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236)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236화(236/354)
#236화. 고스트 타운(8)
“따라와라. 두 번째 레슨이다.”
카르멘을 따라간 곳은 고스트 타운에서도 한 발자국 떨어진 듯한 외곽이었다.
애초에 공동묘지가 너무 넓다 보니 훗날을 위해 만들어둔 빈터가 많았고 여긴 그중 하나였다.
“참고로 나는 학생의 안전을 따지며 수업을 꾸리는 교수는 아니다.”
“그런 교수 만나본 적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나는 조금 더 날 것이라고 생각해라. 백작가의 고운 피부로는 잘못 나대다가, 오늘 내 일거리로 추가될 수 있으니까.”
묘지기의 일거리?
별로 생각하고 싶진 않았지만 곧바로 연상된다.
엘런은 살짝 침묵하며 자신의 안에서 꿈틀거리는 존재를 느꼈다.
그것은 정말 어떤 존재라고 해야 옳을 만큼, 마치 레드와 한 몸을 공유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카르멘은 그 모습을 보며 씨익 미소 지었다.
“벌써 피부로 와 닿는 것 같다만. 그게 너의 사령이다.”
“매우 차갑군요.”
“본래 귀기란 게 따뜻한 것이 되진 못한다. 지금 너의 사령은 매우 특별한 케이스야. 사령술의 귀기가 아니라 크레센티아의 음기로 품은 유령이니까.”
“어떻게 꺼낼 수 있습니까?”
“너의 의지를 전해야지. 명령해라. 도움이 필요하다고. 내 부름에 응답하라고.”
엘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단전에 잠들어 있는 듯한 사령에게 자신의 뜻을 전달했다.
이런 의지 전달은 오리하르콘 완드도 그렇고 금안 때도 그렇고 많이 해보아서 익숙했다.
스아아아아아아-
그의 어깨와 머리 위로 어떤 스산한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하지만 카르멘은 이런 전조도 의외인지 입꼬리를 틀어 올렸다.
“사령술의 재능에선 단순히 사령을 부리는 재주보다, 제 사령에게 명령하고 다루는 재능을 더 높게 쳐주는데. 꼬맹이 너는 그것도 완성되어 있군.”
“그냥 하니까 되는데요.”
“다른 사령술사에게 그런 소리를 하면 몇백만 유령에게 뺨을 처맞을 거다. 지금은 나도 그냥 되던 케이스라 넘어가 주지.”
“그보다 뭔가 쑤욱 빠져나오는 느낌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멈추지 말고 전부 뽑아내라. 부산물을 남길수록 현세에 나오는 너의 사령이 약해질 뿐이야.”
엘런은 속에 남은 사령의 음기를 카르멘의 말대로 모조리 꺼냈다.
그러니 어딘가 텅 빈 느낌이 들기도 하고, 기운이 빠진 듯한 느낌도 들지만 약해졌단 느낌은 절대 들지 않았다.
엘런은 고개를 들어 자신의 사령을 바라보았다.
“……이, 이 사람이 왜.”
“호오, 기본적인 사령의 모습치곤 아주 아리따운 아가씨의 외형으로 맞춰졌구나. 물론 이목구비는 귀신답게 섬뜩하긴 하다만.”
“원래 이렇게 생긴 사람입니다.”
“아, 그러냐?”
엘런은 제 안에서 꺼내져 나온 사령에게 한 발자국 떨어졌다.
사령의 위세는 그 주인조차 거리를 두게 할 만큼 위협적이었다.
그건 사령의 몸 안에 내제된 힘도 힘이지만, 지금 사령의 얼굴이 된 모델의 힘이기도 했다.
“이거, 실존 인물이더냐?”
“그렇습니다.”
당연히 실존 인물이다.
600년 전 사람이긴 하지만 크레센티아의 첫 안주인이자 그 기반을 다진 존재.
“엘가 폰 크레센티아. 이분의 이름입니다.”
“지금 시대의 사람은 아닌 듯하군.”
“……어떻게 아셨습니까?”
“경국지색의 외모. 뛰어난 배경. 신문에 날 법도 한데 내가 보지 못했잖냐. 그럼 이 시대 사람이 아니겠지.”
“600년 전 사람입니다.”
카르멘은 어이가 없다는 듯 너털웃음을 지으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는 한 호흡으로 담배를 절반까지 태우더니 물었다.
“그 600년 전 사람이 어떻게 네 사령의 모습이 되었지?”
“어떤 연유로 이분을 알게 되었고 그게 전부입니다. 의도한 적은 없는데.”
“그럼 이유는 하나뿐이로군. 네가 이 여자를 연모하거나, 처음 마주했을 때 아주 강력한 충격을 받은 거야. 그래서 유령들이 머리에 있는 가장 강력한 이미지를 따온 거지.”
“안 좋은 겁니까?”
“글쎄다……. 뭐, 보기에 예쁘니까 됐지. 난 되려 뼈다귀가 나왔다면 실망했을 거다. 구닥다리 사령술사들도 아니고 그게 뭐냐. 이런 아가씨라니. 아주 색달라. 마음에 들어.”
카르멘은 자신의 짧은 턱수염을 매만지며 엘런의 사령을 관찰했다.
사령이 품은 유령의 수를 보자니 최소 몇백이다.
심지어 첫 흡수임에도 유령들이 떨어져 나갈 생각 없이 아주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귀기라면 나오지 못했을 결속력이었다.
이것도 음기의 힘인가?
“시험해보고 싶어지는군.”
“예?”
“아니다. 그보다 사령술의 세 번째 레슨을 이어 가보지.”
“두 번째 레슨은 벌써 끝난 겁니까?”
“건너뛰기로 했다.”
엘런은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웠다.
원래 사령술이란 것이 이렇게 진도를 확확 건너뛰어도 되는 건가?
아무리 교수 재량이라곤 하지만 미친 진도 빼기다.
카르멘은 말했다.
“본래 두 번째 레슨으로는 너와 사령의 결속력을 시험해보려 했지만 해 봤자 내 힘만 뺄 것 같다. 이런 경우 바로 세 번째로 넘어간다.”
“보통 이 세 번째 레슨으로 올 때까지 견습 사령술사들은 얼마나 걸립니까?”
“제자를 둬본 적 없어서 모르겠다만, 듣기로는 한 3년 잡지.”
“제가 재능이 있긴 있나 봅니다.”
카르멘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리곤 끝까지 불이 붙은 담배를 바닥에 버렸다.
신발 밑창으로 바닥과 몇 번 비벼주니 담뱃불은 금방 꺼진다.
그때까지도 입가에 걸쳐진 웃음은 멈추질 않았다.
“네 덕분에 수명이 5년은 늘어난 것 같군.”
“감사는 괜찮습니다.”
“감사? 너 때문에 묘지기의 숙명이 5년 더 늘어났단 소리다. 담배로 깎아놓은 걸 네 맘대로 다시 늘리다니. 이건 아주 중죄야.”
“……?”
“세 번째 레슨은 사령 대련이다.”
카르멘의 눈이 이전처럼 녹광으로 타올랐다.
스아아아아아아아-!!
시에나와 비슷한 녹색이지만 그녀가 대자연을 연상시키는 푸른 녹색이라면, 카르멘은 맹독을 떠올리게 한다.
그만큼 치명적이고 위협적이다.
동시에 녹색으로 타오르는 눈은 지옥 건너편에 있는 불꽃을 그대로 떠서 부은 듯하다.
그의 등 뒤로 사령이 떠올랐다.
하지만 엘런은 고개를 살짝 틀었다.
저게 사령이라고?
귀기라는 것에 근원이 있다면, 그 본모습에 가장 가깝게 다가간 존재가 아마 저것일 것이다.
“본래 사령은 태어나자마자 능력을 하나씩 부여받는다. 너의 사령도 아마 그러겠지.”
“그 능력부터 깨닫고 싸워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사령술사와 네크로맨서는 죽음을 다루는 존재들이다. 그런 막강한 힘을 얻은 주제에 수련은 등따신 바닥에서 하시겠다? 이게 가장 빠른 방법이야.”
“그럼 좀 적당히 부탁드리겠습니다. 지금 그건 제가 감당하기 벅차 보이는군요.”
어느새 카르멘의 사령은 중앙성 만큼이나 커지게 되었다.
머리 두 개 정도 더 큰 엘런의 사령과는 아주 대비되는 크기였다.
카르멘의 사령은 커다란 낫을 들고, 그와 같이 아주 커다란 로브를 몸에 걸친 무언가였다.
동화와 전설, 신화에서 떠드는 사신의 모습을 형상화 시킨 듯하다.
저 낫에 한 번 찔리면 영혼마저 꿰뚫릴 듯한데.
카르멘은 낮은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아쉽게도 그건 무리겠는데. 너의 사령은 겉보기보다 숨기고 있는 게 많아 보여서. 그걸 다 꺼내게 하려면 죽기 직전까지 몰아붙여야 할 것 같군.”
“……사령이 죽기도 합니까?”
“피해 이상으로 커다란 피해를 입으면 죽음과 같은 동면에 들어가지. 사령이 강력하면 강력할수록 동면은 길어진다. 하지만 소량이라도 귀기가 살아있다면 금방 재생해.”
또 한 가지를 배웠다.
아직 뭐라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는 이 사령은 엘가의 얼굴을 한 채 드레스로 꽃단장했다.
금방이라도 어디 축제에 나갈 듯하다.
이런 사령이 저기 사신과 싸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카르멘은 말했다.
“믿어라.”
“예?”
“네가 만들어낸 그 사령. 믿으라고. 사령은 너를 실체화한 놈과 다름없다. 거짓이 없고 꾸밈이 없어. 그러니까 네가 할 수 있는 건 녀석도 가능하다. 넌 너를 믿나?”
“믿습니다.”
“그럼 사령도 믿을 수 있겠군.”
카르멘은 꽤나 괜찮은 교수가 될지도 모른다.
저런 말장난 같은 말로 정말 이 사령에 대해 믿음이 생긴 것 같으니까.
엘런은 의지를 담아 조종에 들어갔다.
사령은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곧장 자신의 영체를 움직였다.
“사령은 마법적, 물리적 공격이 전혀 듣지 않는 존재다. 저것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건 베니싱 마법과 사령술, 네크로맨시가 전부야.”
“학교에서 사용하면 볼만하겠군요.”
“크흐흐흐흣…….”
그 모습은 카르멘 본인도 보고 싶은지 입맛을 다시고 있다.
“이제 질질 끌지 말고 시작하지.”
“그러죠.”
두 개의 사령이 서로의 초록색과 파랑색을 흘리며 공중에서 섞여 들었다.
그건 마치 물감을 섞는 듯했고 두 개의 같으면서 다른 기운은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갔다.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아서 열을 한다.
카르멘은 조용히 전율을 느꼈다.
마치 본능처럼 사령술사의 전투법을 초 단위로 습득하고 있었다.
자신을 따라 하는 건지는 몰라도 그 모방의 정도가 거의 완벽에 가깝다.
“재밌군!!”
카르멘은 입꼬리를 비집어 올리며 더욱 엘런을 턱 끝까지 몰아붙였다.
***
사령은 너와 같다.
그 말은 정말 카르멘의 말대로였다.
엘런은 머리로 들어오는 미친 정보량에 두뇌가 네 쪽으로 쪼개지는 고통을 느껴야만 했다.
평소에 그는 오감으로 들어오는 모든 정보를 기억한다.
헌데 그것은 사령 또한 마찬가지였다.
나아가 사령의 기억은 그대로 엘런에게 종속된다.
“이건 대체 무슨 고문이야.”
이젠 하늘로 전장을 옮긴 두 개의 사령은 서로 맞부딪치며 합을 겨루고 있었다.
동시에 그 모든 것은 엘런의 기억으로 저장되었다.
“전투의 경험치가 두 배로 몸에 저장되는 기분이다.”
이건 확실한 이점이었지만 단점 또한 그만큼 거대했다.
평소라면 그냥 흘겨보면서 넘겼을 것도, 사령의 기억력까지 더해지니 절대 잊을 수 없었다.
어떤 잎사귀 하나를 본다면, 사령의 기억이 더해진 지금은 잎사귀의 줄기 수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머리 아파.”
엘런은 지끈거리는 이마를 매만지며 감고 있는 한쪽 눈에 정신을 집중시켰다.
전투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사령하고는 시야를 비롯한 오감을 동화시키는 게 가능했다.
그러나 얻는 게 있다면 주는 것도 있어야 하는 법.
“으으윽…….”
“이번 건 세게 들어갔군. 정신을 집중해라. 네가 판단이 둔하니까 사령도 되려 느려지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감각을 동화시킨 상태에서 사령이 타격을 입으면 그 고통이 고스란히 주인에게 돌아온다.
엘런은 이빨을 악물며 조종을 이어 나갔다.
그렇게 해가 질 때까지 싸우고 나서야, 카르멘은 사신의 낫을 멈추었다.
처음 몇 시간은 그래도 볼만한 공방을 이어 나갔는데, 그 이후로는 한쪽의 일방적인 폭력이 이어졌다.
“아프냐.”
“참을 만합니다.”
카르멘은 바닥에 쓰러진 엘런을 내려다보다가 이내 사령을 집어넣었다.
전신을 짓누르던 죽음의 기운이 잠잠해진다.
한껏 살만해졌지만 팔이고 다리고 욱신거리지 않은 곳이 없었다.
“너의 사령. 평범하지 않다.”
“그래서 더 힘듭니다.”
“이건 축복이다. 평범한 사령보다 수복률도 빠르고 본체와 거의 같은 힘을 내고 있어.”
“정말 사령이 곧 저일 줄은 몰랐습니다. 전투 스트레스도 두 배인 느낌이에요.”
카르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바닥에 드러누운 엘런의 옆에 털썩 주저앉더니 술병으로 목을 축였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으면서 목은 또 마른가보다.
역시 최강이라는 칭호는 아무에게나 붙는 것이 아니었다.
“사령이 타고난 힘. 전문용어로는 ‘특질‘이라고 부르는 건데, 그걸 깨달아야 한다. 사령술사가 강해지는 기점은 딱 거기야.”
“세부 특성 같은 거군요.”
“세부 특성? 그게 뭐냐?”
“마법사가 강해지는 기점입니다.”
“너는 그걸 깨달았고?”
엘런은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몸을 일으켰다.
“사령과 주인은 같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크흐흐흐흣. 그렇군.”
“한 잔 줘보세요.”
카르멘은 씨익 웃으며 남는 양철 컵에 말없이 술을 따랐다.
컵을 받아든 엘런은 단숨에 밑면까지 비웠다.
알코올이 들어가니까 몸을 저릿거리게 하던 고통도 줄어들었다.
왜 카르멘이 술을 달고 사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다.
“내 사령에게 한 방 먹이면 너의 퀘스트를 완료해주지.”
“…….”
“내일 낮에 다시 와라.”
카르멘은 술을 입에 들이부으며, 저 공동묘지의 언덕 너머로 사라졌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59-4
이 책의 모든 내용에 대한 편집권은 저자와의 계약에 의해 ㈜알에스미디어에 있으므로 무단 복제, 수정, 배포 행위를 금합니다.