, 마법사는 불길과 얼음으로 전장을 파괴한다.
“받아라!!”
죽은 것은 산 것보다 더 쉽게 부서진다.
부패한 피부는 바스러지기 일쑤고 카르디아의 주먹은 더욱 날뛰었다.
뻐어어억-!!
그녀의 주먹과 닿았던 썩은 살점은 풍선처럼 파편으로 터졌다.
그 사이에 멜드릭의 말이 끼어든다.
“여러분. 제가 아까 하려다가 못했던 말 말입니다.”
“뭔지는 모르지만 빨리 말해주실래요? 지금 좀 급해서요!”
“흐읍!”
당장 라제나의 칼날이 절단면을 지지며 적을 베어놓는다.
멜드릭은 그 모습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시체 괴물들을 죽이는 건 좋지만, 아예 가루가 될 만큼 분쇄하시는 게 좋습니다. 왜냐하면 이 시체들의 귀기를 맡고 주변 유령들과 괴물들이 모여드니까요.”
“에……?”
카르디아가 애먼 신음을 터뜨린다.
단순히 머리만 터뜨리며 몸의 통제권을 뺏었던 엘런의 손이 멈칫거렸다.
두두두두두두두-
사냥철의 새벽은 생각보다 다양하고 또 다양한 괴물들의 면상과 함께 지새워갔다.
***
마법사들은 다시 멜드릭과 고스트 타운에 돌아왔다.
밤새 괴물과 싸우는 건 그렇다 쳐도 숲에 가득한 귀기는 모래주머니처럼 몸을 무겁게 만들었다.
이제 슬슬 아침의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니 거리는 다시금 깨끗해졌다.
“여러분에게 뭐라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군요.”
“감사 인사는 베니싱 마법을 가르쳐주시는 걸로 족합니다.”
“물론입니다. 당연히 가르쳐 드려야죠. 절 따라오십시오.”
멜드릭은 고스트 타운의 외곽으로 걸어갔다.
“여기에 제 거처가 있습니다.”
“그렇군요.”
엘런은 그를 따라 걸어가며 반대편 길목을 바라보았다.
저 길은 공동묘지와 가까워서 어제 저쪽을 지나갔던 기억이…….
─그의 사고가 멈췄다.
엘런의 눈이 그 길을 걷는 어떤 남자를 계속해서 쫓았다.
남자는 입에 담배 한 개비를 물고 불을 지피며 어딘가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저 남자…….”
“아아, 카르멘이군요. 저 커다란 공동묘지의 묘지기입니다.”
“와아! 저걸 다 혼자서 관리한다고요?”
“예. 고스트 타운에서 묘지기의 역할은 단순히 지킨다는 개념 외에도 많은 걸 드러냅니다. 타운 최고의 사령술사나 네크로맨서만이 묘지기가 될 수 있으니까요.”
멜드릭의 설명에 엘런의 눈썹이 살짝 휘어졌다.
학교는 왜 그런 존재와의 만남을 자신에게 부추기는 걸까.
잠시 상념에 빠져 있는 사이, 카르디아가 그의 옆구리를 툭툭하고 쳤다.
“야. 근데 너는 저 사람이 카르멘이란 걸 어떻게 알았어?”
“내 퀘스트가 만나라는 사람이야.”
“고생 꽤나 하겠구나. 고스트 타운 최강과 만나는 게 퀘스트라니.”
안 그래도 그 고생은 지금 실시간으로 하는 중인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방학 숙제를 까버리면 돌로레스와의 개인 면담이 준비되어 있으니, 지금 미리 고생하는 게 낫다.
“여깁니다.”
넷은 멜드릭의 거처에 도착했다.
평범함과 그렇지 않은 다른 것들을 동시에 품은 도시인 고스트 타운에서, 집은 전자에 속해 있다.
하지만 그 집 안에 후자의 것이 살고 있으니 그 두 가지의 조화는 참으로 복잡미묘했다.
“여기서 베니싱 마법을 가르쳐 드리죠.”
“좋아요!”
“참으로 난해한 마법이던데, 어떤 요령이 있는 것입니까?”
“물론입니다.”
멜드릭은 집에 있는 탁자와 의자들을 뒤로 밀며 공간을 만들었다.
“사실 사령술과 네크로맨시는 타고나야 어느 수준 이상의 마법을 배울 수 있지만, 기초라면 수련을 통해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베니싱은 그 증명이라 할 수 있죠.”
“오오! 그럼 저도 막 유령을 부릴 수 있나요?”
“전투용까진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감각만 받쳐준다면 조그마한 것이야 문제 될 게 없습니다.”
“나는 별로 유령을 거느리고 싶은 생각까진 없느니라.”
“하하하핫. 유령이라고 해서 다 섬뜩한 모습만 있는 건 아니랍니다.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충분히 귀여워질 수 있어요.”
멜드릭은 손을 꼬옥 모으고 마치 찰흙을 뭉치듯 조물거렸다.
나아가 한 번의 입김을 ‘후우’하고 거치니, 손을 펼쳤을 때는 천을 뒤집어쓴 듯한 꼬마 유령이 등장했다.
“어머어머! 얘 너무 귀여워요!”
“그렇죠? 이렇게 상상력과 능력만 받쳐주면 유령은 마음대로 모습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이런 건 전투에 써먹지 못하겠지만, 정찰용으로는 우수하죠.”
유령이라면 질색팔색하는 시에나도 이런 귀여운 모습의 유령은 관심 있게 쳐다보았다.
멜드릭은 씨익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제 앞에 계신 여러분들은 모두 뛰어난 마법적 재능을 가진 분들이니, 혹여 사령술이나 네크로맨시에 약간이라도 재능을 품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걸 바로 알 수 있어요?”
“짤막한 검사 한 번이면 됩니다. 다들 한 번씩 해보시겠습니까?”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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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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