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234)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234화(234/354)
#234화. 고스트 타운(6)
드넓은 공동묘지를 다 뒤져도 보이지 않았던 카르멘은, 의외로 들어간 지 몇 걸음 만에 찾을 수 있었다.
한 십자가에 등받이처럼 몸을 기댄 채 잔도 없이 술로 입을 축인다.
다시 촉촉해진 입안은 시가 연기가 드나들고 한껏 빨아들여 원래대로 건조해졌다.
“다행히 선물은 잘 골라온 것 같네요.”
“……꼬맹이.”
“뇌물입니다.”
엘런은 멜드릭의 표현을 빌리며 술병과 시가 박스를 손에 들어 보였다.
그걸 가만히 바라보던 카르멘은 시가를 든 손으로 검지를 까딱였다.
이쪽으로 오란다.
다행히 접근까진 어떻게 된 것 같다.
카르멘은 엘런이 가져온 술병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쯧하고 혀를 찼다.
“어디서 이런 썩다리 증류주를 구해온 거냐. 담배는 그나마 명품이로군.”
“어떤 술을 좋아하시는지 몰라서. 그럼 술은 받지 않으실 겁니까?”
“됐다. 오늘 밤은 이런 거라도 없으면 무척 길어질 듯하니. 네가 가져온 썩을 것들은 저 수레에 박아둬라.”
“예. 그러죠.”
엘런은 카르멘의 옆에 있는 수레로 갔다.
수레에선 어떤 길쭉길쭉한 것들이 낡은 천으로 꽁꽁 동여매어 있었다.
그리곤 밧줄로 단단히 고정 시킨 게 냄새부터가 이것들의 정체를 말해주었다.
저도 모르게 미간을 살짝 좁힌 엘런을 카르멘이 피식 웃으며 흘겨봤다.
“묘지기가 들고 다니면 뭘 들고 다니겠나.”
“묘지기는 단순히 지키는 자인 줄 알았습니다. 이렇게 무덤까지 만드시는 줄은 몰랐군요.”
“그런 곱상한 얼굴로 이런 데는 와본 적 없을 테니, 모를 만도 하겠어.”
엘런은 수레의 빈구석에 술병과 시가 박스를 넣어두며 말했다.
“전 평민입니다. 이름은 엘런 이안느고요.”
“흐흐흐흣……. 꼬맹이. 앞으로 내 앞에선 거짓말을 안 하는 게 좋을 거다.”
그의 회색 머리카락에 감춰져 있던 눈이 늪과 같은 녹광으로 눅진하게 빛난다.
그 속에서 내제된 귀기는 약간의 노출만으로도, 멜드릭과 급이 다르단 걸 뼈저리게 알려주었다.
“경지에 이른 사령술사는 사람이 아니라 그 속에 든 영혼을 본다. 평민의 영혼과 귀족의 영혼은 그 차이점이 극명하지.”
“어떻게 다릅니까.”
“그건 사령술사도 아닌 너에게 설명할 필요 없어. 내가 볼 때 너는 최소 백작가 이상인 것 같다만.”
“…….”
“흐흐흐흣. 정확히 맞혔나 보군.”
이곳에 오고 두 번이나 정체를 들키고 있다.
그때마다 놈들이 근처에 없다는 건 천운이었지만, 자신은 이런 스릴이나 즐기기 위해 여기 온 것이 아니었다.
“학교에서 준 퀘스트가 당신에게 가라고 했습니다.”
“왜 일까.”
“저도 그건 모릅니다. 퀘스트를 가리키던 양피지도 이젠 반응이 없으니까요. 학교가 당신과 어떤 거래를 맺었으니 이런 퀘스트가 있는 것 아닙니까.”
“분명 그랬던 것 같기도 한데……. 술기운에 까먹었나. 아니면 술기운에 알았다고 해버렸나. 기억이 잘 안 나는구만 그래.”
카르멘은 낄낄 웃으며 엘런이 준 술을 입으로 가져갔다.
아까는 썩다리라고 깎아내렸으면서 한 입 만에 반절을 해치운다.
엘런은 말했다.
“아니면 퀘스트 완료를 인정해주십시오. 어차피 기억도 안 나시는 듯하니 서로 깔끔하게 지나갑시다.”
“아니. 그럴 순 없겠는데.”
“……왜요.”
“네가 준 술이 존나게 맛 없어서?”
“장난은 그만 치시면 안 됩니까.”
카르멘은 술이 묻은 수염을 거칠게 닦아내며 작은 웃음을 터뜨렸다.
술의 마개를 막고 다시 품에 집어넣은 그는 검지로 하늘을 가리켰다.
그의 손가락 끝이 향한 하늘은 처음 엘런이 봤을 때보다 더욱 많은 유령들이 부유하고 있었다.
물고기 떼로 가득한 바다에 몸을 담군 듯한데, 카르멘은 그걸 잡아먹기 위해 온 고래처럼 여유로웠다.
“나라면 그런 짜증 섞인 눈 따윈 하늘에 둘 것 같군. 이렇게 떠들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어.”
“저는 뭘 하면 되겠습니까.”
“뭘 하고 싶은 마음은 있고?”
근본을 관통하는 질문이다.
원래라면 마음은커녕 동기조차 없었겠지만, 지금은 그것이 약간이나마 존재했다.
“사실은 사령술까지 조금이나마 배워볼 마음으로 온 것입니다만.”
“너 따위가? 사령술을?”
생전 처음 당해보는 무시다.
평민으로 신분이 바뀌고 나서도 처음 겪어보는 하대에 엘런은 어떤 신선함마저 느꼈다.
그래서 그럴까, 엘런은 더 차분해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조금 전에 만난 사령술사가 말하길, 제가 사령술의 재능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 미친놈의 이름이 뭐냐.”
“이름은 멜드릭이라고 했습니다.”
“멜드릭, 멜드릭, 멜드릭……. 요즘 머리가 컸다는 코흘리개 놈이로군.”
엘런은 카르멘이란 남자와 말을 섞어본 지 몇 분 만에 알 수 있었다.
저런 욕 섞인 평가도 그에게 있어선 대단한 칭찬이라는 걸.
언뜻 미쳐버린 듯한 카르멘도 어느 정돈 실력을 인정하는 사령술사의 보증이 있었다.
“흐으음…….”
카르멘은 조금 달라진 눈으로 엘런을 바라보았다.
역시 세상은 지연과 학연, 혈연인가.
아는 사람의 보증이 나오자 곧장 눈빛부터가 달라져버렸다.
“꼬맹이.”
“예.”
“이름이 뭐라고 했냐.”
“엘런 이안느라고 했습니다.”
“다시 보니 그 코흘리개가 왜 너에게 사령술의 재능이란 말까지 써가며, 이 저주받은 업(業)으로 유혹했는지 알겠구나.”
카르멘의 눈은 아까처럼 녹광으로 반투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마치 알렉산드라와 델을 앞에 둔 것처럼, 온갖 거짓과 진실이 꿰뚫리는 느낌이다.
카르멘은 다시 입을 열었다.
“따라와라. 원령들이 완전하게 몰리기 전까지 수레 속 시체들을 묻어야 하니.”
“수레는 제가 끌으면 되겠습니까?”
“못하겠으면 지금이라도 꺼져라.”
“……아닙니다.”
엘런은 수레의 손잡이를 쥐고 카르멘의 뒤를 따랐다.
바퀴는 달그락- 달그락- 하고 불안한 소리를 냈지만 잘만 굴러갔다.
언덕 하나를 넘나드니, 미리 파둔 구멍이 여러 개 보인다.
“이 안에 시체들을 한 구씩 넣어라.”
“그러죠.”
힘없이 축 늘어진 사람의 몸은 생각보다 무거운 것이었지만, 마법사에게 이 정돈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엘런은 체인 마법을 꺼내려다가 문득 옆쪽이 굉장하게 뜨거워지고 있음을 눈치챘다.
화르르르-!!
아까는 빛나는 것에서 끝났던 카르멘의 눈이 녹색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고난 끝에 안식으로 드는 존재들이다. 마법으로 시체를 옮기는 건 그들의 육신에 욕을 보이는 일이야.”
“죄송합니다.”
“손으로 하나씩 해결해라.”
엘런은 카르멘의 말대로 시체를 들어 올려 무덤으로 넣어주었다.
수레와 구멍들의 사이를 다섯 번씩 오가니, 이제는 짐칸도 가벼워졌다.
이제 모두가 제자리를 찾아갔으니 그 위를 보드라운 흙으로 감싸줄 차례다.
카르멘의 손이 합장하듯 모였다.
드드드드드드득-
시체들 위로 뻥 뚫려 있던 천장이 흙으로 남김없이 막혀간다.
양옆으로 줄지어진 무덤들과 똑같은 무덤들이 오늘 또 생겨났다.
카르멘은 잠시 그 앞에서 침묵을 유지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이 자들이 누군 줄 아나.”
“모르겠습니다.”
“외지에서 죽은 네크로맨서와 사령술사들이다. 그들은 시체에서도 귀기를 내뿜어 유령들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
“그래서 여기에 격리되듯 묻히는 거군요.”
카르멘은 자신의 머리카락이 흔들리지도 않을 만큼 미약하게 고개를 주억였다.
“시체가 되어서조차 이 고스트 타운을 벗어나지 못하는 거다.”
“이 무덤에 있는 모두가 그런 겁니까.”
“이 무덤에 있는 모두가 그렇다.”
엘런은 잠시 고개를 돌렸다.
언덕과 언덕으로 시야가 모자라게 펼쳐져 있는 무덤들의 연속.
언제 죽었는지도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른 채, 모두가 매립장에 던져지는 쓰레기 같은 꼴을 하고 있었다.
“더불어 여기의 주민들은 대부분 사령술사, 네크로맨서 자식을 둔 부모들이다.”
“……그랬군요.”
“네가 묵고 있는 여관의 주인. 그놈도 여기 어딘가에 아들을 묻었어. 하지만 시체 위로 흙이 덮이기 전까지는 제 아들의 시체만이라도 고향으로 가져가려 애썼지.”
카르멘은 아직 그때가 눈에 선하다는 듯, 시가만 뻑뻑 피워댔다.
“마탑주님이 네크로맨서라는 소문이 있던데. 만약 그렇다면 사령술사와 네크로맨서들은 아직도 고스트 타운에 묶여 있는 거죠?”
“우리들은 서로에게 그리 강한 동료 의식이라든가 연민을 느끼지 않는다. 친우가 아닌 이상 남남인 셈이지.”
“그건 살짝 의외네요.”
“멜드릭 그 코흘리개를 봐라. 너와 다니는 동안 다른 사령술사들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보여줬나.”
엘런은 고개를 저었다.
카르멘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제자리에서 웃었다.
하지만 그의 고개는 여전히 하늘로 가 있었다.
“슬슬 자정인가.”
“시계를 봐도 그렇습니다.”
“어이 꼬맹이. 사령술을 배우고 싶다 했지. 지금도 그런가.”
엘런의 눈은 주변을 바라보았다.
사령술을 배우는 순간 죽고 나서는 무조건적으로 여기에 묻혀야 할지도 모른다.
귀찮게시리 어딜 움직일 때마다 마탑에 보고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엘런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에게 생각이 있습니다.”
“호오, 그러냐? 이 업에 따라오는 부작용을 다 거둬낼 수 있다고?”
“저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사령술은 본래의 것과 다를 거거든요.”
“흐흐흐흣.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군.”
카르멘은 씨익 웃으며 품에서 회중시계를 꺼냈다.
시계의 시침과 분침은 곧 가장 위를 가리켰고, 그때만을 기다리는 아귀들이 천지(天地)에 즐비했다.
카르멘은 여전히 위로 시선을 고정시키며 입만 움직였다.
“꼬맹이. 사령술 첫 번째 레슨이다.”
“경청하죠.”
“사령술은 유령을 부리는 힘이지만, 그 전에 자신의 휘하 안에 둘 수 있어야 한다. 조종은 그다음 얘기다. 그렇게 휘하에 둔 유령은 사령(私靈)이라고 부르지. 그럼 너는 유령을 어떻게 휘하에 두냐고 물을 거다.”
엘런은 약간 놀라 카르멘을 쳐다보았다.
이 사령술사는 영혼뿐만 아니라 속마음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건가?
카르멘은 말했다.
“유령을 휘하에 두는 방법은 사령술사가 자신의 귀기로 대상 유령을 찍어누르는 방법밖에 없어. 내가 너보다 확실한 강자라는 걸 알려주고 섬기게 만드는 거지.”
“저는 귀기가 없는데요?”
“코흘리개가 너에게 사령술을 배워보라고 권유한 이유가 있을 거 아니냐. 그걸 대신 사용해 보든가.”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습니다.”
“그래. 이렇게까지 알려줬는데 못 알아먹으면 병신이지.”
휘오오오오오오오-!!
하늘을 가득 메꾼 듯한 유령 무리가 진격을 시작했다.
동시에 묘지기의 업무도 시작되었고 엘런의 수업도 시작되었다.
카르멘은 자신의 수레에서 어떤 낫을 꺼내 들었다.
제사를 지낼 때 쓸 것 같은 낫은 그 칼날이 초승달과 비슷했고 한 손용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두 개의 낫을 한 손에 하나씩 쥔 카르멘은 말했다.
“숙제다. 오늘 밤이 지나기 전까지 사령을 한 마리 만들어둬라.”
“그거면 되나요?”
“그거라도 할 수 있어야 어디 가서 사령술사라고 들먹일 수 있겠지. 사령술의 시작은 자신의 사령을 만들면서부터다. 애초에 학문의 이름부터가 사령술이니까.”
후우욱-!!
카르멘이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곧장 하늘의 유령 무리와 뒤섞인 그는 꼭 거대한 파도를 타는 서퍼처럼 자유로워 보였다.
부자유의 상징인 공동묘지 안에서 카르멘은 겉보기에 가장 자유로웠다.
그러나 오늘은 이 공동묘지 안에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카르멘에게서 떨어져 내린 유령들은 그를 발견하곤 서슴없이 엘런에게 달려들었다.
[베니싱]터어엉-!!
유령 대항 베리어로 침입을 차단한 엘런은 곧바로 유령들에게 손을 뻗었다.
자신에게 귀기는 없지만 음기는 있다.
숟가락 대신 젓가락만 있어도 밥은 먹을 수 있는 것처럼, 음기 또한 귀기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내 밑으로 들어와라.”
베리어에 들러붙은 유령을 향해 순수한 음기가 쏟아져 내린다.
마치 벌레에게 퇴치 스프레이를 분사하듯, 음기를 맞은 유령은 제자리에서 몸을 뒤틀고 몸부림쳤다.
키에에에에엑-!!
쩌저저저적-!! 쩌저적-!!
비명과 무언가 얼어붙는 소리가 동시에 고막을 괴롭힌다.
이미 죽은 존재인데도 또다시 죽을 것처럼 비명을 저지르던 유령들은, 정말 또다시 죽어버렸다.
“어.”
음기를 쏟아붓던 유령이 유리조각처럼 파편으로 부서져 내렸다.
그새 이쪽을 봤는지 유령들의 파도 사이에서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렇게 무작정 힘만 쏟아부으면 유령들이 무릎을 꿇겠나.”
“그럼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베니싱을 배우던 때를 생각해봐라. 내가 하나하나 가르쳐주리? 멍청한 놈.”
그 말을 끝으로 카르멘은 다시 유령들과 섞였다.
베니싱을 배우던 때를 생각하라고?
“이렇게 하면 되나?”
키아아아악-!!
마침 이쪽으로 들러붙어 오는 유령 한 마리.
엘런은 다시 한번 손을 뻗었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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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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